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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늘 부담스러워요." 법륜스님 즉문즉설 2018.4.18. 행복한 대화 부산 남구 편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늘 부담스러워요."

2018.4.18. 행복한 대화 부산 남구 편


오늘 부산 한낮의 온도는 22도를 오를 만큼 더운 봄날이었습니다. 요즘은 일교차가 커서 해 넘어가는 저녁 7시에 바람이 불어 쌀쌀한 기운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세련된 건물이 들어선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의 우뚝 선 모습이 강연을 들으러 오는 청중을 든든하게 맞이할 것 같습니다.

강연장 내부는 봉사자들이 마이크 테스트와 조명 밝기와 실내온도 체크를 진지하게 세심하게 준비했습니다. 강연장 2층 입구 주변에는 봉사자들이 청중들을 밝은 미소로 맞이합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가 나빠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러 오는 청중들의 두 눈과 귀는 초롱초롱하고 가볍고 밝아 보였습니다.

2층 강연장 입구에는 행복학교 홍보를 위해 벽면에 종이꽃으로 장식한 ‘행복학교, 지금 행복하자!’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강연장 내부로 들어서는 청중들에게 봉사자들은 사진 찍기를 권유했습니다. 종이로 만든 화관과 꽃을 머리에 씌우고 손에 들게 하여 청중의 폰으로 사진을 찍어드렸는데 행복한 미소로 자세를 취하였습니다.

한쪽에는 법륜스님께 여쭈어볼 질문을 작성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청중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종이에 글을 적었습니다. 다른 곳에는 행복학교 신청서와 법륜스님께서 쓰신 도서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선착순으로 받은 자리표를 보고 강연장 내부 봉사자들은 청중들의 좌석표를 보고 친절히 자리까지 안내해드렸습니다.

드디어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법륜스님이 등장했습니다. 농사를 짓고 오신 이후라 농사 이야기로 첫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덥습니다. 이런 더운 봄날은 농사짓기에 좋습니다. 이런 봄날 여러분을 만나서 좋습니다. 마음에도 봄이 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해지려면 여유를 가지고 욕심을 그만 부리고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여야 합니다.”

봄날씨처럼 따뜻한 인사말에 이어서 많은 분들이 스님에게 손을 들고 질문했습니다. 총 8명이 질문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말실수를 해서 상처를 주거나 모범이 되지 못할까봐 늘 부담이 된다는 대안학교 선생님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님의 책을 읽고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도 잘 넘겨서 지금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초중고가 다 모여 있는 대안학교에서 선생님 일을 시작했습니다. 중고등학생은 제가 가르치고 초등은 담임처럼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어요. 교과는 국어를 가르치고, 인성 교육은 초등 쪽으로 주로 하고 있어요. 저는 이제 겨우 두 달 됐는데요,

사실 고등학생의 경우는 저랑 나이 차이가 열 살도 안 나는 아이들도 많아요. 저도 많이 부족한데 학교에 가면 모범이 되는 어른으로 보여야 하는 게 언제부터인가 굉장히 부담이 되더라고요.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평소에 하는 말과 행동을 아이들이 항상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강박이 자꾸 생기는 것 같아요. ‘말실수해서 아이들한테 상처주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엄청 하고요. 완벽한 선생님이 되려는 것에 집착이 심한 것 같아요.”

“질문자가 생각하는 자기 수준은 어때요? 대학 다닐 때도 스님 도움 얻고 겨우 졸업하고, 스님 도움 얻어서 겨우 임용고시 지난 질문자 수준이면 선생님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에요, 낮은 수준이에요?” (모두 웃음)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요. 그 부족한 것을 인정하면 아무 부담스러울 게 없죠. 모르는 게 좀 있다고 애들이 지적을 하면 ‘어, 선생님이 좀 부족해서 그래. 아직 초짜라서 그래. 앞으로 1년 지나면 나도 괜찮을 거야.’ 이렇게 얘기하면 돼요. 선생님 말에 대해서 뭐라고 시비를 하면 ‘내가 선생으로서는 아직 초짜라서 그래. 몇 년 지나면 나도 말을 잘 할 거야’ 이렇게 얘기하면 되죠. 스님이 이렇게 여러분들의 질문을 수없이 받을 수 있는 건 스님이 많이 알아서 그럴까요, 모르면 모른다는 말을 능히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까요?”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참 용기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용기가 필요해요? 몰라서 모른다고 하는 데 무슨 용기가 필요해요?” (모두 웃음)

“선생님이 모르면 좀 부끄럽잖아요.”

“선생님이 모를 수도 있죠. 선생님이 어떻게 다 알아요? 질문자도 지금 모르니까 저한테 묻는 거 아니에요?”

“네.” (질문자 웃음)

“그래요. 스님의 장점이 이거예요. 대학교수든 전문가든 수많은 사람을 앞에 두고도 막힘없이 즉문즉설하는 이유가 이거예요. 제가 모르는 걸 딱 물었을 때 저는 ‘아, 그건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얘기한단 말이에요. 조금 전 질문자한테도 제가 의사인 양 이야기하지 않고 ‘어, 그거는 전문의한테 진료를 받으세요’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그러면 애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겁날 게 뭐 있어요? 물으면 ‘어, 그건 모른다’ 이러면 되죠. ‘선생님이 그것도 몰라요 라고 하면 ’선생님도 모를 수 있지, 선생이라고 어떻게 다 알겠니? 그렇게 아는 게 중요하면 구글에서 찾아봐. 너는 선생님이 고작 구글 수준이라고 생각하니’ 이렇게 얘기하면 되죠.

제가 예전에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친 적이 잠시 있었어요. 그때 저는 늘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선생님들이 보통 질문을 잘 안 받아요. 자기 아는 것만 딱 가르치고, 질문 받을까봐 겁이 나서 수업종이 땡 울리면 나가버려요. 그런데 저는 질문을 더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모두 웃음)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아니, 선생님이 모르면 어떡해요?’
‘야, 선생이라고 어떻게 다 알겠냐? 모를 수도 있지!’
‘그럼 우리도 몰라도 돼요?’
‘너는 안 돼.’(모두 웃음)
‘왜 선생님은 되고 우리는 안 돼요?’
‘너는 시험 치러 가니까. 나는 시험 치러 안 가잖아.’(모두 웃음)

선생님은 다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오늘 모르면 알아 와서 내일 가르쳐주면 되요. 그게 뭐가 문제예요? 그렇지만 시험 치러 가는 애는 오늘 시험을 치다가 모르겠다고 덮어놓고 내일 다시 와서 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저는 말이 되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리고 때로는 이렇게 말했어요.

‘어, 그건 몰라도 돼.’
‘왜요?’
‘선생이 모르는데 시험에 나오겠냐?’(모두 큰 웃음과 박수)

그럴 때는 아이들이 선생님을 괴롭히려고 진짜 이상한 걸 어디서 가지고 와서 묻는 경우거든요. 선생님이 모르는 걸 꼬투리 잡아 괴롭히려고요. 그러면 저는 모른다고 해요. 그 말을 듣고 애들이 뭐라고 하면 ‘선생님도 모르는 건데 시험에 안 나온다. 신경 쓰지 마라. 몰라도 돼’ 이렇게 넘어가죠.

그러니까 그게 자연스러워야 해요. 선생님이 왜 다 알아야 해요? 또 인격적으로 완벽한 선생님이 어디 있어요? 저는 지금 나이가 예순 여섯이지만 완벽해지려는 생각도 없고 완벽하다고 생각도 안 하는데, 질문자는 이제 갓 스물 몇 살이면서 완벽해지려고요? 그건 욕심이에요. 꿈 깨요! (모두 웃음)

그러니까 그냥 자유롭게 살아요. 아무리 몰라도 대학까지 나왔는데 중학생보다 모르겠어요? 100퍼센트 아는 건 아니라도 중학생보다는 조금 많이 알 거 아니에요? 그러면 중학생을 가르칠 수 있어요. 저는 아르바이트 하느라 초등학생 때 저학년을 가르치고, 중학생 때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고등학생 때 중학생을 가르쳤어요. 2학년 과정을 거쳤으면 2학년 과정을 못 가르칠 이유가 뭐가 있어요? 초등학생들에게는 질문자가 스승이에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에게는 질문자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고요. 지식은 모를 수도 있어요. 모르면 ‘어, 모르겠는데? 선생님이 연구해 와서 내일 가르쳐줄게’ 이렇게 넘어가세요. 얼굴 벌게지지 말고요. 알았어요?” (모두 웃음)

“네!”

“애들이 놀리면 ‘대학 간다고 다 아는 거 아니야. 너도 한번 가봐라, 실제로 다 알아지는가’라고 하세요.(모두 웃음) 그건 사실이지, 변명하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분들도 대학 나왔다고 다 아는 게 아니잖아요. 잘 몰라요. 제가 물어보면 중학교 수준도 안 돼요.(모두 웃음)

그렇게 그냥 편안하게 얘기하세요. 초등학생한테도 ‘완벽하게’라는 건 없어요.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꿈 깨요. 그냥 대충 해요. 너무 잘 하려면 정신병 걸려요. 그냥 대충 하고 월급 받으면서 사세요. (모두 박수)

그런데 월급 받으면 경상도 말로 ‘밥값’은 해야 해요. 사람이 월급을 받으면서 월급 값도 못 한다거나 밥을 먹으면서 밥값을 못한다고 하면 좀 문제예요. 가끔 선생님 중에서도 밥값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건 문제지만, 밥값만 하면 돼요. 너무 잘 하려고 하면 안 돼요. 페스탈로치 교육론에 나오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는 거예요? 아이고, 그렇게 되려면 힘들어요.

스님도 잘 하려고 노력 안 하니까 이렇게 자유롭게 살지, 여러분들한테 잘 보이려면 엄청나게 노력을 해야 해요. 제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렇게 살아야 해요? 안 그래요? 자유로우려고 승려가 됐지, 속박 받으려고 승려가 된 게 아니잖아요.

다만 선생님이 ‘사람들이 얘기하는 평균 윤리 수준도 안 된다고 하면 그건 문제지요. 대중들은 일반적인 시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요.

질문자는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니까 일반인에 비해서 조금만 나으면 되요. 많이 나으려고 하면 자기가 힘들어서 안 돼요. 편안하게 생활하세요. 그러면서 몇 년 지나면 적응이 돼요. 초짜는 원래 긴장이 됩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가서 편안하게 하세요.”

“내일부터는 ‘법륜 스님께 물어봐!’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 환하게 웃음)

질문자가 환하게 웃자 청중들도 큰 박수로 함께 기뻐했습니다.

이 외에도 7명이 더 질문했습니다. 나아지지 않는 공황장애와 우울감으로 괴롭다는 30대 초반 여성, 결혼을 하고 싶은데 지금 만나는 분이 맞는 상대인지 모르겠다는 30대 남성,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학교 가는 걸 싫어해서 고민이라는 여성, 사로잡히는 게 많은데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남성, 이루어놓은 게 없는 거 같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몰라 그로 인해 우울해지고 방황하게 된다는 30대 여성, 정신적으로 힘들어 여전히 귀에 소리가 들려 괴롭다는 남성, 친정어머니가 치매로 요양병원에 계셔서 힘들다는 여성분 등 다양한 질문을 해주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답하고 나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을 했습니다.

“진리는 재미있고 유익해야 합니다. 재미만 있으면 허전합니다. 재미라는 건 지금이 좋다는 거고 유익하다는 건 나중에도 좋다는 겁니다. 진리라는 건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것입니다.”

강연에 참석한 분들께 소감을 여쭈어보았습니다.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진리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청년들의 질문이 많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걸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봄날의 따스함이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라며 청년들을 위로하는 말을 해준 분도 있었고, “즉문즉설 들을 때마다 느끼지만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한 즉설에 감명을 받습니다. 오늘은 엄중한 한반도 상황을 쉽게 풀어 주시면서 한국인의 행복지수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달라져야 할 점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이 와 닿았습니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해주신 분도 있었고, “큰 자극이 되고 마음 한 모퉁이가 촉촉해져 왔습니다. 곡식을 한 광주리 수확하고 오는 듯 든든하고 알찬 기분이었어요.”라고 차분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친 후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봉사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현대적 감각의 부산국제금융센터라는 공간에 홀로 법복을 입고 있는 스님의 모습이 신기하고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강연을 들으러 오는 청중들은 각양각색으로 홀로 오거나 가족들과 혹은 연인들이 오거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드는 연회장에 온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질문자들의 아픈 질문에 ‘나도 그러한데’라며 함께 탄식하고, 스님의 유쾌하고 명쾌한 답변에는 박수도 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이 스님의 끝인사처럼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았으면 합니다.

내일은 광주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행복한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계속됩니다.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
김형석 김사문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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