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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마음 나눌 친구가 없어요.”/ 법륜스님 즉문즉설


“마음 나눌 친구가 없어요.”

 



질문자 저는 어릴 때부터 이사를 참 많이 다녔습니다초등학교 때 저희 어머니가 독일에 계셔서 독일에서 살았고그러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중학교 2학년까지 다녔습니다다시 미국에서 대학까지 다니다가 지금은 독일에서 살고 있습니다.
  
평생 이사를 많이 하며 살다보니 같이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어요이제는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것도친구를 새로 만나는 것도 굉장히 힘듭니다.”
  

남이 가진 장점을 보고 나의 부족한 모습을 보면 괴로워요.





법륜스님 옛날엔 한국에서 태어나서한국에서 자라서한국에서 교육받고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그런데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자본과 노동이 이동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미국에서 자랄 수도 있고미국에서 교육받았지만 거주지는 영국이 될 수도 있어요앞으로 이런 삶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추세예요질문자처럼 태어난 곳과 자란 곳이 다른 사람은 전 세계 70억 인구 중에 아직은 소수입니다그러나 10, 100년 정도 미래를 내다보면 질문자처럼 사는 사람의 수가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선사업 분야만 하더라도 옛날에는 고아원이 많았잖아요그런데 앞으로는 고아원이 있을 수는 있어도 점점 줄어들 거예요그럼 양로원은 어떨까요갈수록 늘어날 거예요어려운 사람을 돕는 구호활동은 갈수록 줄 거예요사회보장제도가 더 확대될 것이니까요그런데 환경운동 관련 NGO의 비중은 늘어날 거예요그런 것처럼 지금은 질문자같이 사는 사람이 소수이지만 미래에는 점점 다수가 될 겁니다그런 의미에서 질문자는 미래지향적인 인물이에요
  
지금은 질문자 같은 사람이 소수라서 다수랑 비교해서 한 군데에서 자란 아이들은 친구가 많다나는 한 군데에 못 살아서 친구가 없다’ 하는 식으로 남이 가진 장점을 보고 내 부족한 걸 보는데질문자에게는 남이 갖지 않은 장점이 많아요대부분 한국에서만 살아봤는데 질문자는 독일에서도 살아보고한국에서도 살아보고미국에서도 살아봤잖아요대부분 한국어만 할 줄 아는데질문자는 한국어독일어영어 다 할 줄 아니 얼마나 좋아요
  

그리움도 형성된 것일 뿐

  
친구란 새로운 관심을 갖고 사귀면 됩니다질문자가 만약 명상에 관심이 있다면 여기 유럽에는 명상 동호회가 굉장히 많아요종교나 국적을 초월해서 함께 명상을 하는 그룹이 많습니다꼭 술을 마시고노래를 같이 불러야 친구일까요같이 앉아서 조용히 명상하면 그것도 친구죠예를 들어서 질문자가 만약 등산 동호회에 참가한다면 거기서 만나 함께 등산하는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것이고또 정토회 같은 수행모임에 오면 그곳에서 또 함께 수행하는 도반이 생기는 거지요만약 질문자가 가톨릭 신자인데 혼자라서 외롭다면이 가톨릭 성당에 나오면 되지요.
  
질문자는 어릴 때 발가벗고 목욕 같이 하던 친구술 같이 마실 친구들을 자꾸 그리워하고 찾는 것 같은데그런 게 앞으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될 거예요어릴 때 초등학교에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외국으로 이사를 가면서 친구들과 헤어져야 되니까 그것이 어린 아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하지만 나이가 들었는 데도 계속 그 생각을 움켜쥐고 있는 건 문제예요그것은 마음의 상처’, 즉 트라우마(Trauma)’입니다어릴 때 입은 상처가 성인이 되었는데도 안 없어지고 유지되고 있는 거예요그래서 질문자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도 마음이 흡족하지 않은 거예요어릴 때를 그리워하며 지금도 그것을 꿈꾸니까요.
  
어릴 때 형성된 것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게 무의식 속에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그 모든 것이 다 형성된 것일 뿐임을 알고그런 마음이 있어도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면 되는 거예요질문자는 지금 독일에서 직장 다녀요?”
  
아니요여기에서 공부 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좋습니다

 





질문자가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에 대해 나는 왜 이렇게 자꾸 돌아다니면서 살아야 되나라고 생각하는 건 자신의 처지를 자꾸 부정적으로 보는 거예요그러지 말고 자기 처지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어떤 사람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만 살게 되니 얼마나 답답할까나는 독일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도 살다가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다시 독일에 와서 공부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나는 앞으로 전 세계로 다니며 살겠다.’
  
앞으로 공부를 마치면 취직해서 한 3년은 프랑스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해외파견근무를 신청해서 호주에서도 다니다가 그렇게 해 보세요한 군데에 붙어서 오래 있을 이유가 뭐가 있어요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좋습니다지금부터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세요.”
  
.”
  
"‘막연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뜻이에요예를 들면 길 가다가 넘어졌다고 울지 말고넘어진 김에 동전을 주워라배가 뒤집어졌다고 울지 말고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캐라’ 라고 하는 거예요물에 빠졌다는 건 타율적인 조건인데진주조개를 캔다는 건 그런 조건 속에서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이잖아요
  
성경에도 이와 비슷한 예가 있는데 오리를 가자면 십리를 가줘라겉옷을 달라면 속옷까지 벗어주라왼뺨을 때리면 오른뺨도 대주라’ 하는 표현이 있잖아요상황이 주어지면 적극적으로 주인 노릇을 하라는 겁니다이걸 불교용어로는 수처작주(隨處作主)’라고 합니다. ‘처하는 곳마다 내가 주인이 된다라는 뜻이에요.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 행복해집니다그것을 종교적으로는 신의 축복이 충만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축복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그 원리에 맞게 살면 축복은 항상 주어져 있는 겁니다기도할 때도 주여복을 주소서’ 하지 말고 주여이렇게 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기도를 먼저 하라는 겁니다달라는 기도를 하면 안 줬을 때 원망하게 되지만감사기도를 하면 신앙에 흔들림이 없습니다.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조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겁니다질문자는 한국어 뿐만 아니라 독일어도 잘 하겠네요?”
  
.”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공부했으면 영어도 잘 할 거고요?”
  
.”
  
“3개 국어를 하는 것만 해도 굉장한 겁니다이왕 이렇게 된 거 프랑스에 가서 불어까지 해 보고스페인에 가서 스페인어까지 5개 국어를 해 보면 어때요자신의 조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보세요친구 사귀어서 뭐 하려고요? ‘마음 맞는 친구 하나는 있어야 된다’ 하는 건 다 옛날 얘기예요친구 없으면 저하고 친구해요.” (모두 웃음)
  
잘 알겠습니다감사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도 좋고얼굴에 주름살이 생겨도 좋습니다그게 다 연륜이니까요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은 다 자신에게 좋은 겁니다그러니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아요그래야 트라우마가 치유됩니다.
  
어렸을 때는 몰라서 그것을 상처로 안았는데커서 생각해 보니 내가 자란 환경이 참 좋은 조건이었구나내가 남보다 훨씬 더 유리한 환경에서 자랐구나.’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상처나 열등의식이 없어집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은 모두 좋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