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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자존감이 떨어져요 / 법륜스님 즉문즉설

자존감이 떨어져요


질문자 “저는 최근에 새 직장, 새 업무를 시작했는데요. 업무성과도 안 나고, '내가 일을 제일 못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자존감이 떨어져요. 그 생각에 생활 전반이 우울해졌어요. ‘내가 이 정도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에 많이 힘듭니다.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지도 못하겠고요.”

법륜스님 “직장에서 나가라고 그래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데 ‘내가 이렇게 무능한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가 조금 과대망상증이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굉장히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환영을 갖고 있어요. 뭐 그렇게 잘났어요? (청중 웃음) 

질문자는 ‘나는 굉장히 능력 있는 사람이다’ 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거나,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착각을 하거나 둘 중에 하나예요. 

예를 들어, ‘나는 키가 180은 되어야 해’ 이렇게 생각해서 그게 나인 줄 착각하면 현실의 나를 보면 키가 170밖에 안돼요. 그럼 자기를 보고 ‘키가 너무 작다. 난 왜 이렇게 키가 안 크지?’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을 아상이라고 해요. 그 아상을 현실보다 높게 잡아놓은 상태에서 현실의 자기를 보니까 너무 못마땅한 거예요. 마음에 안 드는 것이지요.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노력을 해서 현실의 나를 끌어올려서 내가 만들어놓은 아상과 일치시키려고 하는데, 이게 그렇게 쉽게 안 끌어 올라가져요. 그러니까 이 아상을 버려야 해요. 환상을 버리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이게 나다’ 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해요. 

키가 170이면 170이다, 이렇게 받아들여야 해요. 즉, 내 능력은 100인데 ‘150의 능력을 갖고 있는 나’를 나라고 생각하니까 늘 내가 못마땅한 거예요. 내 능력이 100인 걸 인정해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어져요. 그래서 제가 늘 얘기하는 거예요. ‘꿈 깨라!’, ‘네가 뭐 잘났니?’. 

두 번째로는, 이렇게 그 꿈에서 깨면 질문자가 못난이가 아니란 걸 알게 되요.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 사람이에요. 요새 취직난인데, 질문자는 취직 했어요? 못했어요?”

“했어요.” 

“그러니까 자기 혼자서만 이렇게 속을 끓이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질문자의 실력이 그 정도 되는 걸 다 알아요. 상사도 알고, 동료도 알고, 다 알고 있어요. 자기 혼자만 그러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질문자 보고 나가라 소리 안하는 건 그렇게까지 만족은 안한다 하더라도 ‘너 그 정도 되는 줄은 알았다’ 이런 거예요. 그래서 쫓겨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편안하게 다니세요. 쫓겨나면 ‘감사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를 봐줘서 감사합니다’ 하고 나오면 되지 미리 발버둥 칠 필요가 없어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예요. 이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진 사람들이 있어요. 너무 많이 벌어지면 한편으로는 잘난 맛에 우쭐대고, 다른 한편으로는 못났다고 자기 학대를 해요. 현실에 있는 자기가 너무 못마땅한 거예요. 자기가 봐도 자기가 부끄러워요. 그래서 방안에서 안 나오게 됩니다. 이게 심해지면 자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남한테 보여주기가 싫어요. 나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결국에는 자살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지금 질문자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우린 누구나 다 그런 자아 분열이 있습니다. 나를 현실보다 조금 더 높게 생각하고 그게 나인 줄 착각하고 있어요. 나를 높게 생각하는 상태에서 현실의 나를 보니까 자꾸 못마땅한 거예요. 남한테 ‘제가 부족합니다.’ 말해도 그건 다 거짓말이에요. 속으로는 다 잘났어요. 그래서 잘난 척하면 남이 보기에 약간 눈꼴시럽고, 또 한편으로 자기가 못났다고 자신을 미워해요. 

이 둘을 다 버려야 해요. 있는 그대로, 실수하면 실수한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모른다고 ‘이것도 모르다니 부끄럽다’ 이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모를 수도 있는 거예요. 모르면 ‘아이구, 제가 몰랐습니다. 어떻게 해야 되나요?’ 하고 물어서 알면 되고, 틀리면 ‘아이구, 제가 틀렸네요.’ 하고 고치면 되고, 잘못했으면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했습니다.’ 하고 뉘우치면 돼요. 따라해 보세요. 모르면 물어서 알면 되고, 틀리면 고치면 되고, 잘못했으면 뉘우치면 된다.” 

"모르면 물어서 알면 되고, 틀리면 고치면 되고, 잘못했으면 뉘우치면 된다.”


“조마조마하게 인생을 살 필요 없어요. 그냥 되는대로 사세요. ‘그것도 모르나?’ 하면 ‘죄송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하고, ‘야, 또 틀렸잖아’ 하면 ‘죄송합니다. 고치겠습니다.’ 하면 되고, ‘너 잘못했잖아’ 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뉘우치면 돼요. 

그런데 내가 100가지 다 틀릴 수도 없고, 100가지 다 모를 수도 없어요. 그래도 평균적인 수준의 사람이라면 10개 중에 6~7개는 알 수 있어요. 그리고 10개 중에 다 틀리지는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완벽한 존재라고 여기면 10개 중에 1개만 틀려도 자기를 막 학대해요. 10개 중 1개 정도는 틀릴 수 있는 거예요.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어떤 사람은 10개를 다 맞추고, 어떤 사람은 1개도 못 맞추고 그런 게 아닙니다. 못한다고 해도 10개 중에 6~7개는 맞추고, 잘한다고 하더라도 9개를 맞추는 이 정도의 차이밖에 없어요. 사실은 별 차이가 없어요. 그걸 갖고 비교하니까 자꾸 힘든 거예요. 괜찮아요. 어때요? 질문자는 괜찮은 사람이죠?"

“예!”



"질문자는 교회 다녀요? 절에 다녀요? 아니면 종교가 없어요?”

"종교는 따로 없어요."

"그럼 하느님, 부처님 빼고, ‘저는 이대로 괜찮습니다.’ 하고 절을 해보세요. 한번 따라해 보세요. 저는 이대로 괜찮습니다.”

"저는 이대로 괜찮습니다."

"질문자는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자긍심을 가지고 사세요. 환상에 사로잡히니까 자기를 자꾸 못난이로 보는 거에요. 나를 내가 못난이로 보는데 누가 나를 잘 봐주겠어요. 남이 나를 못난이로 봐도, '니가 몰라서 그래, 나는 괜찮아!'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야 돼요. 그래도 무의식 중 에서는 자꾸 그런 생각이 드니까 '저는 이대로 괜찮습니다.' 라고 기도를 하면서 자꾸 자기 암시를 줘야 해요."

"네,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


[원본]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70968&page=4&p_no=74&sch_mode=sch_content&search_word=%EC%9E%90%EC%A1%B4%EA%B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