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전국 대의원회 회의와 서원행자대회가 연이어 열린 날입니다. 오전에는 정토회 하반기 사업계획에 대해 토론을 한 후 오후에는 서원행자대회가 열렸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수 백여 명의 정토회 대의원들은 하반기 사업계획을 주제로 오전 내내 안건 발의, 심의 및 토론, 찬반투표 등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불교대학 개편에 대해 모둠별 실습을 해보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이어서 행정분과, 자원활동분과, 예결산분과 등 각 분과별로 주제 발표 및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안건 중 가장 핵심은 하반기 사업계획이었는데요. 먼저 스님이 ‘현 시점에서 정토회가 해야 할 일’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습니다. 4년 전 시작 된 통일의병 교육을 통해 전국에 많은 통일의병들이 양성되었는데,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앞으로 통일의병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여러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질의응답을 마치고 곧바로 찬반 토론에 들어갔습니다. 대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하반기에는 통일의병을 재정비하고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해나가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이외에도 각 부서의 상반기 사업 보고와 예산과 결산 등에 대해 많은 심의와 검토가 있은 후 전국 대의원회 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어서 대의원들은 스님을 모시고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상반기에 신규 법사님 수십여 명이 수계를 받게 되면서 이제 정토회는 전국 모든 지역정토회 단위별로 지역 법사단이 구성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는데요. 스님은 이를 토대로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습니다.

“1박2일 동안 대의원 여러분들께서 전국 단위 정토회 회원들의 의사를 대변해 주시고, 정토회가 가능하면 대중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토회를 설립할 때 세운 두 가지 목표 중 하나는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는 평화가 구축되도록 하고, 남북이 하나가 되는 통일한국을 만든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목표는 ‘불교를 새롭게 해서 바른 불교를 이 땅에 심고 정착시킨다’ 하는 또 하나의 목표와 거의 동격입니다. 그래서 1차 만일결사가 끝날 쯤에는 우리가 처음 세운 목표대로, 읍면동에 행복센터가 어느 정도 들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10,000일 안에 우리가 목표를 다 완수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시간을 조금 더 연장해서 11,000일 안에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그런 경지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목표를 달성한 것과 진배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목표가 좀 까마득하게 보일지 몰라도 여러분과 제가 보는 눈은 조금 다릅니다. 저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델만 만들어지면 그 모델을 확산시키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100개가 목표였는데 아직 10개밖에 못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10개가 100개가 되는 데에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요. 만약 우리가 구체적인 모델도 만들지 못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실패겠지요. 그러나 현재 우리가 해 나가는 것을 보면, 아직 완성시킬만한 능력은 안 되지만, 그것을 완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상당 부분 준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만일결사를 회향할 때 우리가 세웠던 목표를 완성한 것과 진배없는 그런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토회가 대의원회를 만든 이유는 전국적 통일성을 갖는 조직인 동시에 각 단위조직이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개개인이 행복한 수행자들의 모임일 뿐만 아니라 운영하는 방식도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모범적인 조직이 되고자 하는 거예요. 현재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는 자율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자기주장만 하는, 그래서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항상 자기의 욕구를 스스로 자제할 줄 알고, 이런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구조를 가질 때, 사회에서도 가장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을 집행할 때는 어떤 조직보다도 더 일사분란하게 하고,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모두 다 행복하고 자유롭고, 조직 운영도 매우 민주적이라면, 정토회가 규모는 작지만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정토회가 해야 할 일은 부족한 우리들이 모여서 이런 일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당대에 많이 확산되면 좋은 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모델이 이 사회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샘플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치 부처님이 상가(산스크리트어로 samgha. 승가 혹은 교단을 지칭함)를 만들어서 그 상가 안에서는 계급차별도 성차별도 없는 모델을 만드셨던 것처럼, 260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들도 그런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시대를 앞서가다 보니 조금 어려움이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원 여러분께서는 ‘이 세상을 한 발 앞서 가면서 미래 사회의 대안을 만들어간다’는 관점에서 늘 연구하는 자세로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기존에 있던 조직 시스템, 또 기존에 있던 종교의 운영 방식을 가지고 운영을 한다면 굉장히 쉬울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와서 복 빌고, 서비스를 받고 집으로 가고, 스님들은 목탁치고 염불해주고, 그러면 운영이 얼마나 쉽겠습니까? 공연히 이렇게 모여서 긴 시간 회의를 하고, 직장에 휴가를 내고 그러지 않아도 되겠지요. 여기서는 여러분이 청소도 해야 하고, 침낭도 들고 와야 하고, 반찬도 들고 와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고 돈만 얼마 내면 서비스가 착 갖추어지는 방식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긴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좀 구차한 모습을 갖는 이유는, 현재의 이 사회 시스템이 편리한 점도 있지만 이 방식으로 모든 인류가 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종말에 이를 수밖에 없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삶의 방식이예요.

우리는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만들어나갈 것인지 연구하고 그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겁니다. 부처님이 발견하신 해탈과 열반이라는 것도 결국은 즐거움이 괴로움으로 바뀌지 않는 지속가능한 행복, 지속가능한 자유를 뜻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지속 가능한 삶의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 나가야 합니다.

저도 부족하고, 법사님들도 부족하고, 우리 모두 부족한 사람들이에요. 그러나 부족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뭔가 그래도 좀 더 완전한 어떤 것을 만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집단이 이 세상에 그렇게 많지는 않지 않습니까.

육체적으로 삶이 조금 고단할지라도 정토회의 이 수행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자긍심을 좀 가졌으면 합니다. 많은 정토회 회원들이 중간에 활동을 그만두는 것은 아직 이 수행의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좀 좋아보여서 열심히 하다가 조금 힘들고 피곤하니까 ‘굳이 내가 이렇게 살 필요가 뭐 있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아직 세속적인 가치관 위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예요.

그래서 불교대학, 경전반, 깨달음의 장을 진행할 때 이 수행적 가치관에 대해서 좀 더 분명하게 짚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수행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 가족들에게, 우리 회사 동료들에게, 같이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세상과 똑같이 평범한 삶인데, 어떻게 보면 또 세상과 다른, 수행자의 삶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고 주위에도 널리 전합시다.

대의원 여러분은 그런 목표를 꾸준히 추구해 가는 정토회에서 가장 앞선 분들입니다. 좀 바쁘고 피곤하시더라도 이런 자긍심을 갖고 임한다면 좀 더 보람이 있을 겁니다.

잠시 후에 우리가 먼저 초벌 의논한 것들을 서원행자님들께 보고해서 의견을 들을텐데요. 지금은 수백여 명의 의견을 모았다면 수천여 명이 다 같이 모여 다시 한 번 의견을 모은다면 이것은 정토회 전체 회원들에게 더 큰 힘으로 다가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부족하지만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자는 스님의 간절한 말씀에 대의원들 모두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전국 대의원회 회의를 모두 마친 후 다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대의원회 회의가 끝나고 쉴 틈 없이 곧이어 서원행자들이 전국에서 속속 도착했고, 오후 4시 30분부터는 서원행자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서원행자들은 청법가와 삼배로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입재 법문을 통해 정토회의 설립 취지에 대해 강조하면서 만일결사의 두 가지 목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새로운 변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들은 지금이 어떤 변환기인지 잘 못 느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역사 속에 있을 때는 그 역사가 변환기인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100년, 200년 지나서 그 시대를 되돌아보면 어떻습니까?

‘아, 그 시대는 격변의 시대였구나. 우리가 조금만 더 살폈더라면 그때가 격변의 시대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뒤늦은 후회를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도 사실은 변화의 시대입니다. 50년, 100년 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 지금 강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거나, 지금은 아주 미미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이 50년, 100년 후에는 사회의 중요한 세력이나 과제로 등장해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역사를 한번 돌아보세요. 부처님은 당시부터 엄청나게 유명했고, 승단의 세력도 굉장히 컸다고 대부분 알고 있지만, 실제 부처님 당시에는 세력이 미미했어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200년이 지나서 아쇼카 왕 시대가 왔을 때에야 비로소 사회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노력을 포기하거나 원칙을 버린다면 아무리 세월이 좋아져도 사회의 주류가 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바른 관점을 가지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고, 20년이 지나면 또 달라질 것이고, 50년이 지나면 또 달라질 것입니다. 옛날에 내가 알던 건 다 없어지고, 지금은 모르는 게 그 때는 주류가 되는 세상을 보게 될 거예요.

그래서 항상 역사적인 변화와 시대적인 상황을 잘 알아야 합니다. 일제강점기에 살 때에는 일본제국주의가 영원할 것 같았지만 결국 그렇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분단시대에 사니까 분단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통일시대가 되었을 때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면 우리들이 얼마나 좁은 안목으로 현안에 급급하면서 살았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그것을 바로 지금 이 시대에 알아야 된다는 거예요.

30년 전에 정토회를 설립할 때 우리는 앞으로 10년, 20년, 30년 세월이 흐르면 ‘수행’이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이 좋아지고, 제도가 개선되어서 사회가 좋아지고, 민주주의가 정착된다고 사람들이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거구나.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는 내가 살아온 삶의 습관을, 욕구의 뿌리가 되는 이 까르마를 바꿔야 되겠구나.’ 이렇게 깨달을 수밖에 없거든요.

처음에는 소수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했지만, 그것이 바로 선점이에요. 그렇게 선점해서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어야 30년이 지나서 대중의 요구가 보편화될 때 확산이 가능한 겁니다. 10년을 포교해도 2명밖에 확보를 못하고, 20년을 포교해도 5명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실패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절인연을 맞게 되면 순식간에 확대가 되는 겁니다.

우리는 이미 30년 전에 수행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많아질 것을 예상하고 사람들이 사는 동네마다 수행처소가 하나씩은 있어야 된다고 예상했던 거예요. 지금 보면 동네마다 교회가 들어와서 복을 빌고 있는데, 그 대신 동네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수행하는 도량이 하나씩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새로운 불교를 해 보겠다고 했던 거예요. 세상에 수많은 절이 있지만 거기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가 심은 하나의 씨앗이 30년 후에는 5,000여 개의 읍면동에 심어지리라는 꿈을 꿨던 거예요. 그때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이 ‘허황되다’, ‘과대망상증이구나’ 이렇게 평가했었습니다. 숫제 복을 비는 절 5,000개를 만들겠다고 했다면 이해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수행자들의 모임을 5,000개 만든다’ 라고 했을 때 ‘그런 건 전국에 1개 만들기도 어려운데 어림없는 소리다’ 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꿈을 지니고 노력해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10년을 해 봐야 전국에 10개 만들고, 20년을 해 봐야 전국에 100개 만들었는데, 무슨 5,000개를 만드느냐’ 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우리의 계획이 조금 늦어질 순 있지만 시대적인 흐름임을 알게 됐지 않습니까? 우리는 방향은 잘 잡았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요. 이런 걸 법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 복을 빌면 복을 준다’ 이런 게 믿음이 아니에요.

그리고 30년 전 당시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는 산업화와 민주화였지만 30년 후의 시대적 과제는 바로 평화와 통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평화와 통일은커녕 거꾸로 전쟁 난다고 난리였고, 그래서 분단이 더 고착화 되는 것 같았어요. 그것만 보면 늦봄까지 남아있는 응달의 얼음처럼 겨울이 계속 될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겨울의 막바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미국과 중국이라는 큰 세력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나의 세력이 세계를 지배할 때는 그것이 좋든 나쁘든 현상 유지가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세력이 일어나서 기존의 세력과 각축을 벌일 때는 ‘현상 변경’이 일어나는 거예요. 하나이던 게 분단이 되어서 둘이 될 수도 있고, 둘로 분단됐던 것이 하나로 합해질 수도 있고, 평화가 깨지고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갈등이 해소되어 평화로 갈 수도 있지요. 이게 현상 변경입니다. 우리는 지금 ‘미, 중의 각축 속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것이냐? 아니면 미, 중의 역학관계를 이용해서 우리의 염원인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을 이루는 현상 변경으로 갈 것이냐?’ 하는 기로에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염원’입니다. 염원의 성취는 노력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큰 시대적 흐름에 영향을 받아요.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런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느냐, 그 역학관계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겁니다.

이렇게 우리는 30년 전에 두 가지 방향을 잡았습니다. 두 가지 방향이 괜찮은 것 같아요? 어림도 없는 소리 같아요? (모두 박수)

지금도 여러분들이 수행이 대중화되는 것과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이루는 것, 이 두 가지를 꿈처럼 생각한다면 30년 전에는 꿈속의 꿈이었어요.(모두 웃음) 30년 전에 이미 그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가졌다면, 지금은 확신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방향은 그렇게 잘 잡았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것이냐 하는 건 끊임없이 그 시대에 맞게 연구하고 변경해야 돼요. 그러나 큰 틀은 바꾸면 안돼요. 큰 틀을 바꿔버리면 그것은 ‘원’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어려운 시기가 찾아와도 그 꿈을 가지고 그 긴 겨울을 극복해야 해요. 그렇게 큰 원은 유지하고, 작은 건 시절 상황에 맞춰서 적절히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냥 원만 움켜쥐고 있으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효율성에만 너무 급급하다보면 원을 놓치게 돼요. 이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 것이냐 하는 게 중도를 실현하는 겁니다.

우리는 방향은 잘 잡았고 시절인연도 도래했어요. 다만 우리의 노력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그러면 저한테 ‘스님, 그건 말씀이 안 됩니다. 우리는 죽을 둥 살 둥 노력을 했습니다’ 이렇게 말할 사람들이 많겠지요? (모두 웃음) 그럼 ‘노력은 했는데, 지혜가 조금 부족했다’ 이렇게 말하면 되겠어요?”

(대중들) “예.”

“예. 우리가 일할 때 조금 더 지혜로운 방식으로 했어야 되는데, 무대포로 해서 힘만 들었으니까 앞으로는 조금 더 지혜를 발휘해서 노력해보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 기초는 수행입니다. ‘내가 행복하고 자유롭다’ 하는 수행을 바탕에 깔고 해야 오래 할 수 있어요. 오래 하려면 꾸준히 해야 됩니다. 꾸준히 해야 변화가 일어나는 거예요. 우리가 30년을 이렇게 꾸준히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수행정진하면서 해 왔기 때문입니다.

활동가 한 명을 해외로 파견을 보내면, 그래도 매일 108배 정진을 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죽느니 사느니 하면서도 3년이면 3년, 6년이면 6년 활동을 해냅니다. 그런데 바쁘다고 기도도 안 하고, 법문도 안 듣는 사람은 끝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은 중도에 포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수행정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강조하는 거예요. 수행정진을 안 하면 아무리 일을 잘 해도 오래 못 합니다. 결국 어떤 장애에 부딪치면 마음이 홱 돌아서버립니다. 그런데 수행정진을 하면 아무리 어려움이 닥쳐도 사로잡힘을 자기가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장애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수행 정진할 것, 일주일에 한 번 법문 들을 것, 이것을 반드시 지켜야 여러분들이 꾸준히 활동해 나갈 수 있습니다.

대의원들이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1박 2일 동안 부지런히 정토회 사업을 의논하고 검토했습니다. 그걸 여러분들이 쭉 들으면서 의견이 있으면 얘기도 나누고, 그래서 우리 서원행자들이 한 마음이 되어서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전법’이라는 과제에 매진해 보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식사 후 저녁 7시 30분부터는 신규 서원행자 환영식을 가졌습니다. 먼저 올해의 신규 서원행자 분들을 영상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수행, 보시, 봉사를 해왔던 서원행자들의 모습이 사진 슬라이드 속에 주욱 펼쳐지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신규 서원행자들이 연꽃을 들고 무대 앞으로 입장했습니다. 무대 앞에 나란히 선 신규 서원행자를 대표해서 한 분이 서원행자로서의 삶을 다짐하는 발원문을 낭독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신규 서원행자들을 위해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대중들도 함께 일어서서 스님의 축원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오늘 저희 정토서원행자 대중 일동은 정토수련원에 모여 새롭게 이 땅에 정토를 일구고자 서원을 세운 12명의 서원행자를 맞이합니다.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아보면 나 잘났다고 나를 움켜쥐고 내 재능을 뽐내며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돌아온 것은 후회, 원망, 미움 그리고 지친 마음이었습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니 남을 탓하고 원망하고 미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부처님 법 만나 돌이켜 보니 ‘나다’ 할 것도, ‘내 것이다’ 할 것도, ‘내가 옳다’ 할 것도 없었습니다. 우리에게는 각자 바라는 욕망이 있지만 그 욕망은 다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없을 뿐 아니라 남이 원하는 것도 내가 다 해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진실이고 사실입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그러나 거기에는 과보가 따릅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것 또한 다행입니다.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해줄 수 있으면 다행이고, 해줄 수 없다 하더라도 다만 그것일 뿐입니다. 이렇게 가볍게 받아들이면 나의 삶도 남의 삶도 다 편안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렇게 단순한 진리를 알지 못하고 대낮에 눈을 감고 불을 밝히라고 아우성치듯이 애쓰고 살았습니다. 다만 눈만 뜨면 되는 것을. 다만 불을 밝히면 되는 것을, 다만 꿈을 깨면 되는 것을, 얼마나 많은 세월을 애쓰며 꿈속을 헤매고 어둠 속을 헤매고 눈 감고 헤매었는지 모릅니다. 이제 다시는 눈 감지 않고 꿈꾸지 않고 어두운 밤을 헤매지 않는, 불 밝히는 이, 눈 뜬 이, 잠을 깬 이가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어둠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불빛이 되는 그런 보살의 행을 행하겠습니다. 오늘 저희가 세운 이 서원 잊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새로운 서원행자 12명이 올바르게 정진할 수 있도록, 먼저 서원행자가 되신 분들이 이들을 따뜻하게 영접하고 함께 손잡고 정진해 갈 것을 부처님께 발원하오니, 저희의 이 발원을 증명하여 주시옵소서.”

스님의 간절한 축원을 들으며 서원행자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규 서원행자들은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참가자 소개를 모두 마친 후 이어서 공동체 및 사회활동위원회의 2018년 상반기 사업보고와 하반기 사업계획, 결산 보고를 발표하는 시간을 밤늦게까지 가졌습니다. 내일은 서원행자대회 2일째 일정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미정, 이준길, 정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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