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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법륜스님 “동지가 지나도 추운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21일)은 동지(冬至)입니다.


동지는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입니다. 동지 이후에는 다시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데 ‘해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라는 의미에서 세계적으로 동짓날을 ‘태양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 북반구의 많은 나라에서는 해가 다시 길어지는 동지를 설날, 즉 한 해를 시작하는 날로 삼았어요. 그래서 지금도 동지를 ‘작은 설(아세 亞歲)’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기록을 보면 신라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동지가 한 해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려 중기부터 음력으로 설날을 정하면서 동지가 ‘작은 설’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동지에는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가 있어 여러 가지 동지의 전통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동지에는 왜 팥죽을 먹을까요? 옛날에는 역병(疫病)이라고 부른 전염병들이 모두 귀신 때문에 생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는 콜레라, 장티푸스, 천연두 등의 전염병들이 가장 무서운 존재였지요. 그런 역병들이 창궐하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니까 귀신을 쫓는다는 것은 곧 역병을 막는다는 의미였습니다. 


사람들은 귀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색이 붉은색이라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래서 우리 곡식 중에 붉은 빛깔을 띄는 팥으로 죽을 쑤어서 동지 시간에 맞추어 여기저기 뿌리곤 했어요. 이런 전통에는 새해에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지는 24절기 중 하나일 뿐 특별한 명절은 아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명절이라고 하면, 음력 1월 1일을 뜻하는 정초(正初) 혹은 설날과 음력 1월 15일에 정월대보름 그리고 음력 3월 3일(삼월삼짇날), 5월 5일(오월단오), 7월 7일(칠월칠석), 8월 15일(8월 대보름) 등 한 달에 한 번씩 명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절기 가운데서 유일하게 명절이 된 것이 동지입니다.


절기가 민속명절이 되고, 또 그 민속명절이 불교명절까지 된 것은 동지가 유일합니다. 사람들이 동지를 명절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짧아지던 해가 동지를 기준으로 길어진다. 동지는 곧 한 해의 시작이다’라는 묘한 의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행의 관점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 바른 한 생각을 딱 내면, 그 날이 동지입니다. 오늘 마음을 새로 먹고 정진을 시작한다고 오늘부터 당장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도를 해도 오히려 갈수록 더 나빠질 때도 있어요. 그것은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 결과가 나타나고,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는 인연과보(因緣果報)의 원리에 의한 것입니다. 원인은 지금 발생했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한참 후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나타나는 데에는 시차가 있기 마련입니다. 


동지인 오늘부터 해가 점점 길어지면 날씨도 오늘부터 따뜻해져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늘 이후 한 달 정도는 오늘보다 오히려 더 추워집니다. 동지로부터 보름 후에 작은 추위인 소한(小寒)이 찾아오고, 또 보름 후에 큰 추위인 대한(大寒)이 찾아옵니다. 즉, 해는 동짓날이 가장 짧고 이후로는 해는 점점 길어지지만, 가장 추운 날은 그로부터 한 달 후에 찾아온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오늘 동지가 되기까지 지난 몇 개월 동안 해가 짧아져온 과보가 오늘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동지부터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 과보는 한 달 반 후인 입춘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에요. 여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긴 날은 6월 21일 하짓날이지만, 날씨가 가장 더운 날은 7월 말부터 시작해서 8월 중순까지 한 달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진도 마찬가지로 시차가 있습니다. 오늘부터 기도를 하더라도 지금까지 지은 인연의 과보는 나중에 나타납니다. 인연과보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오늘부터 기도를 한다고 당장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좋아질 것이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해가 길어지니 앞으로 아무리 추워져도 이미 봄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드러나는 현실에서는 앞으로 얼마간은 겨울이 오히려 점점 깊어집니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까워온다’는 말이 있듯이, 겨울은 점점 깊어지지만 동지가 지나면 봄은 올 수밖에 없다고 약속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미 봄은 오고야만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행하는 사람의 관점은 이와 같습니다. 오늘 기도를 시작한 사람도 오늘의 기도 공덕이 당장 내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어제까지 저질렀던 어리석음의 과보가 당분간 계속 나타납니다. 이것은 과거의 과보로 나타나는 것이지 오늘 기도를 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지어진 인연의 과보입니다.


오늘부터 기도 정진을 시작하면 그 공덕은 100일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시작한 날이 동짓날이고, 100일이 지나는 날이 입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 시차가 달리 나타날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정진한 후 3년이 지나야 좋아지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에게는 3년 후가 입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가 길어지면 반드시 봄이 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도를 할 때에도 하루나 이틀 해보고 그만두면 안 됩니다. 적어도 100일, 혹은 지은 인연에 따라 적어도 1000일은 해야 합니다.


이렇게 동지의 의미, 동지와 입춘 사이 시간차의 의미를 수행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오랫동안 동지를 전통적인 명절로 여겨왔습니다. 이제 동지를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수행 정진해 보시길 바랍니다.



# “동지 시를 아시나요?” 법륜스님이 알려주는 상식 


 동지는 24절기(節氣) 가운데 하나입니다. 1년 365일을 24개의 구간으로 나눈 24절기는 춘분(春分)부터 시작하는데, 각 절기마다 15일이 조금 넘는 기간이 걸립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음력을 사용해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곡식을 심는 시기와 같이 계절의 기준이 필요할 때는 오래 전부터 태양력을 사용했습니다. 동지는 양력으로는 12월이지만, 음력으로는 11월입니다. 그래서 음력으로 11월은 동짓달, 12월은 섣달이라고 합니다.


태양력을 기준으로 ‘동지’는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입니다. 반대로 1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짧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은 6월에 있는 ‘하지’(夏至)입니다. 그 사이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두 날이 3월의 ‘춘분’과 9월의 ‘추분’(秋分)입니다. 이 네 가지 절기를 기준으로 1년을 네 계절로 나누고, 한 계절을 각각 6개의 절기로 나누어서 1년 전체를 24개의 절기로 나눕니다.


동지 시(冬至 時)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정확히 동지 절기가 시작되는 시간을 ‘동지 시’라고 하는데, 2016년, 올해의 동지 시는 12월 21일 오후 7시 44분입니다.


이 동지 시는 지구와 태양의 상대적 위치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거의 원 궤도를 그리면서 도는데 춘분 시를 시작점인 0도로 하고, 하지 시, 추분 시, 동지 시는 춘분 시로부터 각각 90도, 180도, 270도에 이르는 시각입니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길을 황도(黃道)라고 하고, 황도를 따라 지구가 움직이는 각도를 황경(黃經)이라고 부릅니다. 올해는 21일 오후 7시 44분에 지구가 태양과 이루는 황경이 정확히 270도가 되는 시각이고, 그 때부터 동지가 시작되는 겁니다. 작년에는 동지 시가 12월 22일 오후 1시 48분이었습니다.


지구의 중심축은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 태양빛이 꾸준히 적도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여름에는 북반구를 주로 비추고, 겨울에는 남반구를 주로 비춥니다.


겨울에서 여름이 되는 동안에는 태양빛이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서, 하지 시가 되면 그 최대치인 북위 23.5도까지 올라갑니다. 이것을 흔히 북회귀선(北回歸線)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여름에서 겨울이 되는 동안에는 태양빛이 점차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동지 시가 되면 흔히 남회귀선(南回歸線)이라고 부르는 남위 23.5도까지 내려갑니다. 이렇게 지구를 기준으로 계절에 따라 태양빛이 오르내리며 만드는 각도를 황위(黃緯)라고 합니다.


21일 저녁 7시 44분은 황경이 정확히 270도가 되고, 황위가 남위 23.5도가 되는 시각입니다. 이 말은 곧 저녁 7시 44분까지는 해가 점점 짧아지다가, 그 후로는 해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 공지 : 12월 24일부터 1월 2일까지 법륜스님의 하루는 잠시 쉽니다. 새해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행복한 연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