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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대한민국은 청년들이 꿈꾸고 살기 힘든 곳 같아요.



 

 질문자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서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차가운 것 같습니다. 저는 호주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얼마 전 한국에 왔는데요.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결혼도 해야 하는데, 남과 자꾸 비교를 하게 되어서 힘듭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실제로 차가울까요? 내가 차갑다고 느끼는 걸까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기 때문에 차갑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질문자  제가 차갑다고 느끼는 거겠죠.”

 

노력한 만큼 경제적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는 법칙이 있습니까?

 

 질문자  법칙은 아니지만 상식이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은 아직 그렇게 건강한 사회가 아니에요. 100만 명이 매주 길거리에 나와서 연인1,600만 명이 목소리를 높였는데도 대통령이 탄핵될까 말까 했는데, 이런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요? 질문자가 대한민국을 너무 좋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자기 스스로 좋게 평가하고 자기 스스로 실망하는 격이에요. ‘게으른 것보다 노력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부지런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현실이 정말 차가운 걸까요?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는 한국 사회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는 이유가 뭘까요? 한국에서는 100의 노력을 하면 50의 대가가 주어지는데, 선진국에서는 100의 노력을 하면 70의 대가가 주어지기 때문에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는 겁니다. 그런데 동남아 국가에 살던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어떨까요? 동남아에서는 100의 노력을 하면 30의 대가가 주어지는데 한국에서는 50의 대가 주어지기 때문에 한국이 훨씬 살기 좋다고 느낍니다. 한국 사회는 50의 대가를 주는 똑같은 사회인데, 30의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에 살다가 한국에 오면 노력한 만큼 보상을 해주는 사회라고 느끼고, 70의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에 살다가 한국에 오면 노력한 만큼 대가가 안 나오는 사회라고 느낍니다.

 

질문자는 호주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답답함을 더 많이 느낄 겁니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감수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말이 통하고, 친구가 있고, 음식이 입맛에 맛는 장점이 있는 대신에 노력한 만큼 대가가 나올 확률이 호주보다 낮다는 사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대가가 더 주어지는 사회에서 덜 주어지는 사회로 왔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그 답답함은 질문자가 느끼는 것이지 한국 사회가 차가운 것은 아니에요. 한국 사회의 좋은 점을 좀 생각하면 좋겠어요. 호주에서 살 때처럼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 일은 더 이상 없잖아요.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다수 젊은이들은 월급이 300만원 넘는 직장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런 직장을 그만큼 만들 수가 없어요. 갈수록 그런 직장은 줄어듭니다. 사무가 자동화되고, 인공지능이 계속 개발되기 때문에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은 대부분 기계가 대체하게 되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반면에 한국 사회에는 월급이 120만 원 이하 정도 되는 저임금 일자리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곳에는 오히려 사람이 부족해요. 그런데 대학 나온 젊은이들이 이런 곳에는 가고 싶지 않아 해요. 그래서 이런 곳은 외국인 노동자들 100만 명이 와서 자리를 채우고 있어요. 반대로 월급이 300만 원 이상 되는 고임금 일자리에도 사람이 부족하다해요. 여기에는 굉장히 창조적인 인력이 필요한데, 지금 한국의 모방 교육 시스템으로는 그런 인력이 배출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젊은이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하려면 정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첫째, 이제 한국 사회도 최저 임금을 시간당 1만 원 정도로 올려야 해요. 물론 그렇게 되면 영세업자들이 고용을 더 안 하게 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영세업자도 보호하고 노동자들도 보호하려면, 영세업자가 최저임금 6천원을 부담하면 정부가 나머지 4천원을 부담하도록 조정해주는 일에 정부 예산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정부가 4대강 개발 같은 곳에 24조원씩 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소비도 진작시킬 수가 있어요.

 

그리고 월급 150만 원만 받고도 자신의 작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럴려면 둘째, 주택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주택이 재산을 증식하는 투자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주택이 주거용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월급을 150만원 받는다면 월세 15만원만 내면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든지, 월급을 180만원 받는다면 월세 18만원만 내면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든지, 이렇게 저비용 공공 임대 아파트가 많이 지어져야 합니다. 소위 최순실 예산이라 불리는 것과 같 예산이 낭비되는 곳을 모두 찾아내어 절약하면, 충분히 재원 확보가 가능합니다.

 

셋째, 아이가 세 살 때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유급 휴가를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태어나서 세 살 때까지 자아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자아가 형성되는 이 시기가 사람의 일생 중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아기는 엄마의 품에서 사랑을 받고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출산 여성에게 최소 3년 동안은 유급휴가를 보장해줘야 합니다.

 

넷째, 초등학교처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모두 국공립으로 전환해서 네 살 때부터 중학교까지 무상교육이 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동시에 교육 시스템도 모방 교육이 아닌 창조교육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다섯째, 사교육이 필요 없도록 하는 교육 개혁을 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아이 키우기 어려운 이유는 사교육비가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시스템으로 전환해주면, 청년들이 월급이 적은 직장을 다녀도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습니다.

 


결국은 투표, 투표, 투표!

 

이렇게 되려면 이번에 선거할 때 여러분들이 투표를 잘 해야 합니다.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잘 보고 투표해야 하는데, 그냥 감정적으로만 투표하게 되면 선거 후 일 년 이내에 또다시 거리로 몰려 나와야 하는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질문자처럼 답답해하고만 있으면 나아지는 것이 없어요. 청년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면 정말 좋겠지만, 대한민국이 아직 그런 수준이 안 돼요. 오죽하면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부르겠어요. 그러나 비난만 해서는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자이렇게 적극적인 자세로 투표를 잘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대화는 322() 성남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즉문즉설 강연에서 이뤄진 법륜 스님과 청년들의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