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오늘 투표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오전 6시, 가은초등학교에서 기표소의 문을 열자마자 투표를 하고, SNS 구독자들에게 전할 투표 독려 메시지를 촬영했습니다.

“저는 오늘 사전 투표를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투표 하셨어요? 사전 투표는 전국 어디에서나 하실 수 있어요. 사전 투표를 못하시는 분은 6월13일 선거일에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국민의 주권인 소중한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합시다. 꼭 투표하세요.”

그리고 다시 문경수련원으로 돌아오셔서,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동남아 스님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내려온 스님들에게 발우공양을 해보니 어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중국에서 오신 스님은 중국에서는 시식을 한 사람이 대표로 하는데, 여기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시식에 참여하는 것이 인상 깊었고 우아하고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발우공양의 정신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대화를 끝내기에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10시부터 청년들과 문경새재 산책, 즉문즉설 시간이 있어 문경새재로 이동하였습니다.

전국에서 새벽부터 출발한 청년들은 아침 10시경 문경 집결지에 모두 도착했습니다. 전부 100여 명의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스님이 도착하고 입재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바람도 간간이 불어 적당히 좋은 날씨였습니다. 햇볕이 그리 강하지 않아 산책하기에는 더없이 좋았습니다. 스님은 청년들을 반기며 간단하게 일정을 알려주었습니다. 문경새재 제3관문을 지나 제2관문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제1관문으로 내려와 문경 자연생태박물관에서 법문을 듣는 일정이었습니다.

문경새재는 조령으로도 불리는 고갯길로 경상도에서 서울로 통하는 길목입니다. 스님은 문경새재의 유래에 관해서도 설명해주었는데, 고개가 높아서 새도 쉬어간다 하여 새재라고 하기도 한다는 말씀에 문경새재로 향하는 길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청년들은 높은 산을 가야 하는데 요즘 청년들이 잘 걷지를 못한다더라며 높은 산과 둘레길의 타협안으로 고갯길을 선택했는데, 할머니코스라는 말씀에 대중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산책에는 특별한 손님이 있었습니다.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초청으로 한국 정토회를 방문한 동남아스님들도 동행하였습니다. 스님과 청년들 그리고 동남아스님들은 함께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도시와 건물을 벗어나 녹음이 우거진 흙길을 걸으니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은 어느새 날아가고 신선한 공기에 기분까지 맑아지는 듯했습니다.

문경새재 제3관문으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제법 땀을 훔치게 되는 오르막길이었지만 스님의 뒤로 이어지는 청년들의 웃음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어느덧 제3관문인 조령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에서 잠시 휴식하며 동남아스님들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스님은 산길에 익숙하지 않은 동남아스님들을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 시작되었습니다. 제2관문으로 향하는 길은 훨씬 수월했습니다. 그늘인 데다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아주 상쾌했습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스님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산길을 걸으며 수신기를 통해 스님의 말씀을 들었는데 중간 중간 나무와 주변 풍경에 대해서 말씀해주어 문경새재를 좀 더 알아가며 걸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동남아스님 한 분은 스님에게 한국의 국립공원에 관해 물어보기도 했는데 통역을 통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동요도 불러가며 걸으니 어느덧 제2관문인 조곡관에 도착했습니다. 쭉 뻗은 나무들이 울창한 숲속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 서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스님은 걸을 만했냐는 말씀을 건네며 각 지역에서 온 청년들을 살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청년도 있었습니다.

점심공양을 했으니 노래공양 할 사람이 있느냐는 스님의 말씀에 몇 사람이 나와 대중에게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청중은 노래에 목소리 반주를 넣기도 하고 함께 호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숲속이 스님과 청년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다음은 청년들이 동남아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회의 어떤 점이 인상 깊었는지에 대한 질문, 동남아에 청년 불자들이 많은지 그 청년들과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 동남아 지역에서는 목탁소리가 안 들리던데 목탁을 사용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과 조각상에 대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대화는 통역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외국에서 온 스님들과의 대화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미얀마에서 온 한 스님은 정토회의 어떤 점이 인상 깊었냐는 질문에, 설레었다고 하며 미얀마에서 한류문화가 유행인데 한국에서 불교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궁금했고 청년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풍경이 아름다운 제2관문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제1관문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가는 길에 조곡폭포를 만났는데 스님은 사진이 잘 나오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맑은 물가를 내려다보며 고기떼도 구경하고 신임감사가 전임감사와 인수인계를 하던 교귀정에 올라가 풍경도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새재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다며 발 씻는 곳도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어떤 곳은 일부러 돌아가기도 했는데 청년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스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1관문인 주흘관에 도착하고 길을 따라 계속 걸어 문경 생태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내부 프로그램으로 문화행사가 열렸습니다. 여는 공연으로 4명의 청년이 각 한 곡씩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그 실력이 아주 대단했습니다. 대중들도 함께 박수치며 흥겨워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잠시 산란했던 마음을 맑히는 명상을 한 후 청년들이 스님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8명의 청년이 질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삶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 먹고살기가 힘들다는 청년, 불대를 입학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어떤 마음으로 봉사를 해야 되는지 묻는 질문, 사회에 정의가 있는지 모르겠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어진다며 어떻게 살면 좋을지 묻는 질문, 스님의 법호와 법명의 뜻이 궁금하다는 청년, 교사로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라는 질문, 한반도에 평화가 올지 궁금하다는 청년, 일에 대해 집착해서 괴로웠지만 이제는 일에 대한 에너지가 많이 줄어들어 그것이 또 다른 고민이 된다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중 많은 청년들이 인상 깊었다고 말하는 한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보다 나은 제가 되고자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법문을 들었는데, 별로 달라지는 것 같지가 않아요.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얘기를 주변에 해 보니까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수행, 보시, 봉사를 해야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조금 적극적으로 봉사를 해 보기로 마음먹고 지금은 소임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제가 현재 가을불교대학 학생인데, 저 다음에 입학한 봄불교대학의 모둠장을 맡았거든요. 그런데 다른 봉사자들은 ‘내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 무척 기쁘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봉사를 시작한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임하고 그러면서 재미도 느끼고 그랬는데, 지금은 좋은지를 모르겠어요. ‘내가 봉사하는 방법이 잘못된 건가? 왜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나는 좋지가 않지?’ 그래서 어떨 때는 가기도 싫고 그래요. 그래서 어떤 마음으로 봉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제가 이상한 건지, 거기에 대해서 질문 드립니다.”

“질문자가 불교를 공부하는 방법이 잘못 됐어요.”

“아, 그래요?(모두 웃음)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요?”

“지금 질문자는 ‘불교공부를 하면 내가 더 좋아진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고 있잖아요?”

“예, 맞아요.”

“그러니까요. 그건 불교가 아니에요. 관점을 그렇게 잡는 것 자체가 불교가 아니에요. 질문자는 불교라는 이름, 불교라는 용어, 불교라는 형식만 취하고 있을 뿐이지 불교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세속적인 공부를 하고 있는 거예요. ‘불교공부는 좋은 거야. 열심히 하면 더 좋아진다’고 가르치는 게 불교가 아니란 말이에요.”

“아... 그런데 스님의 즉문즉설이나 유튜브 강의를 듣고 나면 ‘아, 맞는 말씀이야!’ 하면서 무척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게 ‘더 나아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꾸준히 하고, 계속하면 나는 더 나아지겠지’ 했는데, 좋아지는 경험을 했는데도 그게 잘못됐다는 건가요?(모두 웃음)”

“예, 지금 ‘관점’이 잘못됐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불교공부를 제대로 하면 ‘내가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래 괜찮은 사람이네’ 하는 걸 발견하게 되는 게 불교 공부예요.”

“아...(모두 웃음) 그런데 저는 제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 그러면 저는 아직...”

“공부가 안 된 거지요.”

“아...”

“제대로 깨달으면 ‘아, 내가 부처구나.’ 이렇게 되는데, 이건 엄청난 일이에요. ‘내가 부처구나’까지는 못 깨달아도 ‘아, 내가 괜찮은 사람이네.’ 이걸 깨달아야 돼요. 이대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야 돼요. 지금보다 키가 더 커야 되는 것도 아니고, 얼굴을 어떻게 고쳐야 되는 것도 아니고, 직장을 구하거나 결혼을 해야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안 하고도, 지금 이대로도 ‘아, 나는 괜찮은 인간이야.’ 이걸 질문자가 아는 것, 그게 불교예요.”

“아...(모두 웃음) 그렇구나.”(모두 웃음)

“현재 질문자가 100인데 질문자를 200으로 만드는 게 불교가 아니에요. 질문자는 현재 100인데 자기가 10인 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노력해서 자신을 100으로 만드는 게 불교가 아니고 ‘알고 봤더니 내가 원래 100이었구나.’ 하고 아는 것, 그게 불교예요. 여러분, 질문자를 한번 봐주세요.(모두 웃음) 키도 괜찮고, 인물도 괜찮죠?”

“(대중들) 예.”

“(대중들) 예뻐요. 엄청 예뻐요.”(모두 웃음)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질문자를 부러워하잖아요.(모두 웃음) 나도 부러워요.(모두 웃음) 질문자의 나이가 부러워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좀 유명하지만 나이도 예순여섯이나 된 늙은이가 낫겠어요? 뭘 모르지만 그래도 20대, 30대인 게 낫겠어요? 나하고 바꿀래요?(모두 웃음) 스님처럼 좀 살다가 죽으면 좋겠어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나이 하나만으로도 이미 스님보다도 장점이 있는 거예요. 질문자는 신체 건강한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좋은 점을 갖고 있는데, 그걸 자기가 모르고 계속 남과 비교해서 ‘얼굴은 누구보다 못 생기고, 키도 누구보다 작고, 말은 김제동 씨보다도 못하고, 뭐는 법륜스님보다 못하다.’ 이렇게 스스로를 하찮게 만들어놓고 살고 있어요. 거기다 자꾸 자신을 더 좋게 하려고 하는데, 그걸 ‘욕심’이라고 해요.

그 욕심을 채우는 게 불교가 아니에요. ‘아, 내가 괜찮은 사람이구나. 내가 지금 이대로 좋은 상태구나.’ 하는 걸 자각하면 질문자의 얼굴이 밝아지고, 당당해지지요. 자기가 비굴하기 때문에 때로는 교만해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면 당당해지고 또 겸손해지지요. 그러면 남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오? 쟤 요새 많이 좋아졌다.’ 질문자 스스로 괜찮은 사람임을 자각하면 남들이 그렇게 말한다는 거예요. 질문자는 자기 공부가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겠어요?”

“예.”

“질문자는 지금 불교도 공부하고, 봉사도 한다면서 그 진수(眞髓)는 모르는 채 욕심을 내세워놓고 불교로 어떻게든 그 욕심을 채우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기 때문에 질문자가 지금 하고 있다는 그 공부는 불법과 거리가 멀다는 거예요.”

“예...”

“질문자는 실제로 괜찮은 사람이니까 남을 돕는 존재인 걸까요? 남한테 도움을 받아야 할 존재인 걸까요?”

“도움을 주는 존재가 돼야 되는데...”

“예, 질문자는 도움을 주는 괜찮은 존재가 되어야지, 왜 도움을 받는 비굴한 존재가 되려고 해요?”

“음...”

“여기 앉아있는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예요. 남을 좀 사랑해 주면 되지, 왜 그렇게 사랑을 얻으려는 거지근성이 많아요?(모두 웃음) 아직 멀쩡한 젊은이들이 왜 벌써부터 거지를 하려고 해요? 누굴 좀 사랑해 주지, 왜 받으려고 해요? 누굴 좀 도와주지, 왜 자꾸 도움을 받으려고 해요? 자꾸 남한테 도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자기가 어떤 사람을 도와줄 때는 어떨 때 도와줍니까? 그 사람이 좀 불쌍해야 도와주잖아요? 그러니까 도움을 구할 때는 자기 존재가 불쌍한 존재로 떨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같은 세상에서 여러분들이 뭐가 못 나서 남한테 도움을 받으려고 해요?”

“음...”

“자기가 괜찮은 존재인데 왜 도움을 받아야 돼요? 도움을 줬으면 줬지요. 그래서 봉사도 하고, 보시도 하자는 것 아니에요? 나는 괜찮은 존재이니까, 나는 누구를 만나든 도움을 주는 존재이니까, 경제적으로 보시를 하든 봉사를 하든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자기가 봉사하고 보시 하면서 자기가 베푸는 존재임을 자각해 나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행위를 먼저 하고 그걸 자각하기도 하고, 자각을 하고 그런 행위를 하기도 하고, 이게 같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거예요. 그런데 일단 억지로라도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다 보면 겸손해지고, 겸손해지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져서 절이 되고 그러는 거지요. ‘어떤 게 먼저다’ 하기보다는 같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거예요.”

“예, 고맙습니다.”(모두 박수)

청년들은 질문자의 이야기가 다 내 이야기 같다며 크게 공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더 많이 질문을 받아야 하는데 제가 얘기가 길어졌네요. 여러분들 한 사람 한 사람 괜찮은 사람인 거 알아야 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조선시대에 태어난 사람에 비하면 지적으로나, 능력으로나 여러 방면으로 낫고 30년 전 사람보다도 나아요. 문제는 여러분들이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해서 그 기준에서 보면 다 부족해요. 그러다 보니 여러분들이 지금 약간 위축되어 살아가고 있어요. 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알았죠? 자기를 하찮게 보지 마세요.

여러분들 어머니는 여러분들 낳고 기뻐했을까요, 안했을까요? 기뻐했죠. 여러분들 공부시킨다고 고생했죠. 여러분들이 그러니까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 다 귀한 자식이라는 말이에요. 자기를 너무 학대하지 마세요. 부모의 기대 때문에 여러분들이 위축되는 것은 부모가 욕심이 많은 거예요.

또 솔직하게 말하면 여러분들 다 귀하기도 하지만 다 그 나물에 그 밥이에요.(모두 웃음) 그런데 여러분들 어머니는 여러분이 굉장한 사람인 줄 알아요. 이 분 어머니한테 물어보면 자기 딸은 엄청 난 줄 알아요.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청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청년들에게 ‘스무 살이 넘으면 부모가 나를 어떻게 키웠든 짐을 벗어버려라. 부모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다’라고 하지요.

그러나 부모님을 괴롭히지는 말아요. 부모님이 나에게 과잉기대를 해서 괴로운 것은 부모님의 문제이므로 그걸 내가 다 채워줄 수는 없어요. 그러나 내가 부모님을 괴롭혀서는 안돼요. 제가 출가를 했는데 부모님을 괴롭힌 건 아니잖아요. 부모님은 제가 출가했다고 괴로워해도 그걸 내가 책임질 수는 없어요.

‘그거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을 하면 제가 절에서 나가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그런 헛된 생각을 하고 있다니까요. 그럼 부모의 종이 되고, 노예가 되는 거예요. 우리는 각자 자기 갈 길을 가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부모에게 돈 달라고 하고, 결혼한 뒤에 이혼해 놓고 아이는 부모한테 맡겨서 키워달라고 하고, 그러는 건 부모를 괴롭히는 거지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결혼을 안 하는 건 부모를 괴롭히는 게 아니에요. 제 말을 이해하셨어요?”

“(대중들) 예.”

“그건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안 했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부모님의 요구 때문에 결혼을 하고 그러지는 말라는 거예요. 내가 하려면 하고, 안 하려면 안 하는 거지, 부모님의 요구 때문에 하지는 말라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부모님이라는 무거운 짐을 덜어야 각자의 인생길이 열리는 거예요. 알았지요?”

“(대중들) 예.”

“자, 자신감을 갖고 좀 웃으면서 삽시다. 알았지요?”

“(대중들) 예.”

“개인의 삶은 그렇게 사시고요, 지금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데, 여기에 여러분들이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습니다. 투표는 다 하셨어요?”

“(대중들) 예.”
“(대중들) 아니오.”

“투표 아직 안 한 사람들, 손 들어봐요... 뭐하는 거예요? 빨리 빨리 해야죠.(모두 웃음) 전 오늘 아침에 했어요. 13일에 어디 놀러가더라도 투표는 꼭 하고 놀러가야 돼요. 알았지요?”

“(대중들) 예.”

“자, 오늘 좋은 시간 됐습니까?”

“(대중들) 예.”(모두 박수)

마지막으로 스님은 청년들에게 자신이 괜찮은 사람임을 알고 자신감을 가지고 웃으면서 살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전하며 단체사진촬영을 끝으로 오늘 청년들과의 ‘명랑한 산책’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바로 문경수련으로 돌아와 INEB 동남아 스님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녁예불 이후에는 문경공동체에 상주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만나는 시간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님께서 INEB 동남아 스님들에게 오늘 문경새재를 걸어서 피곤하지 않은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출발 전에 발이 아프고 피곤하다고 했던 스님도 아주 좋았다고 활짝 웃으셨습니다. 또 오늘 만난 청년들이 밝고 긍정적이라 햇살처럼 느껴졌다며 인상 깊었다고 하셨습니다. 동남아 스님들도 스님께 피곤하지 않은지 물어보자 ‘GOOD(좋아요)’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스님들은 엄지손가락을 들며 ‘아이런 맨(Iron Man : 철인)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으셨습니다. 스님은 본인도 목이 아파 약을 먹고 있다고 대답하시고는 각 스님들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테라밧다 스님들이라고는 하지만 INEB(국제 참여불교 연대) 초청한 스님들이어서인지 유치원, 학교, 스님 교육 등 불교 교육 뿐만 아니라 청년 교육, 마을개발, 지역 보건, 재난 구호 등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사회 실천을 활발히 하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친’이라는 지방에 산사태가 나서 JTS가 구호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현장에 같이 계셨던 스님도 있었습니다.

미얀마에서의 활동을 이야기하다가 미얀마 로힝냐 족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JTS에서 로힝냐족을 지원하려고 하지만 고려해야 될 것이 많아 미얀마 내 지원이 쉽지 않아서 지원할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또 스님은 ‘불교는 소수를 탄압하는 이미지가 아닌데, 사실이 아니더라도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소수인 로힝냐족을 탄압하는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의 비판이 있다. 미얀마의 일반 국민들의 입장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이는 모든 불교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 모두 깊이 있게 고민해야한다’고 하시며 미얀마 스님들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여느 때보다 열 띄게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미얀마 스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지 소수민족이나 종교문제 뿐 아니라 이권문제도 엮여 있었습니다. 스님은 영국 식민지로부터 비롯된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며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INEB 스님들은 고국에서 준비해 온 선물들을 스님에게 드렸습니다.

저녁예불 이후에는 INEB 스님들은 문경대중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INEB 스님들은 대중들이 왜 월급을 받지 않고 정토회에 들어와서 사는지 등 궁금한 점들을 물었고 대중들은 솔직한 답변을 해주어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방현주, 강영수, 조태준, SNS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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