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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열심히 기도했는데, 사업이 망했어요

먼저,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열심히 기도했지만 일이 뜻대로 안될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기도한 만큼 좌절과 시련도 커지는 법이죠. 이럴 땐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 질문자 : “3년 전 열심히 기도 정진을 한 후, 한 동업자를 만나 동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나 큰 시련으로 다가왔고 정신적 물질적 손실이 컸습니다.”


- 법륜 스님 : “기도를 열심히 하고 기도 믿고 사업을 벌였더니 사업이 안 됐다는 이야기인데, 학생이 대학 가려면 기도를 열심히 해야 됩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됩니까? 학생에게는 ‘대학시험에 합격하게 해주세요’하고 열심히 절하는 게 기도가 아니고, 대학시험에 합격하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게 기도입니다. 만약 저 위에서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내려다본다면 대학 가겠다는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게 예쁠까요, 공부는 안 하고 하느님만 찾고 부처님만 찾는 게 예쁠까요?


신이나 어떤 영험한 존재가 있어서 돌봐준다고 하더라도 예뻐할 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가피가 내리겠지요. 가피가 있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도록 도와주는 가피가 있지, 공부는 안 하고 기도만 하는 사람에게 대학 가도록 도와주는 가피라는 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런 것처럼 사업을 하려면 사업에 관계되는 일, 시장조사라든지 동업자에 대한 신용조사라든지 뭔가 사업에 합당한 것을 열심히 했다면 기도가 성취되었을 텐데 질문자는 사업하고는 아무 관계없는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했다는 핑계로 준비도 없이 사업을 시작해서 망해놓고는 기도했는데 영험이 없다면서 자신의 책임을 기도에 전가시키고 있습니다. 누군가 도와주는 존재가 있다 하더라도 도와줄 만한 일을 해야 도와줄 수 있을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예부터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불자는 특히 부처님 가르침의 원리, 지은 인연이 있으면 그 과보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인연이 있어야 과보가 있지 인연이 없는데 어떻게 과보가 있겠습니까. 복을 받으려면 복을 지어야 합니다. ‘복 주세요’하고 기도하는데, 복을 짓지 않고 ‘복 주세요’하면 복이 어디서 올 수 있겠습니까.


어떤 힘 있는 자가 있어서 남의 복을 뺏어서 내게 준다고 한다면, 그 힘 있는 자는 도대체 무슨 심보로 남의 복을 뺏어서 나에게 주겠습니까? 그런 못된 짓을 하는 존재가 어떻게 우리에게 신앙의 대상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냥 복을 달라고 비는 기도는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춰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받는 고통은 바로 이런 잘못된 생각과 행동에서 빚어지는 겁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적인 요지는 인연과보입니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일어나지 원인 없이 일어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결과가 나타나면 원인이 있었던 겁니다. 내게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 때, 원인을 모르면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고 원인을 알게 되면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없어집니다. 그러니 질문하신 분은 이 사건을 통해서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신앙도 아닌 걸 신앙이라고 생각하고, 종교도 아닌 걸 종교라고 생각하고, 불교도 아닌 걸 불교라고 생각하고, 기도도 아닌 걸 기도라고 생각하고 엉뚱한 짓을 했구나’ 이렇게 반성하는 계기로 삼으세요.


세상에 그렇게 요행수나 바라고 도박하는 사람들에게 성공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니 이미 일어난 일은 감사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원한다면 그런 인연을 짓지 않으면 됩니다.” 


* 3월28일부터 6월20일까지 2014 희망세상만들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시군구에서 열립니다.  우리동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삶이 조금씩 행복해짐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