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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결혼을 안 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요.... / 법륜스님의 하루 20170830 해외 즉문즉설 강연(3) 중국 상해

결혼을 안 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요....

2017.8.30 해외 즉문즉설 강연(3) 중국 상해




상해는 지난 2014년 세계 115회 강연때 빠졌던 지역입니다. 그때는 중국전체가 강연을 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종교와 집회의 자유가 우리만큼 자유롭지 못해 스님이 강사로 하는 즉문즉설 강연도 종교와는 무관하지만 종교행사로 취급할 수 있고, 또 50여명만 넘으면 반드시 집회신고를 해야 하는 규정으로 인하여 홍보도 하지 못하고 지인들이 알음알음으로 강연장으로 찾아왔으나 즉문즉설 강연은 성황리에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이 연단에 오르자 상해에서 처음으로 강연을 하는 스님께 참가자들이 힘차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은 상해방문은 두번째이지만 강연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중국에서의 강연은 원불교초청, 그리고 천주교의 초청으로 북경과 천진에서 한번 해보았다고 합니다. 처음 상해에서 강연을 하는 스님께 모두들 큰 박수로 환영하였습니다.

오늘 상해강연에서는 고등학교 여학생의 질문과 함께 다양한 질문이 나왔는데, 조건적으로, 외부적으로 보기에는 행복하고 만족스런 삶인 것 같지만 마음은 허하고 만족스럽지가 못한데 어떻게 하면 만족하고 행복스런 삶을 살 수 있는지 묻는 분, 삶의 무게가 무겁고 내려놓기가 힘든데, 내려놓은 방법을 알고 싶다는 분,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어디에 계시는지 궁금하다는 분 친한 관계에 있던 분이 어떤 이유로 소원한 관계가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 스님의 정열적인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지 묻는 분 등 총 7명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소개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남들처럼 살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대로 살아도 괜찮을까요?’ 입니다. 주변을 보면 ‘남과 비교하지 말고 본인의 삶을 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는 회사를 다니다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 상해에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제 걱정을 많이 한다는 점입니다. 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직장 생활도 오래하고, 나이가 들면서 아이도 낳아 키우고, 그러다보니 만나면 생활비 버는 이야기, 집 사는 이야기 등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결혼도 안 하고 있으니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아서 죄송하고, 남들처럼 사는 게 아니라 제가 바라는 삶을 살고자 하는데 때론 주변에서 보내는 시선들이 힘들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결혼하고 싶은가 봐요? 결혼할 생각이 없으면 그 사람들이 아무리 그런 이야기를 해도 고민이 되지 않습니다.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으니까 그말에 고민이 되기 시작하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그런 말 하지마’라고 그들에게 성질 낼 필요도 없어요.


부모님과 친구들은 나에게 해(害)가 되라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부모님은 부모님 입장에서 나에 대한 애정을 갖고 해주는 말이고 친구들도 친구들 입장에서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에요. 그들 나름대로 나에게 애정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말에 반발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그들의 문제이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 속에 ‘혹시 결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생긴다면, 곧 내 마음 속에 결혼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같은데, 저는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이제와서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하고 있고 또 아직 결혼 계획도 없고 현재는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다보니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제 나이가 많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게 걱정이 되면 결혼하면 되잖아요. 지금 질문자더러 다른 사람들처럼 살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청중 웃음)


그런데 질문자가 고민이 된다는 것은 질문자도 내심 결혼을 하고 싶지만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고, 직장도 계속 다니고 싶지만 계속 다닐만한 직장이 없고, 부모 옆에서 살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된다는 이야기잖아요." (청중 웃음)


“아직 저 스스로 만족할만한 선택을 하지 못해서 두세 번 시도하는 과정을 갖고 있는 것 같고, 또 저 스스로는 이 과정이 괜찮은데 주변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니 불안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건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주변에서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인데, 그럴 때 왜 불안함이 생기나요?”

“…”

"질문을 가만히 들어보면 그 안에 모순이 있어요.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다면서 남들과 다른 데서 불안함을 느낀다는 건 모순이잖아요. 질문자의 말대로라면 어느 날 갑자기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질문자는 거절해야해요. 다른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리는데, 나만 잘 풀리면 불안해서 어떡해요? 어느 날 갑자기 질문자에게 돈이 많이 생겨도 얼른 어디 갖다 주어야 해요. 다른 사람들은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데 나만 돈이 많으면 불안해서 안 되잖아요.” (청중 웃음)

“들어보니 스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보이면 그들처럼 살아가면 돼요. 스님도 지금처럼 살다가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의 삶이 좋아보이면 그들처럼 하면 되는 거예요.

이렇게 그들처럼 살 수 있는 길은 언제나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본인 스스로 그렇게 살고 싶은지 여부예요. 질문자도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을 하고 싶으면 결혼해서 살면 되고, 다른 사람들처럼 직장에 다니고 싶으면 계속 직장에 다니면 돼요. 만약 결혼은 하고 싶은데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했으면, 지금부터 적당한 사람을 찾으면 돼요. 그럴 때 길은 두 가지예요. 내 눈을 조금 낮추어서 결혼을 하든지, 눈을 낮추기 싫으면 ‘끝까지 고!’하는 길이 있어요.

그러니 이 모든 것이 자기의 선택이에요. 그리고 자기가 내린 선택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거예요.



만약 결혼은 하고 싶은데 적당한 남자를 찾지 못했다면 그건 눈이 높다는 이야기예요. 주변에 보면 남자는 많아요. 다만 내가 원하는 남자가 없는 거겠죠. 그러다가 가끔 괜찮은 남자가 있다 싶으면 또 대개 결혼을 한 사람들이에요. 왜냐하면 괜찮은 남자들은 주변에 있는 영리한 여자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아요. (청중 웃음) 이럴 때도 선택은 두 가지예요. 이혼을 한 괜찮은 남자를 구하거나, 아직 아무도 잡아가지 않은 어린 남자를 구하는 거예요. (청중 웃음) 이렇듯 원하는 바가 뚜렷하면 그걸 이루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은 욕심이 많기 때문이에요. 대개 인물도 잘나야 하고,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사회적 지위도 있어야 하고, 나이도 나와 비슷하길 원해요. 그렇게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은 나이가 들도록 혼자있는 경우가 드물잖아요. 그렇게 주변에서 보기 힘든 사람을 찾으려고 하니까 찾기가 어려운 거예요.

이런 고민은 질문자만 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보면 질문자도 이미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다만 눈이 높아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못 찾고 있을 뿐이에요.

질문자가 지금 결혼을 안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안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가도 주변에서 자꾸 결혼 이야기를 꺼내거나 결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면 고민이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또 고민할 거잖아요? 그러니 결혼 할 처지가 되면 하고 처지가 안 되면 안 하는 것이지, 어떤 결심을 한 문제는 아니잖아요?

이렇게 이미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남들과 너무 다르다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네, 감사합니다.”


스님이 총 7분의 질문자와 대화를 마치고 나니 벌써 9시 40분이 되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서 스님은 참가자들께 일일이 책에 사인을 하고 사진도 함께 찍었습니다. 강연을 준비한 한진님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공항으로 서둘러 출발하였습니다.


공항으로 가는길에 한진님이 조계지의 야경이 상해에서 가장 유명하니 한바퀴 둘러보고 가자고 하여 조계지쪽으로 향했습니다.

상하이 조계(租界)는 청나라(이후의 중화민국)에 있었던 외국인이 행정자치권이나 치외법권을 가지고 거주한 조차지를 말하는데1840년 아편 전쟁의 패배로 불평등하게 체결된 난징조약에 의해개항하기로 한 상하이에서 설정된 조차지로 1845년 11월부터 시작하여 1943년 8월까지 약 100년간 상하이의 일부 지역에서 지속된 외국인 통치 특별구입니다. 처음에는 영국, 미국, 프랑스가 각각 조계를 설정하였고, 나중에 유럽 열강의 조계를 정리한 ‘공공 조계’와 프랑스의 ‘프랑스 조계’로 재편되었는데이 두 개의 조계를 상하이 조계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이 상하이 조계지는 서구열강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각나라의 건물양식으로 건축하였기 때문에 서양식 건물들이 눈에 띄게 많아 오늘날 상해의 주요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서양 근대식 건축물 거리인 와이탄(외탄 外?)을 한바퀴 둘러보고 공항으로 갔는데, 중국에서 가장 큰도시 상해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19세기 서구열강의 세력속에서도 건물을 보존하여 지금의 중국으로 웅비하고 있는 중국의 힘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