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인 부부들 많지요. 특히 예민하고 초조해 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불임율이 많이 높다고 합니다. 또 이런 예민한 성향은 어릴 적 상처로 인해 연유한 것이 많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서 치유해야 할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결혼 7년차 주부입니다. 그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며 공부하다 보니 괴로운 마음도 사라지고 아이가 없었던 게 오히려 부처님 보살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 성격이 몹시 예민하고, 불안하고 초조하며 긴장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자주 다투시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던 어린 시절에서 연유한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어떤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 법륜 스님 :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지도 모르고 삶을 천방지축 함부로 살아갑니다. 지금이라도 돌이켜서 어리석음을 참회해야 합니다. 겉으로는 옛날 얘기라서 잊어버렸다고 말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속에 남아있는 상처가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보이지 않게 살짝 덮여있을 뿐이지 하나도 없어지지 않고 다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때문에 명상을 한다든지 하면 전부 올라옵니다. 지금 이 괴로움은 모두 상대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생각에 꽉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나로 인한 문제라는 걸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불교을 공부하면서 그런 사로잡힘을 깨달아 큰 무지에서 벗어나게 되면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행복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무지는 깨어졌지만 업식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상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건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나면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그것만 해도 굉장한 진척인 것은 사실이지만 업식으로부터 일어나는 반응은 워낙 습관적이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큰 무지는 사라지지만 찰나의 무지, 순간에 부딪혔을 때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는 무지는 그냥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무지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문제는 그 찰나의 무지를 알아차리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내 문제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계에 부딪치면 순간적으로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반응이 일어날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남의 탓으로 돌려집니다. 그때 그런 마음을 자기 쪽으로 돌이켜서 멈추거나 가라앉히는 연습을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한 번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수백 수천 수만 번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치밀어 오르는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점점 적어지고, 일어나더라도 그 정도가 약해집니다.
또 나의 알아차림이 금방 이루어지면 남이 봤을 때에도 ‘저 사람이 화가 좀 적어졌구나’하고 느끼게 됩니다. 수도 없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연습하다보면 그렇게 조금씩 진전이 되고 그 결과가 어느 정도 바깥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꾸준히 정진을 계속하면 아이가 안 생겨도 좋은 일이고 생겨도 좋은 일이 됩니다. 안 생겨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생기면 좋은 아이로 키울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낳겠다, 안 낳겠다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준비가 됐으니까 인연을 따라 오면 인연을 받고 인연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면 됩니다.
그러려면 먼저 부모님께 감사 기도를 하세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다투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거대한 신처럼 보였던 어머니는 사실 서른 두어 살 먹은 젊은 여자였을 뿐입니다. 서른 두세 살 먹은 여자가 뭘 알겠습니까? 살기 힘드니까 제 성질대로 짜증내고 갈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이해하고, 그 와중에도 나를 낳아 키워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기도하세요. 질문하신 분도 이제 세상을 살다 보면 그분들의 갈등이 충분히 이해가 될 겁니다.
이렇게 이해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내 속에 있던 상처들이 지워져갑니다. 언뜻 생각하면 어릴 때 상처야 다 지나간 얘기고 별 것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묵은 상처가 말끔히 청소되어야 내가 훨씬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됩니다. 그렇게 기도를 해보세요.”
법륜스님의 새책 <인생수업>이 출간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은 말합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행복하게 나이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즉문즉설과 함께 쉽고 재미나게 엮어져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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