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INEB(국제 참여불교 연대) 초청으로 한국 정토회에 견학을 온 동남아 스님들이 정토회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입니다. 새벽예불, 발우공양을 함께 하고 동남아 스님들과 스텝들의 마지막 날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INEB 스님들과 영어, 태국어, 미얀마어를 통역해준 통역가들에게도 작은 선물을 증정하고 스님께서 마무리 인사를 하였습니다.

“저희 법당이 좁아서 대중들이 살기도 힘든데 귀한 손님 모셔놓고 숙소가 신통찮아서 서울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로 했습니다.(모두 웃음) 앞으로 새로 본부가 지어지면 긴 시간 모셔도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대중들과 스님들 모두 불편한 밤을 지내게 해서 죄송합니다.

대승불교와 소승불교가 같은 불교지만 문화적 차이가 많아서 다른 불교같이 느껴질 수 있는데 차이를 넘어서서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러분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불교를 보시고 저희들도 여러분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함께 대화를 나눈 것이 한국 불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며 여러분들 또한 좀 더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현재 정토회의 여러 활동들은 완성된 것이 아니고 여러 방식으로 실험 중인 단계입니다.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정토회가 하나의 모델이 돼서 인류 문명사에 불교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실험, 거대한 실험에 여러분들이 다 함께 참여하셔서 제안해주시고 경험을 나눠주길 바랍니다. 대중들은 스님들께 인사를 드리는 시간을 갖고 마치겠습니다.”

대중들은 스님들께 삼배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발우 공양 후 INEB 스님들은 어제 소개받았던 각 사회활동 부서들을 직접 둘러보고 10시부터 스님과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전에는 지금까지 일정 중에 나왔던 질문들을 스님께서 총 정리해서 답변해주었습니다.

먼저 마하야나(북방/대승불교)와 테라밧다(남방/소승불교)의 차이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타이를 가는 방향은 그 사람이 서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예로 들어 칠판에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소승 경전과 대승경전, 각각의 장단점을 짚어주셔서 현재를 사는 우리가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은 따르지 말아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 불교가 전 세계로 전파되며 테라밧다(소승), 마하야나(대승), 바즈라야나(금강승)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종교화되고 힌두화 되었는지 알려주었습니다. 부처님은 성별에 관계없이 성불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여성이 전륜성왕, 제석천왕, 브라만, 마왕, 붓다가 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인도의 세계관이 테라밧다에 반영된 것이었습니다. 스님은 부처님 당시에 여성 출가가 허용되지 않았더라도, 변화된 세상에 맞춰 여성 출가를 허용해야 할 상황인데 부처님 당시에 허락된 비구니 제도가 없는 테라밧다를 언급하였습니다.

이어서 불교가 중국으로 전법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선불교에 대해서 알려주었습니다. 선불교는 종교화된 마하야나를 비판하며 수행은 테라밧다처럼 원칙적으로 하되, 중국 사회라는 변화된 상황을 수용하는 데는 마하야나처럼 좀 더 융통성 있게 대응했기 때문에 잘 받아들였습니다. 스님은 불교가 중국을 만났을 때, 인도를 넘어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려주시며, 지금 현재의 불교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불교가 중국으로 건너가서 ‘중국’이라는 새로운 문명에 적응했듯이 지금 우리는 서구 문명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제 불교는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요?

첫째, 불교의 근본정신은 지켜야 합니다. 그것은 곧 테라밧다적 관점을 지켜야 된다는 말과 같아요. 둘째, 현대문명의 핵심은 과학인데 불교가 과학을 수용해야 됩니다. 과학은 곧 합리성을 뜻합니다. 오늘날 기독교가 힘을 잃은 것은 과학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가 과연 과학을 수용하고, 나아가 과학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 이게 핵심과제입니다. 미래에는 무슬림이나 기독교가 불교의 경쟁상대가 아니라 굳이 말한다면 과학이 경쟁상대입니다. 셋째, 불교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상이고, 사회주의는 이 세계가 그물처럼 연관되어 있다는 연관성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상입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불교의 전통 속에 다 들어있어요. 사회주의도 불교의 철학, 즉 연기법 속에 다 들어있습니다. 민주주의 문제를 극복해야 불교가 서구 사회에 들어갈 수 있고, 사회주의 문제를 극복해야 종교가 아닌 담마로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불교의 미래 과제입니다.

그리고 정토회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가 여러분들은 제일 궁금할 거예요. 정토회는 100% 자원봉사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첫째,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둘째, 지속성이 떨어집니다. 이것이 정토회 발전의 가장 큰 장애입니다. 이런 장애들 때문에 방송이나 병원 등 전문적인 기구를 운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기구를 자원봉사자로서 맡아줄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또 한국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시간에 여유 있는 사람들이 없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던 가정주부들이 정토회에서 봉사를 많이 했는데, 그들마저도 지금은 모두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5일 이상 전문적으로 나와서 일할 수 있는 봉사자가 줄고 있습니다.

전문성과 지속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정토회는 일정 정도 발전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토회가 더 빠른 속도로, 더 크게 발전하고자 한다면 결국 전문가를 돈을 주고 ‘고용’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 오직 ‘돈’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그러는 것 자체가 붓다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게 문제입니다. 붓다는 출가하기 전에 당신을 돕던 하인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출가한 뒤로부터 열반에 드실 때까지 붓다는 당신을 시중 들 하인을 둔 적이 없었습니다. 아난다도 같은 수행자로서 붓다를 도운 것이지, 붓다의 하인은 아니었습니다. 정토회를 운영하기 위해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하인을 두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이건 붓다가 간 길을 고수할 것이냐, 포기할 것이냐는 문제이기 때문에 저는 이 문제가 정토회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붓다의 길을 다 포기한 것으로 나옵니다. 과거에 우리나라의 큰 절과 유명한 스님들에게 국가는 땅과 노비를 하사해서 사찰을 유지하도록 도왔습니다. 지금도 한국의 모든 큰 절에서는 노동자를 고용해서 월급을 주고 사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신분제도가 있었으니까 노비를 썼고,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이니까 노동자를 고용한다는 차이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이 문제는 우리가 자본주의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와 상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토회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수행자로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뿐이지, 더 크게,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붓다 담마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게 정토회의 입장입니다.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정토회의 규모가 커지면 이것을 운영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전문가를 고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대중들한테 ‘노동자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건 안 된다. 그러니 고용해서 운영하려면 문을 닫든지 해라. 하지만 고용자 없이 운영할 수 있으면 확대해도 좋다.’ 이렇게 말해 왔습니다.

방송국과 병원을 운영하자는 것도 그동안 이런 원칙 때문에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몇몇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현재까지 진행해 오고는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좀 됩니다. 여기 계신 순영 씨와 그의 남편도 박사인데, 제가 ‘둘 중에 한 사람만 전문가가 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봉사를 하라’고 해서 순영 씨가 이렇게 봉사하고 있는 겁니다.(모두 웃음)

이건 어려운 과제입니다. 저는 ‘내가 살아있는 한은 안 된다. 내가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앞으로 창조적인 방식으로 더 연구가 되어야 할 겁니다. ‘더 크게 확대해야 한다’ 거나 ‘더 빨리 발전시켜야 된다’는 것과 우리의 원칙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원칙을 더 우선시하고 있지만, 그게 안 된다면 정토회는 확대되는 속도를 포기할 것입니다.

사회변화로 인해서 상근 자원활동가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토회는 ‘모자이크 붓다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원활동가’란 어떤 일을 책임지는 사람, ‘상근 자원활동가’란 책임 봉사자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한 사람’이 없다면 일주일을 7일로 나눠서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올 사람 7명을 구합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는 A라는 사람이 나와서 모든 일을 책임지고, 화요일에는 B라는 사람이 나와서 모든 일을 책임지는 식이지요. 이렇게 하려면 첫째, 자기가 담당하기로 한 날은 반드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둘째, 업무에 대해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마치 한 사람이 일하는 것처럼 업무가 자동으로 인수인계되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한 달을 30일로 나눠서 한 달에 하루씩 30명이 나와서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가 있거든요.

정토회의 정규 멤버 자격을 유지하려면 일주일에 2시간 이상 봉사를 해야 합니다. 이건 한 달에 8시간 이상, 즉 하루를 봉사하면 되는 거예요. 이 시스템을 지금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비정기적으로 조금씩 시간을 내는 봉사자들을 교육하고 훈련시켜서 그들을 그물처럼 엮어가지고 큰 그림 하나로, 즉 모자이크 붓다로 만드는 중입니다.

병원 운영 문제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모든 병원이 서로 연결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의사 1명과 간호사 2, 3명이 봉사하는 작은 병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 몇 명도 그들을 도울 수 있겠지요. 그리고 정토회 멤버들 중에는 안과, 치과, 이비인후과 등 각 분야 의사들이 있으니까 그들을 병 연결해서, 일단 환자를 정토회 병원에서 기본적인 체크를 하게 한 후에 정토회 멤버인 의사들과 연결시켜서 그 의사들의 조언을 얻어 치료하게 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환자를 그 병원으로 보낼 수도 있겠죠. 그러면 그 의사는 우리가 자기 병원으로 보내는 사람만 무료로 치료해 주는 겁니다. 다른 환자들은 유료로 치료하고요.

아니면 그 의사들이 정토회 병원에서 순환근무를 하는 방식도 있겠습니다. 또 정토회에서 훈련된 청년 멤버들이 의과대학에 진학해서 의사가 되거나 의사들 중에서 출가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 자원하면 이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겠지요.”

“원격 케어라고 해서 이미 그런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어쨌든 정토회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중들은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정토회의 모토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작지만 우리 모두가 모여 모자이크 붓다가 되어서 붓다 같은 삶을 살자는 거지요. 우리 한 명,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은 작지만 우리가 함께 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예,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은 잔잔했지만, 내용은 혁명적이었습니다. 스님의 말씀 속에 미래로 향하는 옛길들이 펼쳐졌습니다. 과거 선불교가 일어날 때 중국이라는 상황 속에서 융통성은 발휘하되 수행은 원칙적으로 했듯, 새롭고 다양한 실험 가운데 스님께서 얼마나 수행자의 원칙을 지키려고 하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잘 된다는 이야기보다, 안 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연구 해나가는가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봉사자들이 준비한 정성스럽고 맛있는 점심 공양 후 평가서를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테라밧다 스님들은 그간 정이 들어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느꼈던 것들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테라밧다의 스님들이 교리에 대한 법문만 하는 것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주제로 하는 즉문즉설이 좋았다. 무척 쉽게 가르쳐주신다.’,‘지혜와 실천이 같이 있다. 고국으로 돌아가면 사회적인 실천을 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스승님께서 죄수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기 싫었다. 정토회 견학을 통해 그 의미를 깨닫고 어서 돌아가서 마음을 다해 해보고 싶다.’,‘정토회의 봉사자들이 바라는 것도, 보수도 없이 마음을 담아 활동하는 것을 꼭 공유하고 싶다.’, ‘조직적으로 봉사자를 운영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큰스님이라면 의기양양해서 다니는데,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평범한 스님인 줄 알았다. 김치로 그릇을 닦아먹고, 정토회의 화장실도 푸세식이고..(웃음) 견학을 하며 모든 정토회의 활동에 부처님의 법이 담겨있다는 것을 느꼈다.’ 감동적인 이야기들과 더불어 발우공양이 너무 빨라서 힘들었던 이야기, 닦아먹은 김치를 퇴수 통에 버린 이야기 등 재미있는 추억도 나누었습니다.

소감을 나누는 와중에도 스님들은 질문을 했습니다. 공이란 무엇이냐는 태국 스님의 질문에 스님은 물컵의 비유를 들어 끝까지 설명해주었습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영문으로 번역된 스님의 책과 정토회를 견학하는 동안 찍었던 스님들의 사진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법륜 스님에게 감사인사를 드리며 지난 일주일 동안 많은 가르침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1000일+21일 기도 회향 법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5월 22일에 이미 1000일 기도는 회향을 했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6월 12일에 열리기 때문에 스님의 제안으로 이 날까지 기도가 21일 연장되었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21일 간 대중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TV를 시청하며 온 국민이 설레어하고 있을 무렵, 정토회관에 모인 대중들은 1021일간의 기도를 끝내는 마지막 108배 기도를 정성껏 함께 했습니다.

1021일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기도가 계속되었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기적을 이뤄낸 대중들을 위해 스님은 격려말씀과 함께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온 힘을 모아서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보자. 사람의 힘만으로 안 되면 천지신명의 도움을 받자. 불보살의 가피를 입자, 해서 천일동안 쉬지 않고 정진하기로 다짐하고 목탁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들의 염원이 하늘을 감동시키려면 우리 또한 보통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해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밤낮으로, 24시간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목탁을 치면서 우리의 간절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혼자 안 되면 둘이서, 둘이서 안 되면 10명이, 10명이 안 되면 100명이, 100명이 안 되면 1000명이, 이렇게 나누어서라도 우리의 간절한 원을 이루어보자고 했던 거예요.

길다면 긴 시간을 기도해 왔습니다. 기도를 해 보니 어떻든가요? 몸이 안 좋을 때는 그 한 시간이 얼마나 깁니까? 그런데 한 시간도 아니고 하루, 하루도 아니고 1년을, 1년도 아니고 3년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보통의 원으로는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이 일어날 것을 생각하면서, 그런 다급한 마음으로 졸음과 피곤과 나태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여러분들, 애 많이 쓰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난 3년 하고도 21일 동안 기도하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찬사를 보냅니다.(모두 박수)

법당에서 사는 대중들, 오늘부터 목탁소리 안 들어도 되시겠습니다.(모두 웃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셔서 전법에 전념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조금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위기는 극복했는데 마무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이제 정부와 주변국들이 역할을 할 동안 우리는 좀 기다려야겠어요. 일단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오늘을 시발로 해서 좀 풀어진다면 좋겠어요. 이제 정부 차원의 새로운 과제는 무엇일까요? 첫째, 북일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출발은 어떻게 할 것인지, 둘째, 껄끄러운 한일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셋째, 북일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우리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넷째, 변화된 정세에 자칫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을 러시아나 중국을 어떻게 보듬어 함께 갈 것인지, 이런 것들이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정부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좀 기다려야 합니다. 너무 조급하면 안 되고, 지금은 좀 기다려 줘야 될 때입니다.

이렇게 안보 문제는 좀 기다리면 되는데, 북한 주민들의 삶의 고통은 지금 하루도 견딜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북한의 권력자들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주민들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굶어 죽는 것도 우리는 감내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해 왔고, 이제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해냈다’라고 기뻐할지 몰라도,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희생한 북한 주민들의 엄청난 고통, 우리의 눈과 귀에는 보이지도 들리지 않는 그 고통은 지금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크게 희생 중인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이 아닐까요? 우리는 한 달도, 두 달도, 석 달도, 1년도 기다릴 수 있지만 굶주리는 사람, 병든 사람들은 하루도 기다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오늘 천일기도를 회향하면서 ‘국가, 민족, 안보’ 같은 큰 이슈들에 향했던 눈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서 우리와 같은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과 질병, 그들의 아픔을 껴안고 함께 가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우려했던 것들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어요. 그러나 절대로 순조롭게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엎치락뒤치락할 거고, 판이 깨질 고비도 맞겠지만 그럼에도 큰 틀에서 보면 이번 판은 깨지지 않고 갈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눈으로 보되 쉬운 일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예의 주시해 가면서 정세를 살펴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민간 차원에서라도 긴급구호를 지원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한시가 급하니까 우리가 해결해 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시대가 충분히 붕괴되었을 때 새로운 시대는 시작이 됩니다. 지금 우리는 낡은 것들이 얼마나 충분히 붕괴되었습니까? 지난해 촛불 혁명이 촉발되었던 환경을 살펴보세요. 그동안 냉전 구도로 인해서 이익을 본 집단은 여러 부분에서 충분히 부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에 의해서 촛불 혁명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시민들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비판의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새로운 희망이 보입니까? 안보문제, 평화문제는 위기를 극복했지만 경제문제는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할 정도로 개선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더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불만은 이제 경제문제에서 조금씩 터져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경제문제가 개선되지 못하면 남북관계의 진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정부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한 정당의 전리품으로 챙기지 말고, 전 국민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의회의 비준을 받아서 여야 그리고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한 정당이 아닌 ‘전 국민의 남북협력’으로 만들어야 다시는 지난 10년처럼 과거로 되돌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그렇게 되어야 국민들의 국내 문제에 대한 불만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게 돼요. 이제 정부는 남북관계만 풀 게 아니라 국내의 여야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통합, 즉 국민통합에 좀 더 신경을 써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정부에 힘을 보태서 정부가 잘못하면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비판하고, 잘하면 응원도 하면서 도래하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경제적인 어려움, 극심한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은 조금 인내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정부가 해결할 시간을 좀 줘야 해요.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은 인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건 시급히 해결해 줘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경제문제는 굶어 죽는 문제가 아니라 조금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인내하려고 하면 인내할만한 문제이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인내하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합니다.

어쨌든 오늘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를 위한 첫발은 잘 내디뎠으니까 이제 잘 풀리면 평화가 도래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통일의 희망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통일 대한민국’은 지금까지와 달리 미래 100년 동안 희망을 갖고 나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좀 더 희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주셨으면 합니다. 일반 국민들이 나라와 민족을 생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그래도 우리 정토행자 여러분들은 그런 목표를 세우고 마음을 모았고, 또 그게 조금 이루어졌잖아요. 그렇죠?”

(대중들) ”예.”

“그러니 여러분들은 얼마나 대단한 분들입니까. 자부심을 가지셔도 돼요.”

“예.”(모두 박수)

1000일 기도는 이제 끝났고 모두 정말 수고가 많았다는 이야기에 대중 모두가 큰 환호를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안보 문제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은 더욱 심해졌다는 말씀이 가슴 한 켠을 쓰리게 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시청하며 기뻐하던 대중들도 이제는 인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라는 스님의 말씀에 모두가 다시 숙연해졌습니다.

법문이 끝나자 대중들은 다 함께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노래를 힘차게 불렀습니다. 노래만 함께 불렀는데도 통일을 향해 성큼 다가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과 대중 모두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역사적인 사진”이라며 활짝 웃음을 띠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정란희, sns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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