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하루가 밝아옵니다. 오늘 스님은 마닐라에서 싱가포르로 즉문즉설 강연을 하러 이동합니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하니 강연 총괄을 맡으신 유현숙 보살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도시 중심지에 위치한 썬텍 시티 강연장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반듯하고 매끈하게 정리된 거리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서울만 한 크기로 인구 5백만에 1인당 국민소득 6만 불로, 안전하고 조직적인 세계의 중립 요충지로 자리 잡고 있는 나라입니다.

차로 30여 분간 이동하여 도착한 강연장 근처 식당에는, 불교대학 학생들과 열린 법회 담당자들이 스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 강연회를 위해 약 400곳의 한인 업체 및 식당을 나누어, 일대일 홍보를 자발적으로 맡아주신 분들입니다. 스님을 만나자 모두들 상기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식사 후에 스님에게 질문도 하고 책에 사인을 받으며 사진 촬영도 했습니다.

이번으로 4번째 강연을 하게 된 싱가포르는, 지난 6월 12일,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65년 만에 ‘세기의 회동’으로 알려진 북미 회담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약 500명의 참석자와 자원봉사로 가득 메워진 강연장에 큰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스님은 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서두로 꺼내시면서 인사를 하셨습니다. “정상 회담 이후 진전이 좀 더디다고, 부정적인 사고를 하지 마세요. 그동안 70년간 해결이 안 된 사안이 쉽기 해결될 수 없겠지요.
좀 느긋하게 기다려야 해요.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유난히 해결이 안 되었으나 70년이나 지났으니 이제는 해결될 때가 되었다고 긍정적인 사고로 기다릴 줄 알아야 해요”
 스님의 인사 후 총 8명의 질문자가 스님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어린 학생으로 오빠와 자주 싸운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어린 학생의 질문에 응해 주신 후, 같이 온 학생의 오빠에게도 본인은 어떻게 느끼는지 물으셨습니다. 동생과 함께 놀뿐이라는 오빠의 대답에, 노는 것은 서로에게 좋아야 노는 것이라고, 동생이 싫어하는 장난은 말아야 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즐겁게 놀면서 행복한 남매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친구들에게 잘해줬는데 고맙다는 표현을 못 들으니 서운하다는 고민을 말한 두 번째 질문자에게는 “친구한테 내가 이만큼 줬으니까 이만큼 받아야지 라고 생각을 하는 것은 거래 에요. 친구랑 거래를 할지, 아니면 그냥 친구한테 잘해줄지 고민해봐요. 엄마한테 밥해줘서 고맙다고 안 하잖아요. 그런 것 일수도 있어요. 친구가 고마운데 표현을 안 했을 수도 있어요. 내가 신나서 이만큼 잘해주고 그만큼 안 돌아온다고 하면 안 돼요.”

세 번째로 이어진 30대 남성의 질문은 정해진 저축 목표액이 있는데 재산에 대한 목표를 이루기까지 너무 불안하고 샐러리맨으로써 현실 가능성은 잘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려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자기가 좋은 방법으로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해요. 농사를 지으면서 10년 내로 100억을 모으겠다 하면 되겠어요? 안 되겠지요. 방법도 중요해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목표를 이루기가 어려우니 괜히 열등의식이 생겨요. 내가 갑자기 올림픽 100미터 선수처럼 달리고 싶다고 하면 연습한다고 바로 되겠어요? 안된다고 자책하고 후회하면 그게 욕심이죠.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은 나의 자유지만 목표를 너무 과하게 잡으면 열등의식이 생기고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수록 자존감이 떨어져요. 열등의식은 욕심이 많아서 생겨요. 동물들을 보면 서로 누가 우등하고 열등한 게 아니라 그냥 존재가 다른 거예요. 내가 목표를 정했으면 그걸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는 거면 ‘아 안됐구나’ 해야 돼요. 목표를 현실에 맞게 설정하고 욕심을 너무 많이 내지 말아요.”

네 번째 질문자는 불교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수행 맛보기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에는 행복했다가 지금은 행복하지 않아서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좋은 약도 처음에는 미량을 먹어도 효과를 보다가, 점점 투약 양을 늘려 나가야 하는 것처럼 기분 좋음을 행복으로 삼으면 불행도 함께 옵니다. 고락의 되풀이를 윤회라고 합니다. 원하는 것이 없고 이루어져도 되고 안 이뤄져도 돼도 괜찮을 때 열반이라고 합니다. 질문자도 기쁨을 원하는 기도를 하며 절을 했다면 그것은 절을 했을 뿐 기도가 아닙니다. 옛날에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잘된 것이 잘된 것이 아니고, 안 된 것이 진정 안된 것이 아닙니다. 고뇌 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기도입니다. 단순히 절만 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 기도입니다.”

다섯 번째 질문자는 결혼 전에 아내와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합의하고 결혼하였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고 본인은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고,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가져야 할지 고민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아서 기를 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아요. 지금 질문자는 너무 완벽하려고 하고 있어요. 너무 생각이 많아요. 아내랑 진지하게 얘기해보세요. 아내가 정말 꼭 아이를 원하면 아내를 보내줘야 돼요. 다른 남자하고 결혼해서 아기를 가지라고 해야 돼요. 아내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봐요. 제가 필리핀에 다녀왔는데 거기 애들이 맨발로 산을 타고 다녀요. 근데 우리가 보면 불쌍해 보이죠? 근데 저는 다르게 봤어요. 우리나라 애들이 불쌍한 거예요. 그렇게 자연 속에서 지내야 해요. 관점의 차이예요. 그리고 자기가 너무 걱정이 되면 아내한테 말을 해요. 나는 진짜 완벽한 아빠가 될 수 없다. 내가 부모한테 그렇게 잘 받지 못했다. 나도 잘 못 할거 같다고 얘기를 해요. 자기가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애는 또 잘 커요. 아이를 기르는 것은 교육이 아니고 부모를 따라 배우고 경험에 의해 이루어지는 거예요. 낳을 거면 잔머리 굴리지 말고, 아이는 그냥 낳아서 키워요. 아내에게 책임전가를 하면 안돼요. 내가 다른 의견을 냈어도 합의 후에 결정된 것은 나의 의견이에요.”

지금은 행복하다는 질문자의 대답에 자식도 결혼 생활처럼 하면 된다고, 아이에게는 누가 낳아줬느냐가 아니라 기른 자가 진정 엄마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특히 스님이 민다나오 산행에서 만난 아이들을 얘기 하실 때는 벌거숭이 발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이 그려져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선택을 하는 게 어렵다는 질문,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기는 온갖 괴로운 마음을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이어서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서 고민하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직장 6년 차 30년대 초반 직장인 여성의 질문에 대한 말씀으로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육체의 병은 병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신의 병은 그렇게 생각 안 해서 어렵습니다.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 병원 치료를 받으면 심리가 안정되면서 방황하는 마음이 사라져서 방향성을 잡기 쉽고 자기 사고가 정상화됩니다. 둘째는 깨달음의 장을 가서 내면을 점검하고 지금의 불안이 걷히면 훨씬 가닥을 잡기가 쉽습니다. 셋째, 사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지금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원어민도 아닌데 영어가 서툰 것도 당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부족한 실력에도 직장을 구하고 일할 수 있으니 그것에 감사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내고 동료들과 경쟁하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해외 취업의 경험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다른 한편으론 회사에서 해고되면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선을 보거나 공부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그만둘지 말지 고민하지 말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다니세요. 자기가 결정하지 말고 주어지는 대로 인연 따라간다고 생각하고 생활하세요. 마음 탁 놓고 지내세요.”

질문자는 “회사가 안정적이라 해고될 걱정은 없지만 회사가 발전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라며 말을 덧붙였습니다.

“6년 다녔으면 해고 걱정은 없으니 회사 발전은 고민하지 말고 다녀요.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야 비전이 있어요.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는 다 다르지만 숨 넘어갈 때 깨 보면 그게 다 꿈이에요. 어제 뭘 먹었든 어디서 잤든 지나고 나면 아무 차이가 없어요.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재벌 부러워 말아요. 지금 행복해야지 행복만 찾다가 평생 죽을 때까지 행복하지 못하고 죽어요. 그러면 계속 껄떡되고 불만만 생겨요. 다리가 튼튼하면 걸어 다니면 되고, 부러지면 그 덕에 참선을 하면 돼요. 주어진 상황에서 행복해야 해요. 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삶을 자유롭게 살아요.”

2시간 30분가량 8명의 질문자들에게 예정된 강연 시간을 넘어서도 살뜰히 답변을 해주신 후, 살아가면서 비전을 너무 따지지 말고 매일, 매일에 감사하고 행복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또한 자기가 가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고 닫는 말씀으로 마무리하셨습니다.



열린 법회 담당자들과 불교대학 학생들은 6월 말부터 한인 웹사이트와 교민잡지, 단체 카톡, SNS 홍보와 함께 광고로 지원을 받아 구성된 약 50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인상적인 시작과 끝을 마무리를 했습니다. 즉문즉설을 마친 스님은, 여러 지역에서 봉사자들에게 일일이 감사한 말씀을 해주시고 오늘의 강연을 총괄해 주신 유현숙 보살님께도 특별히 감사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강연 봉사자 중 한 분은, 일정 차 한국에 갔다가 아픈 아이를 두고 스님 강연 준비에 어제 왔다가 오늘 다시 간다며 스님만큼이나 바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책 사인까지 마치신 스님은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씀과 함께 독일 프랑크프루트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서둘러 출발하셨습니다. 오늘 밤 프랑크프루트로 날아가시는 스님과 함께 다음에는 새로운 도시에서 찾아뵙겠습니다.

하루를 닫으며, 스님의 오늘 말씀 중에 '인생지사 새옹지마' 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시아 태평양지구 해외정토행자대회를 마치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듯한 ''스님의 하루'에 도전했는데 법문 녹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실수'라는 이름으로 다음에는 더 잘 챙길 수 있다고 살뜰히 격려해주시고 스님의 하루를 쓸 수 있게 기억을 짜내어 주신 여러 도반 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수희, 최영희, 류현동, 김도연, 박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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