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3일 광화문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대회를 마치고 스님은 회관에 돌아와서 몇 시간 업무를 보다가 밤 10시경 인천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INEB(국제참여불자연대) 미팅에 참여하기 위함입니다. 오늘 인천공항에 안개가 심해서 지연된 항공편이 많았습니다. 스님이 타고 갈 비행기도 4시간 30분이나 지연이 되어 새벽 1시가 다 되어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탑승 전까지 스님은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원래 23일 밤 늦게 방콕에 도착해 숙소에서 묵을 예정이었지만 비행기 연착으로 24일 새벽 5시반 정도가 되어서야 방콕공항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이라 입국심사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공항 안에는 이른 아침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도착하는 사람, 마중나온 사람으로 붐볐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방콕은 많은 항공편이 경유해서 가는 항공교통의 요지로 밤낮없이 북적인다고 합니다.

방콕정토회 총무 황소연님과 남편이 공항에 마중을 나와 주셨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바로 회의장으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차 안에서 황소연님이 준비해 주신 과일과 음료수로 간단히 요기를 했습니다.

방콕 시내를 거쳐 짜오쁘라야 강가에 있는 회의장에 도착했습니다. 미팅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재빨리 샤워를 하고 여름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아침 식사 후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어제 밤에 도착했다면 야경이 참 멋졌을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방콕의 날씨는 섭씨 23-30도 정도로 아침저녁으로는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온화한 날씨였습니다. 원래는 이것보다 훨씬 더운데 요새는 평년 기온보다 조금 낮다고 합니다.

오늘 모임은 지난 11월 말 대만에서 INEB 대회가 열렸을 때 미얀마 라카인 스테이트의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따로 모여서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한반도 문제와 필리핀 민다나오 등 갈등과 분쟁문제 해결에 대해 스님이 갖고 계신 풍부한 경험과 깊은 지혜를 구하기 위해 법륜 스님이 꼭 참석해주기를 원했습니다. 스님은 바쁜 일정 가운데 시간을 내다보니 크리스마스 이브 날로 날짜를 정했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멤버들과 오늘 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태국 외 지역에서 오신 분들은 호텔에서 묵기 때문에 로비에 모여서 10분 거리에 있는 INEB 사무국 건물로 다 함께 걸어갔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바로 미팅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미팅은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생생한 이야기들과 복잡한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배경에 대해 더 알 수 있었습니다.

미팅 중 스님은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불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것이 바로 비폭력, 불살생 정신입니다. 불교는 공격적인 성격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12세기 무렵 불교 국가에 이슬람이 침입해 오면서 많은 승려들이 죽임을 당하고, 많은 불교 유적들이 불태워지고 파괴되는 등 불교가 겪었던 상처와 트라우마 때문에 불교인들에게는 이슬람에 대한 두려움과 저항감이 있습니다. 또한 19세기 무렵에는 불교 국가에 서구 제국주의가 들어와 식민지배를 겪으면서 서양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두려움과 저항감이 생겼습니다.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소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민족주의 경향도 생겼습니다. 동남아 불교인들의 이런 특징을 우선 이해해야 합니다. 중국도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면서도 외부 선교사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도 사회 전체가 외부 세력의 영향력으로 넘어가게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다수자가 되면 소수자였을 때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다른 소수자들을 자비심으로 포용해야 하는데, 과거에 자신이 입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트라우마가 되면, 다른 소수자를 탄압하게 됩니다. 동남아 불교인들의 이러한 상처들이 먼저 치유가 되어야 합니다. 그 치유는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것을 통해 가능합니다.

우리는 동남아 불교 국가의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인들이 소수민족이나 무슬림들에게 반감을 가지는 것을 무조건 비판만 하기보다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것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미국이 미얀마의 민주화와 개방을 지원한 것은 단순히 민주주의를 지원하고 확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급속도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얀마 불교 리더들과 이야기할 때에는 ‘소수자를 두려워해서 탄압하는 것보다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주는 것이 훨씬 큰 이익이다’ 라는 것을 알리는 방식으로 설득을 해야 합니다. 불교가 앞으로 세계를 상대로 전법을 하려고 할 때 서양에서는 불교가 아직 소수자입니다. ‘미얀마 불교가 로힝야 족과 같은 소수집단을 제대로 존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서양에서 소수 종교로서 세계 전법을 해나갈 수 있겠는가?’ 라는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우선 현재 로힝야 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즉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살상행위, 강간, 마을을 불태우는 행위 등은 중단되어야 해요. 그리고 현재 미얀마 정부의 통제 때문에 라카인 주의 로힝야 마을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어려운데, 미얀마 정부는 현재 상황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고, 국제 사회는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 타이완, 일본은 지원을 많이 해줘야 해요. 일단 괴로움을 중지시키고 나서 이 사안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석자들은 스님의 말씀에 감사해하고 존경을 표시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스님은 미얀마 활동가들에게 “한국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독재정권 하에서 핍박받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아직도 여전히 북한 사람들을 죽여도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라고 얘기해준 뒤 “어려운 가운데 활동해줘서 고맙고, 함께 해나갑시다.” 라고 격려와 위로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스님의 오늘 보여주신 지혜와 따뜻한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해 했습니다.

다 함께 짜오쁘라야 강변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슐락 시바락사 박사님께서 테라밧다 최고의 가르침이 담긴 책이 새로 나왔다며 스님께 선물해주셨습니다. 스님은 어제 한반도 평화대회에서 박사님의 영상 메세지를 보았다며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지난 11월 말 대만 INEB 대회에서 참가했던 분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영상 메세지를 촬영했는데 그것이 멋진 영상물로 만들어져 어제 열린 한반도 평화대회 만 명이 넘는 참가자들에게 방영이 된 것입니다. 스님은 평화대회의 스케치 영상을 보여드리고 지지해주신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모두들 한반도평화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에 기뻐하고 한반도에 꼭 평화가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원해주었습니다.

8시가 되자 사람들을 태운 배는 강 유람을 떠나고 스님은 황소연님 부부와 함께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차에서 멀리서나마 작년에 서거한 전 왕의 다비식이 거행된 장소와 방콕 시내에 대형사원들의 야경을 감상했습니다. 시내에 있는 큰 공원을 참배하는 장소로 만들어 놓았다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했습니다. 푸미폰 아둔야뎃 전 왕은 70년 동안 왕위에 있었는데 평소 직업란에는 공무원이라고 쓰고 즉위 동안 신발 8켤레만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지는 등 검소하고 소박한 삶으로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분이라고 합니다.

공항에 도착해 이른 시간과 늦은 시간에 운전해주시고 세심하게 챙겨주신 황소연님 부부께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공항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밤 11시30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밤새 날아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아침 7시가 다 되었습니다. 스님은 회관에 도착해 잠시 씻고 9시에 있는 미팅에 들어가셨습니다. 이렇게 무박 3일의 방콕 출장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 12월23일 한반도 평화대회의 생생한 모습을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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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든 사람들
김지현(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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