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즉문즉설

행복학교 : 법륜스님이 묻고 대중이 답하다.

2016.11.27 행복캠프


안녕하세요. 문경정토수련원에서 불교대학 특강수련 즉문즉설을 마치고, 행복캠프가 진행 중인 대전에는 11시에 도착했습니다. 행복학교 졸업생과 운영 봉사자들이 그동안의 소감을 발표하고 대화하는 ‘행복토크’가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스님은 행복토크 내용을 경청한 후 무대 위로 올라와 인사 말씀과 함께 행복학교의 개설 취지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영상으로만 스님을 만나다가 직접 스님을 가까이에서 본 학생들은 환호와 박수갈채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처음에 ‘정토회’를 설립하게 된 취지는 기존의 틀을 가진 불교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행복해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보자고 했던 겁니다. 우리의 취지는 그랬지만 여전히 ‘불교’라는 형식 속에 정토회가 있어서 형식적으로 상당히 제한이 되었어요. 


그래서 이제, 불교 믿으라거나 절에 오라거나 정토회 오라는 이런 말을 할 필요 없이, 그냥 동네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종교가 있든 없든, 어느 교회를 다니든, 어느 절에 다니든 상관없이, 누구든 행복하려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이슈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주는 사람도 없고, 어떤 큰 단체에 딸린 지부도 아니고, 여기 모인 사람들이 결정도 하고 책임도 지는, 주민자치센터 같은 공동체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프로그램만 제공해 주고 나머지는 다 자체적으로 하는 ‘행복하기 국민운동’ 같은 것을 이번에 시도해 본 거예요. 어땠어요, 성과가 괜찮았어요?” 


“예.”    




“요즘은 주민자치센터가 있어서 자기 동네에서 일어난 일들을 주민들끼리 모여서 다 결정한다면서요. 마음 다스리는 것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또 동네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면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인 것도 같이 대화할 수 있잖아요. 우리가 꼭 어디 가서 누구를 지지하는 팬클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 모여서 토론을 해볼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 전국 70여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행복학교


그렇게 자유로운 모임들이 생기면 좋겠다 싶어 시작해 보았습니다. 물론 하다 보면 부족한 점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고쳐가면서 하면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1차로 실험을 해 본 겁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좋게 말하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선구자’이고, 달리 말하면 ‘실험대상’이에요.” (모두 웃음과 박수)   




행복학교는 특정한 종교나 특정한 단체로 운영하려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들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출발한 겁니다. 


우리나라의 총 GDP(국내 총생산)는 세계 13위, 1인당 GDP는 28위인데, 국민 행복도는 117위예요. 이런 지표만 봐도 문제가 있지요. 사회적으로는 빈부격차가 심하다든지, 또 남북 갈등으로 불안하다든지 하는 요인들이 있고, 문화적으로는 유교적 전통 때문에 항상 자기 힐링을 억누르며 참고 사는 게 미덕이라는 관습적 요인도 있습니다. 또 삶을 보는 자세의 문제도 있지요. 이런 것들을 우리가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의 물질적인 수준인 세계 13위나 28위보다는 우리의 행복도가 더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보다 잘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그래, 물질적으로는 너희가 우리보다 좀 더 잘 살지만 그래도 행복도는 우리가 좀 더 높다’고 하는 게 자랑스럽지, ‘그래, 내가 너보다 불행하지만 그래도 돈은 내가 더 많다’고 하는 게 좋겠어요? (모두 웃음) 




오늘 같이 모여서 그런 걸 의논도 해 보고, 연구도 해 보고, 토론도 해 봅시다. 이렇게 만나게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오늘은 저도 여러분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요. 어떻게 생각해요?” 


“좋습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제안에 따라 큰 박수와 함께 행복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강연은 평소와는 다르게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동안 즉문즉설은 청중이 갖가지 질문을 하고 스님이 답변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스님도 “청중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라고 하며 스님이 묻고 청중이 답하는 방식으로 강연이 이뤄졌습니다.   


“저도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제가 물을 테니까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한번 이야기를 해볼래요? 방금 전에 ‘좋습니다’ 라고 크게 말하신 분, 이리로 한번 올라와 보세요.” 


좋다고 대답한 여성분이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곧이어 스님의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자, 그럼 제가 물어볼게요. 결혼은 하셨어요?” 


“예.” 


“부부싸움 할 때도 있어요?” 


“엄청 많이 해요.” 


“나는 그걸 좀 묻고 싶었어요. 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서로 제일 좋다고 찾은 두 사람이 만나 결혼했잖아요. 서로 좋다고 한 이불속에서 자고 입도 맞추는 부부가 왜 그렇게 싸우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모두 박장대소) 

제 생각으로는 솔직히 ‘싸우려면 같이 살지 말든지, 같이 살려면 싸우지를 말든지’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거든요.” (모두 웃음)    




“스님, 혹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전 특별히 좋아하는 거 없어요. 아무 거나 다 잘 먹어요.” 


“남편은 우리가 쉽게 접하고, 또 제일 많이 먹는 김치찌개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김치찌개도 너무 많이, 자주 먹으면 질릴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음식도 먹고 싶고, 외식도 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질릴 때 반찬투정 하듯이, 저도 이게 맛있고 좋다는 걸 알지만 좀 물리니까 ‘내가 너(남편)한테 투정 좀 부리겠다’는 마음으로 싸우는 편입니다.” 


“오~”(모두 박수)  


“오~그러니까 심심해서 사랑싸움한다는 거죠?” 


“예, 저희는 죽기 살기로 싸우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까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네요.” (모두 웃음) 


“감사합니다. 이만 내려갈게요.” 


“아니요, 이리 오세요. 이왕 올라왔잖아요. 저는 물어볼 게 많다니까요.” (모두 웃음)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장에 가보면 스님께서는 한 사람이 계속 질문하는 걸 안 받아주시던데요?” (모두 박장대소) 




그동안 강연장에서는 청중이 질문 여러 개를 혼자서 하려고 하면 스님이 받아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스님이 반대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청중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첫 번째 분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다음 분이 무대 위로 올라오고, 이렇게 릴레이 형식으로 10여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손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올 수 있었는데, 마치 ‘만민공동회’가 펼쳐진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행복학교를 다니면서 어떤 점이 좋았어요?”“다음에는 행복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면 좋겠어요?” 등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행복학교 학생들은 그동안 수업을 들으며 느꼈던 소감을 자유롭게 이야기 했습니다. 




“늦잠 자는 고2 아들 때문에 힘들었는데, 스님 말씀대로 해보니 지금은 너무 편안해졌어요.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도 관점을 바꿔서 바라보니 아무 문제가 없더라고요.”  


“제가 행복해지고 나니 이 행복을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졌어요.”


“저는 화가 날 때마다 ‘법륜!’ 하면서 숨 한번 쉬고 호흡을 고릅니다. 그러면 화가 금방 사라져요.” 


“또래 엄마들 만나면 쇼핑 얘기, 아이들 학원 얘기, 이런 대화만 주로 하는데, 행복학교에서는 아이 키우는 노하우,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대화하니까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북한에서 온 새터민인데요. 말할 사람도 없고 외로웠는데, 행복학교를 만나 따뜻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살다보면 상처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 행복학교는 상처를 서로 나눌 수 있는 곳이어서 너무 좋아요. 더더욱 좋은 건 무료라는 겁니다. 요즘 심리상담이 무척 비싼데, 여기서는 무료로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아요. 아쉬운 점은 기간이 너무 짧다는 거예요. 모임 횟수를 더 늘려주세요.” 


“우리 동네 행복학교에서 숙제로 ‘다른 사람 칭찬하기’, ‘관점 바꾸기’ 이런 것들을 해보았어요. 동네마다 이런 좋은 커리큘럼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스님은 학생들의 다양한 소감을 경청한 후 이에 대한 스님의 생각도 함께 들려주었습니다. 자유 발언과 스님의 코멘트가 어우러지면서 강연장은 점점 더 열기가 뜨거워져 갔습니다. 


오늘은 무엇보다 청중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무대가 펼쳐져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3시간 동안의 대화를 마치면서 스님은 수평적으로 서로의 정보를 나누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행복학교를 통해 실현해보면 좋겠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다들 보셨지요? 스님 혼자 이야기하는 걸 듣기보다 이렇게 여러분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걸이 들어보니 더 재밌지요?”



“예.” 


“제가 얘기를 해 주는 게 여러분께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저한테만 의지하면 여러분 자신의 역량은 안 커져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예.” 


“스님만 자꾸 유명해지는 거예요. (모두 웃음) 그러면 여러분은 스님한테 더 의지하겠지요. 그러니 처음에는 제가 여러분들 보다 조금 앞서서 이끌어주긴 하겠지만 그 다음에는 자꾸 여러분들이 훈련을 해서 자기 역량을 키워야 해요. 계속 듣기만 해서는 안돼요. 처음에는 듣는 게 도움이 되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면 거기에 정체되어서 더 안 나가게 되고 의지심만 더 생기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기가 직접 해 보거나 다른 사람과 모여서 해 봐야 합니다. 예부터 최고의 배움은 가르치는 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선생을 한 셈이었어요. 학교가 작아서 담임선생이 배정이 안 되니까 우리끼리 공부를 했는데, 제가 특별히 뭘 가르친 건 아니었고, ‘얘들아, 반대말 외우기 하자.’ 이렇게, 제가 반장이니까 주로 사회를 본 거예요.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게 성장의 계기가 됐던 거예요. 


그러니까 누군가 갖추어 놓은 자리에 가서 공부를 하는 건 처음에는 도움이 되지만 계속 그것만 하면 사람이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직접 해 봐야 합니다. 해 보면 어려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그만둘 수도 있지만 또 ‘이런 건 어떻게 해야 되지?’ 하면서 해결을 고민하는 쪽으로 머리가 전환됩니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제게 상담하면 ‘아, 그러면 되겠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하면서 역량이 팍팍 늡니다. 


그러니 앞으로 졸업해서는 이 팀끼리만 자꾸 더 모여야 하겠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이 팀은 이 팀대로 모이더라도 다른 사람으로 확대시키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이 좋은 법을 나만 알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로 확대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확대시키는 역할을 할 때 자기 공부가 되고, 자기 역량이 커지는 겁니다. 


‘내가 뭘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제가 아까 얘기했지요. 초등학교 2학년짜리도 그때까지 배운 걸 가지고 가르칠 수도 있는 거예요. 저는 늘 중학생 때 초등학생 가르쳤고, 고등학생 때 중학생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학교 2학년이면 중학교 1학년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때 가르친다는 건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 다릅니다. 그러니까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다 알고 있는 내가 가르쳐 준다’는 게 아니라 ‘좀 도와준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는 누가 누구를 위에서 위에서 아래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수평적으로 서로의 정보를 나누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조금 앞서 가는 사람한테 조금 배울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해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한 사람이 되어야지, 누구는 소중하고 누구는 그 밑에서 일하는, 그런 단계는 넘어서야 합니다. 그래야 또 새로운 사회로 진입하는 거예요. 우리가 그간에는 이름만 민주주의였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었고, 마치 왕조시대처럼 아직도 위에서 누가 시키면 따르는 문화에 사로잡혀 있었잖아요. 

  

이제는 우리가 주인이 되어서 대한민국을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또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서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야겠습니다. 더 이상 남편, 아내, 자식을 탓하면서 울지 말고 ‘내가 어떡할 거냐?’는 내 중심을 먼저 잡자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사십시다.” (모두 박수) 




스님에게만 의지하면 안 되고, 이제는 스스로 자기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고, 우리 모두가 소중한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에 청중들도 크게 감동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공간이 바로 행복학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가능성과 희망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행복학교 학생들은 법륜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행복학교 학생들 모두에게 악수를 건네며 “행복하세요” 라고 격려도 해주었습니다. 




참석자들 몇몇에게 행복캠프 참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참석자들 중 많은 분들이 “1기 행복학교는 제가 참석자였는데, 2기 행복학교는 제가 주체가 되어서 우리 동네에서 행복학교를 열어보고 싶어요” 라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행복학교는 현재 전국 70여개 도시에서 진행 중입니다. ‘행복해지는 방법’,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방법’ 에 대해 법륜 스님의 강의도 듣고, 동네 사람들과 자유롭게 대화도 나눠보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배너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