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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법륜스님 “저는 인생 상담사가 아니에요.”

2016.12.12. 제 8차 천일결사 회향 수련 2일 째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에 이어 문경 수련원에서 제 8차 천일결사 회향 수련이 계속 되었습니다. 어제는 천배를 하며 3년 마무리하는 시간을, 오늘은 다시 3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대중들은 떡과 과일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모둠별로 모여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주제는 ‘행복학교 운영’, ‘정토법당 운영’, ‘SNS 확산’ 세 가지였습니다. 29개의 모둠이 2시간가량 열띤 토론을 마치고 전체가 모여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중들의 갖가지 지혜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님은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며 실험을 해보고 검증된 실험 결과를 각 부문에 적용해서 개선해나가자고 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수련을 마무리하는 회향법문이었습니다. 지난 3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3년을 위해 열띤 토론을 한 대중들에게 스님은 수행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짚었습니다. 



“앞서 모둠토론 발표에서 ‘쌍방향 소통’이라는 문제를 얘기하면서, 저에게 방송국에 가서 인생고민 전화 상담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모두 웃음) 


그럼 제가 인생 상담사가 되겠지요. 그런데 5분이면 끝나는 인생 상담 전화로 과연 부처님의 담마(Dharma)를 전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눈을 마주 보며 대화를 하면 부처님의 담마를 전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역시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사람의 눈을 보고, 얼굴을 보고, 말하는 표정을 보면서 대화를 하면 단지 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무지를 깨우칠 가능성이 높아요. 즉 그 사람이 자기 생각을 돌이켜서 ‘아, 별거 아니네요. 잘 알았습니다’ 이럴 확률이 높습니다. 


전화로 상담하면 그 확률이 떨어집니다. 주로 위로를 해야 하는 전화 상담은 일반적인 인생 상담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인생 상담사가 아니에요. 스님의 본분은 담마를 전하는 것, 즉 사람들이 무지를 깨우쳐서 밝아지도록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과 저 사이에는 ‘여러분들의 관심사에 스님도 관심을 갖고 얘기 한다’라는  큰 오해가 있습니다. 저도 오늘 제 얘기를 여러분께 호소를 좀 해야겠어요. (모두 웃음) 



만약 사람들의 행위를 빅 데이터(Big Data)로 보면 어떨까요? 개미들이 왔다 갔다 하듯이 사람들도 이 집에 들어가서 이 남자 만났다가, 저 집에 들어가서 저 남자 만났다가 왔다 갔다 할 뿐이에요. (모두 웃음) 이 집 시험에 애가 붙으면 저 집 애가 시험에 떨어지고, 저 집 애가 붙으면 이 집 애가 떨어지고, 이 사람이 승진하면 저 사람은 떨어지고, 저 사람이 오르면 이 사람이 떨어지는 거예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바닷가에서 파도 하나, 하나를 보면 일어나고 사라지고,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 같지만 바다 전체로 보면 그냥 물이 출렁, 출렁할 뿐입니다. 그게 정말 일어났다고 좋아하고 사라졌다고 괴로워할 대단한 일일까요? 아닙니다. 그냥 생·멸 하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에요. 


저의 관심은 ‘결혼하느냐, 헤어지느냐’가 아니라 ‘왜 괴롭냐?’라는 겁니다. ‘헤어지는데 왜 괴롭냐? 결혼하는데 왜 즐겁냐?’는 거예요. 헤어지고, 결혼하는 건 여러분들이 알아서 할 일일 뿐입니다. 제가 관심을 갖는 붓다담마는 ‘어떤 경우에도 괴롭지 않는 것’이에요.



우리 정토회 초기 멤버 중 한 분은 딸이 자기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했어요. 이 분이 20층보다 높은 아파트에 살았는데, 우울증에 걸린 딸이 방문을 잠그고 안 나오는 겁니다. 방문을 두드리면서 딸을 불러도 딸이 안 나오니까 문을 억지로 열었는데 딸이 창문 밖으로 확 넘어간 거예요. 어머니가 쫓아가서 딸을 콱 잡았답니다. 늙은 부모가 다 큰 딸의 무게를 이길 수가 없어 그만 딸을 놓쳤어요. 딸이 그렇게 죽었으니 그 충격은 말도 못하겠지요. 


어머니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서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제가 병문안을 갔더니 의사가 ‘주사약이 잘 안 들어간다’라는 겁니다. 정신을 잃었으니까 혈액순환이 잘 안 되서 그런 모양이었어요. 제가 그분 손을 잡았더니 정신이 없는 와중에 눈을 뜨고 ‘아이고, 스님, 오셨어요?’라고 하는 겁니다. 정신이 약간 든 거죠. 


제가 그분 귀에다 대고 조용히 얘기를 했습니다. 그 옆에 다른 분들도 계셨는데 그분들이 듣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요. ‘보살님, 이제 해탈 하셨네요’라고 했어요. 그 때 그분의 얼굴 표정이 밝아지더니 갑자기 주사약이 ‘톡톡톡’ 떨어져서 흘러들어갔습니다. 그 분은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신 분이었어요. 


‘딸이 죽었다’는 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기도 죽을 정도였다가 제 이야기를 듣고 그 생각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자 정신이 돌아온 거예요. 딸이 죽었으니까 이제 모든 게 해결된 거잖아요. 


제가 그런 얘기를 보통사람한테 했다가는 맞아죽었을 거예요. 이런 법문은 서로 담마를 논할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제 말씀을 못 알아들은 분은 저하고 철천지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직 그 관점에 서서 얘기하는 겁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원래의 법을 정확하게 알아야 해요. 이것이 바로 담마의 생명력이고, 수행자가 지켜야 할 엑기스입니다. 이걸 근본으로 하면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이런, 저런 일을 우리가 함께 해 나가야 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은 우리 정토회의 10대 과제 중 첫 번째 과제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 과제가 뭐예요?”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인다.” 

 

“예, 가장 핵심은 담마를 통해서 내가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겁니다. 그걸 ‘수행’이라고 합니다. 모든 일은 수행을 기초로 ‘수행자로서 뭘 할 것이냐’를 연구해야 합니다. 수행자로서 결혼을 해도 좋고, 수행자로서 사업해도 좋고, 수행자로서 뭘 해도 좋다고 하잖아요. 물론 수행자로서 도둑질을 하면 그건 안 되겠지요. (모두 웃음) 



수행자로서 의사가 되면 보통 의사와 다르고, 수행자로서 변호사가 되면 보통 변호사와 다를 겁니다. 첫 번째는 자기가 괴롭지 않을 거고, 두 번째는 돈을 벌더라도 돈이 목적이 아닐 거예요. 법을 집행하더라도 법이 목적이 아닐 거고, 정치를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자유롭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냐’를 우선으로 생각 할 겁니다. 


또 일반적인 윤리는 도덕에 딱 묶여있지만 수행자의 윤리관은 도덕에 묶여있는 게 아닙니다. 도덕이 때로는 사람을 속박하거나 괴롭힐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껍데기만 보고 본질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2,600년의 불교사 속에서 저질러졌던 수많은 오류를 반복하게 될 겁니다. 근본을 지키면서 역량이 확대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근본을 놓치고 확대만 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자선사업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수행자로서 일을 하느냐? 아니면 그냥 자선사업만 하느냐?’ 이게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이 법회 형식을 가지고 행하든, 형식을 버리고 ‘행복센터’라는 이름으로 행하든 그 근본은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인생 상담이나 하고, 친목계나 만들어서 상부상조하는 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에요. 


복지 관련된 일은 앞으로 국가가 전부 책임질 겁니다. 그건 국가가 하도록 우리가 도와주면 됩니다.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갖자’는 건 ‘정부이름으로 하도록 돕자’는 거예요. 우리 정토회가 그런 걸 다 하자는 게 아닙니다. 정부가 할 일은 정부가 하도록 우리가 국민으로서 주장을 할 수가 있는 거니까요. 


수행자로서 가장 중요시 할 것은 첫째, 내가 자유롭고 행복해야 합니다. 둘째, 이 좋은 법을 다른 사람도 배워서 자유과 행복에 도달하도록 전해야 합니다. 셋째, 이 법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도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행복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게 정토입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회향 법문을 듣고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점이라는 것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관점을 잡아주시니 다시 시작하는 3년도 기대가 됩니다.     


이렇게 1박 2일간의 회향 수련이 끝났습니다. 수련 바라지하느라 수고해주신 분들께 뜨거운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사홍서원으로 회향 수련을 모두 마무리하였습니다. 수련을 함께한 대중들이 모두 모여 다함께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겨울 햇살처럼 모두 환한 얼굴이었습니다.



어제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의견 잘 받아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행복메세지로 거듭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