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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사기를 당해 평생 번 돈을 잃었어요, 괴롭습니다

사기를 당해 괴롭다며 한 남성분이 법륜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평생 힘들게 번 돈을 갑자기 잃게 된 것도 괴로운 일인데, 친구까지 원망하게 되고 집까지 경매에 들어갈 형편이 되었으니 그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지요.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법륜스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법륜스님은 언제나 한결같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친구가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 쓸 사람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처음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를 믿고 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9개월 만에 사기당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남을 고발할 일이 생전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발을 하게 됐습니다. 평생 힘들게 번 돈을 갑자기 잃게 된 일도 괴롭고, 중간에서 소개해 준 친구도 원망스럽습니다. 돈을 못 받으면 집이 경매에 들어갈 형편입니다.” 


- 법륜스님 : “추석이나 설에 가족들 데리고 고향을 방문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일가족이 다 죽었다는 기사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내가 의도하거나 원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다가 비행기가 추락해 죽는 경우도 있고, 놀러가다가 교통사고로 죽는 경우도 있고, 유람하다가 배가 뒤집혀 물에 빠져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돈을 떼인 일은 나한테는 큰일일지 모르지만 남이 보면 큰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일이 아닌 걸 가지고 내가 지금 하늘이 무너질 듯이 큰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그러니 우선은 내가 나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지금 당장 죽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사람 목숨만 살아 있으면 됐다고 마음을 탁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해지고 정신이 맑아져서 재판을 하더라도 이길 가능성이 생깁니다.


질문하신 분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남보다 돈이 있었다는 얘기니까 다른 사람보다 좋은 처지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사기를 당한 뒤라 해도, 가지고 있던 돈이 없어져버렸으니, 앞으로는 사기를 당할 일이 없습니다. 이 또한 좋은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이 우리 인생인데, 지금 자기 자신의 좋은 걸 못 보고 좋아진 걸 모르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그 일 자체로 좋은 일도 없고 나쁜 일도 없습니다. 그 일을 나쁘게 받아들이면 나쁜 일이 되고, 좋게 받아들이면 좋은 일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하신 분은 지금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나쁘게 받아들이니까 그토록 괴로운 것입니다.


기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묻기 전에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법문 들을 수 있어 고맙고, 사람들 얼굴 볼 수 있어서 고맙고, 아직도 이가 괜찮아서 음식을 씹을 수 있어서 고맙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고마운 건 굉장히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내면, 나빠지던 것이 여기서 멈추고 앞으로 좋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나빠진 것에 대해서 계속 나쁜 생각을 하면 상황이 계속 더 나빠집니다.


그러니까 돈을 못 받는 데 신경을 쓰면 나만 손해입니다. 과거에 속은 건 내가 어리석은 것이고, 지금이라도 이 사건을 통해 정신을 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어리석은 길을 가면 앞으로도 손해를 더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두고 제1의 화살은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은 맞지 말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질문하신 분은 돈을 잃었다는 억울한 감정에 휩싸여 지금 두 번째 화살을 맞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바보 같은 짓 하지 않겠습니다. 망한 줄 알았더니 자세히 보니까 나한테도 재산이 아직 많습니다. 건강 재산 남았고, 가족 재산 남았고, 친구 재산 남았고, 가진 게 너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좋은 일이 생길 것입니다.”


- 질문자 : “감사합니다.”


질문자의 얼굴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기 당한 일을 떠올리며 상기되어 있던 얼굴이 스님의 답변을 듣고선 편안해져 있었습니다. 제1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을 맞지 말라는 말씀이 가슴에 크게 다가왔습니다. 비록 돈은 잃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사기 당한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하게 되고, 늘 불만스러웠던 삶에 대해서도 감사할 줄 알게 되니, 도리어 좋은 일이 되어 버리는 이 이치! 괴롭고 분한 일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복이 되는 이치! 참 지혜로운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