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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재혼한 남편의 아이들이 반항, 같이 사는 게 괴로워요


결혼 한 배우자가 재혼한 사람이라면 전처로부터 낳은 아이들과의 관계 문제로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재혼할 경우 대부분 겪게 되는 고민 중에 하나지요. 이럴 땐 어떻게 마음을 가지는 것이 지혜로운 길일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결혼한 지 8년쯤 됩니다. 남편은 재혼이었고 결혼할 당시에 9살, 10살 된 두 아이가 있었습니다. 생모는 죽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거의 매일 싸웠습니다. 밥을 먹다가도 다투고 눈만 마주쳐도 싸웠습니다. 아이를 야단치는 정도가 심해져서 욕을 하고 손을 댔더니 아이도 제게 욕을 하고 때립니다. 남편과 헤어질 수는 없고 아이들과 같이 살자니 정말 괴롭습니다.” 


- 법륜 스님 : “내 입장을 떠나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남자가 새 부인에게 푹 빠져서 아이들 돌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누구나 다 그 남자를 욕할 것입니다. 결혼하고 아내를 사랑하더라도 제 아이를 감싸고 보살피는 게 나쁜 일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낳아 키운 아이는 가끔 매를 든다 해도 엄마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낳지 않은 아이라면 똑같이 사랑으로 매를 든다 해도 계모에게 학대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질문자는 그런 자기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기 처지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들을 야단치거나 때리는 것보다 무조건 감싸주는 게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고, 남편하고 관계에서도 좋고, 나를 위해서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반항을 할 때에는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당신은 계모다. 나는 지금 부당하게 당하고 있다. 어릴 때라면 모르지만 힘이 생긴 지금은 그냥 당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친부모에게는 반항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지만, 이 아이들은 지금 자기의 반항을 합리화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내 입장에서는 남편과 결혼해서 살고 있으니 이 집은 분명히 내 집이고 나가더라도 아이들이 나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집은 내 집이다. 너는 내 집에 들어온 손님이다.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뽑으려고 하느냐?’ 하는 저항감이 있습니다. 아이가 있는 사람과 결혼할 때에는 그런 저항감을 감안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무서워 한집에서 살 수 없다고 하는데, 아이를 떼어놓고 남편만을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는 필요하니까 갖고 하나는 귀찮다고 버릴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을 버리려면 남편도 같이 버려야 합니다. 남편과 함께 아이들까지 가질 것인지, 아이를 버리고 남편까지 버릴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려면 지금부터 야단치는 일을 멈춰야 합니다. 아무리 강하게 꾸짖어봐야 계모의 횡포에 저항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대듭니다.


그렇다고 아예 간섭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외면하고 방치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랑으로 보살핀다는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관세음보살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저는 관세음보살입니다. 아이들을 보살피는 관세음보살이 되겠습니다’ 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대자대비로 어루만져야겠다는 그런 마음을 내야 합니다.


지금도 아이를 보기가 두려운데 이 갈등을 풀지 못하고 아이들이 자라서 성년이 된다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 아닙니다."


3월28일부터 6월20일까지 2014 희망세상만들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시군구에서 열립니다.  우리동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법륜 스님의 전국 강연일정 보기] http://goo.gl/ggmCk1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