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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생각이 많아서 결정을 잘 못해요, 어떡하죠?


이럴까 저럴까 생각이 많아서 쉽게 결정을 못하는 분들 있으시죠? 스스로 보기에 ‘나는 생각이 참 많은 것 같다’ 싶거나 평소 주위에서 ‘넌 생각이 참 많아’ 라는 소리를 자주 들으시는 분들은 오늘 이 글을 꼭 읽어보세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모든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고, 외로운 마음이 많습니다.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고, 실연당하면 우울해지고 폭식을 합니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말도 없이 엄마와 이혼하고 사라진 것에 대한 원망이 있는데, 그래서 남자에게 집착하는지 궁금합니다. 또 아침 저녁으로 천 배씩 하고 있는데 기도로 제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백일출가를 하고 싶기도 한데 과연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복학해서 빨리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 법륜 스님 : “우선 질문하신 분이 이렇게 자기 생각을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고 하는 식으로 세상을 사니 세상살이가 참으로 곤란할 겁니다. 무슨 일이든 이렇게 해야겠다, 저렇게 해야겠다는 식으로 결심 위주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이런 생각이 떠오르네’, ‘저런 생각도 떠오르네’ 하고 흘려보내세요.


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떠오르는 것은 무의식의 저 마음 아래에 쌓여 있는 업식들이 마치 뭉게구름이나 수증기처럼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 것에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일어난 번뇌를 붙잡는다는 얘기이고, 그걸 집착이라 하고 상을 짓는다고 말합니다. 그건 다 번뇌 망상일 뿐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기도할 때 생각이 떠오르면 ‘이런 생각이 떠오르네. 저런 생각도 떠오르네’ 하고 알아차리고는 그냥 흘려보내세요.


밖에 다니다가도 남자 생각이 떠오르면 ‘남자를 보니 남자가 그립다는 생각이 떠오르네’라고 해버리세요. 누군가 미운 생각이 들면, ‘내가 누굴 미워하는구나’ 이러고 끝내세요. 남을 미워하면 안 된다, 그건 나쁜 일이다, 이런 생각에 끌려가지 말고 ‘내가 미워하는 마음이 있구나’하고 알아차리고 끝내세요. 그런 생각들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상황이 바뀌면 금방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 지금 생각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떠오르네, 마음이 일어나네, 이렇게 흘려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질문자의 상태로는 명상을 해도 명상 시간에 망상을 피울 것이고, 백일출가를 해도 문제가 되겠지만 그래도 백일출가를 해보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좀 도움이 되는 길입니다. 백일출가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은 질문자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 행자들을 지도하는 사람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입니다. 치료하러 온 환자는 ‘내가 이렇게 병이 심한데 의사가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병원에 입원하면 나머지는 의사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약 먹으라면 약 먹고 입원하라면 입원하고 검사 받으라 하면 검사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수행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번뇌가 많은 사람에게는 주력이나 절을 권합니다. 정신을 집중해서 “옴마니반메훔 옴마니반메훔” 하든지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든지 능엄신주를 하든지 이렇게 계속 동일한 언어를 반복해서 딴 생각이 들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주력을 하면 좋습니다. 또 절을 많이 하면 육체가 피곤해지고 그러면 바로 자버리게 되고 이런 식으로 절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본인이 좋은 대로 선택해서 하면 됩니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삶이 조금씩 행복해짐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