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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60대입니다. “남편이 여자 친구에게 문자를 수십 통씩 보냅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2018.4.16. 농사일 & 방송 촬영

“남편이 여자 친구에게 문자를 수십 통씩 보냅니다.”

2018.4.16. 농사일 & 방송 촬영


오늘 스님은 오전에는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방송국에서 온 촬영팀과 함께 녹화 촬영을 했습니다. 어제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특강수련을 마친 후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하룻밤을 잔 스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중들과 함께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6시에 발우공양을 함께 한 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8시가 되어 농사일을 하기 위해 탑곡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시원한 바람도 불고, 농사 짓기에 참 좋은 봄날입니다. 오늘은 밭에 배추, 브루커리, 양배추를 심기로 했습니다. 먼저 모종을 심는 방법에 대해 스님의 설명을 들은 후 행자님들 모두가 곳곳에 흩어져 모종 심기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행자님들과 함께 밭 한켠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동안 한쪽에서는 방송 촬영을 하기 위해 30여 명의 스텝들이 도착해 카메라 위치를 선정하고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집중해서 밭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11시 넘어서야 방송 출연진들이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쟤네들이 오늘 농사일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하며 웃었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방송 촬영은 밤12시가 넘어서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스님은 출연진들과 함께 농사일도 함께 하고, 채소도 뽑고, 즉문즉설도 하고,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촬영장 분위기도 웃음이 넘쳐나고 훈훈했습니다.

오늘 촬영은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즉문즉설 내용을 공개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지난 13일 김해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강연에서 매우 재미있었지만 미처 소개하지 못한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남편이 새로 생긴 친구에게 하루 수십 통의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남편을 용서할 수가 없다는 60대 여성의 고민이었는데요. 스님의 명쾌한 답변을 듣고, 청중도 웃고, 질문자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저는 66살이고, 남편은 68살입니다. 며칠 전 남편의 휴대폰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휴대폰에서 여자 친구의 번호를 보게 되었습니다.(모두 폭소) 5시, 6시, 7시 할 것 없이 남편은 눈만 뜨면 ‘여보야 사랑해, 오늘 날씨가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어’하고 문자를 보낸 것입니다. 평소 저한테도 자상한 남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친구한테는 문자를 하루에 10통, 20통씩 보내고 많이 보내는 날은 30통도 보냈습니다. 여자 친구에게서는 답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보낸 것 같았습니다. 그걸 보고는 제가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면서 가정에도 충실했습니다. 자식은 딸 둘에 아들이 하나 있는데, 저는 오직 남편과 자식들만 바라보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그 문자들을 보고 참을 수 없어서 남편 머리채를 잡아서 한 줌 뽑고 (모두 폭소) 남편이 저한테 맞기도 엄청 많이 맞았습니다. (모두 폭소, 박수) 평소 아내가 남편을 때린다는 뉴스가 나오면 ‘뭐 저런 일이 있을까’했는데 (모두 웃음) 어제는 제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모두 웃음)

평소에는 그리 속 썩이는 일 없이 다복하고 즐겁게 살아왔어요.?저는 회사에 갈 때도 남편한테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배꼽인사를 하고 다녀오고 (모두 웃음) 그렇게 성격도 밝은 편인데 어제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맞으면서도 참았습니다. 어제는 옆에 아들이 있어서 참았던 것인지, 또 저는 옆에 아들이 있으니까 그걸 믿고 머리를 뜯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여자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에 답이 없어서 그런지 최근 약간의 뇌출혈이 와서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았습니다. 저는 가장 화가 나는 게 여자 친구에게 문자를 20통, 30통씩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니까 그 스트레스로 뇌출혈이 온 게 아닌가 싶어서 (모두 폭소) 남편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편이 68세지만 그래도 힘이 남아서 사랑의 메시지도 보내고, 그렇게 기운이 있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게 좋지 않나요?”

“힘은 전혀 없습니다. (모두 폭소와 박수)”

“몸은 어떤지 몰라도 마음이라도 그런 기운이 있는 사람은 잘 없어요. (모두 웃음)”

“그러면 저한테는 아무래도 소홀해지고...”

“결혼생활한 지는 몇 년 됐어요?”

“40년 됐습니다.”

“40년 같이 살았으면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요? 남편이 지루해서 기죽어서 사는 게 나아요, 그래도 응답 없는 여자라도 (모두 웃음) 하나 알게 되어서 기운을 차리고 사는 게 나아요?”

“젊은 시절에 그런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니어서...”

“남편이 친절한 사람이라면서요?”

“네, 어딜 가도 친절해요.”

“그러니까요. 그런 사람은 나만 좋아해요, 남도 좋아해요? (모두 웃음) 질문자가 아주 못 생기고 성질도 더러운 사람을 남편으로 선택했으면, 아무도 안 쳐다보고 내 혼자 차지였을 거예요.”

“네, 아무나보고 ‘예쁘다, 예쁘다’해요.”

“그런 사람하고 사니까 좋았잖아요?”

“젊을 때도 그랬는데 지금에 와서 또 이러니까 용서가 안 돼요.”

“아이고, 욕심이 너무 많아요. (모두 웃음) 나이가 60이 넘었으면 자유롭게 하도록 좀 놔 줘요. 그 사람도 어떻게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살아요? 죽기 전에 다른 사람한테 문자도 조금 보내고 살다 죽을 수 있도록 열어줘요. (모두 웃음)”

“...”

“지금까지 말썽도 별로 안 피우고 잘 살았다면서요?”

“네.”

“40년 동안 그랬으면 앞으로는 조금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열어줘도 괜찮잖아요?”

“그런데 용서가 잘 안 됩니다.”

“질문자가 안 내키면 안 열어줘도 괜찮아요. 대신 질문자에게 어떤 과보가 따르는지는 아셔야 해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남편을 옥죄면 스트레스를 받아 남편이 뇌출혈, 중풍에 걸려서 병상에 누워서 평생 질문자가 그 사람을 간호할 과보가 따릅니다. 남편이 병상에 눕고, 자기는 그런 남편 똥, 오줌 받아내면서 병수발하면 다른 여자는 남편 근처에도 안 옵니다. 이게 나아요, 자기 발로 걸어 다니면서 문자 조금 보내는 남편이 나아요? 둘 중 하나 선택해야 하면 어떤 게 낫겠어요?”

“......(질문자 웃음)”

“다른 여자가 못 오게 하려는 거잖아요. 남편이 병상에 누워있으면 다른 여자가 올래야 올 수가 없어요. 그렇게 해서 남편을 나 혼자 독점하는 게 나아요, 아니면 슬쩍 다른 데 한 눈을 가끔 팔긴 하지만 제 발로 걸어 다니고 제 손으로 밥 먹는 게 나아요?”

“어떻게든 남편을 길들이고 싶습니다.” (모두 웃음)

“그건 불가능해요.(모두 웃음) 벌써 남편에게 징조가 온다면서요? 다른 사람하고 노는 걸 막고, 그럴 때마다 머리를 뜯고 싸우면 그 과보로 남편이 뇌출혈로 병상에 눕습니다. 자기가 그런 걸 전혀 못하도록 막으니까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넘어가는 거예요. 그런데 그냥 자기 하고 싶은대로 놔두면 활기가 생겨요.”

“제 생각에는 다른 여자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으니까 스트레스를 받아서… (모두 폭소)”

“아니에요. 저도 부처님께 지금까지 기도했지만 아직 부처님으로부터 답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모두 웃음과 박수) 그런데도 부처님께서 답을 안 해주신다고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어요. (모두 웃음) 그러니 답을 받지 못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짝사랑에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어요.

그러니 지금 정해야 해요. 남편이 가끔 다른 여자한테 문자를 보내지만 제 발로 걸어 다니고 제 손으로 밥 먹으면서 건강한 게 나아요, 아니면 아예 아무도 못 오게 침대에 누워서 똥오줌도 내가 다 가려줘야 하는 게 나아요?”

“...”

“어떤 게 나아요?”

“문자 보내는 쪽이 낫겠습니다. (모두 폭소와 박수)”

“그러니 지금부터 기도를 이렇게 하셔야 해요. ‘여보, 앞으로는 문자를 보내도 괜찮고, 만나도 괜찮으니까 아프지만 마세요. 건강하세요’ 이렇게 기도하세요.”

“그런데 제가 어떤 여자인지, 언제 만났는지 물어보면 모르쇠로 일관해요.”

“그걸 아는 게 좋아요, 모르는 게 좋아요?”

“그런데 저는 그게 궁금합니다.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는 거죠?”

“네.”

“그런데 그건 모르는 게 좋아요. (모두 웃음) 어쩌면 아예 없을 수도 있어요. (모두 폭소와 박수)”

“남편이 저한테도 없다고 해서, 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었는데 일체 대답이 없어요.”

“그건 모르는 게 좋아요. 그리고 남편이 아내에게 예의가 있기 때문에 말을 안 하는 거예요. 그러니 대답 안 할 때는 신경을 끄고 놔두세요.”

“네.”

“오히려 남편이 문자에 답을 못 받아서 속 끓이면 자기가 가서 등도 두들겨 주고 ‘여보, 편안하게 기다려봐. 그러면 답이 올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모두 웃음) 이렇게 격려 해주면, 계속해서 답이 없을 때 남편이 질문자에게 돌아올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걸 못하게 남편을 막으면 질문자를 더 싫어하게 돼요. 그러니 지금 남편한테 거꾸로 하고 있는 거예요.

문자를 보내더라도 아파서 드러눕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러니 늘 그걸 생각해야 해요. 그래서 기도도 ‘문자 보내도 괜찮고, 데이트해도 괜찮으니까 건강만 하세요’ 이렇게 해야 해요.”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내일은 방송 촬영 2일째 날입니다. 오후 2시까지 촬영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서울 도봉구청에서 서울 시민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준길 조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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