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니 스님 방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스님은 책 원고를 교정보고 있기 때문에 늘 원고가 손에서 떠나질 않고 있습니다. 언제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냐 싶게 오늘은 아주 화창한 날씨입니다.

해외지부 상임 법사인 선주 법사님, 이정인 해외지부 사무국장, 백은주 팀장은 북미 서부지구 정토행자 대회 준비를 위해 이른 새벽에 공항으로 떠났습니다. 스님은 회관에 남은 정토행자들과 함께 새벽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스님을 제외하고 회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늦잠을 바는 바람에 예불과 기도를 늦게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워싱턴 디씨에서의 일정이 연일 강행군을 하는 일정이지만 스님이 가장 부지런하고 체력이 좋은 것 같습니다. 기도 후 스님은 회관 근처 아직 가보지 못한 쪽으로 산책을 나가려 하였으나 밖이 깜깜해서 업무를 보고 아침식사 후 일정대로 워싱턴 디씨로 출발하였습니다.

오늘 워싱턴 디씨 첫 미팅은 NCNK(전미북한위원회)의 사무총장인 Keith Luse (키쓰 루쓰)님과의 일정입니다. NCNK 키쓰 루쓰 사무총장은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리처드 루거 공화당 상원의원의 동아시아 정책 선임 보좌관 및 상원의 공화당 전문위원을 지낸 아시아 및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스님과 오랫동안 친구로서 함께 현재의 한반도 문제를 타결해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평양과 영변 등 북한은 다섯 차례나 방문하고 북한 당국자들과 다양한 형태의 1.5 트랙 (반관반민) 혹은 2 트랙 (민간) 차원에서의 접촉을 해오면서 북한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와 관련된 북핵문제와 북한 인도적 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반갑게 인사하고, 북한 인도적 지원 관련에 관한 얘기로 시작하였습니다. 국무부는 현재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방북을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고 알려주었으며 현재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스님은 11월 미국 중간 선거가 있는데 공화당이 상하원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재 얼마 정도까지 내려갔는지, 그리고 현재 워싱턴 내의 분위기, 남북 정상회담이 워싱턴에 미칠 영향 등 아주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교환하였습니다. 미팅 시간이 다되어서 두 분은 또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자고 하면서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미팅 후에 스님은 버지니아 애넌데일에 위치한 한인타운으로 이동하여 워싱턴에서 현재까지 21년째 특파원 생활을 하고 있는 세계일보 국기연 기자님과 점심 미팅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워싱턴을 방문하게 되면 워싱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미국 정가의 분위기, 상황 등을 교환해 오게 있는데 이번에는 일정상 국기연 기자님과 점심시간에 만나 여러 가지 상황을 알아보고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이후 스님은 영어 통역 즉문즉설 강연을 위해 워싱턴 디씨 동쪽에 위치한 미국 가톨릭대학교로 이동였습니다. 미국 가톨릭대학교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는 미국 워싱턴 디씨에 위치한 로마 가톨릭 교회에 소속되어 있는 사립대학교입니다. 교황 레오 13세의 지원을 통해 1887년에 설립되어 1888년 개교하였습니다. 2011년 기준 건축대학, 문리대학, 교회법대학, 공과대학, 법과대학, 도서관·정보과학대학, 음악대학, 간호대학, 철학 대학, 직업연구대학, 사회서비스 대학, 신학·종교연구대학 등 12개의 단과대학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반 종합대학교입니다. 전체 재학생이 약 7,000명 정도로 대학원생이 약 3,600명, 학부생이 약 3,400명 정도 되고 학부생의 85%, 대학원생의 63%가 가톨릭 신자로 구성되어 있고, 재학생의 59%가 13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로마 교황청 직할로 운영되는 가톨릭대학교이므로 학생으로 신부님들이 많이 재학하고 있으며, 교직원은 로마 교황청에서 심사하여 발령 낸다고 하였습니다.

지난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콜럼버스 오하이오, IMF영어 통역 강연은 정토회 국제국이 주관하여 그곳에 있는 정토행자 한 명이 중심이 되어 국제국과 함께 홍보를 하고 행사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다들 처음 준비하는 강연이었지만 100명이 훌쩍 넘는 현지인들이 참석하여 큰 호응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부터 앞으로 남은 4개의 영어 통역 강연은 행사를 주관한 단체와 국제국이 연결하여 주관단체에서 홍보하고 국제국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오늘 미국가톨릭대학교의 즉문즉설 강연은 신학종교연구 대학의 종교 간 학문 및 대화연구소의 Pan Valkenburg 교수님과 종교학과의 Chares B. Jones 교수님이 준비해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참가하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날씨도 좋아 대성당이 있는 교정이 참 예쁘게 느껴집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학장님이 나오셔서 스님께 인사하였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초대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강연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국제국 봉사자들과 학교 관계자가 함께 장소 세팅을 하고 있었으며, 학교 측에서 커피와 티 등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자 우선 Pan Valkenburg 교수님이 스님을 소개하고 Jones 교수님이 스님을 환영해주었습니다. 스님에 대한 소개와 환영인사가 끝나자 스님은 앞으로 나가 인사하며 다음과 같이 서두들 열었습니다.

“여러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초대해주신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불교에는 네 종류의 불교가 있습니다. 미얀마나 타일랜드(태국) 같은 곳의 불교를 테라바타(상좌부) 불교라고 합니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 있는 불교를 마하야나(대승) 불교라고 합니다. 그다음에 티베트 쪽에 있는 불교를 바즈라야나(금강승) 불교라고 합니다. 그리고 역시 한국이나 일본, 중국에 있는 불교 중 새로운 불교로 젠(선) 불교가 있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큰 갈래입니다. 저는 전통적으로 젠 불교에 속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네 갈래가 서로 다른 불교가 아니라 함께라고 봅니다. 그래서 동남아의 테라바다 불교와 마하야나 불교, 젠 불교, 이렇게 1년에 몇 차례씩 모여 회의를 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한국에는 여러 종교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천주교, 개신교, 불교,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그리고 조금 규모가 작지만 원불교와 천도교가 있습니다. 저는 20년 전부터 이런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과 매달 한 번씩 모여서 대화를 나눕니다. 주로 환경문제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혹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이렇게 관계를 맺고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담마 토크(즉문즉설)를 성당에서도 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시고 강론은 제가 할 때가 있습니다. (모두 웃음) 또 부처님 오신 날에는 예불은 제가 진행하고 법문은 신부님이나 목사님이 해주십니다. (모두 웃음) 제가 하는 활동에는 사람들의 마음의 어려움, 마음의 짐을 대화를 통해서 덜어주는 담마 토크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동남아시아 지역과 북한 등 어려운 지역에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필리핀의 원주민 지역이나 무슬림 지역에 지원을 하고, 인도에서는 불가촉천민 마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진이 나거나 태풍이 발생하면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고요. 가장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북한의 기아 문제에 대한 지원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난민 지원과 북한의 인권 개선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작년까지만 해도 전쟁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평화 문제와 관련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환경 실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거나, 물건을 살 때 포장지를 받지 않습니다. 저희 회관 내에는 비닐로 포장된 물건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물로 오는 물건 중에 비닐로 싸인 것은 돌려보내거나 어려운 곳에 기부합니다.(모두 웃음) 이렇게 작은 일이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 저는 젊은 사람들의 고뇌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합니다.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니라 삶의 고뇌를 해결하는 측면에서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사찰에서 보다는 학교나 강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과 대화를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하는 특별한 메시지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은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규제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았는데도 괴로워진다는 것입니다. ‘왜 괴로울까?’ 이 주제는 우리가 탐구해볼 만합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이런 삶의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런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수업에 들어오는 약 40여 명의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총 9명이 질문하였습니다.

(1) What is your daily routine? How do you spend your days? 스님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십니까? 일상적으로 매일 하는 일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2) I get easily affected by comments made by others. They affect me very negatively. I don’t want to be negatively affected by what other people say, but sometimes when I am tired, I can help being affected so much. Are there any tips for correcting this? 저는 남이 하는 말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 말들이 저에게 굉장히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싫습니다. 하지만 특히 제가 피곤할 때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습니다.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3) I am a staff member here at Catholic University. I was wondering if you could talk a little more about your meditation practice and what role it plays in your life. 저는 이곳 가톨릭 대학의 직원입니다. 스님께서 하시는 명상에 대해서 좀 더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명상이 스님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말씀해주세요.

(4) I have two questions. What do your robes stand for? The coloring and the size, etc. It’s very beautiful. And, my second question is we probably come from all different traditions and backgrounds here. Coming from a Catholic tradition, we meditate about Christ, his birth, his crucifixion, the resurrection, and things like that. What is the bridge between Catholic meditation and Buddhist meditation? 이곳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두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승복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색깔과 디자인 같은 것 말씀입니다. 매우 아름다운 의복입니다. 그리고 제 두 번째 질문은 명상에 관한 질문입니다. 사람들은 각각 매우 다른 전통과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천주교 전통에서는 예수님, 그의 탄생, 십자가에서 죽음, 부활 등에 대해서 명상을 합니다. 천주교의 명상과 불교의 명상 사이에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5) Could you give us some more insight on the religious state of South Korea particularly with the tension with North Korea. Do you think that brings close to their faiths? Have you seen an improvement in that religious state due North Korea being more willing to have talks? 현재 남한의 종교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특히 북한과 긴장 상태가 남한 사람들이 종교에 더 귀의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현재 북한이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데 이로 인해 북한 내 종교 상황이 향상되고 있나요?

(6) In your comments about the essence of Zen Buddhism you also mentioned that freedom from our own suffering is also an essential issue, the central theme of Zen Buddhism. My question is, “is there truth embedded in Zen Buddhism and if it is, what kind of activities are done in order to explore the truth? 선불교의 핵심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선불교의 근본은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제 질문은 선불교에 진리가 내재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렇다면 스님께서는 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십니까?

(7) My question is a little more basic. How do you start a meaningful conversation about someone who has a different religion and ethnicity? For example, my family is Filipino and my boyfriend is Korean. My mom just sees differences in culture and religion. I would like for her to see that we also have things in common. But how could I start a conversation like that? 제 질문은 좀 기본적입니다. 배경이나 종교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제 가족은 필리핀에서 이민 왔고 남자 친구는 한국인입니다. 제 어머니는 제 남자 친구와 저희 집의 문화와 종교가 다른 것만 생각하십니다. 같은 점도 있다는 것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엄마와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8) We talked about how to go from suffering to not suffering. How can we go from suffering to joy? How do we go from not feeling not bad to feeling good? 스님께서 괴로운 상태에서 괴롭지 않은 상태로 가는 것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어떻게 하면 괴로운 상태에서 즐거운 상태로 갈 수 있을까요? 괴롭지 않은 상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상태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9) Thank you for coming. I really enjoyed the talk. Does Zen Buddhism see any benefit to praying? 저희 대학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의 법문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선불교에서 기도하는 것에 얼마나 가치를 둡니까?

그중에서 다음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My question is a little more basic. How do you start a meaningful conversation about someone who has a different religion and ethnicity? For example, my family is Filipino and my boyfriend is Korean. My mom just sees differences in culture and religion. I would like for her to see that we also have things in common. But how could I start a conversation like that?

기본적인 질문입니다. 배경이나 종교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제 가족은 필리핀에서 이민 왔고 남자 친구는 한국인입니다. 제 어머니는 제 남자 친구와 저희 집의 문화와 종교가 다른 것만 생각하십니다. 같은 점도 있다는 것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엄마와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좋은 질문입니다.(모두 웃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와 ‘어머니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다른 질문입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수행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어머니도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자 친구는 나와 국적이 다릅니다. 그래서 인종도 좀 다르고 문화도 좀 다르다. 종교도 달라요. 이렇게 다르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머니와 나도 다른 사람이니까 남자 친구를 받아들이는 것도 나와 어머니는 다르겠지요. 그러니까 어머니의 그런 문제 제기를 내가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항상 인정해야 해요. 이것이 상대에 대한 존중입니다. 상대를 존중하라는 것은 상대를 높여주라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이 현실을 그대로 현실로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갈등의 해소는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은 신이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사람은 신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두 사람을 내가 만났을 때 나한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이것은 잘못된 접근입니다. 그럴 때 ‘아, 두 사람의 믿음이 다르구나’라고 하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믿음은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믿음은 심리적인 현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그냥 인정해야 합니다.

어머니는 ‘종교가 같았으면’ 하고 원하고 있습니다. 같은 언어를 썼으면 합니다. 같은 문화를 가졌으면 합니다. 어머니더러 다른 것을 이해하라고 질문자가 요구한다면 그것은 욕구지, 수행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어머니는 그럴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는 고뇌가 없어집니다.

어머니의 문제는 어머니의 문제입니다. 어머니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건 어머니의 인생이에요. 그것을 질문자가 해결하려고 하면 해결이 안 됩니다. 해결이 안 되면 나는 어머니를 미워하게 됩니다. 어머니를 내가 컨트롤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면 수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남자 친구에 대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만나면 됩니다. 어머니가 여기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어머니의 자유입니다. 그 불만 또한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남자 친구가 필리핀 사람이면 좋겠다’라고 어머니가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받아주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만나고 싶은 남자 중에 필리핀 사람은 없어요. 죽을 때까지 혼자 살까요, 한국 사람이라도 사귈까요?’(모두 웃음)

‘크리스천이면 좋겠다’라고 어머니가 말한다고 합시다. ‘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어머니의 마음을 받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 크리스천 중에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요. 저 사람은 부디스트긴 하지만 마음에 들어요.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혼자 살까요, 부디스트라도 결혼할까요?’ 이렇게 대화를 하면 됩니다.(스님 웃음) 어머니에게 ‘요새는 종교 따질 필요 없어요! 인종도 따질 필요 없어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어머니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어머니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나와 어머니 사이에 갈등이 생깁니다. 질문자를 염려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그냥 받아들이고, 나의 처지와 생각도 밝히도록 하세요."

We talked about how to go from suffering to not suffering. How can we go from suffering to joy? How do we go from not feeling not bad to feeling good?

스님께서 괴로운 상태에서 괴롭지 않은 상태로 가는 것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어떻게 하면 괴로운 상태에서 즐거운 상태로 갈 수 있을까요? 괴롭지 않은 상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상태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기분이 좋으면 반드시 기분 나쁨이 같이 따라다닙니다. 우리는 기분 좋음만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건 현실적으로 그렇게 존재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기분 좋음을 추구하면 기분 나쁨이라는 것이 반드시 따라와서 되풀이됩니다. 이것을 윤회라고 합니다. 사람이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게 윤회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도의 전통사상에서 하는 얘기예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란 우리의 삶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이 되풀이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즐거움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즐거움과 괴로움이라는 것의 뿌리는 욕구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 욕구가 충족이 되면 만족감이 생깁니다. 만족감이라는 것이 바로 기분 좋음이에요. 그것이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그 욕구가 충족이 안 되면 불만족이 생기죠. 그럴 때는 기분 나쁨이 일어납니다. 그것이 괴로움입니다. 욕구가 있는 한 이 둘은 늘 같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분리시켜서 하나는 버리고 다른 하나는 갖고 싶어 해요.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괴로움도 사라지지만 즐거움도 사라집니다. 그것이 니르바나(해탈, 열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즐거움을 갖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스님 웃음) 괴로움과 즐거움에서 벗어나는 니르바나의 길을 가거나, 즐거움을 갖고 싶으면 괴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합니다.(모두 웃음) 그러면 덜 괴로워집니다.”

스님과 대화를 한 질문자가 가벼워진 모습으로 밝고 웃음을 지으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한인 2세들도 자주 하는 질문이라 친근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남자 친구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엄마와의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습니다.

이어 스님은 마지막 질문자와 대화를 마치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서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런데 불교는 괴로울 때 ‘왜 괴롭지?’라고 물어봅니다. 예를 들어 내가 공부를 잘하고 싶다고 합시다. ‘그러면 공부를 하면 되지 않느냐? 왜 공부를 하느님이 해주시느냐?’ 돈을 벌고 싶다고 합시다. ‘그러면 네가 돈을 벌면 되지 않느냐? 왜 그걸 하느님이 해주냐?(스님 웃음, 모두 웃음) 토끼도 제 먹을 걸 제가 구하고 다람쥐도 자기 혼자서 살아가는데 왜 다람쥐보다 나은 사람이 남한테 도움을 얻어야 하느냐?’ 내가 결혼하고 싶다고 합시다. ‘그러면 결혼하면 되지, 왜 여자 친구며 남자 친구를 하느님한테 구해달라고 하지?(모두 웃음) 그러면 너는 뭘 하겠다는 거냐?’

수행이라는 것은 자립을 해야 합니다. 이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생명이 자립을 하고 있습니다. 자립 못 하는 건 사람밖에 없어요.(스님 웃음, 모두 웃음) 그래서 먼저 자립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다람쥐나 토끼 수준이 되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런데 사람은 다람쥐나 토끼보다는 좀 나아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다른 사람에게 조금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플러스 알파로 남을 조금 도와야 합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토끼보다 조금 낫기 위해서예요.(스님 웃음)

남한테서 도움을 얻을 때는 당연히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계속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 앞에서는 약간 심리가 위축됩니다. 그런데 내가 남을 도와줄 때는 어때요? 보람이라고 하는 게 일어납니다. 약간 뿌듯해져요. 약간 어깨가 펴지고, 고개도 들어지고, 기분이 좋습니다.(모두 웃음)

이건 굉장히 중요한 행복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굉장한 행복이에요. 여러분은 자꾸 도움받는 것만 생각하지만, 여러분이 남을 도와주는 행위를 하게 되면 여러분에게 커다란 심리적 치유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먼저 자립을 하세요. 그게 수행입니다. 괴롭지 않은 삶, 자립하는 삶을 살면서 플러스 알파로 남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삶을 산다면 참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스님 웃음, 모두 웃음)

모두들 이렇게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행복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어요. 여러분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권리는 행복할 권리입니다.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이 강연을 마치자 많은 분들이 큰 박수로 스님께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오늘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의 즉문즉설 강연은 다른 강연에 비해 참석자는 작았지만 9명이나 질문하였고, 모두들 진지하게 강연에 참여하였습니다. 강연 후에 많은 분들이 스님께 다가와 같이 사진을 찍고 인사하였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을 보고 강연에 참석했다는 한국분은 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정토회에서 같이 수행하고 싶다고 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국제국 봉사자들이 뒷정리를 하는 동안 스님은 이번 행사를 주관해주신 존스 교수님, 발켄버그 교수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존스 교수님께서 중국 정토종에 대해 연구해오셨고 대만에서도 오래 사셨기 때문에 중국 불교와 한국불교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어 주로 불교교리와 한국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발켄버그 교수님은 비교종교학을 전공하였는데 기독교 교리에도 불교가 갖고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말씀하기도 했습니다.

정리가 모두 끝나자 스님은 멀리 아칸사스에서 와서 국제국 봉사자로 이틀 동안 참석하신 윤광미 님 부부께도 감사인사를 드리고 함께 사진 촬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국제국 봉사자들에게 모두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어 지난 5일간 통역봉사를 한 제이슨 님을 집에 바래다 주기 위해 함께 제이슨 림의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제이슨 님의 아들인 한이가 할아버지 스님이라고 활짝 웃으면서 스님께 안기니 스님이 ‘잘 있었느냐'고 하며 반갑게 안아주었습니다.

제이슨 님께는 다음 주 샌디에이고에서 만나자고 하며 스님은 미주 정토회관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회관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었습니다. 수행팀의 최말순 님이 저녁식사 준비를 해놓고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지난 8일간의 행사에 대한 자축의 의미를 가지며 늦은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스님은 워싱턴 디씨 일정을 3일간 준비하고, 또 영어 통역 강연을 준비하고 진행한 국제국의 김순영 국장과 김지현 팀장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었습니다. 또 북미 동부지구 행자 대회 준비를 위해 회관 시설을 점검하고 관리하느라 수고한 워싱턴정토회 민덕홍 님께도 수고했다고 격려하면서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서부에서는 해외 정토행자 대회 북미 서부지구 대회와 LA에서 한인 교민 대상 즉문즉설 강연, 샌디에이고와 국방어학원에서의 영어 통역 즉문즉설 강연이 있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LA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LA에서 즉문즉설 강연 소식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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