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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필리핀 민다나오, 협동조합운동은 어떨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

2016.12.7 필리핀 4일째 JTS 민다나오 센터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스님은 JTS 민다나오 센터에서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필리핀JTS 봉사자들과 함께 2017년 사업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후 오후에는 가가얀데오르 라긴딩안 공항을 출발해 저녁에는 마닐라 공항을 거쳐 밤새 비행기를 타고 새벽 4시 2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JTS 민다나오 센터는 키탕글라드 산의 해발 1,100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새벽 6시가 되자 산 너머에서 서서히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센터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했습니다.  



3층으로 지어진 농업지원센터, 올해 3월에 완공한 기숙사 건물, 얼마 전 신축한 중장비 보관소, 몇 몇 건물들이 햇살을 받으며 의젓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전 8시부터 사업논의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스님은 오랜 만에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마침 봉사자 한 분이 뻥튀기 기계가 창고에서 녹슬어 가고 있다며 기계를 들고 나왔습니다. 스님은 어릴 때 보고 들은 실력을 발휘하며 봉사자들과 함께 열심히 뻥튀기 기계를 돌렸습니다. 



나무를 잘라서 넣고 한참을 돌리다 점점 압력이 되면 ‘뻥’하고 터뜨렸습니다. 각기 압력을 달리하여 세 차례를 반복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압력에서 터뜨렸을 때 가장 맛있는지 실험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언제나 연구하는 스님의 모습에 모두들 웃음을 보였습니다. 



열심히 뻥튀기해서 만든 튀밥은 8시부터 시작한 회의에 간식으로 나왔습니다. 회의에서는 2017년 사업 계획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교 건축 추가 요청이 들어온 것을 어떻게 할지, 교사 연수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지, 농장에서 유기질 비료 생산을 어떻게 할지, 마을개발 사업을 어떻게 해나갈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봉사자들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다양한 조언을 해주었는데요. 특히 어제 송코 마을에서 다투(부족장) 미키다이와 협동조합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았다고 하면서 협종조합운동에 대한 스님의 아이디어를 자세히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이곳 민다나오는 농사가 잘 되기 때문에 우리의 새마을 운동과 같은 협동조합을 한번 운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협동조합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 생산자 협동조합, 둘째, 소비자 협동조합, 셋째, 마을금고입니다. 이것을 같이 겸하는 것이 바로 농업 협동조합 운동입니다. 




첫째, 생산자 협동조합은 100명, 200명 정도 되는 주민들 전체가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생산물이 나오면 그것을 한꺼번에 조합에서 구매해서 판매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 소매로 팔면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판매 가격도 많이 떨어지거든요. 여기서 많이 생산되는 고구마, 카사바 등 몇 가지를 갖고 해볼 수가 있겠죠.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는 생산자 협동조합이 별로 필요 없는 이유가 있어요. 중국 등 외국 회사가 들어와서 씨앗도 주고 비료도 주고 그 수확물도 다 가져가 버리니까 주민들에게는 남는 게 별로 없거든요. 돈을 빌릴 때 연이율이 20%인데, 주민들은 1년 동안 농사를 지어도 20% 이상 소득 증산이 안 됩니다. 올해 돈이 없어서 돈을 빌렸다면 1년 지나서 그 돈을 갚으려면 20%를 더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작년보다 올해 소득이 20% 더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빚이 늘어나게 됩니다. 올해 1000페소 빌렸으면 그 다음에는 1500페소를 빌려야 하고, 그 다음에는 2000페소를 빌려야 하고, 이렇게 계속 빚이 늘어나는 거죠. 


그래서 제가 물어본 것은 ‘정부 돈을 싸게 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였는데, 부족들은 정부가 자꾸 간섭을 하니까 원주민들이 독립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고 해요. 


둘째, 소비자 협동조합은, 개별적으로 소매상에 가서 구입하면 비싸게 구매하게 되니까 조합에서 그 물건을 단체가 대량으로 구입해서 마을 판매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훨씬 값싸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죠. 




셋째, 마을금고는 조합원에게 돈을 빌려줄 때 저렴하게 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곳이 연이율 20%라면 마을금고는 10%로 빌려주는 겁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낮은 이율의 자금이 있는데 이건 개인한테는 안 주고 주로 단체에게만 주고, 또 그걸 얻기는 하늘에 별따기라고 합니다. 만약 연이율 8%에 수수료를 2%만 받는 것으로 할 수 있으면 2%를 갖고 금고 운영을 하면 되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농업협동조합을 운영하면, 농민들의 이자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가 있거든요. 주민들이 다 조합원이 되게 하려면 1인당 최소 자금 이상만 내게 하면 되고, 그 이상은 자율적으로 내게 하면 됩니다. 1천 페소를 내든, 5만 페소를 내든, 많이 낸 사람은 그만큼 이익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연 5%의 배당금을 매년 돌려준다면, 많이 낸 사람은 배당을 많이 받게 되는 겁니다. 연이율이 10%라고 할 때 8%는 조합에 남기고 2%는 운영경비로 쓰고, 다시 8% 중에 5%는 개인한테 배정해 주고, 3%는 조합에서 자금 증식을 하는 데에 쓰고,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됩니다. 


여기에 JTS가 더 출자를 해줄 수가 있습니다. 만약 주민들이 100만 페소 자금을 마련하면,  JTS도 100만 페소를 출자해주는 대신에 JTS는 권리 행사를 안 하는 겁니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거죠. JTS가 자금을 낸 만큼 주권 행사를 하는 방법도 있고, 안 하는 방법도 있어요. 


또 다른 방법은 새끼소를 나눠줘서 어미소가 되어 새끼를 낳으면 새끼만 돌려받는 방법도 있고요. 이렇게 농민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조합운동을 하면 단결력이 좀 떨어지는 문제가 있는데, 민다나오처럼 원주민 부족들이 모여사는 곳은 단결력이 있거든요. 물론 주민들이 이걸 운영할 만한 능력이 되는지는 아직 모르기 때문에, 우선 실험을 먼저 해보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힘 닿는 데까지 한번 해봅시다.”


스님의 제안에 필리핀JTS 봉사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연구해 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특히 건축 파트는 사업이 커지니까 이제 더 이상 자원봉사자로만 운영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온 것 같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JTS는 지금까지 월급주는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오직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만 사업을 진행하는 원칙을 갖고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팀을 회사처럼 마련해서 이 사람들이 곳곳을 다니면서 학교 보수도 하고 건축도 하도록 하면 어떤지 검토하면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은 후 마지막으로 스님은 “내년에도 수고해 달라” 고 당부한 후 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잠시 시간을 내어 행복TV 1회 방송을 촬영했습니다. 1회 방송의 주제는 ‘행복’입니다. 스님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지는 페이스북 법륜 스님 페이지를 통해 다음주 중 방송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필리핀JTS 봉사자들 모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1년에 한 두 차례 있는 스님의 방문이 봉사자들에게는 가장 큰 힘과 버팀목이 되나 봅니다. 모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특히 이번 방문 일정에는 김홍진 신부님과 김대선 교무님이 함께 했는데요. 두 분에게 이번 방문 일정의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스님이 하시는 일들을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현장에서 보니 ‘참 많은 일을 하구나’ 깊이 느꼈어요. 앞으로도 세상의 평화를 위해 하나씩 하나씩 일을 완수해 나가시길 기원 드립니다. 저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 김홍진 신부님




“그동안 스님께서 하신 일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니 ‘참 큰일 하신다’ 싶었어요. 특히 교육을 통해서 평화를 실현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현장에서 이뤄진 이런 평화 교육이 어린이들에게 잘 심어진다면 앞으로 민다나오에도 평화가 빨리 찾아오지 않겠나 싶어요. 큰 감동을 받고 돌아갑니다.” - 김대선 교무님


스님, 신부님, 교무님, 종교는 서로 다르지만 평화를 위한 일에는 오랜 세월 함께 뜻을 같이하는 세 분의 모습이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세 분은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벌써 10여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해 오고 계십니다. 


이렇게 3박 4일 간의 필리핀 방문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민다나오 가가얀데오르 라긴딩안 공항에서 비행기가 연착되어 2시간가량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기 했지만, 덕분에 스님은 공항 의자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마닐라 공항에 내려 필리핀JTS 멤버들과 저녁 식사 겸 격려 말씀을 들려준 후 밤 11시 45분 비행기로 한국으로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밤새 비행기 안에서 쪽잠을 주무신 후 새벽 4시 2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제14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이 평화재단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어제 있었던 수밀라오 특수학교 준공식 현장 영상입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함께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