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녀를 잃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한 어머니가 질문했습니다. 자녀가 죽었을 때 부모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 질문자 : “아들을 잃었습니다. 첫 화살은 맞아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겠다는 생각에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한 지 여덟 달, 절만 열심히 했지 왜 하는지도 모르고 합니다. 그리움에 사뭇칩니다.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법륜 스님 : “백 마디, 천 마디 제가 얘기해 봐야 해결이 안 됩니다. 옛날 사람이 말하듯이 세월이 약입니다. 몸이 많이 나빠졌는데 약 하나를 먹으면 하루아침에 나아버리는 신통묘약은 흔치 않습니다. 그러니까 꾸준히 치료를 해서 건강을 회복해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세월이 무조건 약인 것은 아닙니다. 이걸 자꾸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오히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처가 더 깊어집니다. 그러니까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일도 이 세상에서는 일어난다. 그리고 이 세상은 항상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거다.’ 이렇게 제행무상을 늘 관찰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지 않기를,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기도하게 되면, 기도한다고 마음이 편해지지 않습니다. 남편이 애를 먹일 때, 화를 내면서 ‘저 인간을 그냥’ 이러면 그 괴로움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할 길이 없어서 결국은 마음수련도 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만나면서 인생의 참 의미를 깨치게 되지요. 나중에 돌아보면, ‘남편이 그렇게 애를 안 먹였으면, 내가 어떻게 이 좋은 가르침을 깨닫게 됐겠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서는 남편이 고마운 존재가 됩니다. 결국 ‘이 깊은 이치를 깨치게 하려고, 그렇게 나를 인도했구나.’ 하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지요. 그러니까 미움의 대상에서 고마움의 대상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것은 그만큼 내 인생이 좋아지고 풍요로워졌다는 걸 뜻합니다.
아들의 죽음은 객관적으로는 하나의 죽음일 뿐입니다. 그것은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현실을 부정하고 옛날의 기억에 자꾸 집착하게 되면 나쁜 일이 됩니다. 그러나 이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내 공부가 깊어지면 ‘이 정법의 길로 나를 인도하려고 우리 아들이 자기 몸까지도 버렸구나.’ 이렇게 됩니다. 그래서 본인은 삶의 지혜를 깊이 깨닫게 되고, 아들은 어머니를 정법으로 인도하기 위한 선행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옛날 경전을 보면, 중생을 깨우치려고 자기 몸을 버린, 수많은 보살행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처럼 아들도 보살행을 한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들을 천도하는 것이 됩니다. ‘우리 아들이 불쌍하게 죽었다.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이렇게 생각하면 아들은 억울하게 죽은 게 되고, 그러면 오갈 데 없는 무주고혼이 돼서 떠돌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어디 가서 물으면 아들 천도해 주라는 이야기나 듣게 되지요. 미혹하면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붓다의 바른 가르침에 근거해서, 아이에 대한 집착을 보는 계기, 아이를 통해서 붓다의 가르침이 얼마나 바른가 하는 것을 깨닫는 계기, 그래서 아이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준 선물, 죽음으로써 법을 깨치게 해준 큰 선물을 주고 갔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덧붙여, 16일 오전 수학여행에 나선 고교생 등 475명이 탄 여객선이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여, 수백 명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학생과 승객 및 선원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울러 목숨을 걸고 구조작업에 임하고 있는 구조당국과 군・경 등 구조요원들에게도 힘과 용기, 지혜가 깃들어서 최대한 많은 이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이번 사고에 대한 법륜 스님의 발원문입니다.
"우리 다함께 기도합시다.
실종자들은 무사하기를.
고인들에게는 깊은 애도를.
가족들에게는 두려움과 걱정,
슬픔과 분노를 거두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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