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부터 1박 2일 동안 거사활동가 나들이가 문경에서 열렸습니다. ‘거사’는 불교용어로 결혼한 남자를 뜻합니다. 여성 활동가가 주를 이루는 정토회에서 거사님들이 모여 그간 활동을 돌아보고 화합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김은숙 정토회 대표님의 여는 인사가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함께 타고 오는 버스에서부터 예비군 훈련장에 온 줄 알았다.(웃음) 직장 일 하느라, 아내 눈치 보느라, 정토회 활동하느라 고생많으셨다. 툭툭 털어버리고 거사님들끼리 좋은 시간되시길 바란다.’ 라며 거사님들을 응원하였습니다. 거사님들은 큰 박수로 화답하였고, 함께 모인 것만으로도 즐거운 얼굴이었습니다.

전국에서 280여 명의 거사님과 스텝들이 모인 가운데 문경 문화체육센터에서 입재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남자들만 모여서 그런지 삼귀의와 반야심경, 청법가가 너무 우렁차서 입가에 웃음이 돌았습니다.

“주류 사회에서 오래 살다 보면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부족합니다. 몸이 건강한 상태로 태어나서 살다 보면 장애인이나 아픈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부족하고, 또 젊은 날을 살다보면 나이든 분들, 팔십, 구십이 되어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외로우신 분들의 심정이 어떤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남자로 태어나서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전통이 있는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여성들의 소외감에 공감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또 한국인으로 살다보면 한국에 와서 사는 외국인들이 어떤 소외감을 느끼는지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한다고 해도 느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심지어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북한에 살던 우리 동포들이 남쪽으로 내려오거나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살 때 느끼는 소외감도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성소수자들을 이해하는 것도 더욱 어렵고, 또 소수종교인 무슬림 신자들의 소외감을 이해하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정토회에 와서 처음으로 소수자의 비애를 지금 느끼고 계실 겁니다.(모두 웃음) 정토회에는 남성의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아니라 의사를 결정하는 대표나 국장, 팀장, 담당자의 대다수가 여성입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 중에 팀장 정도 있을까, 정토회 고위 임원은 전부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보니까 남성들의 발언권이 매우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모임은 정토회 안의 소수자를 위로하기 위한 모임입니다.” (모두 웃음)

이 모임은 정토회 내 소수자인 남성들을 격려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말씀에 큰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이어 스님은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거사님들이 정토회 각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적극적으로 해주어야 수행공동체 정토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입재 법문을 마쳤습니다.

입재식 후에는 청팀, 백팀으로 나누어 작은 운동회를 했습니다. 먼저 국민체조로 몸을 풀었습니다. 학창시절에나 해 볼법한 체조를 중년의 나이가 되어 하니 거사님들은 어색하면서도 재밌어했습니다.


첫 경기로 통일 제기 차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떨어지는 제기를 한 개라도 더 차려다보니 애절한 장면들이 연출되었습니다. 두 번째 경기는 훌라우프였습니다. 거사라고 뻣뻣할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고수들이 많았습니다. 세 번째 경기는 8자 줄넘기였는데, 요령을 연구하고 작전을 짜는 등 거사님들의 승리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 강원동부경기지부의 한 거사님의 박상철의 무조건을 무반주로 불러 장기를 뽐내주셨습니다. 거사님은 노래가 끝나자 성악한곡을 준비했다며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절까지 이어 부르자 청중들의 야유를 샀고 게임을 진행하는 저승사자 도반들에게 끌려가 백팔배 벌칙을 받았습니다. 경기가 격렬해질 때도 저승사자도반들이 어김없이 나타나서 108배를 시켜 보는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청팀, 백팀은 이제 풍선안고 달리기로 최종 결승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거사님들은 승부욕에 불타 구르고 넘어지고 풍선이 터지는 등 재밌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결국 역전승으로 청팀이 승리했고 유수스님의 시상식으로 작은 운동회는 끝이 났습니다. 함께 게임을 하며 땀을 흘리고 나니 서로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저녁 식사를 한 후에는 법륜스님에게 ‘거사의 역할’에 대한 법문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게 진정한 자유예요. 이 자유는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괴로움을 깊이 탐구해보면 괴로울 일이 없고, 본래 부족한 것이 없어요. 이것을 자각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라며 수행의 중요성에 대해 먼저 알려주었습니다.

또 “정토회는 수행을 기본으로 하고 사회실천을 함께 하고 있어요. 환경, 국제구호, 평화, 통일 분야의 사회실천을 개척하면서 많은 여성 활동가가 발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정토회의 활동이 일반인의 사회 인식보다 앞서다 보니 비주류고 소수였지만, 이제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서 세상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예요. 그래서 거사님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습니다.” 며 정토회 안에서 거사님들의 활동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정토회는 자원활동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원활동가 시스템이 좋은 점도 있지만 큰 장애가 있습니다. 첫째,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둘째, 책임성이 떨어집니다. 사람이 자꾸 바뀌니까요. 그리고 셋째, 지속성이 떨어집니다. 어떤 일이 되려면 오래 유지가 되어야 되는데 사람이 바뀌어 지속성이 떨어지니까 결과를 제대로 맺기가 어렵지요. 전문성, 책임성, 지속성이 떨어지는 이 세 가지가 자원활동가 시스템의 한계입니다.

그럼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월급을 주고 전문가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가는 길이 있겠지요. 그런데 그건 정토회의 설립 원칙에 어긋납니다. 이 문제가 정토회 발전의 최대 장애입니다. 현재 정토회는 ‘이 문제 때문에 정토회가 발전을 못 한다면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발전을 포기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럼 어떤 보완책이 있겠습니까? ‘모자이크붓다 식’으로 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토회에서 병원을 하나 설립한다면, 정토회 회원 의사 수십 명이 한 달에 하루씩 정토회 병원에 순환 근무를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토회 병원이 정토회 회원들이 의사로 있는 병원 수백 개와 인터넷으로 연결해서 원격 진료를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정토회 병원으로 온 환자를 정토회 회원들이 있는 각 전문병원으로 보내주는 거예요. 그래서 의사가 정토회 병원에 와서 진료를 못 하더라도 자기 병원으로 보내온 환자 몇 명을 위해 봉사하는 건 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이렇게 ‘모자이크붓다 식’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현재 방송 부문은 전문적인 영역이긴 하지만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도 영상을 촬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은 정토회 콘텐츠사업국에 속해 있습니다. 이분들과 방송 분야에 종사하는 한 스무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중심이 되어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 때 배우도 잠깐 출연해 주고, 방송국의 PD도 조금 참여해 주고, 작가도 참여해 주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콘텐츠사업국이 하는 일이 전문 영역임에도 정토회 안에서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정토회 안에 ‘길벗’이라는 수행 모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길벗’은 방송계 종사자, 연예인, 작가, PD, 이런 사람들이 소속된 직능 법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불교를 믿어라고 강요 하지 않아요. 그들은 종교랑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법회를 하고, 깨달음의 장 다녀오고, 수행하기 때문에 지금 이런 형식의 봉사가 가능합니다. 이들이 JTS 홍보대사도 하고, 청년들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있으면 출연도 해주고 있습니다. 이들을 한 번 출연시키려면 수천만 원은 줘야 되는데 무료로 출연해 주고 있어요.

이 방식처럼 거사님들이 갖고 있는 재능도 굉장히 잘 쓰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첫째, 여러분들이 먼저 마음을 내야 되겠지요. 둘째, 마음 낸 분들이 잘 쓰이도록 인력배치를 잘 해야 되겠지요. 여러분들은 법당을 운영하는 데에도 참여해야 되지만 혹시 여러분들에게 전문 영역이 있다면, 만약 변호사라면 법률적인 조언을 하는 그룹에도 참여한다든지, 의사라면 해외 의료봉사나 국내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봉사하는 그룹에도 참여한다든지, 이렇게 여러 전문영역에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얘기하잖아요. ‘삶을 좀 심플하게 살아라. 늙어서까지 돈 벌려고 애쓰지 말라. 예순까지는 자신과 가족이 먹고 사는데 힘을 썼다면, 그동안 세상의 도움을 받고 살았으니까 은퇴를 하면 죽기 전까지 자신의 재능을 세상을 위해 유용하게 쓰라.’ 라고 말에요. 여러분들이 이렇게 인생관이 바뀌어야 정토회가 가진 전문성, 지속성, 책임성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 전까지는 해결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두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직장을 다닐 때는 모자이크붓다 식으로 일일봉사자로서 봉사를 하는 겁니다. 둘째, 은퇴 후에는 전문영역 봉사를 할 준비를 해서 각 분야에서 서로 힘을 모아 활동을 하는 겁니다. 아시겠지요?”

“네.” (모두 박수)

이어서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즉문즉설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 생계를 위한 직장 일과 정토회 봉사 일이 서로 충돌할 때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한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많은 활동가들이 생계와 봉사를 함께 해나가며 겪는 어려움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생계를 위한 작은 사업과 정토회에서 봉사 소임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한 일과 봉사 활동이 서로 충돌할 때, 투덜거리는 마음으로 정토회로 가기는 갑니다만 흔쾌하지가 않아서 이럴 때는 마음을 어떻게 가지는 것이 좋을까요? 먹고 사는 일도 소중한 일이고, 그걸 잘하기 위해서 수행도 병행해야 된다는 걸 늘 인식은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이 늘 너무 분주해서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만약 거사님이 지금 먹고사는 문제가 바쁘면 먹고 사는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면 됩니다. 굳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거사님 마음에 욕심이 있는 거예요. 정토회 활동도 다 하고, 생계도 유지하려니까, 정토회에서 역할을 좀 적게 배정해 주면 두 개를 다 할 수 있다는 제안이죠?

이번에 정토회에서 법사수계식을 앞두고 있는데, 그분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하고 일주일에 한 번 법회만 나왔다면 그런 분들한테 정토회 임원을 맡기거나 정토회 법사 수계를 할 수는 없지요. 그러면 ‘법사가 뭐냐?’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겠어요? 그러니 정토회 봉사 활동은 생계를 유지하다가 틈나는 대로 할 수 있을 만큼만 시간을 정해서 참여하면 됩니다.

그러나 정토회의 서원행자나 결사행자가 된다면 마음을 더 많이 내야 합니다. 서원행자와 결사행자는 세상에 몸을 두고 살기는 사는데, 완전히 바깥 생활을 그만두고 절에 들어와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결혼생활도 유지하고, 사업도 유지하는 것을 허용 받는 대신 최소한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은 정토회에서 봉사를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요.

그러니 거사님이 ‘내 생활도 바쁜데 정토회에서 자꾸 뭘 하라 그런다’라고 생각하면 두 가지를 다 못 합니다. 양쪽을 다 하고 싶으면 마음을 이렇게 먹어야 합니다.

‘내가 머리 깎고 정토회에 들어가야 되는데, 그래도 우리 스님이 결혼생활도 아직 허용해 주고, 돈 버는 것도 허용해 주고, 이런 것을 다 허용해 주니 고맙다. 내가 지금 이런 것 허용 받고도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마음을 이렇게 딱 먹어야 됩니다.(모두 웃음) 마음의 중심을 수행으로 옮겨놓고 세상 일을 생각해야지, 세상일에 중심을 놓고 틈을 내서 정토회 일을 하려니까 지금 혼란스러운 거예요. 다시 말씀드리면, 세상에 중심을 잡아놓고 틈날 때 정토회 일을 하는 건 일반회원이예요.

그런데 정토회에서 조금 더 중요한 역할을 하려고 할 때는 생각을 딱 바꾸셔야 돼요. ‘시간을 조금 더 내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관점을 딱 이쪽으로 옮겨야 돼요. ‘직장생활도 하도록 해주고, 가정생활도 그대로 살도록 해주고도 이렇게 수행자의 길을 열어주니까 고맙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번민이 없습니다.”

“예, 잘 알았습니다.”

“정리를 하세요, 정리를.” (모두 웃음)

“잘 알겠습니다.” (모두 박수)

질문한 거사님은 마음 정리가 싹 되었는지 밝은 얼굴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불교대학에서 중도에 그만두는 사람들을 위해 보완할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법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또 새로운 블루오션인 거사들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마련, 미래세대를 위하여 홀로그램, VR 등을 도입한 콘텐츠 개발, 온라인으로 법문을 검색해주는 인공지능 서버 구축, 작은 법당의 업무 조정에 대한 건의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거사님들의 의견을 좋은 의견이라며 받아주기도 하고, 함께 연구하기도 하고, 수행의 관점도 잡아주었습니다. 계속해서 거사님들의 질문이 끝나지 않았지만 스님은 “오늘 밤은 함께 노는 시간인데 예정된 시간보다 벌써 20분이 지났다”며, “내일 또 이야기하자”고 하며 ‘거사의 밤’을 진행할 수 있도록 법문을 마쳤습니다.

거사의 밤이 시작되자 거사님들은 끼와 재능을 맘껏 펼쳐보였습니다. 색소폰, 댄스, 오카리나, 슈퍼맨 분장, 여장까지 실로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스텝들의 막춤으로 무대는 더 뜨거워지고 금번 수계를 앞둔 행자님들까지 모두 장기 자랑을 선보이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스님도 한 켠에서 흐뭇한 미소와 박수로 함께 했습니다.

마지막은 모두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봉'을 함께 불렀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거사의 밤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거사 활동가 나들이 2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거사님들과 개인 고민을 주제로 즉문즉설 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제4차 평화재단 통일의병대회가 문경새재 유스호스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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