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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세월호 인양, 이렇게 쉬운데 왜 3년을 기다리게 했나요?



 질문자  드디어 세월호가 인양되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가 인양되기를 바라였지만 인양되지 않았는데, 한 분이 자리에서 내려오니 금방 인양이 되었습니다. 이 뒤에 무슨 속셈이 숨어 있었던 걸까 의구심이 듭니다. 유가족들의 한을 푸는 것도 중요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한데, 현재 황교안 대행체제가 이것을 잘 수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요.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중요한 이유는 수확을 위해서입니다. 이 때 어떤 씨앗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확량이 많이 달라집니다. 또 같은 씨앗이라 하더라도 밭을 얼마나 잘 가꾸었느냐에 따라 수확량이 많이 달라집니다. 씨앗과 밭, 두 개가 합해져야 농사를 잘 짓게 됩니다.


직접적 원인인 좋은 씨앗을 ()’이라고 해요. 주위 환경인 좋은 밭을 ()’이라고 해요. ‘이 만나서 과보가 일어납니다. 이것을 인연과보(因緣果報)’라고 합니다. ‘이 좋다고 무조건 과보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 좋을수록 과보가 좋을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이 좋을수록 무조건 과보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 좋을수록 과보가 좋을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그런데 종교는 개인의 책임인 을 주로 강조합니다. 사회 운동은 바깥의 조건인 을 주로 강조합니다. ‘만 강조하거나 만 강조해서는 안 됩니다. ‘이 모두 중요합니다.


한국 사회의 핵심 과제, 불평등, 불공정, 불안전


개인이 수행을 하게 되면 똑같은 사회 조건에서 수행을 하는 사람이 안 하는 사람보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성격 급한 것을 좀 고치고, 고집 센 것을 좀 고치고, 욕심을 좀 내려놓으면, 같은 대한민국에 살아도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 전부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전쟁이 나서 핵폭탄이 떨어지면 법륜 스님도 죽을까요, 안 죽을까요?


 질문자  죽습니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난다면, 사주팔자가 나쁜 사람들만 죽게 될까요? 절에 다니는 사람만 죽게 될까요? 다 같이 죽게 됩니다.


그것처럼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배가 침몰하게 되면 배에 탄 사람들이 종교를 가졌든 안 가졌든, 어떤 종교를 가졌든, 사주팔자가 어떻든 상관없이 모두가 같이 침몰하게 됩니다. 그것처럼 사회 환경이 나쁘면 그 구성원 전체가 고통 받게 됩니다. 그래서 불평등한 사회, 불공정한 사회, 불안전한 사회가 되면 사회 구성원 전체의 행복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만약 우리 사회가 전쟁의 위험이 없는 안전한 사회, 빈부격차가 적은 평등한 사회, 경쟁이 공정하고 승자와 패자 사이에 분배가 공평한 사회가 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훨씬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전체 국민이 살만하다라고 느낄 정도로 행복도가 높아지려면 이렇게 사회적인 조건이 갖춰져야 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는 일은 주로 국회와 정부가 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을 누가 뽑습니까? 정부를 누가 구성합니까? 대통령을 누가 뽑습니까?


 질문자  국민이 뽑습니다.”


전쟁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을 추진하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빈부격차를 줄이는 조세정책과 재정정책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지,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럼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그런 정부와 국회를 구성할 권리가 바로 국민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국민에게 힘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을 뽑을 권한이 국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힘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유언비어가 생기는 이유는 진상 규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


세월호 사고를 겪고 나서 국민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이유는 아직도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째, 진상이 규명되어야 합니다. 유언비어가 많이 생기는 이유는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문즉설 하듯이 대통령이 나와서 무엇이 궁금한지 다 물어보세요라고 하면 되는데, 자꾸 덮으려고만 하니까 국민들은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의심을 하게 됩니다. 안보 문제가 아니면 원인을 규명하고 밝히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거든요.


둘째, 이 일에 관계된 책임자를 문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스님이 하기가 좀 그래요. 스님은 죄를 지은 사람도 용서해주라고 말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청중 웃음)


해경 해체 말고 과연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이 세워졌을까


셋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잘 해놓아야 합니다. 또 사고가 났을 때는 긴급 구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긴급구조를 할 때는, 보고하는 것보다는 현장 대응이 더욱 중요시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윗사람 눈치보고 보고하는 데에 급급합니다. 이런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어서 대한민국에 이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낮추어야 합니다.


세월호 사고가 처음 났을 때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정쟁이 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문책을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핵심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겁니다. 그런데 해경를 해체한 것 말고는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이 세워졌는지 거의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지금 대한민국의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것, 전쟁 위기


무엇보다 지금 대한민국의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전쟁 위기입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하는 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 중에는 북한을 공격하면 일주일 만에 점령할 수 있다라는 위험한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안 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아들만 안 죽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아들도 죽으면 안 됩니다. 북한 아이들도 죽으면 안 되고, 미국 국민들도 죽으면 안 됩니다. 그러려면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안전에 대해 더욱더 유의해야 합니다. 안전사고가 생겼을 때는 신속한 구조 활동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119 소방 안전 시스템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모든 문제에 있어서 안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소방 훈련을 받아야 된다고 하면 열심히 받아야 합니다. ‘에이, 불이 나긴 뭐가 나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대중이 모이는 강당에는 커튼을 달 때도 가능하면 불이 붙지 않는 재료를 써야 합니다. 또 대중이 모이는 건물을 지을 때는 일반 건물보다 좀 더 튼튼하게 지어야 해요.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잖아요. 우리가 그만큼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나니까 세월호가 인양되었다고 하셨는데, 그건 좀 과장된 표현입니다.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다리고 있다가 세월호를 인양한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탄핵대로, 세월호 구조 활동은 구조 활동대로, 별개로 봐야 합니다.


정치적 공방은 이제 그만,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해야


다만 그렇게 3년까지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냐’, ‘조금만 관심이 있었다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지 않았느냐이런 아쉬움은 남습니다. ‘구조가 불가능했다면 몰라도 구조가 가능한 것인데,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느냐이렇게 문제제기는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잘 모를 수밖에 없어요.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가 잘 모르는 문제를 갖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별 효용이 없습니다.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의혹을 진실인 것처럼 포장한 가짜뉴스를 너무 확산시키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겪은 지난 3년 동안의 아픔은 자식을 가진 같은 부모로써 우리 모두가 깊이 공감해야 합니다. 특히 학생들이 죽은 사실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잖아요. 이런 문제는 정치적 공방만 하지 말고, 정치적 이해 관계를 떠나 여·야가 같이 공감해주면 참 좋은데,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은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였습니다. 욕설과 비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대화는 328() 울산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즉문즉설 강연에서 이뤄진 법륜 스님과 시민들의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