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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어리바리한 저의 모습을 아이가 닮을까봐 걱정돼요.../ 법륜스님의 하루 170903

어리바리한 저의 모습을 아이가 닮을까봐 걱정돼요...

2017.9.2 해외 즉문즉설 강연(6) 태국 방콕

세부에서 새벽 1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3시였습니다. 상해에서 마닐라로 오는 날과 마찬가지로 기내 온도가 너무 낮아 다들 감기기운이 또 찾아왔습니다. 짐을 찾아 태국 방콕행 국제선 데스크로 이동하여 다시 수속을 했습니다. 한 밤중에 이동하는 일정이다 보니 다들 피곤함이 역력합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 되어 게이트가 바뀌고 연착되어 출발시간에서 한 시간을 넘겨서야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태국 방콕 수완나품공항에 도착하니 오전 9시경이 되었습니다.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방콕정토회 홍정혜대표님, 황소연총무님 부부등 자원봉사자분들이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하고 슐락 시바락사 박사님과 오찬모임이 있어 바로 주차장으로 이동하였는데 차들이 이중으로 겹쳐 주차가 되어있어 차를 뺄 수가 없었습니다. 꼼짝없이 갇히는가 싶었는데 스님께서 차를 옆으로 밀기로 하였습니다. 차 한 대가 빠질 공간을 확보한 후에 겨우 주차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방콕의 주차난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었습니다.

미팅시간에 겨우 맞추어서 도착하니 벌써 슐락박사님 일행이 와 있었습니다. 스님은 박사님과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슐락박사님의 부인께서 스님께 태국의 유명한 불상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INEB 행사 때 영어-태국어 통역을 한 안첼리(미국 샌프란시스코 거주)님이 태국 방문 중이라 오늘 일정에 동행하게 되어 스님께 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일행 중에는 한이라는 외국인이 계셨는데 스님의 책 중 영어로 번역된 True Happiness와 Awakening을 읽고 태국어로 번역을 하여 이번에 출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님은 이 책을 읽고 나서 태국의 젊은이들도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번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슐락박사님은 스님의 빡빡한 일정을 들으시더니 아주 놀라워하시면서 스님의 건강을 기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스님이 강연을 하게 되는 탐마삿대학교에서 이번 학기부터 시작하는 새 과정을 스님과 정토회가 일부 후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셨습니다. 이 과정에는 제3세계 뿐만 아니라 서양권 학생들에게도 학비를 무료로 제공하여 아주 집중적으로 담마를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참가하는 총 20명의 학생들은 라오스, 미안먀, 중국 등 아시아국가 뿐 아니라 브라질과 영국에서도 온다고 합니다.

점심식사 후 슐락박사님에 제안으로 식당 밖으로 나가 바깥 구경을 했습니다. 이 식당은 방콕시내를 가고 지르는 Siam 강가에 위치하고 있어 경치가 참 좋았습니다. 이 강가를 따라 올라가면 왕궁도 있고 탐마삿 대학교도 나온다고 합니다. 박사님이 어렸을 때는 물이 맑아서 강에서 물을 바로 떠서 먹을 수 있었고 랍스터도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살지 않는 오염된 강이라고 안타까워 하였습니다. 이 강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많은 분들께 얘기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아쉬워하였습니다. 자상하게 안내하는 슐락박사님의 표정에서 스님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태국어로 출판된 스님의 새 책 사인회와 강연이 있는 탐마삿대학교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왕궁을 보았는데 아직 국왕 추모기간이라 많은 분들이 길게 줄을 서서 추모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국왕추모장소는 각종 공공장소, 학교뿐만 아니라 공항 등에도 설치되어 있어 온 국민들이 1년간 추모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스님을 초청하여 즉문즉설을 하는 탐마삿대학교는 1934년에 설립되었는데 태국에서 두번째로 정식국립대학이 된 국립종합대학이라고 합니다. 특히 인문학(Liberal Arts), 정치학(Political Science), 국제관계학 (International Relations)분야는 태국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합니다. 탐마삿대학교는 학생운동의 전통이 강한데 태국 정치사 속에서 주요 사건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슐락박사님은 탐마삿대학교가 학생운동과 민주운동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대학이라고 설명을 하시면서 아주 자랑스러워하였습니다.

대학 입구에 들어서니 스님의 강연 대형포스터가 걸려있었습니다.

슐락박사님은 스님께 태국어판 True Happiness와 Awakening을 출판한 편집인(Publisher)를 소개하여 주었고 태국어 책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강연장으로 들어서니 올 봄 한국에서 INEB 행사에 참가했던 태국 비구, 비구니 스님 뿐만 아니라 이전에 참가했던 많은 스님들이 스님께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올해 5월 INEB 행사에 참가했던 비구니 스님 두 분은 은사스님이 주신 선물을 스님께 전달하고 스님이 태국을 방문하심을 환영하였습니다.

또한 올 참가자 중 가장 연세가 많았던 노스님은250km 떨어진 곳에서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 오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Woot스님은 지난 5월 때 스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동료스님들께 얘기했더니 이 분들이 스님을 보기 위해서 단체로 왔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인사동에서 산 빈족자에 스님께 좋은 글귀를 써줄 것을 요청하여 스님은 글을 적어주었습니다.


슐락박사님은 독재적인 총장을 몰아내고 민주적인 새총장이 부임하였다고 하면서 스님께 총장님을 소개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새총장이 부임하는데 많은 공로를 한 학생대표와 오늘 강연을 기획하고 초정한 학부의 학장님도 스님께 소개하여 주었습니다.

곳곳에서 학생들이 와서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하였습니다. 이 곳에서 스님의 인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스님의 담마를 태국에서 전파시킬 방법을 빨리 강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슐락박사님은 태국에서 사회참여 불교운동의 원로로서 많은 존경을 받는 것 같습니다. 법륜스님과 슐락박사님이 함께 교정에 있으니 많은 학생들이 다가와서 두 분께 인사를 합니다. 스님들이 슐락박사님께 인사드리는 모습에서는 존경심이 느껴졌습니다. 탐마삿 대학교는 태국의 민주화운동의 성지 같은 곳으로 여겨졌고 슐락박사님 말씀에서도 자부심과 자긍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님들도 대부분 사회참여불교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스님들 같았습니다.

이어 스님의 태국어 신간 출판 기념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대학생들과 스님 등 많은 분들이 태국어 책을 가지고 와서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정토회에서 영어책을 출판하면 INEB 에서는 또 태국어로 번역하겠다고 합니다.

책사인회에 이어 오늘 본행사가 있었습니다. 스님을 초청한 학부의 학장님이 간단히 인사를 하고 또 슐락박사님이 잠깐 나오셔서 인사말씀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번 강연의 주제가 스님의 태국어 책 출판기념을 겸해 ‘디지털 첨단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가?’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님과 함께 나온 대담자가 스님의 사회참여 부분에 더 관심이 있다고 하면서 주제가 좀 달라졌습니다. 현재 태국 정치 상황 때문에 태국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고 태국이 현재 양극으로 나누어 싸우고 있는데 남북관계와 한국의 분단상황 등은 어떤지, 한국은 대통령도 삼성의 이재용도 감옥에 갔고 태국은 탁신총리, 양략총리등이 다 도망을 갔는데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질문하였습니다. 정치적인 질문들이 계속 나오자 통역하는 분이 용어와 내용을 잘 알지 못해 많이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도 여러 번 풀어서 설명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이어 청중석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비구스님들의 질문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사람들이 주로 어떤 고민과 고통을 가지고 있는지,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조언을 해주는지, 승려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스님은 청소년을 교화하는 비법이 있는지, 요즘 사회에서 승려가 어떻게 전법과 교화를 해야 할지 등 스님의 활발한 활동과 관련하여 질문하였습니다. 오늘 참여한 대부분의 스님들이 태국에서 사회참여운동에 연관되어 있는 분들이라서 아마도 스님의 활동을 보고 어떤 실마리를 찾아가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외에 오늘의 주제와 비슷한 질문이 있어 간단하지만 스님의 답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디지털시대입니다. 사람들이랑 서로 연락하는 것도 아주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빨리 할수록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고 동요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런 빠른 소통과 디지털시대에 어떻게 깨어있을 수 있는지 좋은 방법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자기상태에 대해서 늘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마음이 고요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마음이 불안하면 불안하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우리들의 정신작용중에 굉장히 좋은 점이 하나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치유해가는 그런 능력이 있습니다. 

만약에 옆에 앉은 이 분이 성질이 급하다면, ‘내가 너 성질이 급하니 고쳐라’라고 얘기하면 못고칩니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 ‘내가 성질이 좁 급하구나’하고 자각하게 되면 개선이 좀 됩니다. 즉 내가 불안할 때 불안한 것을 자각하게 되면 조금씩 안정되어 갑니다. 내가 화가 날 때 화를 안내야지 하고 감정을 억압하면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다음에 또 화가 납니다. 그러니까 감정을 컨트롤한다고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됩니다. 

내가 화가 난다는 것을 그냥 자각합니다. 그 자각이 지속이 되면 저절로 그 세력이 약해집니다. 이것이 붓다가 발견한 가장 위대한 것입니다. 이것은 노력할 필요가 없고 다만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 내가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간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자각하게 되면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감정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만 알아차리고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런 정신 작용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아직 이작용이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정신작용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본인이 자각만 하면 저절로 개선되는 그런 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의 홍수를 자각을 하고 있으면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가지 않습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질문이 나왔기 때문에 스님은 간결하게 답변 하였습니다.

탐마셋 대학교에서 4시 10분경에 행사를 마치고 스님은 슐락박사님과 참가하신 스님들께 다음 행사가 있어 떠난다고 인사를 하고 한국인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장소인 한국문화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스님이 한국문화원에 도착하자 즐겁게 안내하고 있던 봉사자들이 모두들 스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강연장 실내온도가 낮아 많이 추웠습니다. 밖은 덥고 습한데 실내는 계속 추우니 스님의 건강이 걱정이 됩니다.

오늘 태국강연장에는 약 80여명이 참여하였고, 봉사자는 15명이었으며, 총 8명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지인과 함께 사업을 하다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묻는 분, 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날 딸아이의 이름 작명을 스님께 부탁하는 분, 해외파견근무를 계속 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인성교육 방법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 화를 참는 것과 표현하는 것과의 차이가 무엇인지 묻는 분, 기후변화에 의한 재해지역에 정토회에서 구호작업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문의하는 분, 국제결혼한 자녀들이나 외국인을 위한 외국어 불교체험의 영역을 정토회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문의하는 분, 본인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 지 문의하는 분등 총 8명이 질문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고, 제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서 아이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하는데 그 생각이 오히려 부담 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가 잘 먹고 건강하게 잘 크고 있긴 하지만 가끔씩 제가 그렇게 좋은 사람 같지가 않거든요. 똑똑함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좀 어리바리하고, 영리하지 않고요. 이런 모습들을 아이가 닮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한 번씩 듭니다.”

“걱정해도 닮게 돼 있어요.(청중 웃음) 닮지 말라고 해도 닮고, 닮으라고 해도 닮아요. 엄마가 늘 아이한테 한국말을 하면서 ‘너는 영어 해라’ 이런다고 영어가 나오겠어요? 엄마가 늘 영어를 하면서 ‘너는 영어 하지 마라’라고 해도 아이는 영어를 하고, 엄마가 한국말을 하면서 ‘너는 한국말을 하지 마라’라고 해도 그 아이는 한국말을 하게 되는 거예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처럼요. 그러니 질문자가 조금 짜증을 내고 살면 아이도 짜증낼 거라는 걸 아세요. 아이가 짜증내는 게 별로 안 좋다 싶으면 질문자부터 짜증을 안 내는 연습을 해야죠.”

“짜증을 내거나 이런 건 컨트롤이 가능하잖아요.”

“에이, 컨트롤 안 돼요.(청중 웃음) 짜증내는 걸 어떻게 컨트롤해요? 아이한테는 짜증이 더 나죠. 회사에 가서 짜증을 안 낸다, 이런 건 가능해요. 이건 긴장을 하니까요. 그런데 집에 와서 짜증을 안 내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사람은 계속 긴장한 상태에서 살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원래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기 성질이 다 나오는 거예요. 낯선 사람에게는 다들 착한 사람처럼 예의바르게 굴고요. 그건 조금만 긴장하고 주의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사람이 24시간 긴장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자녀들에게는 부모의 까르마가 생긴 대로 그대로 내려가지, 질문자가 연습한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에요. 아이한테 짜증 안 내고 주의 하겠다는 건 어려워요.”

“아이한테 짜증을 특별히 내거나 하진 않는데, 그건 능력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 능력이 부족한 건 걱정돼요.”

“능력의 문제는 별로 안 닮습니다.”

“제가 머리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고...”

“머리가 안 좋아도 질문자는 지금 잘 살고 있잖아요.”

“언변도 별로 안 좋은 것 같고...”

“자기는 머리가 안 좋으면서 애한테는 머리 좋아지라고 하면 어떡해요? 그런 건 불가능해요.”

“그럼 저희 애는 어떡하죠?” (질문자 웃음)

“그건 욕심이라는 얘기예요. 개가 새끼를 낳아놓고 자기는 개가 싫다면서 ‘너는 고양이 돼라’ 그런다고 새끼가 고양이가 되겠어요? (청중 웃음)

질문자는 아이 엄마로서는 별로 안 좋아요. 자기에 대해서 긍정적이지 못하잖아요. 인생을 사는 데 머리 좋고 아이큐 높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에 대해서 긍정적이 되도록 수행을 해야 해요.

질문자가 자기에 대해서 부정적인 건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에요. 질문자의 능력이 100이면 자기 머릿속에서 ‘나는 150이 돼야 한다’ 이렇게 허상을 움켜쥐고 있는 거예요. 150이 돼야 하는데 현실의 자기는 100밖에 안 되니까 계속 자기가 못마땅한 거예요. 이게 바로 자긍심이 없는 사람이에요. 자긍심이 없는 사람은 자기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자기가 자기를 너무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현실의 자기를 자꾸 부정하는 거예요.

그럼 현실의 자기를 끌어올려야 하느냐? 아니에요. 이 허상의 자기, 과대평가하는 자기를 버려야 해요. 거짓 자아를 버려야 한다는 얘기예요.”

“말씀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한 번씩 미안한 생각이 자꾸 들어요.” (질문자 울먹임)

“그러면 아이는 굉장히 나빠질 거예요. 애한테 왜 미안한데요? 질문자가 밥을 안 줬어요, 뭘 안 줬어요?”

“밥도 잘 주고 있는데 그래요.”

“바보 같은 소리예요. 질문자가 자꾸 자기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에요. 낳아준 것만 해도 고맙고 밥 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질문자가 무엇 때문에 미안해요? 질문자가 왕이 아니라서 미안해요? ‘내가 왕이라면 내 아들인 너도 왕이 될 텐데 내가 왕이 아니라서 미안하다’, ‘내가 재벌이 아니라서 미안하다. 내가 재벌이었으면 너한테 돈 많이 물려줄 텐데’ 이런 얘기하고 똑같은 수준이잖아요. 진짜 과대망상증 환자네요.” (청중 웃음)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다스려 보려곤 하는데...”

“다스리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과대망상증이라니까요.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할 수준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있는 이대로, 이 키, 이 모습, 이 머리 이대로 나는 온전한 존재예요. 질문자는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현실의 자기가 늘 못마땅한 거예요. 그러면 자녀들은 늘 심리적으로 위축감을 느끼고 당당하지 못하게 돼요. 엄마가 늘 이렇게 위축돼 있으면 자녀들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됩니다. 오늘부터 늘 당당해야 해요. 당당하지도 못한 사람이 결혼은 왜 했어요? 스님처럼 결혼하지를 말았어야죠.” (청중 웃음)

“애를 낳을 줄은 몰랐어요.”

“질문자는 그래도 이 세상에 태어났고 학교에서 1등은 못 하더라도 졸업은 했잖아요. 졸업 못 한 사람도 많은데 졸업했어요. 게다가 스님처럼 결혼 못 한 사람도 많은데 질문자는 결혼도 했고, 결혼해서 애 못 낳는 사람도 많은데 애도 낳았잖아요. 이 세상 사람들이 하는 걸 다 하고 있잖아요. 못 해본 스님도 이렇게 잘 살잖아요. 질문자가 왜 문제예요?

그러니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지금부터 정신 딱 차려야 해요. 자기에 대해서 자긍심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학교 다닐 때 공부로 몇 등 했는지가 뭐 그리 중요하고 아이큐가 뭐 그리 중요해요?

“공부를 꼴찌 하지는 않았는데 사람과의 관계가 저는 참 어렵더라고요.”

“자기 식대로 하려니까 어렵죠. 자기 식대로 하려는 생각을 버리면 어려울 게 뭐 있어요?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면 되는데 뭐가 어려워요?”

“제 이런 면을 아이가 닮아가지 않을까 해서요. 아이가 한 살 반인데 또래 친구들 노는 데 가서 같이 놀다 보면 눈치를 볼 때가 있어요. 좀 위축될 수도 있고 눈치를 볼 수도 있지만 겨우 한 살 반 짜리가. 그게 그렇게 마음 아플 때가 있더라고요.”

“그건 질문자가 눈치를 보니 그렇죠. 질문자가 눈치를 안 보고 지금부터 당당하게 살면 아이는 저절로 개선이 돼요. 세 살 때까지 앞으로 1년 반 남았는데 질문자가 그때까지 계속 그렇게 살면 나중에 못 고쳐요. 지금부터 항상‘나는 부처다’ 이렇게 자긍심을 가져야 해요. 모든 중생은 다 부처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청중 박수)

오늘 강연장에서는 행복이 무엇이며 스님은 결혼하는지 등을 질문한 어린 여자아이와 스님과의 대화에 청중들이 아주 즐거워하였습니다. 이렇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대화를 하는 스님 모습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현지인과 국제결혼을 하여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한국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배우자를 데리고 강연장으로 와서 함께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 분들이 정토행자가 되어 바른 부처님의 법을 알게 된다면 부처님의 법과 스님의 가르침이 온 세계로 전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사인회를 마친 스님은 봉사자들과 단체기념사진을 찍고 강연준비에 힘써주고 잘 마친 것에 대해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 강연을 총괄한 방콕정토회 홍정혜대표님, 황소연총무님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촬영 후 스님은 근처 식당으로 옮겨 저녁식사를 하고 오늘 숙소인 방콕정토법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묘덕법사님과 정은지지구장은 봉사자들과 함께 소감나누기를 하고 숙소로 귀가하였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세수할 틈도 없이 하루 일정을 보시고 스님은 이제야 휴식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숙소에서 내일 일정을 의논하고 오늘을 정리하였습니다. 이렇게 세부-방콕으로 이어진 무박 2일의 일정이 마무리됩니다. 내일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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