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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요양원에 가지 않으려는 아버지 때문에 고민입니다.” / 법륜스님의 하루 20171116

“요양원에 가지 않으려는 아버지 때문에 고민입니다.”

2017.11.16. 행복한 대화 마산 & 여수


오늘은 마산과 여수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스님은 울산 두북에서 주무시고 아침에 마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수능일이었지만 어제 포항에서 일어난 강도 5.4의 지진 피해로 수능을 일주일 연기했고, 사람들의 마음도 어수선하고 불편했습니다. 그렇지만 행복학교 진행자와 참가자들로 구성된 많은 봉사자가 강연장을 찾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였습니다. 10시에 스님이 도착하자 봉사자와 청중들의 얼굴에 밝고 행복한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손님 한 분을 맞아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315아트홀은 마산 반월산 자락에 있는 문화예술 공간입니다. 강연에 앞서 국악 ‘배 띄워라’ 노래, 진도아리랑 상무와 장고, ‘행복을 주는 사람’ 노래를 감상했습니다.

드디어 스님이 강연장으로 입장하자 자리를 가득 채운 430여 명의 청중들이 박수와 환호로 스님을 반겼습니다. 스님이 박수와 환호에 화답하길 “원래 제일 잘하는 사람이 마지막에 나와야 하는데 제일 못하는 내가 마지막에 공연자로 나왔다”고 해서 청중들이 한바탕 웃었습니다.

행복한 대화가 시작되자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딸이 피해의식과 원망이 많은데 이혼하려는 딸의 아이 키우는 것을 도우려고 하나 딸이 원망도 많이 하고 힘들게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교수님과 마음이 맞지 않아 힘들다는 분, 원자력 발전을 가동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스님의 의견을 듣고 싶으시다는 분, 동네 앞 20년 된 구멍가게가 대형 슈퍼마켓들 때문에 장사가 안 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이렇게 총 4명이 질문했습니다.

세 번째 질문이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어 좋았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닫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가 스마트폰이나 하고 공부도 꼴찌를 한다면 여러분들은 괴로워하는데,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적어도 학교는 다니니까 아예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보다 낫잖아요. 아이가 맞고 오면 그래도 ‘때리고 오는 아이보다 낫다’ 라고 하면서 삶을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생각만 바꾸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어차피 사는 세상이잖아요. 사물을 보는 관점을 바꿔서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스님의 강연을 들으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강연에 오셨던 많은 사람의 무지를 일깨우고, 한 쪽만 보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전모를 볼 수 있는 지혜를 길러 줍니다.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줘서 정말 유익한 강연이었습니다. 스님은 또 다른 행복한 대화를 하러 마산을 뒤로 하고 여수로 향했습니다.

아름다운 국립공원 한려 수도가 시작되는 남쪽 끝 따뜻한 작은 도시 여수에서도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한 스님은 한려 수도의 장관인 여수 오동도를 한 번 둘러보고 내년 봄에 노인잔치나 장애인 소풍이 가능한지 꼼꼼히 점검하셨습니다. 스님은 언제나 산책하는 듯 하면서도 다음 일정을 답사하고 노는 듯 하면서도 실험하고 매사에 그냥 버리는 시간이 없습니다.

강연은 오후 7시부터 시작됐습니다. 오늘은 올해 처음으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이었습니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흔치 않은 이곳 여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추위를 잘 탑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어제의 지진 탓인지 310여 명이 강연장을 메운 가운데 빈자리도 조금 보였습니다.

여수 지역 행복학교에서 행사를 주관했고 여수법당은 물론 인근 순천법당 및 광양법당에서 지원자들이 모여 50명이 넘는 봉사자로 북적였습니다. 모두 질서 있고 차분하게 사람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여수 강연에서는 총 8명이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너무 슬퍼하시는데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40년이 넘게 내 땅처럼 농사를 지었는데 땅 주인이 말 한마디 없이 땅을 팔아버려 너무 속상하고 서운하다는 분, 아버지가 경찰 공무원으로 30년 넘게 일하다가 퇴직하셨는데 알코올 중독자처럼 술만 마셔서 고민인 분, 1남 8녀 중 8번째 딸로 태어나 전혀 관심을 못 받고 커서 그런지 직장에서도 활달치 못하고 자존감도 낮은데 그 영향 때문인지 아이들도 자존감이 낮아 고민인 분, 아들이 25살인데 집에서 컴퓨터만 하고 있어서 고민인 분, 78세 된 아버지가 요양원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가려고 하지를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나이 50이 넘은 아들이 직장을 오래 못 다니고 심지어 내 연금까지 빼앗아 가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분, 남편이 집안일을 같이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안 지켜 매일 싸우는 것이 고민인 분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스님은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다섯 번째 질문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하겠습니다.

“아버님을 제가 잘 모시지 못해서 요양원에 모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양원에 가시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스스로 밥을 해먹을 수 있다며 안 가신다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아버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78세이십니다.”

“건강은 괜찮으세요?”

“무릎이 좀 아픈 편입니다.”

“밥 먹고 옷 입는 건 괜찮아요?”

“네.”

“스스로 요리해서 드실 수 있어요?”

“네.”

“어머니는 안 계시고요?”

“네.”

“시골에 사세요?”

“네, 시골입니다.”

“그럼 그냥 살게 하세요. 내가 보기에 안 좋지, 아버지 입장에서는 요양원에 가서 사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나아요.”

“감사합니다.” (모두 웃음)

“여러분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을 모시는 문제로 굉장히 마음을 많이 쓰는데 사실은 신경 쓸 거 없어요.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들은 밭에 가서 일하고 저녁이 되면 허리 아파서 ‘아이고 허리야, 나 죽는다’ 라고 하고, 아침이 되면 호미 잡고 또 나가요. 그러면 여러분들은 부모님에게 ‘일 하지 마라니까 왜 일을 하시느냐’ 라며 싸우죠.

또 연세가 드셨으니까 일이 많을 때는 자식이 와서 거들어주기를 바라시는데, 나는 또 바쁘잖아요. 주말에 안 가면 불효자 같고, 가면 또 신경질 나고요.

이건 여러분이 잘못된 관점을 갖고 있어서 그래요. 노인들은 평생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살도록 놓아드려야 해요. 그걸 우리 생각으로 바꾸려고 하면 안 돼요. 여러분이 보기엔 부모님이 어리석어 보이지만, 부모님은 여러분을 낳아서 지금까지 키워주신 분이에요. 그러니 나보다 똑똑해요. 그걸 인정해야 하는데 여러분은 인정을 잘 안 하고, 자기가 대학 나왔다고 해서 부모님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천만에요. 부모님은 적어도 여러분보다 똑똑합니다.

그러니 부모님의 판단을 존중해줘야 해요. ‘아이고, 허리 아프다’ 그러면 ‘어디 아파요?’ 하면서 주물러 드리고, 그러다가 아침에 호미 찾으면 호미 드리면 돼요. (모두 웃음)

부모님이 ‘주말에 와서 좀 거들어 달라’ 하면 시간 나면 거들고, 시간 안 나면 ‘어머니, 바빠서 안 돼요’ 하고 안 가면 돼요. 안 간다고 불효도 아니고, 간다고 효자도 아니에요. 여러분은 여러분대로 자유롭게 살면 되고,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사시도록 두면 됩니다. 남도 도와달라면 도와주는 세상이니까 필요하다고 하면 가서 도와드리면 되고요.

못 도와드린다고 가슴아파하고, 또 정작 가서 도와주려면 부담 되니까, 여러분은 자꾸 부모님이 농사를 못 짓게 하잖아요.

아버지에게 내 생각을 얘기할 수는 있어요. ‘이렇게 힘드신 것보다는 요양원에 계시는 게 어떨까요?’ 이렇게 제안해보고, ‘그래도 내가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 라고 하시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그냥 두세요. 그러다가 필요한 게 있을 때 좀 도와드리면 돼요.

너무 간섭하면 안 돼요. 아버님 좋은 대로 사시도록 해드리세요. 살아계실 때는 존중해야 돼요. 그걸 우리 식대로 자꾸 하려고 들면 안 돼요. 어린 아이도 내 말을 잘 안 듣는데 어떻게 부모가 내 말을 듣겠어요? 그건 너무 건방진 생각이에요. 노인들을 모시는 방법을 여러분이 이해하셔야 해요.

다만 내 의견은 말할 수가 있어요. ‘저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그걸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부모님의 뜻대로 하도록 해야죠. 그런데 여러분은 늘 그걸 자기 뜻대로 하려고 드니까 자꾸 부모님과 싸우게 되는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스님.”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민할 법한 공감이 가는 질문이었습니다. 스님의 대답도 재미있고 명쾌해서 좋았습니다. 청중들은 시종일관 웃음을 띄었습니다.


오늘 스님의 하루를 작성한 순천정토회 여수법당 희망리포터 신규호입니다. 저는 강연 현장을 취재하면서 “내가 행복해지면 삶이 즐거워지고, 삶이 즐거워지면 세상이 아름다워집니다. 현재 처지가 어떻게 되든지 나는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고 행복해져야 합니다. 이것이 곧 세상이 행복해지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라고 하신 스님의 말씀이 가장 감명 깊었습니다. 여러분들도 행복한 나날 되길 바랍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정명숙, 나경진, 신규호 (글) 최영, 정재완 (사진) 손명희 (녹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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