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비로 봄 하늘은 한층 맑고 투명한데, 오전부터 예보된 강한 바람에 저절로 몸과 마음을 움츠려들게 하는 날씨입니다.

강연이 열리는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 달비관은 강연이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강연을 준비하는 봉사자들의 뜨거운 열기로 넓은 강당이 훈훈합니다.

‘한다면 한다’ 구호 아래 아무리 강한 태풍이 불어도 우리는 해내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서로의 손을 포개어 헹가래를 하고 각자의 자리로 옮겨 마무리 점검을 하는 모습들이 무척이나 활기차고 생기가 넘칩니다.


달비관 1층에 500석, 2층에 200석으로 700명 정도의 청중을 예상했는데 그 두 배나 되는 1025명의 청중이 객석을 꽉 채워 스님의 강연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관심과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어느 듯 강연 시간이 되고 법륜스님 소개 영상이 나가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1025명의 청중들이 모두 집중해서 조용히 영상을 관람하였습니다. 드디어 스님이 도착하고 무대에 오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뜨거운 함성이 쏟아집니다.

스님은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의 봄과 아름다운 계절의 봄을 맞아 우리들 마음의 봄을 어떻게 맞을까를 주제로 이야기 해보자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질문 신청자가 20명이나 되었는데, 11명이 스님께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이혼한 아내와의 관계 때문에 힘든 남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성격 차이로 아이 엄마와 헤어졌습니다. 지금 행복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이혼하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이혼한 뒤에도 아이 엄마가 끊임없이 저를 괴롭히니까 너무 힘듭니다. 양육비가 얼마고 언제 한 번씩 아이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판사님이 법정에서 조정해서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제때 잘 보내주지도 않고, 제가 양육비를 줘도 항상 더 많이 요구하면서 금전적으로 너무 힘들게 합니다. 저도 월급을 받다 보니까 제 생활도 어려워서 요구하는 만큼 다 못 준다고 얘기하면 전화로 온갖 폭언과 욕을 하고, 전화를 안 받으면 문자와 카톡으로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괴롭힘을 자꾸 받다 보니까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 엄마에 대해서 자꾸 미운 감정이 생깁니다. 얼마 전에 아이 엄마가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걸 알게 됐는데 그게 불법적이라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저걸 관공서에 신고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계속 괴롭히니까 저도 아이 엄마한테 해코지할 마음만 자꾸 생깁니다. 부모님께서는 그냥 옆집 개가 짖는다 생각하고 신경을 끄라고 말씀하시지만, 직접적으로 그런 폭언을 끊임없이 듣다보면 그 마음이 계속 일어나는 걸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스님께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장가가면 좋을 줄 알았죠? 그것 봐요, 별로 안 좋잖아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갔어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몰랐다고 해서 과보를 피해갈 수 있나요? 자기가 지은 인연의 과보를 받아야죠. 첫째, 그만큼 재미를 봤기 때문에 그만큼 과보를 받아야 하는 거예요. 스님도 ‘그런 경우에 잘 할 수 있느냐’ 묻는다면 저는 못 해요. 저는 그럴 줄 알고 안 갔다는 것, 이것 하나가 제가 질문자보다 영리한 점이에요. (모두 웃음)

둘째, 결혼해서 문제가 더 꼬였듯이 이혼만 하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거예요. 이혼한다고 해결이 안 돼요. 결혼하면 뭔가 인생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는데 해결 안 되었듯이, 이혼하면 해결될 것 같아도 이혼한다고 해결이 안 돼요. 아이가 몇 명이에요?”

“한 명입니다.”

“아이가 좋은 엄마 밑에서 자라길 바래요, 나쁜 엄마 밑에서 자라길 바래요?”

“누구나 다 좋은 엄마 밑에서 자라길 바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질문자가 아이 엄마를 좋은 엄마로 만들어줘야죠. 질문자가 애한테 직접 다른 건 할 수 없지만, 아이 엄마를 좋은 엄마로 만들어주는 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러면 아이는 좋은 엄마 밑에서 자라니까 좋은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패악을 부리는 나쁜 엄마 밑에서 자라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질문자는 ‘이혼하면 해결된다, 양육비 주면 해결될 거다’라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애가 크면 애 때문에 또 질문자는 괴로움을 겪게 됩니다. 자식에 대한 갈등은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갈등보다 열 배는 더 그 고통이 큽니다. 배우자하고는 이혼이라도 할 수 있지만 애하고는 이혼도 못 해요.

지금까지 자기가 인연을 지어서 과보를 받고 있는 건데 이걸 안 받으려고 자꾸 피해가면 갈수록 나쁜 인연을 더 크게 짓게 되고 나쁜 과보가 눈덩이처럼 불어서 나타나게 돼요. 지금이 그런 형국이에요. 그러니 현명한 사람이라면 과거에 지은 과보는 달게 받더라도 미래에는 그런 인연을 더는 짓지 말아야 합니다.

아내에 대한 과보는 받더라도 아이에 대한 과보만큼은 지금부터라도 안 받으려면 질문자가 아이에게 좋은 엄마를 선물해야 합니다. 좋은 엄마를 선물하는 방법은 질문자가 아이 엄마를 좋게 생각하는 거예요. 어떤 경우에도 좋게 생각하는 거예요. 부인으로서 좋게 생각하라는 게 아니에요. ‘내 부인이 좋은 사람이다’가 아니라 ‘아이 엄마가 좋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라는 겁니다.

전화 와서 돈을 보내라고 하면 ‘그래, 여자 혼자서 애 키우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지’ 마음을 이렇게 먹으라는 얘기예요. 달라는 대로 주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렇게 마음을 먹어서 주고 싶으면 주고, 못 주겠으면 안 주면 됩니다.

패악을 부릴 때 ‘내가 법적으로 정해진 걸 줬는데 왜 네가 자꾸 더 안 준다고 그러느냐!’ 이렇게 대응하는 건 남과의 관계예요. 내 사랑하는 아이의 엄마라면 그렇게 할 때 ‘돈이 얼마나 필요하면 저러겠느냐’라고 해야죠. 그걸 나쁘게 보지 말고 이해하라는 거예요. 못 주면 ‘미안해, 아기 엄마. 내가 지금 형편이 안 되네’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아무리 패악을 부려도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렇게 말해주면 돼요. 그리고 내가 가끔 보너스를 타거나 줄 형편이 되면 ‘이번엔 조금 형편이 되니 보내줄게’라고 얘기하면 되고요.

질문자가 ‘아이 키우는 엄마가 얼마나 힘들까’라고 생각해서 아이 엄마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갖는 것이 질문자가 미래에 자식으로부터 다시 받아야 할 과보를 피해가는 길입니다. 앞으로 자식의 과보는 마누라의 과보보다 열 배는 더 클 거예요. 지금 제가 조언한 대로 안 하면 15년이나 20년이 지난 뒤에 지금보다 열 배는 더 큰 괴로움을 가지고 또 나를 찾아와서 상담을 해야 해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 박수)

“지금 질문자는 자꾸 과거 감정에 사로잡히고 있습니다. ‘결혼 생활할 때도 이렇게 나를 괴롭히고 지금도 이렇게 괴롭히는데 어떻게 이 인간을 내가 좋게 볼 수 있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 미래에 큰 손실이 예측됩니다. 아이가 그런 나쁜 엄마 밑에서 자라게 되잖아요.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그 여자 밑에서 자라게 되는 건데, 나쁜 엄마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앞으로 굉장히 문제가 됩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미래에 큰 손해를 보고 그걸 또 짊어져야 해요.

그러니 과거의 미움은 미움이라 하더라도 미래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좋은 엄마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부인으로서 좋다는 게 아니라 ‘아이 엄마가 좋은 사람이다’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합니다.

지금 남북 간에도 이 점에서 사람들이 잘 안 변해요. 자꾸 옛날 6.25 전쟁 때나 그 뒤의 일 중에서도 천안함 같은 얘기만 자꾸 하잖아요. 그러면 한 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어요. 그렇다고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자꾸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거예요. 현재는 우리를 최대로 위협하는 적대세력이 북한이지만 미래에 우리와 통일할 세력도 북한이에요. 중국과 통일할 것도 아니고 일본과 통일할 것도 아니잖아요.

아이 엄마도 마찬가지예요. 부인으로서는 아주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이지만, 아이가 자라게 되면 아이 엄마로서 어쨌든 인연을 맺고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아이 엄마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질문자가 이렇게 생각을 안 바꾸면 미래에 이것보다 더한 고통을 받게 됩니다.

나쁜 사람인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원래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없어요. 나와 이해관계가 충돌되어 있기 때문에 나쁜 사람인데, 그걸 좋게 바라봐주라는 거예요. 혼자서 애를 키우려면 힘드니까 어디 가서 돈을 뜯어내든 악을 써서라도 애를 잘 키워야 하잖아요. 그러니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못 도와주면 ‘미안해’ 이렇게라도 말해주는 거예요.

질문자가 아이 엄마가 나쁘다고 생각하면 결국 아이는 나쁜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가 됩니다. 이 점을 꼭 생각해야 해요. 아마 감정적으로는 실천하기 힘들 거예요. 그러면 또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 외에도 10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질문한 꿈이 바리스타인 고3인 남학생은 대학 진학에 관한 질문과 자신의 병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했고, 58세 부동산에 종사하는 여성분은 자격증 공부하면서 느끼는 심리적 불안과 답답함에 관해 질문하였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20년 전 이혼한 남편으로 인해 힘들다는 여성분, 같이 동업한 파트너에 대해 용서하는 법과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신앙생활을 해나가야 좋은지 묻는 청년의 질문, 중요한 시험과 출산을 앞 둔 딸을 위한 기도법을 묻는 불교대학 새내기 학생분, 아내의 요청으로 캐나다 이민을 준비 중인 30대 남성분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행복에 관한 질문, 가족들 몰래 정토회를 다니는데 비밀로 다니는 것이 괴롭다는 여성의 고민과 통일이 되었을 때 그 과정에서의 가져야 할 국민의 자세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미국에서 오신 할머니, 며느리와 종교가 달라 고민이라는 시어머니의 사연 등 다양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3시간 가까이 펼쳐졌습니다.

질문을 신청한 20명 중 11명밖에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님도 아쉬운 듯, 한 명이라도 더 답변해주려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정해진 터라 질문하지 못한 나머지 분들에게 연신 죄송하다며 마무리 인사를 하였습니다.

“진리는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것이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라고 하면서 “사건을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라고 강조한 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라고 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오늘 강연을 들은 분에게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고 하면서 “인생에서 모든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그 결과 또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라고 했습니다.

질문했던 분께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오늘 질문할 기회가 주어져 너무 기뻤고, 평소 인터넷에서 뵙던 스님의 모습과 즉문즉설이 진행되는 과정이 과장되거나 연출된 모습이 아니라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볼 수 있어 신기했다고 하셨습니다. 직접 궁금한 것도 물어보면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종교의 벽을 넘어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스님에게서 지혜를 얻어 갈 수 있어서 의미 있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쌀쌀하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강연을 듣고자 많은 분들이 오셨고,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강연이 끝날 때 까지 집중해서 진지하게 들으시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책에 사인을 받기 위해서 길게 줄을 서서 한 동안 강연장을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스님께 종교에 대해 질문한 질문자는 스님 책에 사인도 받고 스님 주변을 서성이며 스님의 사진을 찍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였습니다.

사인회를 마친 스님은 오늘 강연을 주관한 달서 행복학교 자원봉사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준 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윤정인, 박우용,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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