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9월 3일부터 2박 3일로 열린 제 5차 해외정토행자대회 아시아태평양 지구 마지막날 입니다. 오늘은 오전에는 알라원 방문, 점심 이후에는 송코 공연 및 마닐라로 이동하는 일정입니다.



보통 행자대회는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데, 스님이 '그래도 민다나오까지 왔으니 이곳 사업장과 밀림을 봐야 하지 않겠냐' 해서 어제밤 조금 서둘러 회향식을 하고, 새벽부터 알라원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벽 4시 알림 목탁이 울리자 3층 강당에 모여서 천일결사 기도를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스님께서 발원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이번 해외정토행자 대회에 참여한 분들의 참가 지역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행자 대회 참가한 모든 분들이 수행자로써 거듭나 본인은 행복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기를 간절히 발원해 주셨습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옷을 갈아 입고, 공양팀이 준비한 아침대용 주먹밥과 바나나, 현관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나무 지팡이를 집어 들고는 알라원 산행을 시작 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려서 오늘 산행이 어떻게 될까 조금 우려가 되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비가 그치고 선들한 바람도 불어 왔습니다.

오늘 산행은 체력을 고려해 선발팀과 후발팀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습니다. 걷기에 자신 있는 선발팀은 학생들에게 줄 학용품 등의 선물을 가지고 알라원 학교까지 가게 되며, 후발팀은 알라원과 JTS센터 중간에 있는 구름다리까지 갔다 오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후발팀과 함께 하시기로 하셨습니다.

선발팀이 출발한지 약 십분 후, 스님은 후발팀과 더불어 산행을 시작하셨습니다. 일단 길에 나서시자 스님은 '알라원에서 스님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마음에 걸리신다'며 스님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셨습니다. 넓은 길을 끝내고 본격적인 밀림으로 접어 들자 스님은 더 속도를 내며, 선발팀 후미를 제치고 앞으로 나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계속 선발팀 선두를 따라 잡으려고 하셨습니다.

밀림길로 접어 드는 길목에 원주민 마을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 밀림길로 접어 드는 길목에 원주민 마을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

일단 밀림 속으로 난 길로 접어 들자, 진창이 많아서 신발이 금새 흙투성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그 길을 걸으시며 ''길 참 많이 좋아 졌다" 라고 여러 차례 말 하셨습니다. 밀림길 중간 중간 풀을 베고 길을 정비한 흔적이 보였는데, 이것은 알라원 마을분들이 이번 방문을 위해서 길을 정비해 주신 것이라고 합니다. 스님은 "알라원이 거기 있어서 이렇게 원시 밀림을 걸어 볼 수 있으니 이렇게 다닐 길 만들어준 알라원 사람들이 얼마나 고맙냐"라고 하셨습니다.


스님이 참 좋아졌다고 말하시는 길입니다.▲ 스님이 참 좋아졌다고 말하시는 길입니다.

스님은 계속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조금 내리막길 비슷한 곳을 만나면 거의 뛰다 시피 하셨습니다. 주변 사진이라도 한장 찍으려고 잠시 멈추면 어느새 스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시 따라잡으려면 숨이 차도록 달려야 했습니다.

산을 오르락 내리락, 몇 개의 시냇물을 건너니 길이 딱 끝나며 제법 많은 양이 물이 콸콸콸 흐로는 계곡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망설임 없이 가져온 지팡이로 계곡물 속에 박아서 중심을 잡으시며 계곡의 바위로 훌쩍 건너 뛰셨습니다. 스님은 디딤돌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 다시 훌쩍 뛰셨는데, 과연 그곳에서 다시 길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이 계곡을 만났을 때▲ 스님이 계곡을 만났을 때

후발대 중 몇 분은 불어난 계곡 물 앞에서 어쩌지를 못해서, 오던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고 합니다.

조금 더 걸으니 JTS에서 지원 해서 만들었다는 구름다리가 나왔습니다. 스님은 산행 시작하고 2시간 만에 처음으로 뒤를 돌아 보시며 "여기까지 시멘트를 지고 날라 다리를 만들었는데, 이 다리가 구글 지도에도 나와" 라고 설명 해 주셨습니다.

다리를 건너자 마자 대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잠시 엉덩이를 붙일 수 있게 만든 곳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여기가 우리가 알라원 갈때 쉬는 휴게소"라며 산행 시작 후 처음으로 잠시 앉아 쉬시며 목을 축이셨습니다. 여기서 부터 알라원 까지는 약 45분 거리라고 합니다.

조금 길을 오르다 보니, 학교에 가는 원주민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슬리퍼를 신었거나 맨발이었는데, 진흙땅에 발이 빠져서 인지 슬리퍼를 양손에 들고 맨발로 숲길을 너무도 편안하게 오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걸음이 얼마나 날랜지 사진 하나 찍으려고 잠시 멈칫 하면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어느새 저 만치 가있었습니다. 까르르 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날랜 몸날림으로 산을 오르는 아이들을 보며 스님은 "아이들이 저렇게 자라야 건강한데, 요즘 애들 어떻게 보면 참 불쌍하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참을 더 진흙 오르막길을 걷고 난 후, 스님이 "마을 거의 다 왔다. 저기 밭 보이지?"라고 하시는데, 도대체 어디를 보고 밭이라고 하는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스님 밭이 어딨어요?' 하며 두리번 거리니, 저기 나무가 없고 풀이 많은 쪽이 밭이라고 하시며, 이곳 사람들은 산에 불을 질러 농사 짓고, 몇년 묵힌 후 풀이 자라면 다시 불을 질러 농사를 짓는다" 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마을주민의 밭, 왼쪽 아래에 색이 옅은 부분이 밭입니다.▲ 마을주민의 밭, 왼쪽 아래에 색이 옅은 부분이 밭입니다.

밭에서 조금 더 걸으니, 드디어 알라원 마을이 보였습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이원주 JTS 대표 등의 선두 그룹은 이미 마을에 도착하여 아이들에게 학용품 나눠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선발팀은 안 오시는 줄 알았던, 스님의 방문을 크게 반기셨습니다.

아름다운 알라원 마을 전경▲ 아름다운 알라원 마을 전경

알라원은 22가구 정도가 살고 있고 실개천이 있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알라원 학교는 JTS 지원으로 지어졌는데, 몇년전 배우 한지민씨가 1일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곳입니다. 전기도 없는 이곳에서 한지민씨는 학교 교실에서 자며 1박2일을 지내다가 갔다고 합니다. 전기가 없고 전화도 안되는 이곳에 JTS센터 쪽에서 연락할 일이 있으면 마을사람들이 내려 오길 기다려 인편에 소식을 전한다고 합니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JTS가 알라원과 같은 오지를 지원하는 것을 썩 내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알라원 마을은 국립공원 안이라 이곳에 사는 원주민들을 공원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학교가 생기니 주민들이 오히려 산으로 더 들어 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학용품을 받기 위해 나란히 줄 서 있는 모습, 노랗고 파란 교복은, 작년에 JTS 센터에서 약 천여벌을 제작하여 각 학교에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가운데 파란 교복을 입은 남자 아이 셋은 유치원생 입니다.▲ 아이들이 학용품을 받기 위해 나란히 줄 서 있는 모습, 노랗고 파란 교복은, 작년에 JTS 센터에서 약 천여벌을 제작하여 각 학교에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가운데 파란 교복을 입은 남자 아이 셋은 유치원생 입니다.

알라원 학교 벽에 있는 표지판, ▲ 알라원 학교 벽에 있는 표지판, "평화구역, 갈등으로 부터 보호하자"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 옵니다.

알라원학교 교사 기숙사. 안에는 작은 방과 화로로 밥을 하는 공간이 부엌이 있습니다.▲ 알라원학교 교사 기숙사. 안에는 작은 방과 화로로 밥을 하는 공간이 부엌이 있습니다.

스님은 마을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마을 리더인 '아델'과 그의 가족, 아내 그리고 큰 딸과 유치원생 아들▲ 마을 리더인 '아델'과 그의 가족, 아내 그리고 큰 딸과 유치원생 아들

알라원 학교의 정부 파견 정식 교사, 이곳 부족 출신이라 마을분들과 의사 소통이 원활하다고 합니다▲ 알라원 학교의 정부 파견 정식 교사, 이곳 부족 출신이라 마을분들과 의사 소통이 원활하다고 합니다

알라원 마을 분들은 JTS 일행이 방문할 때마다 직접 농사 지은 고구마를 삶고, 야생 커피콩을 채취해 만든 커피를 준비해 준다고 하십니다. 스님은 평소 커피를 별로 안드시는데, 이곳에 와서 만큼은 커피를 두세 잔 마신다고 하십니다.

마을 사람들이 준비해준 커피와 고구마▲ 마을 사람들이 준비해준 커피와 고구마

알라원 전속 커피 모델, 선주 법사님입니다.▲ 알라원 전속 커피 모델, 선주 법사님입니다.

스님은 마을 리더에게 '길을 잘 정비해줘서 고맙다. 답례로 선물을 하고 싶으니 마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너무 크지 않은 것으로 말해보라' 라고 하셨습니다. 갑작스런 제안이었는지 마을 리더분은 따로 생각해 둔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잘 대답을 못하다가 작은 소리로 마을 회관 같은 장소를 말씀하셨는데, 스님은 마을 회관은 학교를 이용하면 되니 다른 것으로 말하라고 하니, 결국 삽, 곡괭이 등의 연장을 가구별로 선물 하기로 정해졌습니다.

스님이 '큰거 말고 작은거' 라고 특유의 농을 섞어 말씀하시자 활짝 웃는 마을의  리더인 '아넬'▲ 스님이 '큰거 말고 작은거' 라고 특유의 농을 섞어 말씀하시자 활짝 웃는 마을의 리더인 '아넬'

마을리더의 환한 웃음을 보니 JTS와 알라원 마을의 오랜 신뢰 관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도 일정이 있기에 8시20분경 전체 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 했습니다.

하산 전 전체 사진 모습, ▲ 하산 전 전체 사진 모습, "까못때"라고 말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까못때"는 고구마란 듯으로, 우리가 사진 찍을 때 "김치" 하듯이, 여기 사람들은 "까못때"라고 한다고 합니다

스님은 "오래간만에 이렇게 산행도 하고 참 좋다" 라고 하시며, "이제까지 산에 다녀도 남들보다 앞서갔지 뒤쳐지는 일은 없었는데, 저번 경주산행 때 숨이 가빠서 거의 처음으로 길을 양보하고 나니 이번 산행때도 짐이 될까 싶어 정말로 다리까지만 올라 오려고 했는데, 하던 습이 있어서 끝까지 올라가게 됐다"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개인 정비 시간을 갖은 후, 잔치국수로 간단히 점심 드신후 오후에는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송코 원주민들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송코는 JTS가 PEACE HALL이라는 2층 건물을 지어주어서 그곳 원주민들의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도록 지원한 마을입니다. PEACE HALL에 직접 가서 공연을 보면 가장 좋겠지만, 돌아갈 일정을 고려해서 송코분들이 JTS민다나오 센터에 출장 공연을 오셨습니다. 약 한시간의 공연을 위해 송코 분들은 새벽부터 준비해서 3시간 30분 정도를 버스 타고 왔다고 합니다.

송코의 부족장님은 '그 동안 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이제는 우리 힘으로 빈곤 퇴치를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농가 소득을 위해 유기농 커피, 타로 등을 농사 짓는다'고 하시며 마을에서 생산한 유기농 제품을 스님에게 선물로 드렸습니다.

선물을 전달하는 마을대표 부부▲ 선물을 전달하는 마을대표 부부

송코 공연은 직접 만든 전통악기의 연주에 맞춰 전통옷을 입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멋진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린 꼬마 아이들이 개구리 댄스를 시작으로 어른들의 수준 높은 공연도 계속 되었습니다. 공연 중에는 한 여자를 두 남자가 좋아하는 상황을 손수건을 어깨에 걸쳐 주는 것으로 표현한 공연도 있었는데, 직관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는 춤이어서 인지 공연을 바라보고 쪽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공연팀과 더불어 어울려 춤을 추는데, 바로 보고 배운 손수건 댄스의 모방이 나와서 '참 저런거는 빨리도 배운다' 라는 스님 추임새에 다들 크게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송코 공연 모습▲ 송코 공연 모습

참가자들과 어울려 같이 즐기는 시간▲ 참가자들과 어울려 같이 즐기는 시간

공연팀 중에 한분을 보고 스님이 '저기 최말순 보살님 동생이 있다' 라고 하시며, 그 분에게 '최말분" 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시며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최말순 보살님과 분위기 닮아서 최말분 이란 별명을 받으신 공연멤버▲ 최말순 보살님과 분위기 닮아서 최말분 이란 별명을 받으신 공연멤버

스님은 공연이 마치자, 송코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육체도 생명이 있듯이, 정신 에도 생명이 있는데, 정신의 생명이 문화다. 여러분들이 여러분의 전통문화를 잘 이어가서 정신의 생명을 잘 보존하기를 바란다" 라고 하셨습니다.

송코 공연이 끝나고 스님은 민나나오 센터를 2시 30분경에 출발하여, 가가얀 데오르 공항에 도착하여 마닐라로 이동하는 다른 분들과 함께 6시 20분 마닐라행 비행기를 타셨습니다.

오늘 밤 스님은 마닐라 한금화 이원주 님 댁에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 일찍 싱가포르로 이동 후, 저녁에는 싱가폴 교민들과의 즉문즉설이 있습니다. 내일은 싱가폴에서 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고명주,은미경,김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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