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심포지엄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평화재단에서 아침 7시부터 조찬모임을 가진 후 심포지엄이 열리는 프레스센터로 이동하였습니다.

20층 국제회의장 로비에는 심포지엄을 들으려는 청중들로 붐볐고 스님은 속속 도착하는 내빈 및 패널들과 반가이 인사를 나눴습니다.


평화재단은 매년 2회 심포지엄을 개최하는데, 작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6월 13일에는 ‘새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 변화의 입구에서 길을 찾는다’라는 주제로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다각도로 진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새 정부가 풀어야할 과제와 바람직한 통일외교안보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하였습니다. 반면 올해는 ‘정전에서 평화로’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는데요. 그간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알 수 있었습니다.

총 180여 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2시가 되자 심포지엄이 시작되었습니다.

맑은 종소리로 짧은 명상을 마친 후 김형기 평화연구원장님의 여는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원장님은 지난 몇 개월 사이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100년의 역사를 성찰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토대 위에 외교 전략의 방향을 잡고 우리 모두의 지혜를 결집해 보자” 고 제안했습니다.

오늘 토론은 2개 마당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먼저 1마당에서는 ‘새로운 출발점에 선 한반도 평화’란 제목으로 경희대 국제학과 권만학 교수님의 사회와 2분의 발표로 진행되었습니다.

권만학 교수님은 오늘 심포지엄이 아주 시의적절한 주제로 이루어져 의미 있는 기회가 되겠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패널을 소개하였습니다. 박영호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가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북한’에 대해 발제하고 각각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과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이 토론하는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패널의 전공에 따라 발표 내용에는 낙관적인 전망과 조심스러운 전망이 함께 나왔는데 안보전문가는 과거 남북관계의 경험 때문에 현 상황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토론을 하는 패널들의 표정은 진지했지만 남북관계가 꽉 막히고 위기가 고조되었던 작년까지와는 달리 밝고 가벼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여전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과제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한반도의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분위기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열띤 토론을 마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토론을 마친 패널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다과와 함께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시작된 2마당에서는 ‘동아시아 신안보질서와 한국의 외교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총 4분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의 사회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대한 외교전략 발표가 이어졌고, 청중 질문을 받아 패널 간 상호 질문과 함께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미국정치 변화와 대미 외교전략’에 대해 발표한 서정건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미국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독자적 행보인가, 아니면 미국 정치의 변화인가를 봐야 한다고 간략하게 핵심을 제시했습니다. 미국 정치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오랜 시간 힘들게 미국 정치학을 공부했는데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로 미국 정치학 교과서에 전혀 나오지 않는 형태의 국정운영을 하고 있어서 다시 공부를 해야 할 판이라고 해서 청중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로 ‘중국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과 북중관계의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미·중의 새로운 정부 사이에 기싸움이 전개 중이라고 진단하고,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관성 있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시진핑의 외교 스타일을 설명하였습니다. 마침 오늘 근래 3개월 사이 3번째 이루어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견해와 함께 최근 상황에 대해 “차이나 패싱론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지도를 그리는 힘을 가지고 대한민국 외교가 중심성을 회복하여 주변 상황과 조건을 활용해 나가야 한다” 고 제안했습니다.

세 번째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일본’에 대해 최희식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가 발표한 내용에서는 동맹을 절대화하거나 부정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자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에서는 동맹을 인정하고, 출구에서는 동맹의 성격이 바뀌어야 하며 그걸 규정하는 동아시아 안보질서가 달라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남북대결이 미중대결로 대체될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반 일본 정서에 대해 공감하고 본인도 일본을 공부하는 것조차 싫어질 때가 있지만 비핵화 이후 핵이 없는 3개 국가로서 남·북·일 공조를 통해 다자안보질서를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하여 청중들에게 신선한 발상의 전환을 제시했습니다.

네 번째 이상준 국민대 유라시아 연구소장은 ‘푸틴 집권 4기 대러 외교전략’이라는 논문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프로세스의 중재, 남·북·러 간 경협을 통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실현하고 중국 견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러시아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하고 다음 주에 계획된 우리 정상의 러시아 방문 시 다양한 대화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의 협력의지를 잘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천명했습니다.

총 4분 패널의 발표가 끝나자 객석의 질문도 봇물 터지듯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서너 개의 질문을 하는 분도 있었지만 사회자와 패널들의 재치로 짧은 시간 안에 잘 정리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매끄러운 진행을 해준 오승렬 사회자님은 마지막으로 “우리가 앞장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고, 4.27 정상회담 이후 기존의 제로섬 게임이 아닌 정합(Positive Sum) 게임의 시대가 도래한 토대 위에 핵문제에 있어 주동적 조치에 대한 상호 협력과 남북한 교류 확대 및 동질성 확보, 주변국가와의 협력구도를 형성하는 투 트랙(Two Track) 정책을 펼쳐나가자” 고 정리발언을 했습니다.

이렇게 객석을 가릴 것 없이 행사장 가득 열기를 채워가며 진행된 심포지엄은 어느덧 폐회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재단 이사장이신 법륜 스님의 닫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끝까지 자리해 주신 청중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말씀 드리고요, 오늘 정말 좋은 발표를 해 주신 패널들께도 감사말씀 드립니다. 또 사회자도 아주 잘 해 주셨고요. 이분들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모두 박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세계사적인 변화, 동아시아 질서의 변화, 한반도의 변화, 이런 변화들에 대해서, 이것이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출발인지, 변화하는 척하다가 늘 되돌아가는 과거의 반복인지, 이렇게 견해를 달리 하는 것 같습니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우리 상황은 과거처럼 반복되는 하나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로 나아가는 첫발을 디딘 경우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요? 객관적인 정세를 봤을 때도 그렇고,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정서나 인식 수준을 봤을 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변화의 첫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어느 쪽으로 가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우리에게는 과거 냉전체제의 마지막 정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종전선언이나 종전협정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과제가 남았는데, 그렇다고 그게 끝은 아닙니다. 새로운 질서는 과연 어떤 질서일 것인지, 그건 우리에게 절망이 될 건지, 희망이 될 건지, 이런 미지수가 또 남게 됩니다.

우리의 과거 100년을 돌아보면, 동아시아에 있어서 새로운 질서 재편이 우리에게는 늘 희망보다는 불행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과연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질서, 즉 미중이 경쟁하는 이 새로운 질서가 우리에게 과연 희망적이겠는지, 희망적이게 되려면 동아시아 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할 것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새로운 질서 재편의 방향이 어느 정도 잡혀야 과거의 질서를 종결 지을 때 ‘어떻게 종결지어야 미래의 새로운 질서에 걸림돌이 아닌 도움이 되겠느냐.’ 하는 관점으로 종결의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여태 우리는 미래보다는 늘 과거를 어떻게 종결 지을 것인지만 생각해 왔기 때문에 종결되는 것만 지금 반가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어쩌면 새로운 질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 고려해서 어떤 식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 건지를 고민해야 됩니다.

오늘 패널 여러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주한미군’, ‘일본과의 과거사’, ‘북한과의 적대적 감정’ 이런 얘기가 많았는데, 이게 다 과거의 문제들이잖아요. 이렇게 우리가 과거의 문제에만 집착하면 미래의 새로운 질서를 재편하는 데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존중하되 그 속에 변화가능한 측면에 집중해서 유동적으로 보라는 말씀이 오늘 패널들이 저희에게 주는 중요한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중의 경쟁이 앞으로 몇 십 년은 계속될 텐데, 그러는 동안 남북의 분단도 계속 된다면, 그 경쟁의 중간에 끼어서 남한은 결국 미국의 하위변수, 북한은 중국의 하위변수가 될 겁니다. 미중의 경쟁이 남북한의 갈등으로 나타나게 되고, 통일은 고사하고 평화도 유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되면 우리는 희망을 찾기가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남북한이 과거를 좀 잊고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같은 민족이 아니라도 지금은 협력하는 게 굉장히 필요한 국면인데 하물며 같은 민족이니까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남북한이 협력하는 건 어쩌면 필수조건입니다. 그러나 막상 남북한이 협력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미중의 경쟁국면에서는 우리가 어느 정도 독자성을 과연 확보할 수 있을까요? 저는 좀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일본까지 협력하게 하는 편이 우리가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지면서도 동아시아의 협력을 유지하는데 유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이제 미래를 보면서 일본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오직 과거의 일본만 생각했는데,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과연 일본의 역할은 무엇일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여해 주신 청중 여러분들과 오늘 심포지움을 준비해 주신 평화연구원 원장님 이하 관계자들, 그리고 오늘 발표해 주신 패널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4시간의 긴 토론 시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나가는 사람 거의 없이 경청하던 청중은 큰 박수로서 오늘 심포지엄을 준비한 평화재단과 진지한 토론을 해준 패널들에게 화답하였습니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정세 속에서 아직 외교전략상 많은 과제를 안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청중들의 표정은 밝아보였습니다. 현실은 어렵지만 크게는 희망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원경, 박세환, 정란희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