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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잘난 척 하는 친구, 꼴 보기 싫어요.



질문자 제 질문은 친구에 관한 것입니다. 올해 2학년 올라와서 알게 된 친구인데, 공부도 잘 하고 착해서 학기 초에는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약간 잘난 척도 하고 나대기도 하고 무례한 행동을 계속 해서 정이 떨어지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가 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제게 여전히 장난도 치고 친근하게 대하는데 저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그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법륜스님 


여기 마이크와 물병과 컵이 있죠? 물병을 기준으로 물어볼게요이 물병은 마이크보다 커요, 작아요?”

 



작습니다.”

 

컵보다는 커요, 작아요?”

 

큽니다.”

 

그러면 이 물병은 커요, 작아요?”

 

적당합니다.” (청중 웃음)

 

다시 물어볼게요. 질문을 잘 들어보세요. 이 물병은 큽니까, 작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크다-작다, 좋다-나쁘다, 정말 그럴까요?

 

이 물병 자체는 크다고 할 수도 없고 작다고 할 수도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인식을 할 때 크거나 작다고 인식하는 겁니다. , 크다, 작다는 것은 존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인식에 있는 거예요. 마이크와 비교해서 인식할 때는 작다고 인식이 되고, 컵하고 비교해서 인식할 때는 크다고 인식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크다는 것이나 작다는 것은 존재 자체에 있는 거예요, 나의 인식에 있는 거예요?

 

나의 인식에 있는 겁니다.”

 

모든 존재는 크다고 할 수도 없고 작다고 할 수도 없고, 새 것이라 할 수도 없고 헌 것이라 할 수도 없고, 좋다 할 수도 없고 나쁘다고 할 수도 없어요. 모든 존재는 다만 그것일 뿐이에요. 그런데 인식하는 내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크게도 인식되고 작게도 인식되고, 새 것으로도 인식되고 헌 것으로도 인식되고, 좋게도 인식되고 나쁘게도 인식되는 거예요. 그러면 질문자가 말한 친구는 좋은 친구예요, 나쁜 친구예요?

 

“...나쁜 친구 같습니다.” (청중 웃음)

 

그 친구가 나쁜 놈이에요, 나쁘다고 인식하는 거예요?”

 

나쁘다고 인식하는 거요.”

 

그러면 그 친구 자체는 좋은 학생이에요, 나쁜 학생이에요?”

 

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말할 수 없는 거예요, 좋은 학생도 아니고 나쁜 학생도 아닌 거예요?”

 

좋은 학생도 아니고 나쁜 학생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그냥 자기 나름대로 말하고, 자기 나름대로 행동하고, 자기 나름대로 공부하는데, 내가 보기에 저 자식, 잘난 척하네이렇게 인식이 되는 걸까요, 그 친구가 진짜로 잘난 척하는 걸까요?”

 

제가 인식을 그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 친구는 잘난 척을 한 거예요, 그냥 자기 나름대로 산 거예요?”

 

자기 나름대로 산 거예요.”

 

내가 보기에 잘난 척해 보인 거죠?”

 

.”

 

그러면 문제가 해결됐어요, 안 됐어요?”

 

완벽하게 해결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존재는 다만 그것일 뿐

 

여기 있는 우리는 누구도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고, 좋은 사람도 없고 나쁜 사람도 없어요. 그런데 나하고 관계 맺어서 내 인식 상에서는 크게 보이는 사람도 있고, 작게 보이는 사람도 있고, 좋게 보이는 사람도 있고, 나쁘게 보이는 사람도 있는 거예요. 그러나 그것은 내가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지 존재 자체가 그런 것은 아니에요.

 

앞으로는 좋거나 나쁘게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하고 보는 게 제일 좋아요. ‘말이 많은 건 나쁘다이렇게 말할 수 없어요. 그냥 저 사람은 말이 많구나’, ‘쟤는 공부를 잘 하는구나이렇게 보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모든 사람,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 내가 잘났다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고, ‘내가 못났다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에요. 모든 존재는 다만 그것일 뿐입니다. 이게 진실이에요. 이렇게 진실을 알게 되면 우월의식도 내려놓아야 하고 열등의식도 내려놔야 해요. 이 세상 어떤 존재도 우월한 것도 없고 열등한 것도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영어니 수학이니 이런 몇 가지를 기준으로 삼아서 성적을 매기면 거기에 따라 등수가 나오겠죠. 그런데 조선 시대에는 한문을 많이 알고 시를 잘 쓰고 글씨를 잘 쓰면 과거에 급제했어요.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조선 시대 기준에 따라 등수를 매기느냐, 지금 영어 수학 갖고 등수를 매기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리 나올 거예요. 지금의 등수라는 것은 비교할 수 있는 수천가지 중에서 몇 가지를 기준으로 선택한 거예요. 그렇게 등수를 매기다 보니까 쟤는 공부 잘하고, 얘는 못하고이렇게 되지만 등수 매기는 주제를 바꿔버리면 결과도 바뀌겠죠.

 

그 상황, 그 시대, 그 시간, 그 조건에서는 서로 비교해서 그 사람이 어떠어떠하다고 말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그렇다고 그 사람이 우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사람이 열등한 것도 아니에요.”

 

 

 

이 세상 어떤 존재도

우월한 것도 없고

열등한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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