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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시아버지와 시누이 사이가 안 좋아서 머리가 아파요... 2017.8.31 법륜스님 해외 즉문즉설 강연(4) 필리핀 마닐라

시아버지와 시누이 사이가 안 좋아서 머리가 아파요...

2017.8.31 해외 즉문즉설 강연(4) 필리핀 마닐라


강연은 6시에 필리핀 한인천주교회 성김대건 성당에서 있습니다. 강연 전에 성당의 신부님을 잠시 뵙고 인사 드리려고 하였으나 비도 오고 유명한 마닐라의 교통체증을 만나 겨우 강연 시간에 맞춰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안철문 이냐시오신부님, 교목회장님등과 간단히 인사를 하였습니다. 스님은 늦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면서 신부님과 함께 하신 분들께 감사의 선물로 책을 드렸습니다. 오늘 강연은 스님의 마닐라 강연소식을 듣고 한인성당쪽에서 먼저 제안하여 강연장소를 정했다고 합니다.

이어 바로 법륜스님은 연단으로 올라가서 예수님상에 기도하고 참가자들께 늦어 미안하다고 하면서 인사하였습니다.필리핀 강연에는 160여명이 참가하였고 자원봉사자는 20여명 이었습니다.

총 6분이 법륜스님께 질문하였습니다.

이혼을 졸혼이라 하는 요즘 사회 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묻는 분, 세상에 정말 사랑해서 같이 사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은데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묻는 분, 외국에서 오래 살아 아들이 한국군대에 입대를 신청했으나 군대내에서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인분, 한국의 현 안보상황으로 인해 개인의 행복이 위협을 받고 있는 현재 한국과 국제정세에 대한 스님의 의견을 묻는 분, 남편의 행복이 우선인지 본인의 행복이 우선인지 묻는 분 둥 총 6명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질문과 법륜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지금 시누이와 시아버님의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아서 절교한 상태인데, 저희 남편은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와 시누이 사이도 썩 좋지는 않아요. 만나서 얘기는 하는 사이이지만 저희가 여기 필리핀에 살다 보니까 1년에 한 번 한국에 들어갔을 때 만나보는 것이 전부거든요. 그런데 저도 시누들 얘기를 좀 들어보고는 싶어요,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그런데 대화가 안 되다 보니까요...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굉장히 아픕니다. 왜냐하면 지금 아버님이 편찮으셔요. 그래서 제가 1년에 한 번 한국에 들어가던 걸 최근엔 아버님 병원에 가시는 날에 맞춰서 한 달에 한 번 들어가는 걸로 결정이 났어요. 주변에서 다들 ‘한국엔 가족이 없느냐? 왜 이 먼 곳에 있는 네가 한국에 들어가야 되느냐?’ 라고 묻더라고요. 저도 한국에 계신 시누이들이 좀 해결을 해 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제가 들어가게 된 거예요.

남편 입장에서는 자기 가족문제이니까 문제가 해결되어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는 걸 보고 싶어 하는데, 만날 때마다 시누이들, 즉 자기 누나들과 아버님이 계속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괴로워하고, 저는 또 그런 남편을 보면서 남편이 참 안쓰럽고 그렇습니다. 혹시 스님께서 답을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는 그게 고민거리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해결되면 좋은 일이지만 해결 안 된다고 해서 그게 무슨 특별히 걱정할 거리는 아니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지금 필리핀 날씨가 덥잖아요? 그래서 내일 아침에 는 시원했으면 좋겠다 싶지요? 더운 것보다는 시원한 게 나으니까요. 그러나 내일 아침도 오늘처럼 덥다고 한들 그게 꼭 문제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질문자의 고민은 이런 수준입니다. 또 한국 가는 비행기 값이 20만 원 정도 했으면 좋겠다 싶지요? 그러면 물론 좋겠지만, 현재의 비행기 값이 유지된다고 해서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시누이와 아버님의 관계가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건 저도 이해가 되는데, 그러나 그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질문자가 괴로워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글쎄요... 저는 종교가 있으니까 종교의 힘을 받아서 그런지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아직 종교가 없어요. 그래서 힘들어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제가 좀... 어떨 때는 남편이 그 문제를 좀 내려놨으면 좋겠다 싶거든요.”

“질문자는 종교를 가지고 있어서 이 문제를 좀 이겨냈고, 남편은 못 이겨냈다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질문자나 남편이나 같아요. 즉 누나와 아버지의 갈등은, 그건 그들의 갈등이니까 그냥 바라보면 되거든요. 그런데 그 갈등을 보고 남편이 괴로워하는 거나 남편이 괴로워하는 걸 보고 질문자가 괴로워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건시나 곶감이나 오십보 백보이듯이 질문자의 수준이 남편보다 털끝만큼도 나은 게 없어요. 만약 질문자가 ‘시누이와 아버님의 문제를 동생이자 자식인 남편이 어떻게 풀겠어? 풀리면 좋지만 안 풀리면 안 풀리는 대로 살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한다면 질문자가 남편이 괴로워한다고 해서 질문자도 그런 남편을 보고 괴로워한다면 남편이나 질문자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건 남편의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남편이야 자기 가족문제니까 그 문제가 풀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그게 안 풀린다고 남편이 괴로워할 일이 아니듯이, 질문자도 이 문제가 질문자 남편의 문제이니까 그게 풀리면 좋겠지만 안 풀린다고 해서 질문자도 덩달아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표정을 보니 아직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네요.” (모두 웃음)

“예, 어렵네요.”

“날씨가 시원하면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인정을 하는데 날씨가 시원하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일상을 사는데 뭐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는 누구나 다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 그 바람이 안 이루어지면 무슨 인생에 큰 문제라도 생긴 줄 알고 괴로워하지요. 그런데 사실 그 바람이 안 이루어진다고 해서 뭐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다’ 이렇게 다 이해를 할 것 같은데, 남편은 가끔 ‘그 문제를 네가 해결해야 된다’ 라고 하니까요. 왜냐하면 아버님과 저 사이가 원래 안 좋았는데, 지금은 좋아졌거든요. 그래서 남편은 ‘너도 그랬으니까, 누나들과 아버지의 사이도 네가 해결을 해 보라’ 하고 자꾸 종용을 합니다.”

“남편의 그런 요구는 내일 날씨가 시원했으면 좋겠다는 요구와 같은 거예요. 그러나 내일 날씨가 시원하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듯이, 남편이 그렇게 요구하는 게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남편은 그런 요구를 하는 거고, 그렇다고 질문자가 그 요구를 다 들어줄 순 없다는 거예요.”

“제가 그 문제에 대해서 자유로워져야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만약 내일도 날씨가 덥다면 질문자는 어떻게 할 거예요?”

“그냥 견뎌야지요. 더우면 더운 대로.”

“견딜 것까지 있어요?”

“아니면 에어컨을 틀지요, 뭐.”

“그래요. 에어컨을 틀든가 부채질을 하든가 하면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듯이, 남편이 그렇게 징징거리는 건 징징거리는 대로, 애 징징거리는 걸 보듯이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는 거예요. 남편이 질문자한테 해결하라고 한다고 해서 질문자가 ‘내가 해결해야 된다!’ 라고 생각하면 자꾸 질문자의 인생이 남편한테 휘말리는 거예요. 남편한테 ‘그런 말 나한테 하지 마라’고 요구해도 그게 남편에게 휘말리는 거고, 남편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질문자가 ‘내가 그걸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해도 그건 휘말려드는 겁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건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잖아요. 그러나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못하는 일이 있는데, 이건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질문자와 아버님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에 속하지만 시누이와 아버님의 관계를 푸는 건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질문자가 마치 해결할 수 있는 듯이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라는 거예요. 다만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버님이 불평하면 들어주고, 시누이가 불평하면 들어주는 겁니다. 혹여나 질문자가 그들의 관계를 개선해 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반드시 해결해줘야 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예, 감사합니다.”

“내일 날씨가 시원하면 좋다는 건 모두의 바램입니다. 그러나 내일 덥다고 한들 필리핀 날씨가 늘 그런 건데 그걸 갖고 난리 피울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자기 생각대로 해 주기를 원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질문자가 남편이 원하는 일을 다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해 줄 수 있는 일은 해 주고, 못 해 주는 건 못 해 주는 거지요.질문자가 문제해결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 자기 인생만 괴로워지는 거예요.

그러니 해결하라고 하는 남편한테 뭐라고 하면 될까요? 남편이 ‘네가 가서 좀 해결해라’ 그러면 ‘알았습니다’ 하면 되는 거예요. 만나보고 할 얘기가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하면 돼요. 그래서 남편이 ‘좀 해결이 됐나?’ 그러면 ‘노력 중입니다’ 하면 되는 거예요. 그게 뭐 큰일이라고 그래요? (모두 웃음)

남편이 ‘그런데 왜 아직 해결이 안 됐냐?’ 그러면 ‘죄송합니다’ 이러면 되고요. 그걸 질문자가 부담으로 안고 있으면 남편의 병이 질문자에게 전염이 되어서 결국 질문자도 병들게 됩니다. 무책임하라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할 수 없는 건 그냥 두면 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버님이 질문자한테 ‘야, 내일 날씨 좀 시원하게 해라’고 한다고 ‘제가 어떻게 날씨를 시원하게 합니까?’ 하고 성질 낼 필요는 없어요. 그냥 ‘알았습니다’ 하면 돼요. 그런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시원하니까 아버님이 ‘아이고, 네가 애 많이 썼구나’ 하면 ‘예, 감사합니다’하면 되고, ‘아니, 왜 그것도 하나 해결을 못 하느냐?’고 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 거예요. (모두 웃음)

문제를 움켜쥐고 있으면 자기 인생만 피곤해져요. 시누이와 아버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가가 질문자한테 중요한 게 아니고, 질문자가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졌는지가 중요한 거예요. 남편이 질문자에게 요구하는 문제에 대해 이제는 좀 자유로워졌어요?”

“예,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예, 그럼 됐어요.(모두 박수) 남편이 뭐라 그래도 ‘알았습니다. 네, 해 보죠, 뭐.’ 이러고 그냥 가는 거예요. 그리고 그 문제에는 어떤 심리가 깔려 있는지도 알아야 돼요. 아버님을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게 지금은 아들의 일이 됐잖아요. 그런데 시누이와 아버님의 관계가 풀리면 아버님 병원 문제를 누구한테 떠넘길 수 있습니까? 누나들한테 좀 떠넘길 수가 있잖아요. 이게 다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입니다. 말은 형제가 화목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건 작은 부분이고, 관계를 어떻게든 풀어서 자기 좀 편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도 돼요. 왜냐하면 그건 질문자가 한국에 한 달에 한 번 가면 되는 문제이니까요. 앞으로는 한 달에 두 번씩 가세요. 그걸 너무 힘들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한 달에 두 번씩이나 한국에 가면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

“좋은 일이요.”



“예, 좋은 일이잖아요. 그러니 질문자는 아주 효부인 것처럼 하면서 한국에 자주 가면 되는 거예요. 질문자는 아버님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볼 일도 좀 보고 필리핀으로 돌아오면 되잖아요.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저는 요즘 매일 한 도시씩 이동하면서 국경을 넘습니다. 여러분들은 ‘아이고, 어떻게 그렇게 다니느냐?’ 할지 몰라도 저는 매일 국제여행을 다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쩌면 평생 못 할 일인데 저는 45일 동안 지구를 한 바퀴 핑 도는 거예요. 행복은 주어진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일 자체를 바꿀 게 아니라 그런 일이 주어졌다면 그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나에게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괴로움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시누이와 아버님의 관계가 해결되지 않을수록 질문자가 한국에 갈 기회가 늘어나는 거예요. 그러니 질문자가 해결할 수 있더라도 가능하면 해결되는 시점을 늦추세요. 그러다가 재수 없이 해결되면 그건 어쩔 수 없고요.(모두 웃음) 관점을 이렇게 잡으면 인생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중들 앞에서 아직까지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힘든가 봅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문제를 스님앞에 드러내고 대화를 이어가면 질문자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집니다. 2시간의 강연이 이어지는 동안 신부님과 수녀님들께서도 끝까지 스님의 강연을 함께 하였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참석하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한 후 책사인회를 가졌습니다.

책사인 후 법륜스님은 신부님과 잠시 여담을 나누고 참석자들도 책을 사고 함께 떡을 나눠 먹으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스님은 신부님, 봉사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강연이 6시에 시작된 덕분에 오늘은 비교적 빨리 숙소로 돌아와서 내일 일정을 공유하고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묘덕법사님과 정은지 지구장님은 봉사자들과 소감 나누기 시간을 가지고1시간 정도 뒤에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세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