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즉문즉설

임용고시 3년째 도전 중, 슬럼프 극복 방법?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임용고시, 무슨 고시 등등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일 겁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희망세상만들기 전국 강연에서 이런 수험생들의 답답함과 어려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임용고시만 3년째 준비하고 있는 한 청년이 자꾸만 슬럼프에 빠지는 자신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물었습니다. 법륜스님의 답변이 큰 용기와 힘을 주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굳은 땀을 흘리고 있을 많은 수험생 여러분들에게 법륜스님의 답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청년 : “저는 스물일곱 살 건장한 청년입니다. 제 꿈은 영어교사라 지금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번 시험을 보았는데 계속 떨어졌습니다. 3년째 임용고시 준비 중입니다. 그러고 나니 자신감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몸이 안 좋거나 기분이 가라앉아 슬럼프가 찾아오면 한 2~3일간 방황을 하고 공부를 못 합니다. 올해는 정말 후회 없는 1년을 보내고 싶은데 슬럼프를 잘 이겨내고 자신감 갖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법륜스님 : “지금 별로 다급하지 않은 듯합니다. 정말로 다급하면 슬럼프 3일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3일간 헤맨다는 것은,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란 이야기입니다. 의식에서는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지만 무의식에서는 ‘안 되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헤매는 것입니다.

 

공부를 1년 더 하니까 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해마다 재능 있는 사람이 새로 나오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면 갈수록 시험에 합격할 확률은 낮아집니다. 그래서 한 번이나 두 번 해 보고 나서 안 되면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까 제일 좋은 방법은 지금 그만 두는 겁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해 보겠다면 딱 1년만 더 하십시오. 그러고도 안 되면 더 이상 하지 마십시오.

 

부모님께서 해주는 밥 먹고, 부모님 집에서 살고, 부모님께서 주는 용돈으로 지내니까 마음 한쪽으로는 부담이 되면서도 올해 안 되면 내년에 또 다시 지금처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에 절박함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에 올해 안 되면 내년에는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하면 3일간의 슬럼프란 말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꼭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딱 1년만 더 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이상은 안 됩니다. 하면 할수록 마약 중독처럼 고시 중독에 걸리게 됩니다. 두 번 떨어지니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세 번 떨어지면 더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그럼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까워서 다른 데도 못 갑니다. 자신 없어 못 가고 더 위축이 되어서도 못 갑니다.

 

그러니까 올해 한 번만 더 한다면 확실하게 부모님께 약속을 하고 시작하십시오. 


“어머니, 제 나이가 스물일곱인데 아직 제 밥벌이도 못 해서 죄송합니다. 이번 한 번만 더 저한테 투자해 주시면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안 되면 그때에는 다른 일을 찾겠습니다.” 


이렇게 약속하고 시작해서 안 되면 끝을 봐야 합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에도 다시 또 며칠 슬럼프에 빠진다면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너 이렇게 헤매는 거 보니까 공부하기가 싫구나. 떨어져도 된다는 얘기네. 그럴 바에는 지금 관둬라.’ 


이렇게 자기에게 주문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실제로 하면 잘 안 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습관이 있기 때문에 지금 법문을 들을 때는 ‘그래야지’ 해도 문 열고 나가면 술 한 잔 먹는 게 급하고 주말에 놀러가는 게 급하게 됩니다. 


이런 생활의 습관을 송두리째 바꾸려면 기도를 해야 합니다. 기도는 자기 습관대로 살아가는 것을 바꿔서 자신이 원하는 습관을 만드는 수행 방법입니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기도를 하면 경계에 부딪칠 때 유혹에 지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런데 기도는 스스로 세운 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날마다 해야 합니다.

 

수행은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승리라고 했습니다. 기도를 하면서 ‘저는 행복합니다.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주십시오. 그러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합격할 거라는 데에 너무 목매지 말고 공부 자체를 즐겨보십시오. 임용고시 준비하는 1년은 죽어지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배우는 것을 재미삼아 배우라는 겁니다. 공부하는 게 재미있으면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이럴 때 능률이 오르고 집중이 잘 됩니다. 그러면 게임할 필요도 없고 영화 보러 갈 필요도 없고 친구를 만날 필요도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올해 끝낸다는 것입니다. 올해 끝낸다는 결정을 해야 무의식에서부터 받쳐주는 힘이 생깁니다. 그렇게 한 번 더 해 보고, 안 되면 그만 두고 다른 거 얼마든지 도전해서 하면 됩니다. 인생은 한 가지 길만 있는 게 아닙니다. 길은 무궁무진하게 열려있으니까 한쪽에만 치우쳐서 매달리지는 마십시오.”

 

- 청년 : “정말 감사합니다.”

 

청년은 스님의 답변을 듣고 크게 만족해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스님이 “다급하지 않은 듯 합니다” 라고 했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는데, 답변을 다 듣고 나서는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슬럼프에 3일씩이나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험이 본인에게 절실하지 않다는 것이라는 답변이 정곡을 찔러 준 것입니다. 게다가 목표를 향해 애쓰는 것을 넘어서서 공부 자체를 재미삼아 할 수 있으면 더 능률이 오르고 집중이 잘 된다는 말씀에 청중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