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토회 해외지부 주최,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구(이하 유럽지구) 주관으로 열리는 제 5차 해외정토행자대회 유럽지구 첫날입니다.유럽지구 최초로 해외 정토행자 대회가 열리는 아헨 (Aachen) 은 독일 서쪽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으며 네덜란드, 벨기에와 국경을 접하는 도시입니다. 이번 행자 대회에는 유럽 7개 법회 지역인 독일 뒤셀도르프, 뮌헨,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위스 취리히 법회에서 모두 34명 참여했습니다.

행자 대회 시작 전날인 금요일 저녁에 이미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아헨 청소년 캠핑장 (Jugendgruppenzeltplatz in Aachen)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한편 스님은 지난밤 배형옥 님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하룻밤을 주무시고 입재식 시간에 맞추어 행자 대회 장소로 이동하셨습니다.

해외지부 상임 법사이신 선주 법사님은 2007년 시애틀에서 해외 정토행자 대회를 막 시작할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유럽지구 단독 행자 대회를 11년 만에 주최하게 되어 앞으로 10년 후 앞날이 기대된다고 말씀하시며 서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장 담당 법사이신 묘덕 법사님은 미국이나 한국이 아닌 유럽에서 유럽/중동/아프리카 지구만의 행자 대회를 주최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유럽의 정토행자들이 더 많이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쁨을 표하셨습니다. 미국에서만 4번 있었던 해외 정토행자 대회가 이번에는 지구별로 개최되어 뜻깊다는 뉴저지 법당 해외지부 사무국장 이정인 님의 인사 말씀도 있었습니다. 이번 유럽지구 행자 대회를 기획 및 총괄하신 김선희 유럽지구장님의 우렁찬 개회 선언에 참가자들은 힘찬 박수와 환호로 응답하며 행자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 참가자들 소개 시간

행자들의 기대감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법회 지역별 자기소개 시간을 통해 오늘부터 2박 3일간 함께할 참가자들의 이름과 현재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해 소개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께서 “한국에서 온 법륜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셔서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서 기쁘고, 유럽지구에도 곧 정토회 자체 수련원이 구해지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입재 법문을 시작하셨습니다. 스님은 붓다의 본래 가르침을 이어받은 정토회 설립 취지와 더불어 환경실천, 빈곤퇴치, 평화라는 사회적 실천 과제를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정토행자의 길은 수행을 전제로 하고 그 세 가지 과제에 기여하기 위해 봉사하고 보시하는, 즉 “대가가 없는 길이기 때문에 ‘이건 정말 나를 위한 길이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라는 입지가 분명해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행자 대회란 바로 “그런 입장을 분명히 한 사람들이 모여, 어려움이나 의문이 있다면 충분한 대화로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라는 말씀을 듣고 모두 이번 행자 대회의 취지와 정토행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새겼습니다.


▲단체사진 촬영을 위해 마당으로 향하는 스님

입재식을 마치고 스님은 참석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으시며 “먼길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이어서 캠핑장 뒤뜰에 모두 모여 기념사진 촬영을 했는데, 스님이 직접 촬영 지도를 세심하게 해주셔서 모두 수학여행 온 학생들처럼 즐거워했습니다. 스님은 참석자들과 앉아 간식으로 빵과 치즈, 과일을 드시며 “간식이 이 정도로 잘 나오면 저녁 만찬은 어떤 정도로 나오려고?”라고 언급하셔서 모두들 함박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곧이어 해외지부 유럽지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해외지부 사무국장 이정인 님께서 해외 정토행자 대회의 역사와 현황, 해외지부 9차 천일결사 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고, 김선희 유럽/중동/아프리카 지구장님이 지구 전체 소개를 했습니다. 7개 법회 지역 부총무님들이 각 법회 역사와 현황, 당면 과제와 목표를 발표했는데, 특히 2018년에 들어서는 모든 지역에서 예년에 비해 법회 참석자 수, 불교대학 및 경전반 입학생 수가 뚝 떨어져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서로 크게 공감한 부총무님들은 목표로 법회 및 불대 참석자 수 늘리기를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스님은 발표를 모두 경청하시고 정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내용 중 일부분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늘 드리고 싶은 말은 지금 세상의 변화를 감안하면 우리가 하는 수행이 앞으로 비전 있는 방향이라는 거예요. 다른 방식으로는 우리의 삶에서 처한 문제를 풀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과학 기술이 발달하겠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뇌는 그런 기술로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분들이 이 부분을 꼭 유념하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금까지 나온 방법 중에는 붓다의 가르침을 따라올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붓다의 가르침도 자세히 보면 특별한 게 있는 게 아니에요.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원리를 찾아서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제시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습관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는 변화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런 습관의 흐름으로부터 벗어나고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는 자각입니다. 자기 스스로 ‘어,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이러면 나에게 손해 아닌가’ 이런 식의 자각이 있어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어떤 사람이 매일 술을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웠는데 어느 날부터 바뀌기 시작했다면 그는 어느 순간 자기 문제를 자각한 거예요.

깨달음의 장에 다녀와서 그런 변화를 겪는 사람이 많은데 있는데, 그때 깨달음의 장을 통해 혹은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말은 엄밀하게 보면 사실과 조금 다릅니다. 변화의 계기는 자각인데, 깨달음의 장이나 스님과의 대화는 그가 자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볼 수 있어요.

변화는 자각과 자발에 의해서만 일어납니다. 여러분들이 자녀 교육을 할 때에도 야단을 치고 맹훈련을 통한 교육은 모방 교육에서는 효과가 납니다. 그런데 그런 방식에서 창의력은 길러지지 않습니다. 창조성은 자기 스스로 ‘어, 이거 왜 이러지?’하는 탐구적 사고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탐구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창조적 교육이에요.

그런 측면에서 알아차림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각이 저절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어, 내가 지금 화가 나네’하고 알아차리는 것, 즉 알아차림은 그러한 자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인위적인 훈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붓다가 이 알아차림이라는 정신작용을 발견해 냄으로 해서 운명을 바꾸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알아차림, 자각, 자발에 기초한 수행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2~30년 정도 더 살아보면 오늘 우리가 이야기 나눈 내용이 정말 세상에서 실현되는 것을 보고 검증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수행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 여러분 각자가 자기 점검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자기 점검이라는 것은 스님이 하는 이야기니까 무조건 맞다고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자신의 삶과 세상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판단해보는 거예요.”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모든 것이 급격히 바뀌어 가는 미래 사회일수록 붓다의 가르침과 수행이 인간을 고뇌로부터 자유케 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말씀에 참석자들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유럽지구 법회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회원 수 감소 현상과 신입회원 부족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인원이 적다는 것에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만 명이 잠을 자면서 ‘불이야’하고 잠꼬대를 하고 한 사람이 깨어있으면, 깨어있는 한 사람이 나머지 만 명을 깨우지 깨어있는 사람이 만 명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만 명이 똑같이 불이라고 부르짖어도 잠꼬대는 잠꼬대일 뿐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는 길에 대한 자기 정립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에 대한 정체성입니다.

둘째, 이 길을 함께 가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정토회원 몇 명을 만드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 회원 숫자 늘이기에 집착하게 되면 자기가 원하는 만큼 늘어나지 않으면 갑갑해집니다. 그러기보다는 이 좋은 것을 함께 하는 것을 소중히 하고, 함께 나누는 것에 기뻐해야 합니다. 법회에 와준 것만 해도 좋다고 생각하면 사람들도 부담이 없고, 또 담당자도 참석하는 사람들도 법회에 참석하는 게 재미가 있고 그렇게 됩니다. 그러니 법회에 참석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우리의 정체성은 수행에 있습니다. 정토의 중심에는 수행이 있습니다. 이 수행을 고기를 먹는지 이런 걸로 따지면 안 됩니다. (대중 웃음) 고기를 먹고 안 먹고는 식성의 문제이지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채식이 여러모로 건강에 좋으니까 채식을 권장하지만 그렇다고 수행자가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 다만 많은 수행자들이 채식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수행에 있어서 핵심은 아닙니다. 대승불교 수행자들이 채식주의자인 것처럼 인식된 것은 힌두교의 영향이 큽니다. 원래 부처님 당시를 보면 수행자는 늘 걸식을 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될 수가 없습니다. 걸식하면서 음식을 가리지 않고 주는 대로 먹는 것이 수행자의 태도이지 ‘나는 무엇을 먹고, 무엇은 먹지 않겠다’하는 것이 수행이 아닙니다.

대신 ‘상대방이 나에게 주더라도 세 가지 고기는 먹지 말라’는 계율이 있습니다. 이것이 삼부정육(三不淨肉)인데, 우선 상대방이 나를 위해 살아있는 생명을 죽인 고기는 먹지 말라는 계율이 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자꾸 살생을 유발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그런 고기를 먹지 않아야 앞으로 나를 접대하기 위해 생명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지 않잖아요. 그리고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짐승을 죽이는 모습을 봤거나 그 소리를 들은 고기는 먹지 말라는 계율입니다. 짐승이 고통을 겪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 고기를 먹는, 맛에 집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행의 관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앉아서 명상하는 것, 고기 안 먹는 것, 잠잘 때 눕지 않는 것, 결혼하지 않는 것 등 이러한 형식적인 부분에 집착해서 그것을 수행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올바른 관점이 아닙니다. 수행의 핵심은 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가입니다. 이것을 늘 중요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알아차림, 자기 심리상태나 감정의 상태를 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이 들뜨거나 화가 나도 그 상태를 내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들뜨더라도 내가 알아차리면 곧 가라앉게 됩니다. 이렇게 늘 올바른 관점을 갖고 수행을 해나가야 합니다.”

스님께서 유럽지구의 당면과제를 직관적으로 보시고, 그런 어려움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신 덕분에 유럽지구 법회가 당면한 공통적인 고민이 해결되어 얼굴이 한결 밝아졌습니다.

오후 일정을 마치신 스님은 행자들이 저녁 공양을 위해 자리 잡는 짧은 틈에 원고 교정 업무를 보신 후 행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만찬을 드셨습니다. 참가자들이 준비해온 장기자랑을 저녁식사 후에 재미나게 지켜보시고 저녁 예불을 올린 후 스님은 숙소로 이동하셨습니다.

그 이후에도 참가자들은 법사님, 해외 지구 사무국장님, 유럽지구장님과 모둠활동을 했습니다. 정토회에서 크고 작은 활동을 하며 어려웠던 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사는 곳도 다르고 어색하던 참석자들은 모둠활동을 통해 서로가 비슷한 어려움과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행자 대회 첫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해외지부 상임 법사 선주 법사님의 JTS 사업 소개가 있었습니다. JTS사업의 역사와 더불어 여러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를 들으며 지속 가능한 공동체 개발에 대해 배웠습니다. 특히 20년 전 수자타 아카데미에 다니던 꼬마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스님과 깨달음의 장도 하고, 한국에 방문해 JTS 거리 모금에도 참여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거리 모금을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모인 기금으로 교육받고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고 인도에 돌아가 마을과 교육 발전에 더욱 기여하겠다는 인도 청년의 마음에 모두 감동받았습니다.

유럽 정토행자들은 이렇게 길고도 뜻깊었던 행자 대회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스님과의 야외활동 및 즉문즉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최연희, 김세경, 권버미, 이시안, 이희정, 조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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