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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10년 연애한 남편과 자주 다툽니다.



 질문자  저는 10년 연애한 남편과 결혼한 지 이제 5개월 된 신부입니다. 연애를 오래하고 서로를 잘 알고 결혼을 해서 싸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자주 다툽니다. 부부로 살면서 전혀 안 싸울 수는 없을 텐데, 현명하게 싸우는 방법이 뭔지 궁금해서 질문 드립니다.”(모두 웃음)

 

그걸 스님한테 물으면 어떡해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10년 연애하는 동안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어요?”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같이 살아보니까 제가 알던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떨 때 남편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제일 많이 부딪치는 부분이, 신랑은 저한테 너는 약속에 대해서 너무 엄격하다. 융통성 있게 좀 넘어가도 될 일을 가지고 항상 싸움을 건다고 말해요.

 

저는 약속은 지켜야 되고, 정확한 게 좋다라고 생각해서 남편생각과 차이가 좀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싸움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보세요.”

 

신랑이 몇 시까지 들어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동창회를 갔는데 귀가시간이 늦어졌어요. 그래서 저는 지난번에도 같은 이유로 싸웠는데 왜 또 약속을 어기느냐?’고 했는데, 신랑은 그렇게 많이 늦은 것도 아닌데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일을 꼭 싸움꺼리로 만든다.’고 하거든요.”(모두 웃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를 중심에 놓고 사물을 봅니다.

 

질문자는 남편이 남편 친구들로부터 좋은 친구로 인식되는 게 나아요? ‘에이, 저거, 저거이렇게 좀 문제 있는 친구로 취급받는 게 나아요?”

 

좋은 친구요.”

 

친구들과 같이 술 마시다가 남편이 마누라와 약속했기 때문에 이제 나는 집에 가야 된다고 했을 때 남편 친구들이 그래? 그럼 얼른 가야지. 얼른 가라이럴까요?(모두 웃음) 아니면 너만 장가갔냐?’ 이럴까요?”

 

너만 장가갔냐고 말하겠지요.”

 

남편이 먼저 귀가하면 그 친구들이 저 녀석, 여자한테 꽉 잡혀 사는구나. 전에는 안 그러더니 장가간 뒤에 변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죠. 남편이 나름대로 적절하게 정리하고 귀가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질문자는 남편이 12시까지 안 들어왔다고 시비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2, 3차 갈 것을 겨우 2차에서 마무리 하고 들어온 겁니다. 그러니 아내가 따지면 왜 잔소리를 하느냐?’고 하게 되는 거지요.”

 

제가 불만인 건, 남편은 넌 이렇게 해야 돼라며 제 행동은 엄격하게 제지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 않나?’라고 하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다 이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고, 저 문제는 저렇게 생각하는데, 그 기준이 다 누구 기준이겠어요?”

 

자기 기준이요.”

 

, 각자 본인이 기준이에요. 그러니까 기준!’하는 깃발을 본인이 갖고 다니기 때문에 이쪽 구석에 가도 자기가 중심, 저쪽 구석에 가도 자기가 중심이라고 인식하는 거예요. 인간의 의식이라는 게 그런 성질이 있어요.

 

질문자의 남편은 일부러 약속을 어기는 게 아니에요. 자기도 모르게 자기를 중심에 놓고 사물을 봅니다. 그게 인간의 한계예요. 그래서 인류의 스승인 붓다께서 자기중심성을 내려놔라. 그래야 이 세상을 공평하게 볼 수 있다고 가르치신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잘 안 되지요. 항상 자기 기준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남편에게 자정까지는 들어오세요했는데 남편이 새벽 1시에 들어왔다면 물어봐야지요. ‘무슨 일이 있어서 나와의 약속을 어겼을까?’ 궁금해 하면서 여보,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요?’ 이렇게 물어보면 친구랑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늦어졌어라고 하겠죠.

 

그럼 여보, 아무리 친구가 좋아도 아내와의 약속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면 물론 당신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오랜 만에 만난 친구와 얘기하다보니 중간에 일어서기가 어려웠어. 미안해.’ 이러겠지요. 이렇게 대화로 이끌어야 해요. 따지지 말고요. 따지더라도 유머러스하게 따지세요.

 

그리고 질문자는 12시에 들어오기로 해 놓고 어겨?’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12라는 건 질문자의 기준인 거예요.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

 

부부가 같이 살다 보면 두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걸 알게 되지요. 남편은 아내가 차린 음식을 먹고는 싱겁다. 이것도 간이라고 맞췄냐?’ 하지만 아내는 똑같은 걸 먹고 간이 딱 맞는데 뭘 그러냐?’고 하는 거예요. 같이 살아보면 이렇게 전부 다른 거예요. 남편은 샤워하러 들어갈 때 옷을 벗어서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들어가는데, 아내는 그 벗은 옷도 차곡차곡 개서 쌓아놔야 되는 사람이 있고요.

 

이렇게 소소한 걸로 두 사람을 비교해 보면 100가지, 1000가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나와 남편이 얼굴이 다르듯이 취향이나 믿음, 가치관이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붓다께서는 옳고 그른 게 없다고 하셨잖아요. 옳고 그른 게 없고, 두 사람이 어떻다고요?”

 

달라요.”

 

, 다를 뿐이에요. ‘, 우리 남편은 나보다 조금 짜게 먹구나하고 간장을 항상 식탁 위에 두든지, 아니면 남편 입맛에 맞춰서 간을 좀 짜게 하고 자기는 국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서 먹든지, 남편이 옷을 아무 데나 벗어놓으면 그냥 두든지, 아니면 자기가 접어주든지 하면 되지, 그걸 갖고 왜 짜게 먹느냐? 왜 옷을 아무 데나 벗어두느냐? 고 짜증내면서 말할 게 아니에요.

 

그렇게 맞추고 사는 게 결혼 생활이에요. 그러니까 결혼은 딱 맞는 두 사람이 만나서 사는 게 아니고,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맞춰가면서 사는 거예요.”

 

맞춰서 살아볼게요. 감사합니다.”

 



나와 남편이 얼굴이 다르듯이

취향이나 믿음, 가치관이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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