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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아내와 이혼소송, 아이에겐 어떻게 얘기해줘야?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 이야기입니다. 강연장에서는 질문자들이 주로 주부들이다 보니 아내 입장에서 남편에 대한 미움과 원망에 대한 질문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남편 입장에서 바라 본 아내와의 갈등에 대한 질문입니다.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라며 한 남성 분이 질문했습니다.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했습니다. 이혼 소송을 하고 있지만 어떤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길일까요? 법륜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결혼할 때 ‘부모님은 참 잘 모시겠구나.’ 이런 판단이 들어 결혼했는데 신혼여행 때부터 결혼 14년 동안 갈등이 참 많았습니다. 제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 바깥으로 나돈 편이라 아내가 불만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내가 아이를 보듬어 주기만 한다면 저도 경제적 뒷받침을 해줄 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양육은 거절하면서 재산은 다 내놓으라고 해서 이혼 소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저희 관계를 눈치 챈 것 같은 데 언제쯤 얘기해줘야 할까요? 또 아이가 엄마를 만나고 싶어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아내는 법적권리를 포기한 상태입니다.”


- 법륜스님 : “결혼할 때 ‘이 여자랑 결혼하면 부모는 잘 모시겠구나’하는 생각이 잘못된 것입니다. 여자들은 부모 잘 모시려고 시집오는 게 아니라 남자를 보고 시집옵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자기 부모 자기가 잘 모실 생각은 안 하고 아내한테 다 떠밉니다. 지금 시대에는 아내들이 남편한테 집에서 아이도 같이 돌보고 가사노동도 도와주고 주말되면 같이 시간을 보내길 원하고 또 요구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이것을 안 하니까 아내가 혼자서 힘들었을 겁니다. 


혼자서 힘든 게 곪아 터지니 만사가 귀찮아지고 우선 나부터 살아야겠다 싶어서 나가버렸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놔두고 갈 때는 독한 마음먹지 않으면 못 갑니다. 그러니 아내분의 화가 많이 쌓인 것입니다.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걸 풀려고 하면 안 되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날마다 108배 절하면서 


‘여보, 내가 조금만 당신을 이해하고 도와줬어도 당신이 견뎠을 텐데 내가 어리석어 당신 힘든 걸 몰라주었소. 정말 미안하오.’ 


이렇게 참회의 기도를 하십시오. 이렇게 기도하면 첫째 나한테 좋고, 둘째는 아이한테 좋고, 셋째 혹시 재혼하게 되면 결혼생활이 평탄해집니다. 내가 비우지 않으면 어떤 사람이 와도 행복할 수 없지만 내가 비우면 어떤 여자가 와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꼭 부인한테 참회해야 합니다. 부인이 그 정도로 독심을 품었을 때에는 자기 나름대로 마음의 상처가 컸던 것입니다. 진짜 눈물 흘리도록 참회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좋아집니다.


다음에 아내를 만나면 솔직하게 사과하고, 아이는 엄마 집에 마음껏 가도록 해주고, 나중에 아내가 곤궁해지면 조금 지원해 준다는 마음으로 정리를 하십시오. 정리하고 새 세상 살아야지 자꾸 연연해하며 시비하지 마십시오. 참회를 해야 정이 딱 끊어집니다. 자꾸 미워하면 정이 안 끊어집니다. 본인을 위해서도, 아내를 위해서도, 자식을 위해서도, 재혼할 사람을 위해서도 가슴에 있는 상처를 지워야 합니다. 참회를 하면 상처가 지워집니다.


합법적으로 이혼이 되면 아이한테 얘기하세요. 단 엄마가 너 버리고 갔다든지 재산 상의 얘기를 한다든지 조금이라도 아내를 원망하는 투의 말을 하면 아이한테 큰 상처가 됩니다. 그러니까 절대로 그런 얘기는 하면 안 됩니다. 


“엄마 아빠가 너한테 미안하지만 갈등이 좀 있었다. 그래서 타협을 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 아빠가 그동안 엄마한테 잘못해서 생긴 일이다. 그래서 엄마가 상처를 많이 입어서 지금은 다르게 생각할 여유가 없는가 보다. 그러니까 엄마를 이해해주고, 우리가 조금 기다리자.”


이렇게 얘기하십시오. 그러면 아이가 상처를 덜 받습니다. 지금 당장은 감정이 격해서 아이는 물론 주변 사람들한테 자신의 억울함을 마구 토로하고 싶겠지만 아이가 중요하지 자기  감정이 중요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이가 엄마에게 가겠다면 언제든지 보내주십시오. 어릴 때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성장해서 뭘 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늘 속이 허전해서 방황하게 됩니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아빠가 많이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니 아이가 엄마한테 가지 않겠다고 하면 가도록 응원해주고 도와주십시오. 아내는 아니어도 아이 엄마로서 따뜻하게 예우해주십시오. 

  

설사 아내가 아이한테 아빠가 나쁘다고 말한다 하더라도 섭섭해 하지 말고 


“엄마가 아빠 때문에 많이 속상한가 보다. 아빠가 미안하지. 엄마 말이 맞아.” 


이렇게 얘기해 줘야 합니다. 애를 데리고 편 가르기를 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에게 정신분열이 생깁니다. 엄마 쪽으로 딱 밀어줘야 합니다.”


- 질문자 : “네. 스님 감사합니다.” 


비록 이혼을 했지만 아빠로서 어떻게 아이에게 대해 주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해 좋은 길인지 지혜가 묻어나는 답변이었습니다. 이혼을 하게 되면 남편은 아이에게 아내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아내도 아이에게 남편에 대해 나쁘게 말하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정신 분열이 오게 된다는 말씀에 청중들도 공감했습니다. 아이에게는 자기를 낳아 준 엄마와 아빠가 모두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얼마나 혼란스럽겠습니까. 하지만 스님이 말해준 방법대로 마음을 갖게 되면 울분에 찬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게 되니 우선 본인의 상처가 치유가 되고,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그렇게 되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갖게 될테니 인생이 잘 풀려나갈 수 있겠구나 희망이 보였습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공감한 청중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