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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아들 때문에 죽겠어요 / 법륜스님 즉문즉설

[50화]

아들 때문에 죽겠어요.

질문자 “저는 요즘 아들 때문에 죽을 지경에 처해서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청중 웃음)


법륜스님 “뭐가 그렇게 고민이에요?”


“아들이 올해 서른 살인데, 직장에 다니다가 지금은 실직 상태예요. 직장에 나갈듯 말듯 하면서도 안 나가고 계속 집에 있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술을 마시면 아이가 많이 변해요.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술을 자주 마십니다. 그러다보니 아들이 술을 마시는 날에는 제가 많이 힘듭니다.


아들을 내쫓아야 되는지, 따뜻하게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갈등을 많이 하게 되고, 제 수준이 아직 모자라서 그런지 제가 아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아들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어요. 남편과의 갈등 문제는 많이 해결되었지만 장성한 아들은 여전히 제게 아픈 손가락입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아들을 봐야 할지요?”


내가 어떻게 키웠든 ,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 일절 간섭하지 마세요.


“아들이 스무살이 넘으면 이제 내 아들이라는 생각을 하시면 안돼요. 한 사람의 성인으로 대우해줘야 합니다. 성인이 되는 20년 동안 아이를 돌본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꾸 어린아이로 대하는 자세가 나와요. 습관적으로 불쑥 나오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차츰 아이를 성인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셔야 해요.


한 사람의 성인으로 대우해준다는 것은 우선 존중해주는 자세를 말합니다. 그러니 자꾸 간섭하거나 잔소리하면 안 됩니다. 직장을 가든지 집에 있든지는 더 이상 질문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예요. 이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우리가 남의 집 아이가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간다고 잔소리 하나요? 안하잖아요. 비록 마음속으로는 안타깝게 느껴도 관여할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내 아들 일도 마음이 쓰이지만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야 돼요.


남편과의 갈등은 많이 해결되었다고 하는데, 남편과의 문제가 어떤 과정으로 해결되었는지 살펴보세요. 남편은 어떻게든 같이 살아야 하는 인간관계이고, 아들과는 결국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 인간관계입니다. 그러니 이 둘을 혼동하면 안돼요. 달리 말하면, 남편과의 문제는 이혼을 하지 않는 한 죽으나 사나 풀어야 할 문제이고, 아들과의 문제는 풀어도 되고 안 풀어도 되는 문제입니다. 아들은 이미 나로부터 독립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그건 그의 일이다’하고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아들의 심정을 이해해야 아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요


이렇게 질문자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나면 문제해결이 쉬워집니다. 또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어요. 우선 ‘직장에 나가든 안 나가든 그건 네 일이지만 네가 내 집에 사는 동안에는 네가 그렇게 사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가라.’ 이렇게 지금부터 아들과의 애착관계를 끊어서 내보내는 방법이 있어요.


두 번째는 ‘아들도 서른 살에 직장이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오죽 답답하면 술을 마실까’하고 아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거예요. 불쌍하게 여기라는 게 아니라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겁니다. 이렇게 아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 아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매일 절을 하면서 ‘아들이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면 저렇게 술을 먹겠습니까. 술이라도 먹고 마음을 푸니, 술은 보약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면서 100일 정도 기도를 해보세요. 아들이 직장에 나가든 안 나가든, 집에 오든 안 오든, 술을 먹든 안 먹든 일절 간섭하지 말고 질문자는 오로지 이렇게 기도만 하는 거예요. 기도를 통해서 그런 아들이 집에 있어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면 그것도 하나의 해결책입니다. 즉, 내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면 아들이 술을 먹어도 먹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내가 아무렇지 않은 상태에서 아들과 대화를 해야 조금씩 나아질 수 있어요. ‘너 왜 직장 안 나가냐, 왜 그렇게 술은 많이 마시냐?’ 이렇게 말고, 그냥 대화를 나누면서 아들의 마음을 받아주라는 말이에요. 그러다보면 아들도 조금씩 자기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되고, 나름의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우선 내 마음을 편히 한 다음 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보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내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들을 내보내는 게 나을지, 우선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해 본 다음 추이를 봐서 그 다음 단계로 아들을 내보내는 게 나을지는 질문자가 선택을 하시면 돼요.”


그 때 네가 가슴이 많이 아팠구나


“아들 태교를 할 때도 그렇고, 양육과정도 그렇고 아이를 조금 과격하게 키웠어요. 그래서인지 아이가 맨 정신일 때는 여전히 엄마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지 별 말을 안 하는데, 술을 마시고 나면 자기 속에 잠재된 것들이 엄마를 향해 많이 표출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도 웃으면서 ‘엄마, 예전에 왜 그렇게 심하게 했어?’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 마음도 많이 아픕니다. 제 성질이 더러워서 아이도 험하게 다루었다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들도 자기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니까 많이 힘들어 해요. 물론 지금은 후회를 해도 아무 소용은 없겠지만, 이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아이가 어릴 때 제가 너무 심하게 했어요”


“술을 먹을 때와 먹지 않을 때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심리가 억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어릴 때 말을 하려고 할 때 선생님이나 부모가 야단을 심하게 쳐서 못하게 할 때 심리가 억압된 것이 아직 남아 있는 거예요. 그렇게 아이의 심리가 억압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지금이라도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줄 수 있어요. ‘우리 아이 잘 되게 해주세요’ 하는 게 기도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 기도예요.


그렇게 아이를 이해한다면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아이고, 엄마가 어리석어서 그랬는데, 네가 상처를 많이 입었구나. 미안하다’ 이렇게 이야기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질문자도 잘못했거나 큰 죄를 지은 건 아니에요. 질문자도 아이를 해치려고 한 게 아니라 본인도 어리석은 상태에서 살기 바쁘다보니 아이한테 성질을 내었는데, 다만 그게 아이한테는 상처가 된 거예요. 그러니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면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고 대화를 나누는 것과 아이를 독립시키는 것을 섞으면 안 됩니다. 내가 어떻게 키웠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지금은 스무살이 넘은 청년이니까 이제 내 아들이 아니라 한 사람의 독립된 성인으로 대우해주어야 하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해요 . 아들 일에 일절 간섭을 하면 안 돼요. 우선 이런 분명한 입장에 전제된 다음, 과거를 돌이켜보니 아이의 억압된 심리에 내가 영향을 준 부분이 있으니까 그건 내가 받아주어야 하는 거예요. 내가 과거에 잘못을 했다하더라도 밥을 더 잘 해주어야겠다거나 용돈을 더 많이 주어야겠다거나 혹은 잔소리를 하는 등 그 아이를 독립된 성인으로 대우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그러니 어떤 단계의 해결책을 선택하더라도 우선 독립된 관계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출발을 해야 해요. 한 사람으로서 아들이 어떤 인생을 살든 그저 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입장에 서야 합니다. 그러니 간섭하거나 잔소리는 하면 안 돼요. 그러면서 그 사람의 심리 형성에 내가 나쁜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그걸 풀어주는 데는 기여를 해야 되겠다 싶으면 아이에게 잔소리는 일절 하지 않고 그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마음을 받아줄 때 문제가 해결이 되고 아이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가 이야기를 할 때 자기도 모르게 또 잔소리를 하게 돼요.”


“아들이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주로 입을 다물고 아무 말을 안 하려고 해요.”


“입을 다물기만 하면 안 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해요. 들어준다는 것은 ‘아이고, 네가 그랬구나, 그때 네가 가슴이 많이 아팠구나, 그때 네가 상처를 많이 입었구나’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받아주는 거예요. 가만히 있는다고 들어주는 게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받아주는 거예요.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거야 기분이 나쁠 때도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잖아요? (청중 웃음) 그러니 아이가 이야기 할 때는 그 마음을 받아주어야 합니다.”


“네, 고맙습니다.” (청중 박수)


성인된 자녀와 갈등을 푸는 첫 열쇠는 ,

자녀를 독립된 성인으로 대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원본]  https://goo.gl/Ync7J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