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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저는 음식의 노예입니다.


질문자 저는 음식의 노예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함께 일본 유학을 갔었습니다. 먹는 것을 좋아했던 저는 비만이었습니다. 그곳의 아이들은 제가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제 바로 앞에서 흉을 보고 놀렸습니다. 저는 소위 마마걸이었는데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런 계기들로 인해 우울증이 오고 거식증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8년째가 되었습니다. 저는 하루하루를 자책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어 용기를 냅니다. 제가 이 병을 고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금 이 병은 내 병이 되었습니다 


질문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부모님은 아이가 잘되라고 유학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요? 잘못되었잖아요. 부모가 자식이 잘 못 되게 하려고 악한 마음에서 이렇게 한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렇게 잘못된 결과가 나온 것은 사람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영어, 일어만 할 줄 알면 되고, 공부만 잘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이 잘못되었고 거기다 부모마저 잘못된 세상의 흐름에 휩쓸렸기 때문에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자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어요. 원인이 누구한테서 시작되었든 지금 이 병은 그 누구의 병도 아닌 내 병이 되었습니다. 


예를 든다면 누가 나를 납치해서 강제로 마약 주사를 놓았다고 합시다. 나도 처음에는 안 맞으려고 저항을 했어요. 그런데 주사를 맞다 보니 내가 마약에 중독이 되어버렸습니다. 원인 제공자는 누구예요? 나를 납치해간 사람들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주체는 누구여야 할까요? 나예요. 그 사람을 잡아와서 그 사람한테 해결해 달라한다고 해결이 안 돼요. 이미 나의 문제가 돼 버렸습니다. 그처럼 엄마가 나를 일본에 안 보냈다면, 일본 애들이 나를 왕따 시키지 않았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겠지만, 그런데 이미 이 문제는 생겨나 버렸습니다. 이제 문제 해결의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에요.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데서 상처가 생깁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7살에서 12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부처님같이 지혜로울까요, 아니면 아무것도 모를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애겠지요. 그런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학생이 전학을 왔는데 일본말도 제대로 할 줄 몰라요. 그럼 아이들이 그 학생을 불쌍히 여겨서 친구가 되어주고, 일본말을 열심히 가르쳐줄까요, 아니면 놀릴까요? 놀리겠지요. 아이들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직 어리기 때문에 몰라서 그러는 것이에요.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몰라서 한 행동에 내가 상처를 입으면 누구만 손해일까요? 나만 손해예요.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먼저 질문자를 놀렸던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입장을 바꿔놓으면 나도 다른 학생에게 그렇게 했을 거예요. ‘내가 그동안 그 애들을 미워했는데 알고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들이었구나. 나라도 그렇게 했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먼저 일본 애들을 이해하세요.  


타국에서 일본 아이들을 미워하다 보니 더 외로웠지요? 엄마에게도 미운 마음이 들었을 거예요. 어린 나를 왜 이렇게 멀리 보냈을까. 그런데 엄마는 무슨 나쁜 마음으로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엄마도 딸이 보고 싶지만 딸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일본 유학을 보냈을 겁니다. 어린아이들이 뭘 몰라서 그렇듯이 엄마도 마찬가지였던 거예요. 어릴 때 엄마를 보면 뭐든지 다 아는 거 같지만 질문자도 한 서른 살이 돼 보면 사실은 아무것도 몰라요. 


엄마도 나를 사랑해서 잘 한다고 한 건데 내가 힘들다고 오해했구나 


그래도 한국에서 어릴 때 외국 유학을 간다는 것은 남들보다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해서 일본으로 유학 보냈구나. 그런데 내가 힘들다고 엄마를 미워했구나.’하고 엄마에게 참회를 해야 해요. 지금 질문자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어요. 이걸 치유하지 않으면 앞으로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거식증이 문제가 아닙니다. 나이가 서른이 돼도 늘 어릴 때 상처 입은 그 마음이 딱 멈추어 있어요. 엄마가 나를 혼자 뒀다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몸이 문제가 아니에요. 몸은 삐쩍 말라서 오징어같이 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고, 뚱뚱해져서 돼지처럼 돼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몸에 너무 신경 쓸 거 없어요. 마음의 상처를 먼저 치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보복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데서 상처가 생깁니다. 상대방의 처지와 입장으로 돌아가서 ‘아이고 어려서 그랬구나. 엄마도 나를 사랑해서 잘 한다고 한 건데 내가 힘들다고 엄마를 오해했구나. 그래서 미워했구나.’이렇게 참회기도를 해보세요. 108배를 하며 참회를 하면 좋습니다. 참회기도를 하면 내 마음속의 상처가 치유됩니다. 그럼 좋아질 겁니다. 거식증은 별 걱정 안 해도 돼요. 상처를 먼저 치유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몸은 삐쩍 말라서 오징어같이 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고, 

뚱뚱해져서 돼지처럼 돼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마음의 상처를 먼저 치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길벗에서 활동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가김정은님이 재능기부로 그려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