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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돈 문제로 형제간에 사이가 나빠졌어요, 어떡하죠?


돈 문제로 자녀들이 갈등할 때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지면 가장 가까운 형제지간에 손을 벌리게 되지요. 이 경우 돈 문제로 인해 가족 사이가 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돈 문제로 형제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이럴 땐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길일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아들이 하던 일이 어려워지자 작년에 여동생에게 자기가 총각 시절에 학비를 보태줬던 얘기를 하면서 돈을 좀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딸은 아들이 원하는 돈의 반 정도 해주었습니다. 아들이 섭섭했는지 여동생에게 친정집에 오지 말라고 해서 딸이 명절 때에도 오지 않습니다. 형제끼리 사이가 나빠지고, 그것 때문에 딸이 친정에 발걸음을 안 하는 걸 보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 법륜 스님 : “들어보니, 여동생이 잘했습니다. 오빠가 동생한테 돈을 빌려달라든지 그냥 달라고 했겠지요. 오빠가 달라는 대로 다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마 여동생은 그 돈을 못 받을 걸 각오하고 절반만 줬을 겁니다. 그러니 여동생이 현명한 겁니다. 하지만 오빠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돈을 안 주니까 여동생더러 “보기 싫다, 집에 오지 마라” 이랬겠지요. 결과적으로 여동생은 돈을 주고 욕을 먹었습니다. 그러니 여동생이 절반도 안 줬으면 더 현명한 처사였습니다. 그랬으면 오빠한테 친정집에 오지 마라는 소리를 들어도 덜 섭섭하겠지요. 돈을 줬기 때문에 “오지 마라” 소리를 듣고 더 섭섭해지는 겁니다.


형제간에는 돈 거래를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된다면 빌려주는 게 아니라 아예 줘버려야 합니다. 그냥 줄 수 없다면 욕먹을 각오를 하고 빌려주지 않는 게 좋습니다. 결혼 전에는 형제자매 간에 서로 돕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면 각자 자기 살림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집니다. 그렇게 갈등이 있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아주 첨예하게 상충합니다. 부모님 장례를 치르면서 갈등이 터지고,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는 아예 상호 왕래도 안 하는 집도 많습니다.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설령 형제자매 간에 갈등이 있더라도 이것은 세상에 흔히 있는 보편적인 일일뿐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이럴 때는 엄마가 모르는 척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이쪽저쪽에 엄마 생각을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딸 더러 오빠를 이해하라든지, 아들 더러 여동생을 이해하라든지, 그런 말 일절 하지 말고 아예 모른 체하세요. 그리고 딸에게는 “집에 놀러 오너라” 하고 말하고, 딸이 못 온다고 하면 내가 한 번씩 딸네 집에 가보면 됩니다.


절대로 남매끼리의 갈등에 엄마가 나서서 화해시켜 주려고 하면 안 됩니다. 화해를 시켜 주려다 보면 딸한테 “오빠인데 네가 참아라. 옛날에 도움도 얻었지 않았나” 이런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 딸은 엄마가 아들 편을 든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면 나하고 딸하고도 관계가 나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아들 보고도 “동생한테 왜 돈을 빌렸냐?” 이런 얘기 자꾸 하면 아들도 답답하니까 엄마한테 신경질을 내게 됩니다. 그러면 나하고 아들하고도 관계가 나빠집니다. 이렇데 되면 아들하고 딸하고 싸우고, 나하고 딸하고 싸우고, 나하고 아들하고 싸우는 꼴이 됩니다. 


그러니 아들하고 딸이 싸우더라도 나는 딸하고 관계가 좋고 나는 아들하고 관계가 좋으려면 일절 관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둘이 싸우는 게 보이더라도 못 본 척하고 입을 딱 다물어야 합니다. 자기들이 엄마한테 하소연해도 “아이고, 엄마는 늙어서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세요. 누구 편을 들어도 안 되고, 조언도 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딸이 학생 때 도움을 아무리 많이 받았어도, 딸이 이미 결혼했는데 거기에 대고 돈을 달라고 하면 안 됩니다. 친정에 돈을 갖다 주면 남편이고 시어머니가 좋아할까요? 딸은 항상 며느리처럼 보고 며느리는 딸처럼 보아야 합니다. 그러니 아들의 태도가 좀 문제입니다. 여동생이 공부할 때 도움을 준 것 갖고 이제 자기 어렵다고 내놔라고 하는 건 잘못입니다. 


만약에 어쩔 수 없이 관여하게 된다면 아들을 나무라야 됩니다. “옛날에 동생 도와준 그 생각을 아직도 못 버리고 그게 뭐하는 짓이야” 이렇게 해야 됩니다. 이런 문제에서는 아들은 내가 나무라도 약간 사이가 나빠졌다가 곧 회복이 되지만, 딸은 옛날에 공부할 때에도 부모가 자기는 도와주지 않고 오빠한테 더 많이 해줬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엄마하고 크게 사이가 나빠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딸을 문제 삼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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