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간 열리는 <제 5차 해외정토행자대회 아시아/태평양> 첫 날입니다. 호주, 태국, 일본, 중국, 필리핀, 베트남, 싱가폴 등 아시아의 각국에서 36명이 참여한 가운데 필리핀 민다나오 JTS센터에서 아시아/태평양지구 주관으로 2박3일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해외정토행자 수가 늘어나면서 올해 처음으로 해외지부 산하 4개 지구별로 정토행자 대회가 열리게 됐는데, 아시아/태평양지구가 "왔노라 아태행자대회, 봤노라 행복세상, 나눴노라 정토세계"를 슬로건으로 그 포문을 열었습니다.



비행 일정 변경 탓으로 오전부터 함께할 예정이었던 스님 일행의 도착이 오후로 늦추어지면서 오전에는 행자들만의 일정이 진행됐습니다. 아침 예불과 공양을 마치고 일손이 부족한 텃밭의 잡초를 뽑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태지구 지구장 정은지님, 해외사무국장 이정인님,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의 인사말로 행자대회 문을 열었습니다. 특히 이원주 대표님은 필리핀 JTS설립에 대해 "스님께서 2002년 라몬 막사이사이상 수상하시면서, 현지 안토니오 카톨릭 주교님의 요청을 받은 것을 계기로 그 상금을 민다나오를 위해 쓰기로 결정하시면서 시작됐다"고 배경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후 15년 동안 민다나오에서 문맹과 빈곤 퇴치를 통한 평화와 화합의 불법을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어 영상 강의로 이어진 현희련 에코붓다 국장님의 환경강연이 끝나고 나서 점심 식사 전에 스님 일행이 도착하셨습니다

먼저 삼배로서 예를 갖춘 후 스님은 참석자 한사람 한사람과 일일이 지역을 물으시며 악수를 나누셨습니다. "법사가 지각해서 미안합니다, 모두 멀리서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씀하시자 모두 환하게 웃으며 환영했습니다.

마닐라법당에서 정성껏 마련해주신 음식을 즐겁게 공양하고 나서, 오후에 입재식부터는 본격적으로 스님과 함께하는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스님은 세계 13개 도시에서 온 정토행자들이 민다나오 JTS센터에서 모였다며 말문을 여셨습니다. JTS 활동지역중 지역정토회가 책임을 맡아 하는 곳은 민다나오뿐이라며 마닐라 정토회에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부탁하셨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철학도 아니다'라고 말할 때 그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종교도 아니고 철학도 아니면 대체 불교가 무엇이라는 겁니까?'라고 자꾸 묻는데 '불교는 해탈과 열반을 추구하는 수행으로 종교가 아니라기 보다는 종교를 초월하고, 철학이 아니라기 보다는 철학을 초월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수행 속에는 종교적 요소도 있고 철학적 요소도 있다는 뜻입니다.

정토회는 다시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것이고, 형식으로 보자면 새로운 불교입니다. 내용을 보면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새로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바로 수행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들 사이에는 저는 사제이고 여러분은 신자가 아닌, 우리는 모두 수행자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를 똑같이 정토행자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를 사회적인 용어로 '회원'이라고 하는데, 회원이라는 말은 평등성을 지향합니다.

정토회에 들어오는 사람은 수행자적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철학적인 이유로 오는 사람도 있고, 문화적으로 절이 좋아서 오는 사람들, 또 여러가지 다른 이유로 정토회를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행에서는 어떤 종교나 철학을 배척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자 믿는 것은 자유지만, 목표가 해탈과 열반이라는 수행자로서의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믿음이나 사유는 자유롭게 하더라도 해탈과 열반을 얻으려면 그에 맞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수행자로서의 관점이며, 이는 정토회 천일결사 '수행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정토회는 창립할 때부터 이런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밖에서 보는 형식이 종교적이다보니, 똑같은 불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종교적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기존의 불교로 갈 것을 권유하고, 반면 정토회에서는 목적을 뚜렷하게 하기 위해 일체 종교적인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독교인도 배척하지 않는데 하물며 불교인을 배척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래서 개인의 종교적 행위는 용인하면서, 다만 정토회는 '수행자 모임'이 설립 목표기 때문에 여기에서 수행자로서의 관점을 바로 잡기 위해 정회원이라는 제도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정회원은 신자를 배척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토회 안에 신자들도 수용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입니다. 정토회는 누구나 동참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정회원이 될 때는 수행자적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해탈과 열반'을 이루겠다고 원을 세운 사람, 나는 붓다의 길을 가겠다고 원을 세원 사람을 '마음을 낸 자'라고 하여 '발심행자'라고 합니다. 나아가 이 땅을 정토세상으로 만들겠다고 원을 세운 사람을 '서원행자'라고 합니다. 발심행자는 자기 해탈을 목표로 세운 것이라면 서원행자는 덧붙여 우리가 사는 이세상을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겠다고 원을 세운 사람입니다. 이렇게 발심행자와 서원행자를 묶어서 정회원이라고 이름을 붙인 거예요.

부처님 당시 의사 결정을 특정한 사람이 하지 않고 대중공사에 의해 결정했듯이, 정토회의 모든 사업은 정회원들의 의사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정회원 수가 많아서 정회원 열 명당 한 명의 대의원을 뽑아서 그 대의원들이 최종 의사 결정을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의원들의 의사결정 사항과 회의 내용은 반드시 지역 정토회의 정회원들에게 보고하도록 되어있고, 현재 2개월에 한 번씩 운영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행자대회에도 정회원만 참가대상이 되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이는, 수행자의 관점을 갖는 사람들이 모여야 정토회 관련 사업 보고와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토회에 나와서 활동을 하거나 법문을 듣는 것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지만, 정토회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은 정회원 이상만이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예산과 결산의 승인, 임원 선출 등은 정회원의 권한에 속하며, 대신 정회원에게는 수행, 보시, 봉사의 의무가 주어집니다.

오늘 여기 참석한 정회원도 다른 신도들과 차별을 두려는 것이 아니라, 정토회 사업에 대한 책임성을 확실히 구분하고 정토회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번 행자대회의 참가대상이 된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은 개인 수행문제뿐만아니라 JTS 사업, 정토회 사업에 대한 문제도 보고를 받고 집중적으로 의논도 함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도 이렇게 정회원으로 훈련이 되어야, 앞으로 해외에서도 정토행자가 늘면 총무도 선출하고 대의원을 선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안에서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그 훈련을 미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회원제, 즉 멤버십을 갖추어야 민주주의가 되지, 멤버십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잘 되지 않습니다. 제3세계를 봐도 투표는 그저 형식일 뿐,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독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시민이 깨어있어야 민주주의가 가능하지, 시민이 깨어있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가 맴버쉽을 가져야, 정토회가 민주적 운영이라는 미래의 모범적인 수행집단을 만들수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모인 도반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 불만사항, 개선할 점 등 뭐든지 맘놓고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혹시라도 오해할까봐 하지 못했던 얘기들도, 여기에서는 정회원들끼리 모였으니 우리들끼리는 어떤 비판, 칭찬도 맘놓고 해보자는 취지로 정회원 대회를 열었으니 이점 잘 이해하시고 함께하시면 좋겠습니다."는 말씀으로 입재식을 마치셨습니다.

다음은 정은지 지구장의 아태지구 전체 소개, 아태지구 각 법당, 법회, 열린법회 현황 소개와 과제, 포부 등을 발표했습니다. 11개 지역의 재치있는 소개를 들으시고 스님께서는 "지역별로 구체적인 현황을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정토회 활동이 스스로 자기 삶과 정토회에 도움이 되는가?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가를 잘 살펴 보라. 지금은 잘 안 되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고 반드시 된다.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해 나가기를 바란다" 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어서 해외상임법사님이자 JTS이사이신 선주법사님께서 JTS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어서 지역별로 준비한 즐거운 장기자랑 시간을 짧게 가졌습니다.

저녁 일정은 시드니 김문진님의 수행 사례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재혼 가정의 어려움을 수행으로 극복해 나가는 감동적인 모습에 다함께 눈시울을 적시는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수행을 주제로 한 즉문즉설있었습니다. 5명이 질문했는데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차별하게 되어 고민, 생각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 부처님 당시에 비교해 지금 사람의 정신작용은 왜 발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 늘 깨어 있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명상 후유증에 시달리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한 스님의 말씀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수행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명상수련을 세 번 다녀왔고, 다녀올 때마다 부작용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명상수련에 다녀왔을 때에는 목디스크도 고치고 제 무의식도 보는 좋은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그때 스님께서 회향법문에서 '명상수련 후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처음 명상수련을 한 사람들, 처음으로 자신의 무의식, 느낌을 깨우친 사람들은 음식을 탐닉한다거나 음주를 하거나 성에 집착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마침 음식과 음주를 좋아하는 제가 (대중 웃음) 명상수련을 다녀온 후에 푹 빠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 두 번째 명상수련에 다녀왔을 때에는 그리 많은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지만 스님을 비롯하여 다른 분들 보면서 천천히 수행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아서 마음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9박 10일 수련을 다녀오면 거기서 유지하는 생활 패턴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유지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수련이 끝나니까 몸을 혹사시키고 과음, 과식, 과로를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세 번째로 6박 7일 명상수련을 다녀왔는데, 마음 속에서 극도의 가벼움과 긍정성을 느끼고 왔습니다. '아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좋고 가벼울 수 있구나'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녀와서는 출장 등 바쁜 일이 있었는데, 명상수련을 다녀온 지 한 달 가까이 되는 지금 다시 과음, 과식, 과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패턴을 보이는 자신을 보며 특별히 비난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이렇게 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한 발씩 나아갈 때 어떻게 나아가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럴 때 한 발씩 천천히 나아가는 사람이 있고, 성격이 급한 사람은 세 발 앞으로 나아갔다가 두 발 물러나서 결국 한 발 앞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이것도 각자 가진 성향마다 달리 나타납니다.

질문자 같은 경우에는 명상수련에 다녀와서 부작용이 생겼다고 하니까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1차, 2차, 3차에 걸친 경험을 들어보니 상당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명상수련에 다녀와서 느낀 바를 들어보면 진전을 보이고 있어요. 그러니까 일시적으로 생기는 물러남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다만 세 발 나아가고 두 발 물러나고 다시 세 발 나아가고 두 발 물러날 때, 두 발 물러나기 보다는 이왕 세 발 나아간 거 한 발만 물러나면 두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지금 명상수련 후 자기의 좋은 감정에 들떠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인데, 이 부작용을 줄이면 보다 나은 진전이 있을 거예요. 지금 자기 감정에 들뜨기 때문에 소위 물러남이라는 반작용이 생기고 있어요. '이번에는 뭐가 좋았다, 이번에는 뭐가 됐다, 이번에는 뭐가 될 것 같다'는 것이 바로 기대와 욕심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기대와 욕심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부작용이 생깁니다.

명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리 통증, 졸림, 번뇌 망상으로 인한 괴로움은 사람이 이를 악다물고라도 이겨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다리도 안 아프고 마음이 고요해지면 '아, 이래서 명상을 하는구나'싶고 지금까지 명상은 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은 온데 간데 없어진 채 드디어 나도 명상의 묘미를 보는구나 싶어집니다. 그런데 정작 다리 아프고 졸린 것보다 이 느낌에 취하는 것이 더 큰 장애입니다. 이런 느낌이 든 다음 단계는 대개 '아까 어떻게 하니까 그 느낌이 들었지? 다리를 이렇게 하니까 그 기분이 들었나? 하면서 그 기분을 다시 느끼려고 해요. (대중 웃음)

그런데 이런 게 바로, 과거에 가진 느낌에 집착하는 거예요. 명상은 지금 깨어있는 것인데, 지금 그런 느낌이 안 들면 안 드는 데 깨어있고 다리가 아프면 다리가 아픈 데 깨어있어야 하는데, 계속 과거 생각을 하면서 '아까는 어떻게 했더라, 아까는 이렇게 하니까 됐는데, 아까는 저렇게 하니까 됐는데' 하는 망상을 피우게 돼요. 다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것은 적어도 다리가 아픈 지금에 깨어있잖아요.

그래서 그 좋은 느낌에 사로잡히는 것이 명상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입니다. 그리고 그 좋음에 사로잡히는 것 때문에 소위 명상 중독증이라는 것도 생기는 거예요. '어디 가면 더 좋아질까, 미얀마에 가면 더 좋은 게 나타날까, 티벳에 가면 나아질까' 이러면서 보따리 싸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마약중독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명상수련에서도 늘 이 부분을 경계하라고 주의를 줍니다.

지금 질문자가 겪는 부작용도 이 좋음에 들뜨기 때문에 나타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또 명상수련이 끝나면 몸에 에너지가 있다고 해서 바로 밤샘하거나 과로하지 말아야 해요. 이건 단식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식을 하면 체중이 줄잖아요. 그런데 단식이 끝나고 평소처럼 밥을 먹으면 평소보다 체중이 조금 더 늘어납니다. 65kg에서 단식을 해서 60kg가 되었다면, 본래대로 식사를 하면 이제는 체중이 67kg, 이렇게 종전보다 조금 더 늘어납니다. 이건 몸에 생기는 일종의 상처라고 볼 수 있는데, 몸이 굶은 것을 기억하기 때문에 다음에 굶을 때를 대비해서 조금 더 비축해두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이유로 단식은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단식을 통해 체중 조절을 하려고 하면, 만약 65kg에서 단식을 통해 60kg가 되었다면 단식이 끝나고서도 체중을 60kg로 오랫동안 유지를 시켜주어야 합니다. 최소 6개월 정도 60kg정도를 유지하면서 차츰 65kg로 돌아가면 체중이 67kg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명상이나 단식 후에 복식하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명상을 한 후에도 소식하는 생활을 유지하고, 몸에 축적된 에너지도 한 번에 다 쓰지 말고 몇 개월 동안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술을 먹다가 명상하는 동안 안 먹었으면, 집에 돌아가서 바로 먹지 말고 제어하면서 천천히 풀어야 합니다. 돌아가자마자 바로 먹으면 평소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잘 제어해야 해요. 그래서 20일 단식을 했으면 복식도 적어도 20일에 걸쳐서 해야 해요. 단식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식 기간의 두 배에 걸쳐서 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러니 20일 단식을 했으면 40일에 걸쳐서 복식을 하는 거예요. 그래야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제어가 됩니다. 복식할 때 제어하지 않으면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평소보다 더 심해져요. 이건 직접 경험해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단식을 하는 건 오히려 쉽습니다. 안 먹는 건 그냥 안 먹고 버티면 되는데, 복식할 때는 계속 심리적으로 당기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어야 해요. '내가 안 먹고도 버텼는데 한 숟가락 먹었으니 됐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서 복식을 해야 하는데, 마음 한켠에서는 '이제 다 괜찮아졌어, 몸도 다 회복됐어' 이런 식으로 사유체계가 흘러가기 때문에 제어가 잘 안 됩니다. 자기의 욕망이 제어를 하겠다는 생각조차 바꾸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이 욕망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거예요. 이게 곧 자기가 자기한테 속는 거거든요. 여러분들도 '이러면 안 돼'하는 건 힘들긴 하지만 참고 견딜 수 있는데, 욕망이 심해지면 그걸 '해도 돼'하고 생각을 바꾸어 버리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술 먹는 것, 담배 피우는 것도 몰래 숨어서 하면 결국 알콜 중독, 담배 중독 증상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아이들이 제사가 끝나고 어른들이 있는 데서 한 두 잔씩 먹는 것, 즉 제어를 하면서 먹는 훈련을 받게 되면 술을 마셔도 폭음은 하지 않게 돼요.

담배도 남자와 여자 중에 여자들이 더 끊기 어렵습니다. 사회적으로 여자는 숨어서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그래요. 술도 잔치집에 가서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마시는 것은 폭음으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는 있어도 알콜중독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괴로움으로 인해 혼자서 홀짝 홀짝 마시는 건 알콜중독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게 다 심리와 관련된 문제예요. 질문자의 경우에도, 명상수련 회향법문에서 늘 말하잖아요. 명상을 통해 좋아진 감정을 용수철 풀듯이 탁 풀면 안 되고 제어해야 합니다. 풀 때 자기 자제력을 유지해가면서 풀어야 하는데, 질문자의 경우에는 갑자기 풀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어요. 다음에 할 때는 그 과정이 조금 길게 가지고 가야 해요. 수련이 끝났다고 갑자기 풀지 말고 조금 길게 유지하면서 천천히 풀어보세요. 화도 참았다가 풀면 더 세게 나잖아요. 그런 것처럼 감정도 진정된 상태를 오래 끌고 가야 해요. 그래야 개선될 수 있습니다.

크게 보면 질문자는 나아지고 있습니다. 명상수련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지고 있어요. 그런 긍정적인 바탕 위에 조금 더 효과가 있으려면 명상수련이 끝나고 그 에너지를 조금 더 길게 유지하면 좋겠다 싶어요.

예를 들어, 명상수련 동안 소식하면서 한 끼에 한 숟가락을 먹었다면 수련이 끝나고 그걸 일주일만에 원래대로 돌아가지 말고 한 달을 끌고 간다든지, 명상수련 동안 술을 안 마셨다면 끝나고 바로 마시지 말고 한 달 동안 유지해보는 거예요. 수련하는 동안 못 했으니까 고파병에 걸려서 수련이 끝나고 나가자마자 바로 먹어버리면 거꾸로 평소보다 더 심해지기가 쉽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단식하면서 체중 조절을 해보면 똑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단식하고 난 다음에 복식을 빨리 하면 체중이 평소보다 더 나가게 돼요. 그래서 이번에는 단식을 하고 역사기행을 하면서 일부러 복식을 천천히 했는데, 그랬더니 복식이 끝난 다음에도 체중이 2kg 줄었어요. 이렇게 제어하는 기간을 더 오래 유지하면 조절이 가능해져요.

이것도 혼자서 생활하면 혼자서 제어하니까 가능한데, 사회생활 하면서 사람들과 회식을 하게 되면 어렵습니다. 저도 단식하는 기간에는 사람들을 만나도 단식하는 중이라고 선언을 하고 만나니까 별 어려움이 없는데, 복식하는 기간에는 일단 숟가락을 드니까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하면 자꾸 음식에 손이 가게 돼요. (대중 웃음) 이렇게 단식의 위험도 단식 자체보다는 복식에 있습니다. 그래서 단식한 다음에 빨리 풀어버리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화도 참았다가 터뜨리고 참았다가 터뜨리는 건 짜증을 자주 내는 것보다 못해요. 착한 사람 무섭다는 게, 착한 사람은 그걸 속에서 오랫동안 참았다가 터뜨리기 때문에 사생결단이 되곤 합니다."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10시에 즉문즉설을 마치고 스님은 긴 하루를 마치셨습니다. 내일은 해외 행자대회 둘째날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은미경, 고명주, 김경필, 조태준, 박은선

아직 입학할 수 있어요 정토불교대학 <바로가기>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