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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법륜스님이 알려주는 한반도 평화시대의 변화 / 법륜스님 즉문즉설

“한반도 평화시대, 대한민국에 어떤 변화가 올까요?”

질문자 “남북정상회담도 열리고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뉴스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평화협정을 맺고 한반도 평화의 시대가 온다면 저와 같은 청년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또 더 넓게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법륜스님 “네. 일단 전쟁의 불안에서 벗어나서 살 수 있겠죠. 그런데 분단된 상태로 전쟁만 안 일어나면 괜찮을까요? 현재의 이익을 지켜준다는 측면에서는 괜찮지만 미래의 이익까지 생각해 보면 괜찮지 않습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나라들을 한번 보세요. 오른쪽엔 일본이 있죠. 영토가 남한보다 3.7배가 넓고 인구도 2.5배나 더 많아서 우리는 5천만인데 일본은 1억 3천만이에요. GDP는 3.5배나 더 많습니다. 왼쪽에 있는 중국은 어떨까요? 영토는 우리보다 95배 가까이 넓고, 인구는 27배 이상 많고, GDP는 8배를 넘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미래의 이익까지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일로 가야 합니다.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면 영토도 두 배로 늘고, 인구도 2500만이 더 늘어서 1.5배가 되고, 경제 규모도 더 커지겠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쪽이 분단된 상태로도 여기까지 발전했다는 거예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모두 달성했다는 건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그런데 이게 가능했던 건 우리가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좋든 나쁘든 밀접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선진 기술을 빨리 배워올 수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발전할 수 있었어요.


동아시아 평화의 중심

평화적으로 서로 합의해서 통일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이야 있겠지만, 북한이 중국과 동맹관계에 있으니까 통일된 나라는 중국 하고도 잘 지낼 수 있고, 한국이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으니까 통일된 나라는 미국 하고도 잘 지낼 수 있어요.


여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에요. 한국이 이렇게 통일하면 규모가 굉장히 커집니다.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 20~30년쯤 지나면 비슷해질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이쪽으로 가느냐, 저쪽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동아시아의 판도가 바뀌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캐스팅 보드를 쥐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만의 이익을 위하는 게 아니라 우리로 인해 동아시아 지역이 평화를 유지할 수가 있어요. 이런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어요.

우리가 분단돼 있으면 우리의 분쟁은 동아시아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우리가 평화적으로 공존하면 동아시아 지역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러니 꼭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위해서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이런 관점에 서야 해요.


내일 당장 군사적인 경계를 없애버리고 통일하자는 얘기가 아니에요. 더 이상 전쟁의 위험이 없도록 우선 전쟁을 완전히 끝내자는 겁니다. 그다음에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자는 거예요. 북한 사람이 우리 쪽에 와서 노동할 수 있고, 우리의 자본이 북한에 가서 투자할 수 있도록 보장을 해주자는 겁니다. 북한에는 풍부한 자원과 질 좋은 노동력이 있고, 남한에는 자본과 기술이 있기 때문에, 이 둘을 결합한다면 북한은 새로운 생산기지가 돼서 우리에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평화와 통일이 밥 먹여준다



지금 상태에서는 한국 대기업들이 아무리 연평균 10퍼센트씩 성장해도 고용은 늘지 않습니다. 시설이 전부 자동화로 돼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중소기업은 달라요. 북한 개발을 하는데 중소기업이 들어가게 되면, 중소기업은 어쨌든 고용을 많이 필요로 해요. 일반 노동은 북한 노동자가 한다 하더라도 남한의 기술자가 가야 하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엄청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통일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한국, 중국, 일본이 협력관계가 되면 자연적으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논의하게 돼요. 우리는 유럽의 사례를 이미 봤습니다. 강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모여서 유럽 공동체를 만드는데, 그 본부를 파리에 두자니 영국이 반대하고, 런던에 두자니 독일이 반대하고, 베를린에 두자니 또 다른 나라가 반대해서 그 사이에 있는 벨기에에 뒀어요. 그래서 유럽 연합(EU) 본부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있잖아요. 그것처럼 한중일이 협력관계가 돼서 어떤 기구라도 하나 만들려고 하면 본부를 베이징에 두자니 일본이 반대할 거고, 도쿄에 두자니 중국이 반대할 거예요. 결국은 이런 기구를 자연적으로 서울에 유치하거나 제주도에 유치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중국과 일본과 한국을 합하면 미국에 비해 기술력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경제 규모 자체가 이미 미국에 버금가게 됩니다. 그 상태로 30년 지나고, 더 나아가 50년 정도 지나면 동아시아의 경제가 그 규모로 볼 때 세계 최대 경제가 됩니다. 여기다가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해요.


문명의 중심이 19세기 유럽에서 20세기 미국으로 이동을 했는데 앞으로 21세기 말에는 동아시아로 옮겨올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앞으로 50년쯤 지나서 21세기 후반기에 이르면 동아시아가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되고, 그 세계 문명의 중심이 한국이 되는 그림을 우리가 그려볼 수 있어요. 반드시 이렇게 된다는 건 아니지만, 통일이 되면 우리가 이런 꿈을 가지고 국가발전 설계를 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분단된 상태로는 이런 꿈을 꿀 수가 없어요.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하자는 통일지상주의로 가도 안 돼요. 무력으로 하면 설령 통일을 이루더라도 이런 꿈은 그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평화적으로 통일을 해야 해요. 평화적으로 통일한다는 말은 합의통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렇다고 평화만 지키다가 영구 분단으로 가버리면 또 이런 꿈은 그릴 수가 없습니다. 현재의 이익은 지키지만 미래의 이익을 못 지켜요. 평화는 현재의 이익을 가져오고 통일은 미래의 이익을 가져오는 거예요. 관점을 이렇게 딱 잡으셔야 해요.


우선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통일의 꿈도 놓칠 수가 없습니다. 군사적으로 밀어서 금방 통일하려고 하면 안 돼요. 경제적 통합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해서 10년, 20년, 30년 가다가 북쪽에서 ‘우리 같이 살자’ 이렇게 나오면 같이 살고, 자기들이 당분간 따로 살겠다고 하면 협력관계로 살면 됩니다. 이런 관점에 선다면 대한민국은 굉장한 비전을 가질 수가 있어요.


미래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전쟁을 일단 막고 6.25 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의 첫발을 내디딘 거예요. 앞으로 평화를 확립하는 데만도 몇 년은 걸릴 거예요. 그런 가운데 협력을 해나가면 우리는 통일의 꿈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꿈을 가지고 있으면 도중에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어도 감내할 수가 있는데, 이런 미래의 꿈이 없으면 조금만 문제가 잘못돼도 불신이 불거져서 헤어지기 쉽습니다.


유럽이 좋은 사례예요. 프랑스와 독일은 원래 원수 사이였습니다. 프랑스는 알자스 지방에 철광이 많은 반면 석탄이 없어요. 그래서 저 멀리서 석탄을 수입해 와야 해요. 한편 독일은 루르 지방에 석탄은 많은데 철광이 없어요. 프랑스와는 사이가 안 좋다 보니까 또 다른 데 가서 철광을 수입해야 해요. 그래서 두 나라가 제일 먼저 생각한 게 이겁니다.


‘과거를 생각하면 원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우리가 협력하는 게 둘 다 이익이야. 지리적으로 바로 이웃에 붙어 있으니 이쪽에서 나는 철광 하고 저쪽에서 나는 석탄을 갖고 협력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첫 번째로 낸 아이디어가 독프 석탄 철강 경제공동체예요. 여기에 인근의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까지 더해서 유럽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영국 등 다른 나라들이 더 참여해서 유럽공동체까지 갔고, 결국 유럽연합이 됐습니다. 더 나아가 유럽합중국까지 가는 꿈을 그리고 있어요. 독일의 꿈, 프랑스의 꿈만으로는 이미 미국이나 중국에 경쟁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독일의 꿈, 프랑스의 꿈을 버리고 유럽의 꿈을 꾸는 거예요.


이게 협력이에요. 미래의 희망을 보고 과거의 상처를 딛고 가는 거예요. 물론 지금도 상호 불신 때문에 경쟁이 많고, 그러다 보니 영국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어요. 남북 간에도 앞으로 이런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하는 게 미래의 이익입니다. 현재는 우리와 제일 적대적인 상대가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북한이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우리가 함께 갈 수 있는 나라는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북한입니다.


이 점을 봐야 해요. 현실을 못 보면 이상주의에 빠지게 되고, 미래를 못 보면 현실에 안주하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북한하고 적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래서 국방을 튼튼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래를 내다보면 북한과 협력해야 서로에게 이익이 돼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적대관계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돼요.


우리가 이런 꿈을 가지고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이런 꿈이 있어야 해요. 꿈이 있어야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가 있는데, 꿈이 없으면 현실의 어려움이 힘들어서 ‘외국으로 이민을 가야겠다’ 하는 생각만 자꾸 하게 되잖아요.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한번 잘 만들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세요.


60년 전, 우리가 가난할 때 박정희 대통령과 우리 국민들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고 나섰어요. 그래서 새마을 노래 가사가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예요. 지금 들으면 좀 유치한 것 같지만 그때는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게 굉장한 희망이었어요. 지금처럼 우리가 만든 제품이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걸 당시 사람들이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런데 그게 현실로 이루어졌잖아요.


또 40년 전에 우리 젊은이들이 ‘우리도 좀 자유롭게 살아보자’라고 나섰습니다. 당시에는 엄혹한 독재 속에 살던 우리가 민주화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많은 희생을 치르고 지금 민주화를 이루었어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민주화를 이루어냈잖아요.


이런 걸 우리가 만들어냈단 말이에요. 다른 데 도망가서 만들어낸 게 아니라 우리가 여기서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해서 만들어낸 결과예요. 평화와 통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보면 좀 암담한 면도 있지만,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그런 희망을 가지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예,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