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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법륜 스님 “무슬림 반군(MILF) 지역에 학교를 세우는 이유..


2016.12.5 필리핀 방문 2일째, 따뿌깐(TAPUKAN) 초등학교 준공식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필리핀 민다나오 마간다나오(Maguindanao) 무슬림 반군 본부에서 따뿌깐(TAPUKAN) 초등학교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마닐라 공항에서 아침 9시 1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1시간 50분을 비행하여 11시에 민다나오 노스 코타바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 분쟁의 섬, 필리핀 민다나오


공항에는 필리핀JTS 안병주 사무국장을 비롯해 차량 3대가 마중을 나와 스님 일행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구호물품을 차량에 실은 후 곧바로 준공식이 열리는 마간다나오 픽켈레간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 MILF(모로 이슬람 해방 전선)의 본부가 있는 곳, 마긴다나오


스님은 2002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인연으로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분쟁 해결을 위해 10여 년 간 구호활동을 해오고 있는데요. 민다나오 분쟁 문제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이곳 ‘마긴다나오’입니다. 마긴다나오에는 무슬림 반군 MILF(모로 이슬람 해방 전선)의 본부가 위치해 있습니다. 


스님은 2010년 다물록 군수 로미오 총코(Romeo Tionco)의 소개로 MILF의 부의장 가잘리 자파르(Ghazali Jaaffar)를 처음 만났는데, 그 때 MILF 부의장은 스님에게 민다나오의 평화와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했고, 스님은 원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분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습니다. 그 때부터 맺어진 좋은 관계가 계속 이어져 오늘 드디어 무슬림 반군 본부에 처음으로 초등학교가 지어지게 되었습니다. 



▲ 따뿌깐(TAPUKAN) 초등학교 준공식


픽켈레간 농장에 도착한 스님은 먼저 MILF 부의장을 찾아가 잠깐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MILF 부의장은 스님을 보자마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 후 먼저 사과의 말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준공식이 열리는 오늘까지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MILF 부의장, 가잘리 자파르(Ghazali Jaaffar)


“마음 깊이 환영합니다. 저희 무슬림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신 것은 우리 지역에 더할나위 없이 감사한 일입니다. 이 좋은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 


먼저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도 사람이다 보니까 실수가 생겨서 약속한 날까지 일을 다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단지 신만이 완전할 뿐이죠. 그런 면에서 큰 결례를 범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재까지 못 마친 일들은 가능한 빨리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충분히 그렇게 될 수가 있습니다. 나중에 잘 마무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웃음) 


“학교가 다 지어지게 되면 더욱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이들을 잘 교육하겠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MILF’라고 하면 대부분 겁을 먹고 벌벌 떠는 경우가 많은데, MILF 부의장은 정말 평범한 시골 할아버지처럼 포근한 이미지를 풍겼습니다. 공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거듭 사과하는 모습에서도 진솔한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MILF부의장이 마련한 점심식사를 함께 하면서 스님은 민다나오의 평화협정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평화협정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새 대통령이 약속했습니다. 2017년부터 무슬림에서 11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10명을 추천해서 총 2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서 무슬림 자치 구역을 함께 만들기로 했습니다.”




“경찰은 어떻게 해요?”


“정부에서는 저희가 자체적으로 경찰을 만드는 것을 반대해요. 대신 무슬림 청년들의 일부를 경찰로 포함시켜주고, 여기에 포함되지 못하는 청년들은 농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고, 그렇게 해주면 저희는 정부에 신무기 1만2천개를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새 대통령과 평화협정이 추진되고 있는 중입니다.


또 일본, 중국, 미국에서 외부 투자자들이 들어와서 차를 재배하는 농장을 만들 수 있게 유치하고 있어요. 넓은 땅을 활용해서 농장을 개발하는 거죠. 또 해외에 기술 인력을 보내서 산업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화협정이 잘 추진되기를 기원 드리고, 민다나오의 평화를 염원합니다.” (스님 합장)


스님은 두 손을 모은 후 간절한 마음으로 민다나오의 평화를 염원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평화협정이 추진될 수 있는 토대가 조금씩 마련되고 있는 모습이 무척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픽켈레간 농장에는 곳곳에서 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실탄이 장착된 총을 가까이서 보니 등에 살짝 식은땀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동행한 김홍진 신부님, 김대선 교무님과 함께 총을 든 MILF 군인들과 함께 준공식을 가질 예정인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종교인들이 총을 든 군인과 같이 사진을 찍으려니 좀 그렇네” 라며 “총을 버리자는 뜻이다” 하고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 신부님, 교무님, 총을 든 MILF 군인과 함께


학교가 위치한 술탄 코다랏 시의 시장님이 1시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준공식도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시작됐습니다. 시장님은 축사를 통해 “이 주변에는 학교가 일체 없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무척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라며 스님 일행과 JTS의 도움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또 MILF 부의장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정성스러운 도움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 축사를 하고 있는 술탄 코다랏 시의 시장님


이어서 리본 커팅식을 가졌습니다. 주민들이 ‘원, 투, 쓰리’ 라고 크게 외치자 내빈들 모두가 활짝 웃으며 리본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스님과 JTS 박지나 대표님이 앞으로 나와 MILF 부의장에게 준공 증서를 전달했습니다. 



▲ 리본 컷팅식


마을 주민들은 박수갈채와 환호로 기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두 분의 축사에 응답하기 위해 다음은 스님이 무대에 올라 축하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아이들이 결석하지 않고 학교에 다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부깐(TAPUKAN) 무슬림 초등학교 준공을 축하드립니다. 학교가 이렇게 지어지고 나니까 어때요? 기뻐요?”


“네!” (박수) 


“이렇게 학교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은 MILF 부의장과의 좋은 관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학교가 지어져서 좋아요?”


“네!” 


“학교는 건물만 지어진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학생이 있어야 되고, 선생님이 계셔야 되고, 무엇보다 여러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돼요. 여러분들, 공부 열심히 하시겠어요?”


“네!”


“비가 많이 온다거나, 날씨가 덥다거나, 가족 중에 결혼식을 한다거나, 이런 이유 때문에 학교에 안 오고 그러면 안돼요. 매일 매일 학교에 다녀야 해요. 학교에 한 번도 안 빠지고 오겠다는 사람 손들어 봐요.”


“저요, 저요, 저요.” (모두 다 손을 듬) 




“학부형 여러분들도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일해야 된다거나 결혼식 한다고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고 그러면 안돼요. 약속할 수 있죠?” 


“네!”


“이 아이들이 따뿌칸 무슬림 초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앞으로 무슬림 지역의 훌륭한 리더가 되고, 나아가 필리핀 전체의 큰 일꾼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절대 결석을 하지 않기로 스님과 약속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집과 가까운 곳에 학교가 지어져서 너무 좋다” 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무슬림 식 인사말인 “앗사이 말라이꿈” 하고 외치자 모두가 함박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렇게 필리핀JTS 역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반군 본부에 학교가 지어지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내년 6월에 개교를 하게 되는데요. 매일 5km를 걸어서 학교에 다녀야 했던 80여 명의 아이들과 10살이 다 되도록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80여 명의 아이들까지 총 160여 명이 이 학교에 다니게 될 예정입니다. 학교 이름은 마을이름을 그대로 따서 ‘따뿌깐’ 이라고 지었습니다, ‘숨겨진 땅’ 이란 뜻입니다. 위험으로부터 숨겨지길 바랐던 주민들의 마음이 느껴져 짠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학교에서 아이들이 평화롭게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숨겨진 땅’이란 뜻의 학교 이름, 따뿌깐(TAPUKAN) 기증자 이정민, 이은선


이 학교는 이영미 님께서 돌아가신 남편 이정민 님과 돌아가신 딸 이은선 님, 두 분의 명복을 빌며 기부한 돈으로 지어졌습니다. 이 공덕으로  극락왕생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준공식을 무사히 마친 스님 일행은 다물록으로 출발했습니다. 다물록에는 2012년 JTS가 다물록 시와 협력해서 2년 동안 공사하여 완공한 마카파리 고등학교와 보건소가 있습니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학교 운영 소식을 듣고 있던 차에 스님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곳을 한 번 더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다물록 시는 정부군과 무슬림 반군(MILF) 간의 분쟁으로 인해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되어 사람들이 접근조차 꺼려했고, 외부의 지원이 거의 없어 빈곤이 만연한 곳입니다. 스님은 다물록 시 총코 시장과 인연이 닿은 이후 이곳에 10여 개의 학교를 세우는 등 물심양면으로 애써 왔습니다.



▲ 얼마 전 시장 직을 마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온 총코 다물록 시장. “오늘은 시장이 아니라 JTS 봉사자로 행사에 참여했다” 라며 스님에게 인사했습니다. 


자재 제공은 JTS, 노동력 제공은 마을주민, 기술지원은 지방정부, 정규교사 파견은 교육청이 각각 담당하면서 처음으로 협력 체계에 기반한 사업 방식이 자리잡은 곳이 ‘다물록’입니다. 그 중 가장 큰 프로젝트가 마카파리 고등학교와 보건소 건축이었습니다. 


마카파리 고등학교 교문에는 수업이 끝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학생들이 남아 태극기를 흔들며 스님 일행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 다물록 마카파리 고등학교


올해 1월, JTS는 ‘사랑의 그린 PC 프로젝트’ 라는 이름으로 40대의 컴퓨터를 이 학교에 기증했는데요. 스님은 가장 먼저 컴퓨터 교실을 찾아가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현지 활동가의 말을 빌리면 컴퓨터 교실이 갖춰진 곳은 다물록 시 전체를 통틀어 이곳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 컴퓨터 교실.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철창을 설치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교사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다과를 먹으며 조촐하게 환영 행사를 가졌습니다. 교실 칠판에는 ‘WELCOME’ 이라는 글자가 다양한 색깔의 분필로 예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 학생들이 칠판에 직접 그린 ‘WELCOME’ 메시지. 


교사들이 스님에게 인사 말을 부탁하자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격려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굿 이브닝! 만나서 반갑습니다. 학교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네요. 건물 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학교가 지어진 후 학생 수가 늘어나고, 여러분들이 학교를 잘 꾸며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니까 아주 마음이 기쁩니다. 


교장 선생님 이하 교직원 여러분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또 학생들은 공부한다고 수고들 많고요. 그리고 이곳을 지원해주고 있는 교육계 관계자들, 학부형들도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다음에 이곳을 방문할 때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원합니다. 나날이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스님의 격려에 교사들 모두 박수갈채로 감사한 마음을 표했습니다. 


처음에는 50여 명으로 시작한 학교인데, 현재 학생 수는 357명, 교사는 16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학생 수가 5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그 원인은 JTS가 이 지역에 세운 초등학교가 10여 개 넘다보니 매년 중학교 입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갈수록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어 통학이 힘든 학생들도 많아졌습니다. 내년에는 100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 건축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환영 행사를 준비해 준 교사, 학생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후 학교를 나왔습니다.



▲ 마카파리 고등학교 교사, 학생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다물록 시 보건소를 방문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되었지만 의사 한 분과 간호사 10명은 늦게까지 퇴근하지 않고 스님 일행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 다물록 보건소


각 방마다 어떤 의료 시설이 갖춰져 있는지, 운영 현황은 어떤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현재 매일 80명~100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고, 산후 조리원의 경우 하루에 1명 이상의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 합니다. 이렇게 많은 수요에 비해 의사는 단 1명에 불과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카메라를 비추며 인사말을 부탁하자 간호사들은 보건소가 지어질 수 있게 도움을 준 한국인 후원자들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어색한 한국말로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간호사, 보건소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후 보건소를 나왔습니다. 




마닐라를 출발해 노스 코타바토 공항에 도착, 마긴다나오 초등학교 준공식, 다물록 마카파리 고등학교와 보건소 방문까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참으로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민다나오 부키드논 주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수말라오 군에서 장애인 학교와 기숙사 준공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장애 아동과 학부모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감동적인 사연이 참 많았다고 하는데요. 내일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때에 배워야 합니다. 기아, 질병, 문맹 퇴치를 위한 스님과 JTS의 활동은 내일도 계속됩니다. JTS 활동을 후원하고자 하는 분들은 JTS 홈페이지(www.jts.or.kr)에서 지금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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