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요. 누구를 찍어야 하나요?” 법륜스님의 답변

즉문즉설 2017.05.01 09:40

 



 질문자  선거 공보물을 읽어도 어느 후보를 뽑아야할지 모르겠어요. 특별히 마음에 드는 후보도 없습니다.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스님의 속시원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좋은 후보, 나쁜 후보는 본래 없습니다. 각자 자기가 보기에 좋은 후보가 있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이 후보를 꼭 찍어야 된다하는데, 다른 사람은 이 후보를 절대 찍지 말아야 한다하잖아요. 좋은 후보가 본래 있는 것이라면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죠. 각자 자기 기준에 따라서 나는 이 후보가 좋다’, ‘나는 저 후보가 좋다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을 이야기하자면, 먼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 중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뭘까요?

 

첫째, 안보 위기입니다. 최근 들어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을 폭격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선 대선 후보들이 이 안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북한을 확 공격해버리자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서로 다 다릅니다.

 

그럼 질문자에게 한번 물어볼게요. 통일은 고사하고라도 최소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하는 것에는 동의하십니까? 아니면 통일하려면 전쟁도 불사해야지이렇게 생각하십니까?

 

 질문자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안 됩니다.

 

 법륜스님  .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안 됩니다. 그런데 만약 한국과 미국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에 통보하지 않고 곧바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우리 몰래 북한을 공격하게 되면, 우리 몰래 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전쟁도 안 해야 하는데, 우리와 아무런 관계도 없이 전쟁이 일어날 수가 있으니 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입니까. 이렇게 한국을 지나쳐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이라고 합니다.

 


[안보 위기]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하는 관점을 분명히 갖고 있는가

 

미국이 하자는 대로 따라 가게 되면 우리도 같이 북한을 공격을 하게 되어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미국과 사이가 나빠지면 우리 몰래 북한을 공격해 버리니까 이 역시 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입장입니다. 미국과 친하면 의논해서 공격하게 되고, 미국과 친하지 않으면 몰래 공격하게 되는데, 이 두 길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닙니다. 전쟁을 반대한다는 우리의 자주적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이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하는 관점을 분명히 갖고 있는가 이것을 가장 먼저 봐야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여기에만 멈추면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합니다.

 

여기에 한미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는 관점도 가져야 합니다. 미국과 관계가 좋아야 전쟁은 안 된다라고 설득할 수가 있습니다. 관계가 나쁘면 우리 몰래 전쟁이 일어나 버립니다. 한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북한의 공격을 막는 데도 필요하고, 미국의 공격을 막는 데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중 관계도 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미국과의 협력이 더 우선이지만, 중국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반도를 평화 지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남북 문제] 북한의 공격에 대해 단호하되 통일로 가는 전략도 함께 구사하는가

 

둘째, 남북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최대의 적은 북한입니다. 북한의 어떠한 공격에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또한 북한은 통일을 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진 모순입니다. 멀리 보면 북한은 가장 친해져야 하는 나라이고, 가까이 보면 북한은 가장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입니다. 눈 앞에 놓인 적대 관계만 보면 통일의 희망이 없어지고, 멀리 보고 북한을 우리 형제라고만 생각하면 눈 앞의 위험을 무시하게 됩니다. 그러니 먼저 대화를 시작해야 하고, 다음 단계에는 협력을 해야하고, 그 다음 단계에는 통일로 나아가야 합니다.

 

, 공격에 대해서는 방어 입장을 확실히 하되 한쪽에서는 대화와 협력, 통일로 가는 전략을 함께 구사해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 중에 누가 이런 입장을 갖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외교 문제] 한미 동맹을 우선하되 한중 협력도 강화하고자 하는가

 

셋째, 외교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안보적으로는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많이 협력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끼인 우리는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과 잡은 손을 놓게 되면 안보적인 측면에서 국가 존립의 위기가 오게 되고, 중국과 잡은 손을 놓게 되면 경제적인 파탄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교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한미 동맹을 1번으로 하되 2번으로는 한중 협력도 강화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통일, 외교, 안보 정책을 살펴보시면 어떤 후보가 나은지 알 수 있습니다.

 

통일 문제에 대해 햇볕 정책을 계승하느냐, 안 하느냐하는 것 갖고 후보들이 논쟁을 벌이는데, 이것은 후보들이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딱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역대 정부는 그것이 보수든 진보든 모두 대한민국의 정부입니다. 새로운 정부는 과거 정부의 통일 정책을 모두 계승하겠습니다. 박정희 정부의 7.4남북공동선언,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6.15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선언을 모두 계승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그대로 계승할 것이 아니라 계승을 하되 지금의 변화된 현실에 맞게 남북 관계를 조율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가장 괜찮은 후보입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합리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경제 위기]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에 누가 더 관심을 갖고 있는가

 

넷째,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위기입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더 이상 높은 성장을 할 수 없는 저성장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어서 정치를 잘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주장에 현혹되어서 표를 찍어주면 안 됩니다. 현상 유지라도 잘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마이너스 성장을 할지, 그런 정도의 기준을 갖고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이런 저성장 국면에서는 빈부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집니다. 고성장 국면에서는 낙수효과라고 해서 대기업이 성장하면 전체 국민도 같이 성장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성장 국면에서 대기업의 성장은 곧 전체 국민이 가진 부가 한쪽으로만 쏠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빈곤층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게 됩니다. 현재 소득 수준 하위 20%는 아무리 절약해도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에요.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요. 결국 국가가 나서서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런 경제민주화 정책을 과연 누가 잘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정권을 잡으면 대부분 가진 자의 편에 서서 재벌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폅니다. 재벌을 해체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재벌이라 하더라도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법 앞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합니다. 경제 정책의 핵심은 성장 정책이 아니고 어떻게 빈부격차를 줄여서 서민 경제의 파탄을 막을 것인가입니다. 어느 후보가 이런 정책을 펼치고자 하는지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면...

 

이렇게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도 위기고, 남북 관계도 어렵고, 외교 관계도 어렵고, 서민 경제는 파탄 지경이고, 총체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 대부분이 자기가 찍은 사람에 대해 욕을 해야 되는 날이 곧 올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손가락을 또 미워하게 될 거예요. (모두 웃음)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공동정부를 구성해서 협력하는 정치를 하면 됩니다.

 

TV토론을 보면서 이 사람에게 대한민국을 맡기면 정말 잘 운영할 것 같다하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질문자  없었습니다.

 

 법륜스님  왜 그럴까요? 첫째, 한 사람이 운영하기에는 대한민국이 너무 커졌습니다. 둘째, 그 정도의 역량이 되는 지도자가 아직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선 후보들 모두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에요. 서로 협력을 해야 대한민국을 잘 통치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정치 문제] 누가 공동정부를 구성해서 협치와 연정을 해나갈 수 있는가

 

어느 한 당도 의회의 과반수가 넘는 당이 없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새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2등을 한 사람에게 당신이 국무총리를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3등을 한 사람에게는 당신은 부총리를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4등을 한 사람에게도 당신 부총리를 해주세요라고 제안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공동 정부를 구성해서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 갑시다라고 하면, 적폐도 청산할 수 있고, 헌법도 개정할 수 있고, 선거법도 개정할 수 있고, 여러 가지 개혁적인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당의 후보가 자기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총리, 장관 자리에 자기 세력의 사람들만 앉히면, 다른 당에서 협조를 안 해버리게 되어서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됩니다. 1년도 못 가서 레임덕이 일어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의회에서 법안 하나 통과시키려면 과반수가 아니라 180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제왕적인 대통령의 권한을 내각으로 옮기고, 중앙에 있는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선거법을 개정해서 승자 독식의 구조를 국민의 의사만큼 의석을 갖도록 변환하는 등 권력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헌법 개정을 확실히 하겠다고 하고, 헌법 개정을 하기 전에는 공동정부를 구성해서 함께 나라를 이끌겠다고 하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정치, 안보, 통일, 경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더 비중을 두고 선택

 

이 중에서 나는 정치적 발전을 중요시한다라고 생각하면 정치에 비중을 두고 선택하면 되고, 안보를 중요시한다면 안보 정책에 비중을 두고 선택하면 되고, 서민 경제의 파탄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경제 정책에 비중을 두고 선택하면 됩니다.

 

 

※ 이 대화는 4월 27일(목) 안양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에서 이뤄진 법륜 스님과 시민들의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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