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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자식들에게 미운 마음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륜스님의 하루 20171113

“자식들에게 미운 마음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17.11.13 평화재단 전문가 모임 및 회의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종일 회의와 미팅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평화재단으로 출근하여 북한현실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가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10시에는 문화부관계자가 찾아와 한류문화와 한국 전통음식, 사찰음식 등의 세계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부터는 정치지도자와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찾아와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하였습니다.


오늘은 스님 강연이 없었기에 그저께 12일 행복캠프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강연 중에서 소개하지 못한 질문과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제가 요즘 고민하는 것은, 자식들에게 미워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가 많습니다. 이런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합니까? 관념적이 아닌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중웃음)

“자식들이 어떻게 할 때 미워져요?”

“제가 행복학교에서 이번 주에 관점 바꾸기를 배웠는데요, 제 나름대로 분석하기는 아마 제가 여태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자식들에게 강요를 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럼 안 하면 되잖아요. 결국은 자식이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한다는 거죠?”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그러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내말 안 들었다는 거죠. 아무리 자식이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어요.”

“제가 거창한 것을 자식들에게 원하는 것은 아니고요. 가장 기본적인 생활태도 같은 것이에요.”

“자식들이 몇 살이에요?”

“딸은 33살이고, 아들은 31살입니다.”

“서른 넘은 사람의 생활 태도를 질문자가 간섭한다는 거예요?”

“가장 기본적으로 기상시간이나 취침시간 같은 것이에요.” (대중웃음)

“그런 말을 자꾸 하면 자식들이랑 같이 못 살아요.”

“한 가지 실례를 들자면 오늘 새벽 4시까지 아들 방에 불이 켜져 있길래 중간에 소변보러 일어났다가 방안을 들여다봤더니 아들이 침대에 누워있는데 불도 켜져 있고 컴퓨터도 켜져 있었어요. 방에 들어가서 ‘불 끄고 자거라’ 하고 나왔는데 그렇게 몇 번을 해도 전혀 효과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불러놓고 진지하게 얘기했어요.
‘네가 서른이 넘었는데 생활 태도가 어떻게 개판 5분전이냐. 이래가지고 장가가기는 틀렸다.’
이런 심한 얘기도 했는데 개선될 여지가 없어요.”

“질문자의 그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빠가 도움을 주려면 ‘불 끄고 자라’ 하지 말고 조용히 불만 끄고 내 방에 와서 자면 돼요. 아이가 ‘아빠가 어제 불 껐어요?’ 그러면 ‘내가 공부하나 해서 보니까 불 켜놓고 자고 있길래 껐다. 허락도 안 받고 불 꺼서 미안하다’ 이 정도로 해야 변화가 오지, 질문자가 ‘서른 살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런 생활태도를 가지냐’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내가 서른이나 됐는데 아직도 아빠한테 간섭 받아야 되나’ 이렇게 무의식에서 반발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미워하는 마음을 없앨 수 없어요. 미워하는 마음은 간섭을 안 하면 안 올라옵니다. 간섭을 하니까 올라오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쓸데없는 간섭을 안 하려면 어떤 마음공부를 해야 할까요?”

“첫째, 따로 살면 제일 좋습니다. 둘째, 한 집에 살아도 가능하면 안 보는 게 좋습니다. 방을 열어본다든지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사생활 침해니까요.”

“거의 얼굴 마주칠 일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밖에 없는데 그 한두 번이 꼭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간섭을 하니까 미워지는 거예요. 간섭을 안 하면 안 미워져요. ‘어떻게 하면 미움을 없애느냐’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미움이 생긴 뒤의 해결책이에요. 미움이 간섭 때문에 생겼으니까 간섭을 안 하면 미움이 안 생긴다는 거예요.”

“간섭을 구체적으로 안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습니까?”

“스무 살이 넘으면 원래 간섭을 하면 안돼요.”

“화가 나거나 남의 인생에 간섭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자기를 객관화시켜서 관찰을 해보라는 것을 제가 읽은 적이 있어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그런 것보다 간섭을 안 하면 돼요.” (대중웃음)

“그렇습니까?” (웃음)

“절을 하면서 ‘살아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자식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 해도 부모에게 엄청난 효자에요. 관점을 그렇게 가지면 문제가 없어요. 아침에 방문 열어보고 살아있으면 ‘안 죽고 살아있으니 고맙다’ 이렇게 마음을 가져보세요.”

“그럼 제가 아직 관점 바꾸기를 제대로 할 줄 몰라서 그렇습니까?”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대중박수)

“스무 살 넘은 아들에게 저렇게 아버지가 자꾸 간섭을 하면, 아들은 어른이 안 되고 어린 아이가 돼요. 자립을 하지 못하고 어리광을 피우게 됩니다. 인간 심리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너무 뭔가를 움켜쥐고 있으면 상대방은 그것을 자기 것처럼 생각을 안 하게 돼요. 그래서 옛날에는 자식이 결혼을 하면 집에서 어른이 잔소리 하지 않기 위해 바로 살림을 내어 독립시켜 주었습니다. 그러면 저절로 자식이 알아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식들이 부모 밑에서 살기 때문에 무엇이든 자기 일로 생각하지 않고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 집에 산다면 간섭하지 말고, 가능하면 독립시켜라’ 라고 말하는 거예요. 밥을 해주면서 잔소리하지 말고, 밥을 안 해주는 게 제일이에요. 청소도 해주지 말고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집착하기 때문에 그게 잘 안되죠. 해주고 잔소리하고 미워하게 되는 것이 부모의 인생이에요.

여러분들 행복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수행팀(글) 박효정(편집, 녹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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