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잠들어 있는 새벽 4시, 안개에 휩싸여 조금은 더 신비롭게 여겨지는 문경정토수련원에서 뭇 중생을 깨우는 청아한 목탁소리가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이 있는 여래원에서부터 저 아래 명상원까지 온 도량에 은은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대웅전에 도착하니 법륜스님은 벌써 명상을 하고 계십니다. 4시 30분이 되자 문경정토수련원에 있는 모든 대중들이 법륜 스님과 함께 경건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예불을 올립니다. INEB 소속 동남아 스님들도 문경정토수련원에 온지 오늘이 7일째이다 보니 한국식 아침 예불에 조금 익숙해진 모양입니다. 함께 108배를 해보는 스님도 보입니다. 조금은 문경생활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새벽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스님은 동남아에서 오신 스님들과 둘러앉아 오분향 예불의 의미와 천일결사기도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부처님으로부터 지금 여기 나에게 이르기까지 부처님 법이 전해져온 얘기와 정토행자들이 매일 아침 한 시간씩 어떤 내용을 가지고 정진을 하는지 설명해주었습니다.

곧 6시 20분부터 문경대중들과 함께 할 아침 발우공양시간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울렸습니다. 서둘러 여래원을 내려와 대강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안개에 휩싸인 문경 정토수련원이 참으로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문경정토수련원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이 곳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발우공양을 하고 대중공사를 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거의 100여명이 스님과 함께 아침 발우 공양하는 모습이 참으로 장엄하고 경건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동남아 스님들은 발우공양을 마치자마자 서울로 출발하여 조계사와 서초동 정토회관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그래서 문경대중들은 스님들께 삼배를 올리고 작지만 의미 있는 선물을 전달해드렸습니다. 스님들과 미얀마와 태국어 통역하신 분들께 법륜 스님과 함께 대웅전 앞에서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선물로 드렸는데 단아한 느낌의 사진이 참 좋았습니다.

대중공사시간에 스님께서는 최근에 만 배를 마치고 새로 입방한 7명의 백일출가생들은 일어나보라고 하면서 만 배를 마친 것에 대해 축하하였습니다.

“만 배하면서 일어났던 마음들을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100일 살 동안 만배할때만큼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그만둬버리고 싶은 마음이 만 배 할 동안 많이 일어났을 텐데 잘 극복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출가한 스님들처럼 마음을 딱 살펴서 100일간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49일 문경 살이에 입방한 4분들이 오늘부터 만 배 정진을 하여 이 분들에게는 만 배를 하는 방법과 함께 격려말씀을 해 주었습니다.

“도저히 못 할 것 같을 때 엎드려보고 안 죽었으면 일어나고 안 죽었으면 다시 엎드리고 하면 됩니다. 더 이상 못하고 가버리고 싶을 때, 염주를 던져버리고 싶을 때 그것을 극복해보세요. 마음이 확 돌아설 때 돌이켜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또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명상수련 등 각종 수련의 바라지로 오신 분들, INEB 일정을 뒷바라지 해주신 봉사자들, 33기 백일출가자, 상근자로 재 입방한 7명, 행자대학원생 2명 등을 일일이 확인하시고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멀리 태평양을 건너서 오신 LA정토회 박명귀 보살님과 배염보살님도 인사를 하였습니다. 스님은 ‘박명귀보살님은 1,2대 LA 정토회 총무님을 역임하였고, 또 LA정토회를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수련장을 구입하셨다’ 하시면서 수련장 공양주를 하신 배염 보살님과 두 분께 감사인사와 함께 환영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는 수행자들이 많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수행문을 매일 아침 읽는데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나로부터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면 불편한 마음이 남을 탓하는 미움이나 원망으로 가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자기 마음이 일어나는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아니면 남을 탓하거나 하면 불만이 생기고 남을 원망하게 되고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면 계율을 어기는 것이 되고 속으로 삭히면 스트레스 받아 괴롭게 되고 이렇게 되면 괴로움이 끝이 없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을 알아차리고 ‘아, 마음이 불편하구나.’ 바로 알아차리고 지켜보고 이 불편함이 나의 카르마, 즉 나의 업식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지 밖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마음은 불편하지만 불만이나 원망으로 가지 않게 되고 참을 것도 없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늘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 해나가야 됩니다. 불편함이 일어나는 가운데서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마음을 고요하게 가져가는 것 이것이 수행입니다.

우리는 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맛보고 몸으로 감촉하고 머리로 생각합니다. 바깥 경계에 부딪쳤을 때, 바깥 경계를 탓하게 되면 경계에 휘둘려 괴로움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자기 마음을 살펴 자기 마음의 반응을 지켜보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날씨에 비유하면 ‘왜 비가 오냐, 더우냐, 추우냐’고 날씨를 탓하는 것은 불평불만일 뿐입니다.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날씨가 추우면 옷을 더 입고, 날씨가 더우면 옷을 하나 벗고 이렇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대응을 해나가면 됩니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하는 이런 것들에 끄달려서 마음이 흥분되면 안 됩니다. 항상 적절히 대응을 해나가면 언제 어느 곳에 가도 여러분들은 늘 마음의 평화를 유지 할 수 있습니다.

만 배하면 힘이 드니까 온갖 분별심이 일어납니다. 그 일어나는 생각에 휘둘려 그것을 절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왜 절을 시키냐, 만 배 시켜서 사람 죽이려고 그러는 것이냐’ 이렇게 온갖 원망심이 일어나는데 ‘아 몸이 피곤하니 내 속에 있는 습관이 이렇게 날뛰구나’ 하고 그것을 살펴가면서 절을 한다면 여러분들은 온갖 분별심이 일어나는 가운데 이겨내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들어와서 사시는 분들도 절에 와서 산다고 다 수행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자기 마음을 늘 살펴서 분별심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분별심으로부터 자유로운것이 수행이지 아무도 나한테 터치 안 해서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은 내가 수행이 되어 편안한 것이 아니라 환경이 주어진 것일 뿐입니다. 여러분들이 일을 하면서 부딪치는 가운데 갖가지 분별이 일어날 때 그것을 자기 마음을 살피게 되면 그런 부딪침 가운데서도 평정심을 유지 할 수 있는 거에요.

요즘 많은 일들이 있어 여러분들이 피곤할 것 같아요. 여러분들 초파일이후로 수련 진행한다고 고생하신 것에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그렇게 일을 해나가는 가운데서 몸은 피곤하고 바쁘지만 마음의 갈등은 일어나지 않아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INEB 스님들이 와서 5일간 머무셨는데 뒷바라지 해주셔서 감사 말씀 드립니다.”

수행을 새로 시작하는 새내기뿐만 아니고 이곳에서 상주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상근수행자들에게도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이어 스님은 백화암으로 내려와 박명귀 보살님과 인사를 했습니다. 부군이셨던 이강준 법사님의 첫 기일을 맞아 수련원을 찾았기 때문에 스님께서 잠깐 인사를 하였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인근에 교육원으로 쓰일 유스호스텔에 들렀습니다. 5년간 건물을 사용하고 있지 않아 물이 새고 곰팡이가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뼈대만 남기고 거의 새로 수리를 해야 할 것 같은 건물이었지만, 조용한 위치에 있어 많은 대중들이 함께 교육을 받을 교육원으로 쓰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방스님들은 대중탕을 이용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비구스님들도 한명씩 샤워장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개인 샤워장이 있는 룸이 11개나 있어 INEB Study Tour나 국제행사를 할 때 숙소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스님도 내년에는 수리해서 이곳을 사용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니, 참가하신 스님께서 내년에 또 와야겠다고 해서 한바탕 웃기도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오늘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방문할 서울 조계사로 이동하였습니다. 일행 모두 대한불교 조계종의 총본산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스님은 조계사의 대웅전과 사리탑등 조계사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대웅전에 가서 남방식으로 잠시 짧게나마 예불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함께 조계사 대웅전에 남방식으로 예불을 올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조계종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총무원 건물로 이동하였습니다. 원래 참석하기로 하였던 주지스님께서는 정진중이라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하였지만 정성스럽고 따뜻한 식사를 준비해주셨습니다. 태국에서 온 비구스님 한분은 겨자소스에 채소를 찍어먹다가 너무 매워 눈물 콧물을 다 흘렸는데 동남아에는 겨자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처음 먹어본 매운 맛에 아주 혼났다고 하였는데 마요네즈인줄 알고 듬뿍 찍었다고 하여 즐거운 시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식사를 마친 스님은 공양주 보살님께 책을 선물로 드리고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동남아 스님들께 인사동에서 구경도 하고 선물도 사보시라고 하면서 저녁에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만나자고 하면서 먼저 평화재단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오후 4시 서울대중이 상주하고 있는 서초 법당에 도착한 INEB 스님들은 짐을 풀고 6시부터 남방식으로 예불을 드린 후, 상주대중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서울 대중대표가 환영인사를 하고 젊은 상근자들이 아카펠라로 환영공연을 했습니다. 수련을 중심으로 하는 문경과 달리 서울에서는 사회활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각 부서에 대한 발표를 하였습니다. 국제구호를 하는 ‘JTS’, 평화운동을 하는 ‘평화재단’, 환경운동을 하는 ‘에코붓다’, 국제 평화운동과 난민지원을 하는 ‘좋은 벗들’, 각종 SNS와 책 등으로 불법을 널리 알리는 ‘콘텐츠사업국’, 불사팀, 행정처의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미얀마에서 오신 스님은 ‘아즈야나마 재단을 설립하여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보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의사가 되기까지 많은 비용이 드는데 그런 의사가 봉사하기가 쉽지 않다. 정토회에 봉사자가 많은 것에 감명받았는데, 이런 문제가 정토회에는 없는가’에 대해 물었습니다. 스님은 물론 있다고 답하시고는, 내일 자세히 답변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부서소개와 더불어 활동가들이 어떻게 정토회를 오게 되었는지, 지금 무슨 일을 하는 지에 대해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INEB 스님들은 특히 활동가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토회에 오게 된 사연도 가지가지였고, 지금 사는 이야기도 다 달랐습니다. 스님의 법문 한마디를 듣고 몇 십 년을 활동하게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님께서 북한 동포를 돕는 모습을 보고 평생을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울며 공동체를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갓 들어온 젊은 활동가부터, 고비 고비를 넘어 중심을 잡고 편안한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도 있었습니다. 통역을 해가며 진행하느라 세 시간 반이 지나서야, 모든 소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스님도 소개하는 내내 함께 하시고 마무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먼저 세 시간 반이나 통역도 하고 사회도 보느라 수고하셨어요. 스님들도 세 시간 반이나 듣는다고 고생하셨어요. 우리 태국, 미얀마 통역사님들도 수고하셨어요. 사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들으려면 한 사람에 한 시간씩은 줘야합니다. 30년 된 사람도 있고 아까 보셨지만 1년 된 사람도 있습니다. 마음이 편해진 사람도 있고, 오늘 나갈까 내일 나갈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럿이 어울려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여기 정토회는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전부 다 수행삼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경에서는 주로 수행을 중심으로 살기 때문에 살기가 쉽고, 서울에서는 세상 사람들하고 늘 만나기 때문에 어지간히 마음 공부가 안되면 번뇌가 늘 생깁니다. 이 문 만 열고 나가면 술집, 음식점 등 향락을 즐기는 것들이 다 모여 있습니다. 그런 한 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질문을 많이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은 늦었으니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발표해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서로 다른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가꾸듯, 정토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행복한 삶과 사회를 일구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경험이 스님들께서 고국으로 돌아가 예쁜 화단을 일구는데 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내일은 INEB 스님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sns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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