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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7년간 운영하던 가게를 접었습니다.


 질문자  7년간 운영하던 가게를 접었습니다. 건강도 좋지 않고 장사도 안 되어서 접기는 했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 앞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 앞으로 갈수록 사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특정 후보가 새 대통령이 되면 경제 문제가 해결될까요? 누가 되어도 쉽게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경제는 누가 하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나빠지는 속도를 좀 늦출 수는 있습니다.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빠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겠고, 못 하는 사람이 되면 더 빨리 나빠지겠죠. 누가 하더라도 좋아지게 하는 것은 어렵다는 말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해서 여러분이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지금 전 세계가 처한 형편이 그래요.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 비관적이구나!’ 이렇게만 생각하면 더 힘듭니다. 아무리 우리 경제가 지금보다 나빠진다 하더라도 30년 전보다는 낫지요. ‘30년 전에도 문제없이 잘 살았고, 20년 전에도 잘 살았으니 지금도 잘 살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여기서 정체되어 더 이상 개선이 안 되거나, 혹은 약간 나빠진다 하더라도 옛날보다는 형편이 좋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계속 더 좋아지는 상황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지금 나빠지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도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지금까지 발전한 것처럼 계속 발전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니까요.

 


개업할 때만 반짝하지, 금방 문 닫게 됩니다.

 

보통 55세나 60세에 은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8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니까 그냥 가만히 20, 30년을 놀기가 꺼려집니다. 그리고 55-60세면 아직 신체도 건강하겠다, 은퇴 자금도 받았겠다 하니 가게를 열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 가게는 잘 되기가 어려워요.

 

예를 들어, 통닭집이 우리나라에 100개가 적정한데 150개가 생겼다면 당연히 장사가 안 되겠지요. 개업할 때만 반짝 하지, 금방 문 닫게 됩니다. 한 가게가 문 닫으면 가게 수가 줄어드느냐 하면 그렇지 않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가게를 해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재산을 3, 5억씩 가지고 있던 중산층이, 가만히 생활비로 썼으면 한 30년 동안 유지했을 것을 장사해서 3, 5년 만에 다 까먹게 됩니다. 그러고는 빈곤층으로 떨어져요. 그래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빈부 격차가 심해집니다.

 

두 번째, 앞으로는 직장의 수도 줄어들어요. 인공지능이며 기계 노동이 자꾸 생기니까요.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가 나오면 택시 기사도 머지않아 직장을 잃게 되겠죠. 전부 인터넷 뱅킹을 하니까 은행 직원도 팍팍 줄어요. 요금 정산소나 주유소도 전부 셀프로 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갈수록 일거리가 없어져요.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 노동자는 필요 없어집니다. 그때그때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요. 몇 번 눌러서 검색하면 나오는 지식을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16년 간 공부를 한 거예요. 그러니까 대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오면 그런 지식들이 아무 쓸모가 없어져 버려요.

 

그러면 소수의 창조적인 사람은 수입이 더 많아지는 반면, 일반 지식이나 기술을 갖춘 사람은 기계가 그 노동을 대체하면서 직장이 없어지니까 일반적인 노동을 하게 되어 상대적으로 더 저임금을 받게 되겠죠. 이렇게 저임금을 받는 사람의 수가 자꾸 많아지고 고임금을 받는 소수의 소득은 점점 더 높아지는 현상을 국가가 방치해버리면 빈부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져 버립니다. 거의 귀족과 노예 수준으로 갈라질 거예요.

 


국민의 불안은 국가가 해결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야 해요. 세금 정책을 통해 부자한테는 돈을 많이 걷고, 그렇게 거둔 세금을 재정 정책을 통해 복지비로 써서 사회의 불균형을 조정해줘야 합니다. 모두가 똑같은 생활을 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본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자꾸 만들어가야 사회가 유지됩니다. 안 그러면 과거의 노예제 사회처럼 엄청난 빈부 격차의 사회로 가게 돼요. 현재 우리 사회의 흐름이 그렇게 돼 있어요.

 

제가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질문자가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장사도 못하고 몸은 아프고, 이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고민을 털어놓으셨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건강 문제는 가능하면 국가에서 보험으로 해결하는 쪽으로 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또 그렇게 바뀔 겁니다.

 

다만 질문자가 옛날처럼 풍족하게 살기는 좀 어려워요. 그렇지만 나이가 들었으면 기본적으로 연금이 나오잖아요. 그걸로 기본 생활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조금 돈을 벌어서 생활에 보탠다는 쪽으로 생각하세요. 그러다가 기회가 되면 또 사업을 할 수도 있고요. 자꾸 옛날 생각만 하면 길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있는 돈도 다 까먹어요.

 


가게를 일찍 문 닫은 건 잘 된 일이에요.

 

이럴 때일수록 생각을 좀 바꾸셔서 느긋해지셔야 해요. 남편이 그나마 직장이라도 다니면 구박을 안 해야죠. 지금 직장 다니느라 바쁘다고 힘들어하지만 그 직장에서 떨어지면 어떡하겠어요? 그나마 힘들어도 직장이 있는 게 좋아요. 그러니 그나마 직장이 있는 걸 좋게 여기고, 애들 크는 걸 좋게 여기세요. 곧 애들도 다 크고 나이가 50, 60살쯤 되면 일이 없어서 저절로 놀게 돼요.

 

마찬가지로 여러분들 지금 일 없어서 놀게 될 때 마음껏 노세요. 그러면 또 일 찾아다닌다고 못 놀죠? 자기 일이 있을 때는 또 놀고 싶어서 일이 안 되고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건강이 안 좋은 김에, 가게도 안 되는 김에 일찍 문 닫은 건 잘 된 일이에요. ‘오늘 스님 얘기 들으니까 잘 된 일이구나이렇게 생각하세요. 질문자가 지금 돈을 못 벌어서 걱정인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가게를 계속 하면 더 많이 까먹을 걸 그나마 지금 닫았기에 덜 까먹은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편안합니다. 아시겠지요?”

 

 질문자   감사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현재 주어진 현실을 좋게 여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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