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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남편의 무능력, 이러려고 재혼했나 자괴감 들어...” 법륜 스님의 답변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서울 노원구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이 열린 노원구 구민회관은 금세 자리가 꽉 차서 바깥 로비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사람들이 줄지어 앉았습니다. 




찬 바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서로 깔개를 내어주며 앉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행복한 대화에서는 7명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미운 장인어른, 돌아가신 부모님, 동성애, 무능한 남편, 폭행하는 남편, 귀촌 고민, 최순실 사태 등 다양한 주제가 펼쳐졌습니다. 그 중 재혼한 남편이 무능력해서 이혼하고 싶다는 질문자와의 대화가 많은 깨달음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21살 때 첫 남편과 만나 결혼해서 딸을 하나 낳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매일 술을 마시고 빚을 너무 많이 져서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고 살았어요. 그런데 딸아이 결혼식을 하려고 보니 아빠 자리가 비었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하도 좋다고 권하고 제가 보기에도 괜찮아 보여서 지금 남편과 재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남편은 너무 무능력해요. 집에서 밤낮 없이 잠만 자고 돈도 벌지 않고요. 여자에게 얹혀 살려는 마음이 너무 많이 보여요. ‘두 번째도 이런 남자와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에 힘들어요. 그런데 남편은 이혼해주지도 않습니다. 


친정 엄마는 저와 함께 살려고 오셨다가 제가 두 번째 결혼도 힘들게 사는 걸 보고 너무 슬퍼하시면서 동생 집으로 가셨어요. 제 팔자는 왜 이렇게 기막힌 걸까요?” (질문자 한숨)



# 팔자가 좋아요


“팔자가 왜 이렇게 세냐고요? 제가 보니 팔자가 좋은데요. (모두 웃음) 저는 한 번도 못해본 결혼을 질문자는 두 번이나 했잖아요.”


“직접 해보면 안 그래요.”


“여기 앉아 있는 여자들 중 어떤 사람은 한 남자하고도 못 살아 봤을 텐데 질문자는 두 남자하고 살아 봤잖아요. 게다가 지금 세 번까지 할 기회가 다가오는데 그게 왜 나빠요? 


조선 시대에는 상대 얼굴도 못 보고 한 번 결혼하면 죽을 때까지 바꾸지도 못하니까 결혼이 완전히 도박이었어요. 한 번 잘못 하면 큰 재앙이고, 한 번 잘 하면 땡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 잡을까?’ 하고 연구를 하다 보니 생년월일로 사주를 보고 ‘괜찮다’, ‘안 괜찮다’ 점치게 된 겁니다. 그런 것이라도 있어야 안심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러나 요즘은 만나서 얼굴도 보고, 손도 잡아보고, 껴안아도 보고 자보기까지 하면서 서로 확인을 하는데 사주 궁합을 볼 필요가 있을까요? 이게 훨씬 더 정확한데요. 그리고 설령 잘못됐다 하더라도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또 있잖아요. 배우자가 죽으면 새로 만나면 되고, 헤어져도 새로 만나면 되고,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해도 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궁합을 봐요? (모두 웃음) 


그런데 질문자 사주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쁜 게 아니에요. 전생에 얼마나 복을 많이 지었으면 이렇게 두 번 세 번 결혼할 수가 있을까요? 삼생에 걸쳐 복을 지어야 그 정도 복이 오지, 보통 사람은 그 정도 복이 안 돼요. (모두 웃음) 




여기 계신 분 중에도 처음 만난 남자나 여자와 결혼한 사람이 많습니다. 저보다는 조금 낫지만 불쌍한 사람들이에요. 이 좋은 세상에 태어나 남자라곤 한 사람밖에 못 만나보고, 여자라곤 한 사람밖에 못 만나봤는데 그게 뭐가 좋다고 그걸 부러워해요? 저 같으면 한 사람 밖에 만날 수 없을 바에야 아예 안 만나고 말겠어요. (모두 웃음) 


그렇다고 이 사람 저사람 만나고 다니면 도덕적으로 비난 받겠죠. 그런데 상대가 알아서 떠나주고, 알아서 죽어주니까 내가 비난받을 일이 하나도 없잖아요. 이것은 사주가 좋은 것에 속합니다. 사주가 나쁜 게 아니에요. 게다가 어머니까지 와서 보고 다시 가버렸어요. 어머니를 모실 필요도 없어진 겁니다. 내가 ‘안 모시겠다’ 이러면 불효자식이라 비난받고 굉장히 골치 아파지는데 어머니가 알아서 가버렸어요. 그래서 질문자는 지금 처지가 아주 좋게 됐습니다. (모두 웃음, 박수) 


# 누구 집 아들인지 결혼 하나는 참 잘했다




“또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질문자는 결혼할 때 남편 만나서 이득 보고 싶었어요? 손해 보고 싶었어요?”


“어…….”(질문자 망설임)


“거짓말 하려고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요.” (모두 웃음) 


“예, 회사일도 그만두고 좀 놀러 다녀 보고 싶었어요.”


“그래요. 심보가 나쁘네요. 그런데 거꾸로 됐죠?” (모두 웃음) 


“예. 오히려 제가 벌어서 먹여 살려야 했어요. 그러니까 화가 납니다.”


“질문자 입장에서는 결혼 잘 한 거예요? 잘 못한 거예요?”


“잘 못한 거예요.”


“그러면 남자 입장에서는 결혼 잘 했어요? 못 했어요?”(모두 웃음)


“잘 했죠. 저를 봉으로 알고 살더라고요.”(질문자 한숨)


“그러면 헤어지려고 할까요? 안 헤어지려고 할까요?”


“안 헤어지려고 해요.”


“그래요. 나는 손해나니까 헤어지려고 하고, 남편은 이득이 되니까 안 헤어지려고 하는 겁니다. 헤어지기는 틀렸어요. ‘누구 집 아들인지 결혼 하나는 참 잘했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모두 웃음)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남편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가령 30년을 더 산다고 합시다. 이 때 30년을 더 먹여 살리는 게 힘들다면 30년 치를 계산해서 목돈으로 딱 줘버리면 됩니다. 남편은 지금 이익을 보니까 안 떨어지려고 하는 거예요. 이혼을 하려면 뭘 좀 줘야 해요.


목돈 주느니 차라리 내 밥 차려 먹는 김에 밥 한 그릇 더 하고, 내 옷 세탁하는 김에 그 사람 옷도 세탁 해주는 것도 괜찮아요. 그래도 집에 사람이 하나 더 있으면 좀 든든하니까 그런 역할을 하게 두고요. 나이가 몇이에요?”


“저는 오십이에요.”


“그러면 아직 남자가 필요한 시기잖아요. 돈을 벌어오지 않아서 그렇지 질문자의 돈을 뜯어가거나 속이고 등치지는 않죠?”


“그런 것도 다 합니다. 언변이 뛰어나서 저만 모르고 있더라고요.”


“인물은 괜찮아요?”


“아니요, 제가 볼 때는…….”


“질문자 같은 사람이 인물 안 괜찮은 남자를 찾았겠어요?”


“젊었을 때는 인물이 좀 괜찮더니 지금은…” (모두 박장대소)




“인물 괜찮지, 말 잘 하지, 그러면 좋아할 만하죠? 그런데 살아보니까 인물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에요. 결국은 자기의 욕심 때문에 잘못 잡은 겁니다. 원망할 필요 없이 돈을 조금 주고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이제 ‘아이고, 남자는 싫다’ 하고 혼자 살면 됩니다. 혼자 살기가 조금 외로우면 다음에 남자를 잡을 때는 인물 보지 말고 언변도 보지 마세요. 


사기꾼은 어떤 사람일까요? 첫째, 인물이 괜찮아요. 말도 잘해요. 옷도 잘 입어요. 예의도 발라요. 커피숍에 가면 돈도 자기가 내고 씀씀이가 짜지 않아요. 소위 서비스가 좋습니다. 차도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사무실에 가보면 잘 꾸며놨어요. 이러면 누구나 다 좋아하게 돼 있어요. 그래야 사기를 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내 복에 어떻게 이런 남자가 있겠나’ 이렇게 생각하면 사기를 안 당할 텐데, ‘이게 웬 떡이냐!’ 이러다가 사기당하는 거예요. 쥐가 매일 쓰레기장을 뒤지다가 접시에 맛있는 음식이 딱 담겨 있는 걸 봤습니다. ‘내 복에 무슨 접시에 차린 진수성찬이냐’ 하고 외면하고 가면 죽을 일이 없는데, ‘나도 이럴 때가 있네!’ 하고 달려들어 먹으면 죽게 되는 거예요. (모두 웃음)


이것이 어리석음이에요. 우리가 욕심을 갖고 있으면 이렇게 화를 자초하게 됩니다. 이 두 번의 결혼 실패는 교훈으로 삼으면 돼요. 실패라고 할 것도 없어요. 이렇게 연습 삼아 두 번 해보고 다음에는 조금 정신 차려서 좀 더 잘하면 되죠. 한 번도 안 하고 혼자 사는 사람도 있는데 두 번 해봤으면 이제 혼자 살아도 괜찮고, 아직은 남자가 필요하면 결혼해도 괜찮아요.”


“필요하지 않습니다.”(질문자 웃음)



# 두 번 결혼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네. 그러면 남편에게 위자료 받으려 하지 말고 위자료를 어떻게 하라고요?”


“줘야겠습니다.”(질문자 웃음)


“남편에게 위자료를 주고, ‘나한테 많은 걸 깨우쳐줘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인사하고 헤어져야 내 인생이 행복해요. 왜 그럴까요? 첫 번째 남자도 잘못 만났고 두 번째 남자도 잘못 만났다고 생각하면 내 인생이 초라해집니다. 


‘첫 번째 남자도, 두 번째 남자도 괜찮았다. 내가 성격이 좀 까다로워서 그렇지.’ 이렇게 생각하면 괜찮습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혼을 두 번 했어도 질문자는 아무 문제없고 괜찮은 여자예요. ‘직장도 있겠다, 딸도 잘 키웠겠다, 여기 아직 이성을 한 번도 못 만나본 사람도 있는데 둘이나 만나봤겠다, 앞으로 이 두 번의 경험 때문에 세 번째는 아주 잘 고를 수도 있겠다’하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세 번째도 또 마음에 안 들면 그것까지 연습으로 삼아서 네 번째를 잘 골라도 돼요. 이렇게 생각하면 웃을 수 있겠어요?”


“네”




“결론은 이거예요. 두 번 결혼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학할 필요가 없어요. 사주팔자 타령 하지말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연습 삼아 했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웃음, 박수)


팔자가 기막히다며 한숨을 내쉬던 질문자의 목소리가 한결 밝아졌습니다. 결혼에 두 번 실패했다하더라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 참 따스하고 희망적이었습니다. 팔자를 고치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네요.


그리고 스님은 강연장에 참석한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일깨워주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돈이 자기인 줄 알고, 지위가 높으면 지위가 자기인 줄 알고, 인기가 많으면 인기가 자기인 줄 착각합니다. 그렇게 착각했던 사람들은 돈, 지위, 인기가 없어지면 초라해져요. 그런 걸 보면 어떤 사람이 제일 행복할까요?”


“우리들이요.”


“네, 여러분이 제일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떨어지려 해도 떨어질 데가 없고, 잃어봐야 특별히 잃을 것도 없어요. 그래서 이런 강연장에 와서 편히 앉아 강의를 듣잖습니까. 재벌, 인기 탤런트, 고위 공직자는 이런 곳에 안 옵니다.” 


“여기 한 분 있어요.” (모두 큰 웃음)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습니다. 노원구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안철수 국회의원이 앞자리에 앉아 시작부터 강연을 주욱 듣고 있었던 겁니다. 


“안철수 의원님이 오셨네요. 여기에는 왜 오셨어요? 아이고, 노원구청장님도 오셨네요. 안 오셨으면 제 말이 딱 맞는데 이렇게 오셔서 지금 말이 안 맞게 돼버렸어요.(모두 웃음) 




앞서 말씀드린 사람들은 항상 자기는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대중 가운데 편하게 앉아 있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이런 재미있고 좋은 자리에 못 오는 거예요. 그분들은 인생의 재미란 걸 잘 몰라요. 인생의 재미를 아는 건 바로 여러분입니다. 


지금 자기가 좋은 줄 알아야 해요. 지금 내가 좋은 줄을 아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지금 자기가 좋은 줄을 모르고 괴롭다며 아우성치는 분들이 계세요. 저는 오늘 여러분들과 어떻게 관점을 잡아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대화한 겁니다.”


돈, 인기, 지위를 가진 사람들보다 지금 내가 가장 행복한 줄을 알아야 한다는 말씀에 청중들도 활짝 웃었습니다.


한편 다음 질문으로는 “최순실 사태로 화가 난다”는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스님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안 의원에게 한번 답변을 들어봅시다” 며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무대 위로 올라온 안 의원은 시민들의 마음에 공감을 표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부끄러움, 수치심, 분노를 저도 똑같이 느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저도 스님께 여쭤보고 싶었어요.” 라며 스님의 답변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국민이 주권자이니 국민에게 물어보고 국민의 뜻을 수용하는 게 제일 좋다.” 라고 답하면서 즉석에서 청중들에게 손을 들어보게 하기도 했습니다.   


또 스님은 “현 대통령 뿐 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마다 측근 비리 문제가 있었는데 사람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제왕적인 대통령 제도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라고 안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안 의원은 “미국도 대표적인 대통령제다. 그러나 미국은 행정 집행권만 가지고 있고 견제하는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어 제왕적 대통령이 생겨날 수 없다. 이런 제도를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라고 답했습니다. 


안 의원은 “새로운 변화를 방해하는 나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정치에 몸담은 지난 시간에 대한 소회를 말하기도 했는데요. 스님은 “부드럽던 안 의원이 세게 변했다”며 웃음을 보인 후 안 의원에게 청중들을 위해 부드러운 위로의 한마디를 부탁했습니다. 안 의원은 “걱정들 많으실 거다. 우리 국민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지금 나아가고 있다. 바닥을 친 지금이 기회다.” 라고 위로를 건네주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실컷 웃다보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개인의 행복과 사회 변화에 대해 함께 탐구해보는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장 앞 화단에서 가을에 돋아나는 새싹을 만났습니다. 모두가 떨어질 때 새로 돋아나는 새싹처럼 언제 어디서나 행복을 만들어가는 하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