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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아들딸이 결혼을 안 하려고 해서 속이 탑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2018.4.19. 행복한 대화 (광주)

“아들딸이 결혼을 안 하려고 해서 속이 탑니다.”

2018.4.19. 행복한 대화 (광주)

어제 부산 강연이 끝나고 새벽녘에 서울에 도착한 스님은 잠잘 사이도 없이 아침 7시부터 조찬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한반도에 모처럼 찾아온 평화의 봄을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 를 두고 전문가 분들과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자님과의 인터뷰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오늘 강의가 있는 광주로 달려갔습니다.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윤장현 광주시장님 부부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지난 주 광주 시장님 부친께서 돌아가셨는데 강의 일정상으로 문상을 가지 못했는데, 스님은 시장님께 깊은 조의를 표하셨습니다.

오늘 강연은 광주전라지부 행복학교가 주최하여 그간 행복학교를 다녀간 분들과 봉사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강연준비를 함께했습니다.

그 어느 도시의 초록에 비할까 싶은 푸르름으로 정돈된 강연장 주변이 정겹습니다. 광주시민들의 5월 정신이 느껴지는 구도청 근처에 위치한 광주 kt정보센터에는 일상 중에 답답함을 담고 오시는 시민들 모습도 보이고, 어서 스님 뵙고 싶다는 분주함이 느껴지는 상기된 모습들로 입장하는 중이었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텁텁하던 먼지들은 한차례 걸러낸 듯 맑아진 봄날 저녁에, 총 400여 명의 광주시민들이 강연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강연 전 봄날 따스한 기운을 나누기 위해 악기 연주와 노래로 재능을 기부하는 시민들의 감동적인 연주도 행복하기 그지없는 애피타이저가 되고 있었습니다.

한껏 준비하고 오신 듯 모두 스님을 기다려온 마음들이 함께 느껴지는 질문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오늘 강연에는 총 여덟 명이 질문하였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혼기가 꽉 찬 자녀들이 결혼하려고 하지 않아 속상하고 답답하다고 질문하신 분의 사연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딸과 아들이 있는데 나이가 많이 찼어도 결혼할 생각을 아예 안 해요. 제가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봐도 잘 안 통하더라고요. 그나마 조금은 발전해서 ‘결혼 안 한다’는 소리는 이제 안 하는데, 그럼에도 결혼하려는 생각을 안 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결혼을 시켜볼 방법이 없나 해서 질문 드려봅니다.” (질문자 웃음)

“그건 자기 욕인데요.”

“예, 제 욕심인 줄은 알아요.”

“아니, 욕심이 아니라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를 욕하는 거라고요. 애들이 왜 결혼을 안 하려고 할까요?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 사는 걸 보니 별로여서 그래요.(모두 웃음) 결혼 생활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나는 저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이런 게 무의식 세계에 있어서 그래요. 그건 질문자가 좀 반성을 해야 해요.”

“저는 나름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애들은 그게 아니었나 보네요.” (질문자 웃음)

“그러니까 애들 걱정은 하지 말고 지금부터 부부가 더 진하게 살아요. 딸이랑 아들이라고 했죠?”

“예, 위가 딸이고 아래가 아들이에요.”

“딸은 자기 남자가 따로 있고 아들도 자기 여자가 따로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건 신경 쓰지 말고, 나이 든 여자가 자꾸 옆에 가서 얼쩡거리지 마세요. 질문자는 자기 남자나 잘 챙기세요. 두 부부가 아주 사이좋게 살면 애들이 ‘어, 결혼 한번 해볼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자녀들의 결혼문제에 대해서는 신경 끄라는 말이에요. 남의 여자, 남의 남자를 두고 자꾸 신경 쓰지 말고 누굴 챙기라고요?”

“남편 챙기라고요.” (질문자 웃음)

“내 남자를 챙기라고요. 그걸 잘 챙기면 오히려 질문자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데 도움이 되지만 자식들한테 자꾸 신경을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요. 자식들은 좀 더 혼자 살아도 될까요, 안 될까요?”

“네, 그런데 제 욕심인 줄은 알지만 그래도 나이 더 먹기 전에 보내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잘 안 돼서요.”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왜 엄마가 끼어들어요? 그러면 과잉보호예요.

지금 유럽을 보면 통계가 이래요. 아이를 안 낳는 사람도 많지만 유럽 전체에서 아이를 낳은 사람들 중에서 혼인신고를 해서 결혼한 사람이 낳은 아이보다 혼인신고 없이 동거를 하든 혼자서 키우는 아이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나라가 10개국이래요. 개중 제일 많은 나라는 69퍼센트에 달하고요. 우리가 잘 아는 프랑스는 60퍼센트예요. 프랑스는 전체적으로 보면 같이 사는 사람들 중 혼인신고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이 반반입니다. 동거하는 사람이 대통령까지 된 나라잖아요. 이런 변화는 세상의 결혼 방식이 자꾸 바뀌어간다는 것을 말해요.

우리도 할아버지 세대만 해도 대가족 제도였잖아요. 할아버지 밑에 형제들이 살고 그 밑에 또 손자들이 사는 대가족 제도였다가 우리 세대가 어릴 때인 5-60년 전에는 부모하고 자식이 중심이 되어 사는 형태로 바뀌었어요. 그렇게 소가족 제도로 바뀌었다가 주로 부부만 살거나 애 하나인 핵가족 제도가 됐고요. 그러다가 요즘은 ‘혼밥 시대’라고 해요. 혼자서 밥 먹는 시대예요. 세상이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어요.

그러니 질문자가 살던 시대만 생각하고 자꾸 얘기하면 안 돼요. 저희 어머니도 제가 사는 방식을 보고 그러실 거예요. 여러분들이 볼 때 제가 지금 살아 가는 길이 괜찮아요, 안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지금 제 모습을 보면 안 괜찮다고 하실 거예요. 또 저희 아버님은 저더러 자꾸 하시는 말씀이, 저 풀도 씨를 남긴다는 거예요. 그런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씨를 안 남기면 그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거예요. 관점이 이래요. 옆에서 ‘스님은 훌륭하고 제자들도 많아서 아들딸들이 부럽지 않다’ 라고 얘기하니까 ‘그건 다 쭉정이다!’ 이래요.(모두 웃음)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사물을 보는 안목이 그렇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아버님이 뭐라 뭐라 하시는 앞에서 제가 뭐라고 변명해봐야 안 먹혀요. 그래서 ‘알겠습니다, 아버님. 잘 알았습니다’ 이렇게 넘어가는 거죠.

그래서 스무 살 전에는 나를 위하는 최고의 은혜로운 사람이 부모고, 스무 살 넘어서는 나를 최고로 나쁘게 만드는 사람이 부모일 수 있어요. 질문자도 이미 자녀를 최고로 나쁘게 만들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질문자 스스로 알아야 해요. 질문자가 잔소리를 할수록 자식이 나빠진다 이 말이에요. 부처님도 애 하나 낳아놓고 출가하셨는데 말리는 부모 말 듣는다고 집에 있었으면 부처가 됐을까요, 안 됐을까요? 부처가 못 되게 만들었다면 그보다 더 원수가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 질문자가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제가 동조할 것 같아요? (모두 웃음) 그러니 질문자도 그런 걸 끊어야 합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우리 아들은 따로 어딘가에 여자가 있을 테니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알아서 잘 살 것이고, 우리 딸도 제 남자 있을 거니까 알아서 잘 살 거라고 생각하세요. 동거를 하든지 연애를 하든지 외국에 나가 결혼하든지, 그것은 스무 살이 넘은 사람에게는 자유예요. 항상 엄마는 자식이 뭘 물으면 ‘엄마는 네 편이다. 네가 결정하면 엄마는 전적으로 지지한다. 나는 우리 아들, 우리 딸을 믿는다’ 이렇게 격려를 해줘야죠. 천하가 못 믿어도 부모는 자식을 믿어줘야 해요.

딸이 와가지고 ‘엄마, 이 남자 어때?’ 이래도 ‘아이고, 그건 네가 결정해야지. 엄마가 어떻게 알아?’라고 하세요. ‘아이, 그래도 엄마가 좀 봐줘’라고 해도 ‘아이고, 엄마는 모른다’라고 하고, 또 ‘엄마, 좀 봐줘’ 이러면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내가 남자를 그렇게 잘 보면 내가 너희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났겠니?’ (모두 웃음)

이렇게 딱 끊어줘야 한다는 말이에요. 나는 남자 볼 줄 모른다는 뜻이에요. ‘내 남자도 내가 잘 못 보는데 내가 어떻게 남의 남자를 보겠냐?’라고 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 딱 끊어서 자기 인생을 자기가 살도록 도와주는 게 진정한 부모예요. 어릴 때는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게 부모의 사랑이고, 크면 냉정하게 정을 끊어주는 게 부모의 사랑입니다. 그걸 질문자가 해야 해요. 다른 사람이 뭐라 그러든 질문자는 자식이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엄마는 너를 믿기 때문에 네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건 무조건 지지한다’라고 해줘야지, ‘언제 장가갈래? 언제 시집갈래?’ 이러면 안 돼요.

젊은이들이 명절에 집에 안 가려는 요인 1위가 뭔지 알아요? ‘언제 결혼할래?’ 이거에 대한 압박이 제일 집에 가기 싫은 이유예요. 그래서 부모가 애를 낳아서 키워서 대학까지 보내놨는데 그 애들이 부모의 잔소리 때문에 절로 오기도 합니다. 절에 오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08배 기도하도록 시키고 막 허드렛일을 시켜도 백일출가한 청년들이 다 마다않고 잘 하고 살아요. 제가 다 못 받아줘서 그렇지, 먹는 음식도 안 좋고 잠자리도 안 좋고 고생하는데도 여기 들어와서 그렇게 사는 사람이 많아요.

이유가 뭘까요? 여기는 잔소리를 안 하거든요. 그런데 집에서는 편한 잠자리며 온갖 걸 다해줘도 부모가 잔소리를 하는 거예요. 스무 살이 넘었으면 어른 취급을 해줘야 하는데 여전히 애 취급을 한다는 거예요.

오늘부터 가서 아이들한테 딱 경어를 써야 해요. 어른으로 대우하세요. 지금까지는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였지만 스무 살이 넘으면 성인과 성인의 일대일 관계로 이렇게 관계를 맺어줘야 해요. 엄마가 이렇게 어른으로 인정해줘야 자식이 밖에 나가서도 자존감이 있고 어른이 되는 거예요. 엄마가 늘 잔소리하고 어린애 취급하면서 매사에 어쩌고저쩌고 간섭하면 자식이 잘 되기 힘들어요. 자기 엄마도 못 믿어주는 사람이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존경받겠어요?”

“예,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은 마지막으로 진리의 길은 재미도 있고 유익해야 한다 하셨습니다. 자주 해주시는 말씀이 더욱 깊게 스미는 시간이었네요. 잠시 잠깐이 아닌, 지속가능한 행복을 누리시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말 지혜를 증득해 실천해가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함도 감사히 전해 들었습니다.

오늘 강연을 마치고 질문하신 분께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딸과 아들의 입장에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어서, 그간의 답답함이 얼마나 내 위주이고 이기적인 마음이었는지를 알게 해주셨습니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이제 지켜보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오늘 스님께서 상세히 전해주신 지혜를 가정에서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자녀들의 삶도 내 삶도 각자의 것이고 행복해야 함을 가슴 깊이 새기고 갑니다.”

질문자의 표정이 질문할 떄와는 다르게 편안한 표정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7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친정엄마와 두 언니와 함께 살아왔는데, 지난해 둘째 언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엄마도 큰언니도 힘들어하신다며 가족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행복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묻는 분, 친구들과 잘 놀고 와도 공허하고 외모에 대한 피해의식도 심하다며 마음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묻는 분, 집에 있을 때 외에는 길을 걷다가도 긴장이 되어서 요즘 기도를 하고 있는데 기도하면서도 집중이 잘 안 된다며 방법을 알고 싶다고 하신 분, 여동생의 조카를 키우고 있는데 조카의 아빠가 나타나서 한 번씩 아이의 마음을 흔들고 가는 게 불편하다며 지혜를 구하신 분, 정답이 없는 삶이라고 하는데 스님께서는 그런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싶다고 하신 분, 한번 인연 맺으면 상처를 주지 않으려 나름 그 관계를 잘 지켜내는데 사업하면서 새로운 물건을 취하는 일과 원래 인연 맺어온 곳과 물건 거래를 지속하는 가운데에서 혼돈이 된다며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다고 하신 분, 행복학교에 다니며 부쩍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없는지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하신 분까지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책 사인회를 마치고 봉사자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오늘 질문자의 인사말에 힘주어 전하신 스님의 말씀이 저는 내내 다시 곱씹어졌습니다. 어느 질문자께서, 오늘 직장이 쉬는 날이어서 스님 뵈러 올 수 있으니 너무 좋았다고 하셨는데요. 스님께서 직장이 쉬지 않아도 직장에 휴가를 내고 강연에 올 수 있을 정도로 인생의 주인이 되라고, 적극적으로 내 행복을 위해 그 정도는 해주라고, 웃으며 말씀해주시는데 아! 그래! 하는 울림이 깊고도 잔잔하게 남았습니다. 내 행복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나부터 행복해야 주변도 돌볼 수 있고 이 행복 전할 수 있겠다 다시 느끼게 해주신 스님께 정말 두 손 모아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문수미, 최종열,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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