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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교사인데 학생들 통솔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학교에 근무하는 많은 교사 분들이 요즘 학생들은 통솔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많이들 이야기를 하십니다. 특히 내성적인 성격의 선생님은 마음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통솔하기가 더욱더 힘이 들 것입니다. 이럴 땐 어떤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할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아이들이 좋아 교사 직업을 선택했지만 성격이 내성적이고 남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30여명의 학생들을 통솔하는 게 너무 힘이 듭니다. 요즘 교사 자격이 있는지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꿔 통솔력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 법륜 스님 : “직업을 잘못 선택해서 생긴 고민입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가까이 하고 싶다면 자기 아이를 낳아서 기르든지, 아니면 고아원이나 아동복지기관 같은 데서 봉사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면 이런 고민이 생기지 않겠지요.


우선 한 가지 방법은 교사를 그만두는 것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봐야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가 없습니다. 남의 자식을 30명이나 모아놓고 나쁜 영향을 준다면 죄를 짓는 일입니다. 왜 그렇게 인생을 억지로 살려고 합니까? 등산할 때 산에 올라가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고 그 산에서 안 내려옵니까? 아무리 힘들게 올라갔더라도 산 구경을 마치면 내려오지요. 마찬가지입니다. 교사생활을 해봤더니 나하고는 맞지 않더라 싶으면 그만두면 됩니다. 한번 그 직업을 선택했다고 해서 끝까지 계속해야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내성적인 내 성격에 맞는 직업을 찾아보면 됩니다.


성격을 바꾸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은 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기는 해도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내 성격을 바꿔서 계속 교사를 할 건지, 아니면 내 성격 내 기질에 맞는 일을 새로 찾아서 할 건지를 선택하면 됩니다. 이때 교직 공부를 오래했다, 힘들여 교사자격증을 땄다, 안정적인 직장인데 그만두기 아깝다, 이런 것에 집착하면 죽을 때까지 인생을 억지로 살아야 됩니다. 인생을 이처럼 억지로 살 필요 없습니다. 내가 지금 마음이 불편하면 왜 불편한지를 알아차려서 편안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수행이라고 합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왕위나 억만금도 집착할 바가 없이 돌멩이처럼 버리는 것이 수행인데 교사자격증이 뭐 대단하다고 거기에 목매달아 하루하루 도살장 끌려가듯 억지로 인생을 살아갑니까? 불법을 알면 내가 욕심내고 있는 게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탁 던질 수 있어야지요.


또 자신이 교사 자격이 있나 의문이 든다고 했는데, 교사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면 될 일을 대부분 교사들은 모른다는 소리를 안 하려고 합니다. 교사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가르치느냐가 중요합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공부해서 가르쳐주면 됩니다. 옛날에 저도 잠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학생의 질문에 제가 모르겠다고 답을 했더니 선생님도 모르는 게 있으면서 왜 자기들한테는 다 알아야 한다고 하느냐며 항의를 하더군요. 그래서 “너희도 당연히 모를 수 있지. 하지만 너희는 모르면 시험에 떨어지고 선생님은 몰라도 내일 알아오면 된다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니 너희는 알아야 되고 나는 몰라도 괜찮다는 거다.”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교사라면 뭐든 다 아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니 힘이 드는 겁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가 묻는 것도 모를 수가 있습니다. 한번은 어린이 법회에서 법문을 하는데 초등학생 아이가 손을 들고는 “지장보살님은 머리가 왜 파란가요?” 하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탱화를 보니까 진짜로 지장보살님 머리가 파란 거예요. 그런데 나는 그 질문을 받을 때까지 지장보살 머리가 파랗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한 아이에게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지장보살이 스님 출신 보살이라 그렇게 표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모르는 게 드러날까 봐 겁내지 마세요. 모르는 건 좋은 겁니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다시 공부해서 알아갈 수가 있습니다. 자꾸 시간을 내서 공부하고 동료 교사에게 물어봐서 가르치면 됩니다. 그럼 교사생활을 3년만 해도 실력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아이들을 대하는 데 겁날 게 없어집니다. 학생에게 인기 있는 교사가 되겠다,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 우수 선생이 되겠다, 이런 생각 하지 말고, 학교 가서 학생들과 재미있게 놀면서 같이 공부해 나가세요.

 

그리고 아침마다 ‘저는 아이들과 잘 놀겠습니다. 편안하고 재밌게 놀겠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108배를 하면 금방 좋아질 겁니다.”

 

법륜스님의 새책 <인생수업>이 출간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은 말합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행복하게 나이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즉문즉설과 함께 쉽고 재미나게 엮어져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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