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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온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즉문즉설 45화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온다

 

안녕하세요. 이번 주 금요일, 12월 22일은 동지입니다.

동지는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로 봄을 기다리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재앙을 쫓는 기도를 하는 날이지요.


반대로 낮이 가장 긴 때가 하지인데 6월 22일쯤입니다. 그리고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을 때가 춘분과 추분 입니다. 해가 짧다가 길어지는 쪽으로 가면서 낮밤의 길이가 같아 지는 날이 춘분이고 해가 길다가 짧아지면서 낮밤의 길이가 같아 지는 날이 추분입니다.


그럼 왜 하지나 춘분, 추분 기도는 없는데 동지 기도만 있을까요? 또 마찬가지로 입하도 있고 입추도 있고 입동도 있는데 입춘 기도만 있을까요? 이것은 이들 절기의 의미가 수행의 원리와 같기 때문입니다.


해가 길어지면 날이 따뜻해지고 해가 짧아지면 날이 점점 추워지는 것은 인연과보입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는 법이지요. 그런데 원인과 결과 사이에는 시차가 있습니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원인이 있고 결과가 한참 있다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가 가장 길 때는 6월 22일 무렵의 하지입니다. 하지만 하지 때 날씨가 가장 덥지는 않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나야 날이 가장 덥습니다. 해의 길이와 날씨 사이에 약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해가 가장 짧을 때인 동지와 날씨가 가장 추운 시기도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있습니다. 그래서 동지가 지나 오늘부터 해가 길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날씨는 계속 추워집니다.


이렇게 동지가 지나서도 날이 점점 더 추워지는 건 해가 점점 짧아져서 추워지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짧아져 왔던 그 결과가 한달 후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기에 가장 추울 때가 소한, 대한입니다. 동지로부터 한 달 후쯤이 대한인데 그때가 가장 추울 때지요.


그런데 이 원리를 모르는 사람은 이 추위가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자연의 원리를 아는 사람은 동지를 분기점으로 그 다음 날부터는 이미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오늘부터 해가 길어지니 봄은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우리 인생의 원리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원리를 아는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리 삶이 고통스러웠다 해도 지금부터 발심을 해서 정진하면 반드시 행복해진다는 걸 압니다. 아직 날이 춥지만 봄은 온다는 것을 알지요. 내가 지금 성불의 길, 자유의 길로 가고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그걸 모르는 사람은 정진을 해도 좋아지기는커녕 나쁜 일이 더 많이 생기기도 하니“에이, 기도해 봤자 아무 소용 없다. 수행해 봐야 소용도 없구나”하고 중간에 포기해 버립니다.




오늘 발심해서 수행을 하기 시작하면 오늘부터 좋아지고 있는 건데 그 현상이 겉으로 드러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지요.


또 명상을 한다고 앉아 있으면 돌아다닐 때보다 번뇌가 더 많이 생기지요. 정신을 집중해서 기도한다고 염불을 하면 망상이 더 생깁니다. 이것이 마치 오늘부터 해가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더 추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원인을 짓고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일 추울 때에는 이게 제일 추울 때라는 걸 모르지요.


그러다“아, 날씨가 전보다 따뜻해졌구나”하고 인식을 할 때가 있습니다. 보통 대한 지나고 보름쯤 지나서 대한이 제일 추웠고 이제는 따뜻해져 간다는 걸 예민한 사람은 알 수 있어요. 그때가 입춘입니다.


아직도 춥지만 그러나 제일 추울 때는 지났다는 걸 알 수 있는 때가 입춘이지요. 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꽃이 피고 새싹이 돋는 3월 말이 지나야 모든 사람들이 봄이 왔다는 걸느낍니다. 이때는 천하가 다 아는 봄입니다.

 

수행자에게는 동짓날이 봄의 시작

 

수행자는 동짓날에 이미 봄을 압니다. 아직 혹한의 추위가 남아 있지만 동지를 지나면 봄이 올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실히 압니다. 그래서 수행적 관점에서는 동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이 피어야 봄이 온 걸 알아차리고 새싹이 돋아야 봄이 온 걸 알아차리지만 수행자는 동지가 봄의 시작임을 아는 것이지요. 그래서 수행자는 동지 기도를 하는 겁니다.


옛날에는 겨울에 식량도 없고 땔감도 없어서 겨울을 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서 겨울을 인생의 고통에 비유했지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괴로울 때에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깊은 고통의 나락에 떨어져 도저히 헤어날 길이 없다고 생각될 때 한 줄기 희망이 보이면 그건 마치 긴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것과 같습 니다.


동지에는 봄을 기다리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재앙을 쫓는 다는 뜻이 있어요. 추위가 아직 남았지만 이제는 봄이 올 가능성 이, 고통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근본적으로 열렸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로부터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서 재앙을 쫓았어요. 붉은 색이 재앙을 쫓는 색이라고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지요. 실제로는 붉은 색깔이 귀신을 쫓는 것도 아니고 팥죽이 재앙을 막는 것도 아니지만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문화이니 지금도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문화와 진리를 혼동해서 문화를 진리로 검증하려 하고, 어떤 사람은 문화를 가지고 진리라고 주장합니다. 문화를 진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잘못된 견해를 가진 것이고, 문화를 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잘못된 견해를 가진 것입니다. 문화는 그냥 문화일 뿐입니다. 이렇듯 동지는 우리의 문화가 되었지만 수행자라면 마땅히 수행적 관점에서 동지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도를 해야 합니다.


지금 바른 한 생각 딱 내면, 그 순간이 동지를 지나가는 겁니 다. 그 한 생각에서 수행을 시작해 내가 좀 좋아졌구나 느낄 때가 입춘입니다. 그때는 어느 정도 자신의 수행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입춘이 지나면서 수행의 결과도 점점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시점을 지나면 수행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니 인연과의 법칙을 확실히 알게 되고 힘이 들어도 수행에 재미가 나지요.


이렇게 인연의 법칙에는 시차가 있다는 걸 알기에 수행자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습니다. 나쁜 일이 생겨도 옛날에 지은 과보라고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전생에 내가 뭐 어쨌다는 이런 데에는 도통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추운 동지를 넘어가니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걸 알고 담담하게 수행해 나갈 뿐입니다.






▼위  내용은 아래 도서에서 발췌하였습니다.


12월 22일 금요일 전국법당에서 법륜스님의 동지법문을 생방송으로 들으실수 있습니다.

문의www.jungt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