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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업무시간에 홈쇼핑하는 부하직원, 지적하고 싶은데...” 법륜 스님의 답변

2016.11.27 정토불교대학 특강수련, 행복캠프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스님은 새벽 6시부터 약 3시간 동안 문경 수련원에서 불교대학 특강수련으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경에도 어제밤부터 첫눈이 내렸는데요. 날이 밝아오자 온 산천이 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지난 9월, 서울제주 지부와 대구경북 지부에서 입학한 정토불교대학 학생 300여 명은 그동안 수업을 들으며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마음껏 스님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수업에서 공부한 내용을 막상 직장생활에 적용해 보려니 실천이 잘 안 된다는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드립니다. 업무 시간에 홈쇼핑을 하고 있는 팀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본래 옳고 그름이 없다.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스님의 말씀이 이해는 됐는데 실천은 잘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묻어가려는 사람도 항상 있더라고요. 저는 팀장이기 때문에 묻어가려는 사람을 보면 지적을 하게 됩니다. 저희 팀원 중에는 업무시간에 홈쇼핑을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런데 이런 것을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것인지요? 아니면 제가 너무 고지식하게 불법을 받아들이는 걸까요?” 




“때에 따라 지적도 하고, 때에 따라 놔두기도 해야지요. 옷을 벗어야 되는 건지, 입어야 되는 건지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목욕탕에 들어가면 벗는 것이고, 밖에 나갈 때는 입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


“예를 들어 국민이 대통령에게 표를 줄때는 대통령직을 잘하라고 주권을 위임 했는데 대통령은, 직책에 안 맞는 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금 국민들이 ‘당신은 그 직책에 안 맞으니 그만 내려오라’는 겁니다. ‘나쁜 사람이니까 내려오라’는 게 아니고요. 무슨 약을 사든 자기 돈으로 사는 건 그 사람의 자유예요. 그런데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용처도 불명확한 약을 사는 건 안 될 일이에요. 그 돈이 거액은 아니었지만 국민들은 우리가 낸 세금이 그렇게 쓰이는 게 잘못 됐으니까 문제제기하는 거예요.” 


“예.”       




“어떤 스님이 장관 후보자들의 관상을 봤다든지, 어떤 목사가 장관 후보자들의 종교가 기독교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고 조언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국교가 없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그건 법을 어긴 거예요. 직책에 맞지 않게 일을 처리했다는 거예요.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의 개념으로 판단할 건 아니지만 직책에 안 맞는 일을 하면 결과적으로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라고 말을 하는 거예요. 


공중목욕탕에서 사람들은 다 옷을 벗고 목욕하는데, 자기만 옷을 입고 들어가서 목욕을 하면 안 되지요. 즉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겁니다. 




어떤 평직원이 근무시간에 홈쇼핑을 하는 걸 보고 같은 평직원이 ‘너 왜 그러느냐?’고 하면 안 됩니다. 평직원들은 자기 할 일만 하면 되는 것이지, 다른 직원이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을 지적을 하는 게 자기 직분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질문자는 팀장이라면서요. 팀장에게는 근무시간에 딴 짓하는 직원들을 체크하도록 직분이 주어졌잖아요. 그러니까 팀장이 그걸 외면하면 회사에서 볼 때 팀장의, 직분을 다 하지 않는 직원인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업무시간에 개인용무를 보는 직원을 ‘나쁜 직원’이라고 할 건 아니라는 거예요. 잠깐 홈쇼핑을 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근무시간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되어있기 때문에 팀장인 질문자는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을 충실하게 수행해서 그 직원한테 이야기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홈쇼핑을 하는 건 맞지가 않다’고 지적을 해 주고, 오히려 술자리에 가서는 ‘아까 내가 했던 지적을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우리가 사적으로 만난 사이라면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내가 무슨 상관이겠느냐? 그러나 내 직분이 팀장으로서 그런 지적을 하는 역할이다 보니 얘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네가 기분이 나빴다면 개인적으로는 미안하다’고 얘기해 주는 게 좋지요. 질문자는 자기 직분을 지켜야 하는 거예요.”


“예, 잘 알았습니다.” (박수)  


     


때에 따라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씀에 청중들도 박수갈채로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스님은 쉼 없이 3시간 동안 즉문즉설 시간을 가진 후 9시 10분에 문경정토수련원을 나왔습니다. 10시부터는 대전에서 행복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행복캠프’가 열릴 예정이어서 곧장 대전으로 달려갔습니다.


행복캠프는 평소와 달리 스님이 질문하고, 청중이 대답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의 질문에 청중들의 대답은 어땠는지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